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31
1832화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한편, 청아와 엽현은 어느 산길을 걷고 있었다.
청아와 엽현은 서로 손을 꼭 붙잡은 채, 오랜만에 남매의 온기를 나누었다.
“청아, 어느 정도로 강해져야 너처럼 이 우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갑작스런 질문에 청아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 방금 전 백발노인보다 열 배 정도 더 강해지면 될 거야.”
“…….”
“하나의 우주를 초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 난 오빠가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청아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봐 줘! 반드시 해내고 말 거야!”
청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릴게! 얼마가 걸릴지라도!”
엽현은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흐르는 것을 느끼고서 청아의 손을 더욱 꽉 부여잡았다.
남매는 그렇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대략 반 시진 후, 청아가 자리에 멈춰 섰다.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이 분신도 이제 사라지는 거지?”
청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에 엽현이 잠시 침울해졌다.
“할 수 없지…….”
이때, 청아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오빠는 내가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니까.”
“청아… 나 말고는 정말로 아무것도 신경 쓰는 게 없는 거야?”
청아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
“…….”
이때, 청아가 엽현의 뺨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만약에 내 뒤를 쫓기가 버겁다면 그 자리에 멈춰서 기다려도 돼. 이 우주 끝에 다다른 뒤에 반드시 오빠를 찾으러 올 테니까.”
순간, 청아의 모습이 조금씩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엽현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다려. 다시 만날 때까지.”
“…응, 기다릴게.”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을 거야. 약속해!”
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이 말과 함께 청아의 모습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또다시 엽현을 두고 떠나버린 것이었다.
엽현은 한동안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기다려 줘.”
청아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었다.
이미 자신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희생한 그녀였으니까!
바로 이때, 갑작스레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린 엽현이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소안이 서 있었다.
이때의 소안은 이미 그가 알던 소녀가 아니었다.
“너도 떠나려고?”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지.”
“어디로? 돌아가서 복수하려고?”
소안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태로는 근처도 가지 못하고 죽고 말아. 우선 원래 실력을 되찾는 데 집중할 거야.”
이때, 소안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혹시, 탑 안에 조금만 더 머물러도 될까?”
소안의 뜻은 명확했다.
작은탑을 이용해 빠르게 실력을 회복할 생각인 것이었다.
확실히, 작은탑만큼 수련하기 좋은 공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될까?”
“얼마나 오래?”
“음… 그건 몰라.”
이 말에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부상이 그렇게나 심각하단 말야?”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엽현은 다소 망설이고 있었다.
소안의 내력은 평범하지 않았고, 그녀의 적들 또한 보통 존재가 아닐 게 분명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후일에 괜한 일에 휘말리진 않을까 우려가 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소안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생각보다 빨리 회복할 수도 있어!”
엽현은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
“고, 고마워! 정말로!”
“하하, 그런 말은 접어 둬. 그것보다 화덕 녀석의 입단속을 좀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다음번에도 청아에게 대들었다가 살아남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내가 단단히 교육시킬 테니까.”
이 말에 엽현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참, 나중에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조언을 좀 구해도 될까?”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지금 경지가 어디쯤이야?”
“소혼(塑魂).”
엽현이 눈썹을 잔뜩 치켜세웠다.
“소혼경?”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신 다음이 소체(塑體), 그다음이 소격(塑格), 소격 다음에 소혼경이 존재해. 풀어서 설명하면, 소체경에서는 신체(神體)를 빚고, 소격경과 소혼경에서는 각각 신격(神格)과 신혼을 얻은 후, 마침내 범체(凡體)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신(成神)으로 거듭나는 거지.”
성신!
“그, 그럼 너도 신인 거야?”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볼 수 있어.”
“그럼 청아는?”
“네 동생?”
엽현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도 몰라.”
“…….”
“정말 모르겠어. 그녀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있는지를.”
청아를 떠올린 소안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실력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엽현 역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자칭 신이라는 소안조차 청아의 경지를 알지 못한다니!
“그녀의 강함은 내 인식의 범주 밖에 있어.”
소안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소안은 그 당시를 살아가던 무인들 중 단연 최상위에 속하는 강자였다. 지금껏 정면으로 붙어서 패배하리라고 생각한 상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청아는 정말이지 기존의 강함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괴물이었다.
이 어찌 무섭지 않을 수 있을까?
이때, 엽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선 탑 안에 들어가서 몸을 잘 보살피도록 해.”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하하, 고맙긴 뭘!”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돼!”
“그래!”
소안은 마지막으로 엽현을 흘끔 쳐다본 뒤, 작은탑 안으로 사라졌다.
화덕 역시 그녀와 함께 사라졌다.
소안이 떠난 뒤, 엽현은 청현검을 꺼내 들었다.
“소혼, 혹시 지금 돌파가 가능한 거야?”
소혼이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준비됐습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지금이라도 돌파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지금 당장 진행하도록 해!”
“하지만 소주, 지금부터 폐관에 들어가면 당분간은 절 사용할 수 없는뎁쇼?”
“하하, 걱정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보중하십시오!”
“그래, 수고해!”
소혼은 곧바로 폐관에 들어갔다.
소혼은 이번에 수백만에 달하는 영혼을 집어삼켰고, 그중에는 고신경 강자도 적지 않았다.
충분히 경지의 돌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엽현 역시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 청현검이 무척이나 기대됐다.
지금 이대로도 무서운 청현검인데, 폐관을 마치고 나온다면 도대체 얼마나 더 강해져 있을까?
오래지 않아 엽현은 자리를 벗어났다. 악성역을 떠난 그는 곧장 청주로 돌아갔다.
청주에 들른 목적은 하나였다.
바로 척발언과 지난번 이루지 못했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함이었다.
그에게는 신지묘지보다는 척발언에게 아이를 안겨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신지묘지에 대한 복수야 아이가 생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아이만 생긴다면 척발언 역시 청주에서 쓸쓸하게 지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 * *
신지묘지.
어느 무덤 앞, 좌존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우존의 무덤이 파괴된 것을 막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무덤이 파괴됐다는 것은 곧, 우존이 살해를 당했다는 의미였다.
소복의 여인에게 당한 것일까?
잔뜩 찌푸린 그의 표정엔 의혹의 기색이 가득했다.
우존의 실력이야, 우주법칙이 나서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죽기가 어려운 정도였다.
혹시, 우주법칙이 나서기라도 한 걸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좌존이 어디론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좌존은 화려한 대전 앞에 도착했다. 대전 안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인의 조각상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존!”
좌존이 예를 갖춰 부르자, 여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우존이… 죽었습니다!”
순간, 여인의 표정이 크게 달라졌다.
“그마저 당했다고?”
좌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고법칙이 직접 나선 듯 합니다!”
이 말을 듣자, 여인의 미간 주름이 크게 패여 들어갔다.
“만약 그녀가 출수한 것이라면, 엽현은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말을 마친 여인은 천천히 눈을 감더니, 원래의 조각상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 * *
어느 구름 위, 도일을 지도하고 있던 번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에 한 여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으니, 다름 아닌 신지묘지의 지존 타일이었다.
타일은 곧바로 번타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내 부하를 죽였나?”
번타가 영문을 몰라 표정을 구겼다.
“내가 네 부하를 죽였다고?”
“이미 두 명의 고신경 강자가 죽임을 당했다! 설마 잡아떼려는 건 아니겠지?”
번타가 웃으며 대답했다.
“타일, 내가 그깟 고신경 따위 때문에 직접 나설 것처럼 보이나? 그렇게 한가해 보여?”
“흥! 두 사람 모두 엽현을 찾으러 갔다가 죽었다! 너는 엽현의 배후를 자처하고 있으니, 너를 제외하면 그 둘이 누구에게 죽었단 말이냐!”
“흠… 타일,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너는 엽현과 크게 원한이 없는 거로 아는데 왜 그렇게까지 엽현을 죽이려 하는 거지? 그래서 네게 돌아가는 게 있나? 혹시… 그 아이가 단지 내 사람이란 것 때문에?”
순간, 타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발단은 엽현이란 놈이 내 부하를 죽인 것부터였다!”
번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꾸했다.
“우리끼리 입씨름하는 건 의미가 없어. 오랜 시간 너의 적수였던 사람으로서 충고하자면, 그 녀석은 건드리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차라리 불만이 있으면 나를 노려!”
타일이 번타를 노려보며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네가 놈을 아낀다는 걸 아는 이상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이 말에 번타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죽여라! 죽여! 어디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 제발 부탁이니 당장 찾아가서 놈을 죽여버려!”
그러자 타일이 오히려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정말로 놈을 많이 아끼는 것 같네. 그런데 그거 알아? 네가 이럴수록 나는 더욱더 달아오른다는 사실을! 하하하!”
“…….”
할 말을 마친 타일은 자리를 떠났다.
번타는 그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침묵을 유지했다.
오랜 세월 동안 운명의 적수로 지내 왔지만, 타일이 감히 엽현을 노리려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엽현이 어디 죽이기 쉬운 인물이던가?
번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타일이 엽현을 노리는 건 번타로서는 나쁜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엽현을 건드린 일로 타일은 소복의 여인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 확정된 상태였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만에 하나 엽현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시, 그 여자가 미쳐서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다닐 가능성이었다.
이때, 곁에 있던 도일이 말을 꺼냈다.
“사부, 저 여인은 사부를 매우 미워하는 모양입니다.”
번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