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30
1831화 왜 내가 자격이 없지?
공중, 악족의 무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청아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귀하는… 지나치게 극단적이시구려.”
청아가 감정 없는 얼굴로 상대를 쳐다보았다.
“누구?”
“악린(噩鱗)! 악족의 대장로요!”
“아… 그래서, 악족은 어느 쪽에 있지?”
청아가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 악린이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어찌, 우리 악족을 멸망시키기라도 할 셈이오?”
“시간 없다. 방향을 가리켜라.”
악린이 무심결에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백만 리쯤 떨어진 영무성이란 곳이오!”
청아가 손을 뻗자, 청현검이 그녀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청아가 가볍게 검 끝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다녀와.”
말을 마친 순간, 청현검이 잔상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눈 깜빡할 사이, 청현검은 이미 영무성 상공을 가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쾅-!
검이 성안에 떨어지고, 성 전체가 와르르 무너졌다.
이 한순간에 청현검은 거의 백만에 가까운 영혼을 흡수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악린은 넋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이, 이게…….”
이때의 악린은 빠르게 소멸하는 중이었다. 성안에 있던 본체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우존의 표정엔 불신의 기색이 가득했다.
“마, 말도 안 돼…….”
이때, 우존의 마음은 공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로 일검에 악족을 멸망시켜버린 것이다!
우존은 그제야 백발노인이 신제라 한 말을 믿을 수 있었다. 동시에, 눈앞의 이 여인은 신제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강자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 여인이 이곳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우주의 법칙을 관장하는 지존보다도 더 강하기 때문이었다. 지존의 통제 범위를 초월한 존재이기에 이곳에 머무는 것을 저지할 수 없었던 것!
‘신지묘지가 위험하다!’
사태를 파악한 우존은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청아는 사라져가는 악린을 흘끔 쳐다보고는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청현검이 그녀의 손안으로 돌아왔다. 이때의 청현검은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방금 전 무수히 많은 수의 영혼을 흡수했는데, 그중에는 고신경 급 강자도 무려 열 명이나 포함 돼 있었다.
청현검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것이었다!
한편, 청아를 노려보는 악린의 표정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악족을 이런 식으로 멸망시키다니! 언젠가 천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때, 우존의 비아냥거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멍청하긴. 하늘도 저 여자한테는 안 돼.”
이미 지고법칙을 초월한 존재를 하늘이 어찌 벌할 수 있단 말인가!
이때, 악린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너를 저주한다! 언젠가 나보다 더 비참한 꼴로 죽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청아가 걸음을 멈추고 악린을 향해 돌아섰다.
“그런 저주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내가 뭐 하러 이때까지 검을 수련했을까?”
“…….”
악린이 무어라 대꾸하려는 찰나, 청아의 손끝이 악린에게로 향했다.
이 한 번의 손짓으로 악린은 끽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소멸하고 말았다.
이것으로 악족은 완전히 전멸한 셈이었다.
청아는 이번에는 우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쾅-!
우존이 있던 자리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후의 한 마디조차 남기지 못하고 살해당한 것이었다.
장내를 깨끗이 청소한 청아는 엽현의 손을 잡고서 한적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청아의 물음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해!”
“방금 나와 바둑을 두고 있던 그 늙은이… 오빠가 오지 않았으면 죽였을 거야.”
엽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이 우주를 초월하기까지 한 발만을 남겨 놓은 자였어. 오빠한테는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었지.”
“그래서… 그래서 죽이려 한 거야?”
“맞아.”
청아가 엽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이에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청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내 길은 내가 걸어가면 되는 거니까. 만약 정말로 죽을 위기에 처하면 그때 도움을 요청할게. 그러면 안 될까?”
청아가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사실 내 목표는 너와 아버지, 그리고 형님을 따라잡는 거야. 그러니 앞길이 조금 험난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안 그래?”
“…날 따라잡으면 그만이야.”
“음? 그게 무슨 말이야?”
“날 초월하면 그것으로 나머지 두 사람도 초월한 게 되는 거니까.”
“…….”
이때, 엽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솔직히 말해줘. 도대체 세 사람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야?”
엽현은 이 점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과연 세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기게 될까? 청아라면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지 않을까?
“그건… 나중에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하하… 그렇지.”
이때, 청아가 걸음을 멈추더니 먼 하늘을 응시하며 말했다.
“내 본체는 이미 이 우주에 없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거야?”
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빠는 이 우주를 떠날 수가 없어.”
“어째서?”
“왜냐하면… 오빠가 너무 약하니, 아니, 이 우주가 아직은 오빠에게 강한 편이니까.”
“…….”
청아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본체가 멀리 가야 해서 내가 남은 거야. 오빠가 걱정돼서.”
이 말에 엽현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나도 지금은 충분히 강해졌으니까!”
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많이 성장하긴 했지.”
“그래, 그러니까 걱정 마.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킬 수 있으니까!”
“…알았어.”
이때, 청아의 시선이 문득 엽현의 몸 안쪽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자들이네. 그것도 둘씩이나.”
엽현이 막 설명하려는 이때, 작은탑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천명 누님! 탑 안에 버르장머리 없는 불덩이 녀석이 있습니다! 제가 누님이 최강이라고 하니까, 이 녀석이 글쎄 불경스럽게 그럴 리 없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크게 한 번 혼내 주었습니다!”
이때, 소안과 화덕성군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안은 청아를 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언니, 안녕하세요.”
“성존! 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성존의 인사를 받는단 말입니까!”
이 말을 듣자, 작은탑이 몰래 키득거렸다. 그의 상상 속에서 화덕성군은 이미 박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청아가 화덕을 향해 물었다.
“왜 내가 자격이 없지?”
화덕성군이 청아를 흘끔 쳐다보며 대답했다.
“성존은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으신 분이오. 한데 그대는…….”
이때, 청아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쾅-!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더니, 화덕성군이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미간에 검이 박힌 성존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말도 안 돼…….”
이때, 곁에 있던 소안이 황급히 예를 차리며 말했다.
“언니, 부탁이에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곁에 있던 엽현도 청아에게 웃으면서 신호를 보냈다.
“청아, 그만 둬. 오랜만에 우리 남매가 만났는데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잖아?”
청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순간, 화덕성군 몸 안에 박혀 있던 검광이 빠져나와 천천히 그녀의 손안으로 돌아갔다.
청아는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화덕을 향해 말했다.
“소위 신이란 것은 스스로를 추켜세운 짓거리에 불과하다. 애들 장난 같은 유치한 짓이지.”
“그대의 실력이 비범하다는 것은 알겠소! 하지만 이토록 신을 경시하는 것은 승복할 수 없소이다!”
화덕성군도 강단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때, 보다 못한 엽현이 나섰다.
“화덕, 청아는 승복을 요구하는 게 아니야!”
“흥! 그대들이 신을 이렇게 멸시하는 것은 진정한 신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오! 진정한 신은 인간의 몸에서 탈피해 신체(神體)와 신격(神格) 그리고 신혼(神魂)을 보유한 존재들이오. 그대들이 이런 걸 어찌 알 수 있겠소?”
엽현이 청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청아, 신체가 뭐야?”
“…나도 모르겠는데. 보나 마나 무슨 쓰레기 같은 거겠지.”
“…….”
이 말을 듣자 화덕성군이 발끈했다.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신체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신을 능멸한단 말인가!”
청아가 돌연 소안을 바라보았다.
“네가 저 녀석이 말하는 소위 신이지?”
“네, 네…….”
청아가 차가운 눈빛을 보내자, 소안이 불안한 듯 몸을 잔뜩 움츠렸다.
“어, 언니…….”
이때, 청아가 한 걸음 성큼 내딛더니, 소안의 어깨를 붙잡았다.
쾅-!
순간,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소안의 몸 안에서 휘몰아쳤다.
소안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 이때, 엄청난 양의 정보가 그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의 머릿속에 잔존하던 기억의 파편들이 서서히 응집돼 갔다.
잠시 후, 청아가 손을 뗐을 때, 소안은 이미 예전의 소안이 아니었다.
소안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리는 이미 절반이 새하얗게 변한 상태였다.
“서, 성존! 기억이 돌아온 겁니까?”
잠시 후, 살포시 눈을 뜬 소안의 시선이 청아에게로 고정됐다.
이때 청아가 말했다.
“덤벼 봐.”
덤벼라!
소안이 침묵하는 이때, 화덕이 방방 뛰며 소리쳤다.
“성존! 정말로 기억이 돌아오셨군요! 이런 경사가! 하하하!”
이때, 웃음을 뚝 그친 화덕이 청아를 가리켰다.
“성존! 저 여자에게 진정한 신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셔야 합니다! 아주 그냥 따끔하게 혼을…….”
이때, 소안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손을 휘둘렀다.
쩌억-!
음성이 뚝 그치면서, 화덕이 순식간에 수백 장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쓰러진 화덕은 억울했고 너무나 황당했다.
“서, 성존! 손찌검을 하셔야 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바로 저 여자입니다!”
소안이 차가운 눈으로 화덕을 쏘아보고는 청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 수 배우겠소.”
소안이 가볍게 손을 펴자, 그들이 위치한 성역 전체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만물조령(萬物凋零)!
만물조령(萬物凋零)!
소안의 손길을 따라 만물의 색이 바래 갔다.
하늘과 땅도 예외는 아니었다.
엽현은 뚫어져라 소안을 응시했다. 기억을 되찾은 소안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 실력 면에 있어서 결코 지고법칙의 아래가 아니었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사실 신제가 말한 것처럼 이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강자들이 비일비재했다. 다만, 실력 부족으로 인해 그들과 접촉할 수 없을 뿐!
‘역시 사람은 겸손하고 봐야 해!’
이때, 청아가 가볍게 손을 뻗자, 한 줄기 검광이 그녀의 손바닥 안으로부터 튀어 나갔다. 이와 동시에 시들어가던 만물이 순식간에 원래 색을 되찾았다.
이 모습을 보자, 소안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이, 이런…….”
청아는 소안을 한 번 쳐다보고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는 엽현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때, 화덕이 소안 곁으로 다가왔다.
“서, 성존…….”
“…내가 졌다.”
소안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성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직 제대로 붙어 본 것도…….”
“넌 좀 닥쳐!”
“…….”
소안이 눈을 번쩍 뜨더니 화덕을 거칠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 하면 그 입을 콱 꿰매버릴 거다! 알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