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39
1840화 그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하하, 혹시 내 검이 두려운 것이오?”
“후후, 날 도발하려는 걸 모를 줄 아느냐?”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내게 대단한 검기가 하나 있소. 내 생각에는 그대에게 어느 정도 위협이 될 것 같긴 한데, 확신하기는 어렵소.”
이때, 좌장이 정지에게 속삭였다.
“성주, 놈의 검기는 확실히 매서운 구석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정지가 호기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을 하니 조금 흥미가 돋는구나. 자, 네게 기회를 주마! 부디, 네 검기가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엽현이 입가의 선혈을 슥 닦아냈다.
“먼저 상처를 좀 회복해도 되겠소?”
“그러던지!”
엽현은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상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때, 정지가 소안을 향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무군, 저런 재미난 녀석을 사귀었을 줄은 몰랐군. 정말로 흥미로워!”
소안은 대꾸도 하기 싫다는 듯,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정지 역시 흥미를 잃고서 번타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 싸움에 관여하려는 것이오?”
“…….”
“저 녀석은 감히 신고계의 일을 방해했소. 그대는 신고계를 알고 있소? 그곳은 이 우주보다 훨씬 더 고차원의 무도 문명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오. 만약, 발을 잘못 디뎠다간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소!”
“…그대는 저 아이를 아는가?”
번타가 반문하자, 정지가 엽현을 흘끔 쳐다보았다.
“저 녀석 말이오?”
번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흥! 그대는 신고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군!”
“너 역시 ‘그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긴 마찬가지다.”
정지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여자?”
“굳이 여러 말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결정이니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내가 감당해야겠지.”
이 말을 들은 엽현은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정말로 평범한 사내는 아닌가 보군.”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지를 향해 바로 섰다.
“오래 기다렸소! 지금부터 펼칠 검기는 내가 직접 창안한 것으로 위력이 예사롭지 않소. 그럼, 조심하시오!”
“하하, 오너라!”
순간,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정지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검 자루 위에 엄지를 위치시켰다. 바로 이때, 엽현이 정지 바로 앞에 나타났고, 정지는 주저하지 않고 검을 뽑아 휘둘렀다.
이 순간, 엽현의 검이 떨어졌다.
엽현의 검이 날아든 이때, 장내에 있던 모든 무인들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검도의지!
엽현이 휘두른 것은 다름 아닌 청삼남이 남겨 놓았던 한 줄기 검도의지였던 것이다!
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지가 순간 거꾸로 뒤집혀 멀리 날아갔다. 그녀의 육신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별빛처럼 사방에 흩어졌다.
신체가 파괴됐다!
정지는 육신을 잃었지만, 영혼이 소멸되는 것은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정지는 다소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이건… 네 놈의 검도의지가 아니지 않느냐!”
“내 것이오!”
엽현이 부인하자 정지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거짓말하지 마! 네 것일 리가 없다!”
이에 엽현이 진지한 투로 대답했다.
“부모의 것이 곧 자식의 것 아니오? 뭘 그리 따지고 드시오?”
“…….”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엽현의 일검이 정지의 육신을 파괴하다니!
물론 그들이 놀란 것은 엽현의 실력이 아니라, 그가 휘두른 검도의지였다.
단 한 줄기의 검도의지였지만, 모두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이때, 정지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자연스레 그녀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하하하! 너에 대해 잘 알아볼 필요가 있었구나!”
“후후,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그리하면 되지 않겠소?”
“물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정지는 두 노인을 이끌고 궁전으로 돌아갔다. 다음 순간, 아홉 거룡이 포효하더니 궁전을 이끌고 성공 속으로 사라졌다.
“저 여자를 여기 잡아둘 순 없을까?”
“불가능해!”
소안이 고개를 저었다.
이에 엽현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소안을 바라보았다.
“이미 육신이 사라졌잖아? 다 같이 달려들었으면 죽이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소안이 재차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불가능한 일이야.”
“…….”
이번에는 소안이 주저하듯 물었다.
“그런데 방금 전의 그 검도의지는 도대체…….”
“하하, 아버지 거야.”
이에 소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친도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너처럼.”
“그리고 내게는 형님도 한 분 계셔. 아버지나 동생처럼 대단하신 분이지.”
순간, 소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한쪽에서 듣고 있던 번타 역시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정말이지 엽현의 배후는 변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안, 저들이 언제 다시 쳐들어올까?”
소안이 깊은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 시공 속에 은신하고 있어. 부하들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거겠지. 길어야 열흘이야. 그 안에 반드시 다시 나타날 거야.”
“그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백 년 정도인 거네.”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충분할까?”
소안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간은 충분해. 하지만… 네가 계속 날 돕는다면 너 역시 위험할 수 있어.”
“돕지 않으면 저들이 날 포기할까?”
소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지.”
“애당초 널 만난 건 불운한 일이었을까?”
“…그런 셈이지.”
“설령 그렇다 해도 그때 널 구해 준 일을 후회하진 않아.”
엽현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이 말에 멈칫한 소안은 표정이 점점 온화해졌다.
이때, 번타가 소안 곁으로 다가왔다.
“조심하시오. 저놈은 말로 여인을 홀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내니까.”
“…내가 보기엔 건실한 사내 같은데.”
소안은 그대로 엽현의 뒤를 쫓았다.
이를 본 번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건실?
저 바람둥이가 건실하다고?
타일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바로 이때, 타일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타일은 떠나가는 엽현과 소안을 흘끔 쳐다보며 말했다.
“저 여자는 누구지?”
“신고계에서 왔다더군.”
타일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 신고계?”
“음? 신고계에 대해서 뭘 좀 아나 보군?”
“조금은 들어서 알고 있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아는 자칭 신이라는 족속들…….”
이때, 타일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혹시 엽현이 이번에는 신고계와 연루된 건가?”
“그건 네가 알 바 아냐.”
번타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이에 타일이 번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신고계의 강함에 대해선 잘 모른다 쳐도, 그곳이 평범한 세력이 아니란 건 너도 느낌으로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엽현 녀석의 편을 든다는 건 그의 배후가 신고계보다 강하다는 의미겠지.”
번타가 씩 웃으며 대꾸했다.
“어찌, 이제 와서 녀석을 포기하려는 건가?”
“흥! 놈을 죽여서 내가 좋을 게 있나? 기분은 나아지겠지.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목숨을 걸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음? 난 네가 끝까지 녀석을 노릴 줄 알았는데?”
타일이 번타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번타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이 말을 끝으로 번타는 자리를 떠나갔다.
홀로 남은 타일은 잠시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바로 이때, 웬 노인 하나가 타일 앞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좌장이었다.
좌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성주께서 그대를 보고자 하시오.”
“나를?”
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시오.”
“대화?”
타일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그럼, 이쪽으로.”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성공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타일은 어느 미지의 성역에 도착했다.
타일이 고개를 드니 정면에 화려한 궁전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름 아닌 정지의 궁전이었다.
좌장과 함께 대전 앞에 멈춰 서자, 정지가 대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미 육신을 회복한 상태였다.
“타일 지존, 어서 오시오!”
정지가 웃으며 반기자, 타일 역시 미소를 머금었다.
“타일이라 불러 주시오.”
“아! 그럼 사양하지 않겠소. 본주는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소. 이번에 그대를 보자고 한 까닭은 함께 엽현을 치는 것에 대해 의논하기 위함이오.”
“그대의 목표는 소안이란 여인이 아니었소?”
“하하, 확실히 그렇소! 그들은 한패나 마찬가지니 우리에게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지 않겠소?”
“…….”
정지가 먼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타일 지존, 엽현에 대해 말해 줄 수 있겠소? 아직 그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말이오.”
“음… 상대하기 쉽지 않은 놈이오. 내력도 신비한 데다 배후에도 강자들이 즐비하오.”
정지가 타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강하오?”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소.”
알 수 없다!
이 말을 듣자 정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 의외로군. 예상 밖의 금수저였을 줄이야!”
“평범한 세력이라면 결코 엽현 같은 자를 배출해 내지 못했을 것이오. 놈의 배후에는 필시 초월적인 세력이 존재할 것이오. 그대가 보기에 이 우주에서 고신계를 제외하고 그런 세력이 누가 있겠소?”
“음, 두 군데를 떠올릴 수 있겠소. 하나는 고마족이고 다른 하나는 태일족(太一族)이오.”
이때, 정지가 문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엽현이 두 세력 중 어느 하나에 속해 있을 가능성은 전무하오.”
타일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확실하오?”
정지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하오!”
“…….”
“아마도 우리 외에 어딘가에 강대한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소!”
정지가 타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타일 소저는 어찌할 생각이오?”
타일이 웃으며 대답했다.
“한동안 폐관에 들어가려 하오.”
“폐관?”
정지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와 힘을 합쳐서 엽현과 번타 지존을 제거하는 편이 낫지 않겠소?”
타일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좀 귀찮아졌소. 싸우고 죽이고 하는 것도 이제 지겹구려. 성주에게 행운이 따르길 기원하겠소.”
말을 마친 타일은 그대로 돌아섰다.
정지는 떠나가는 타일을 바라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때, 정지 곁에 있던 좌장이 말했다.
“성주, 엽현과 안무군에게 많은 시간을 주어선 안 됩니다.”
정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놈들을 죽이느냐 하는 것이다. 네가 하겠느냐?”
좌장이 고개를 떨궜다.
정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우리 쪽 무인들과 고마족은 언제쯤 당도하지?”
“우리 쪽 무인들은 아흐레가량 걸릴 것이고, 고마족은 일주일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명을 전하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 안에 도착해야 한다고. 그러지 못하면 영혼을 갈아 버릴 테니까!”
“…….”
정지는 신경질적으로 좌장을 향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고마족에 뒤처지면 안 된다! 그건 내 얼굴에 먹칠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존명!”
좌장이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참, 한 가지 더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엽현에 대해 조사 해 보거라. 가능한 자세히, 하나도 빠짐없이! 하루에 몇 번 변소에 가는 지까지 꼼꼼히 알아내거라!”
이에 좌장이 다소 주춤거렸다.
“변소 가는 횟수는 무엇 때문에…….”
“적어도 놈의 장이 튼튼한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느냐!”
“…….”
정지는 더 이상 하명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