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41
1842화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몸이 변한다는 건 우리의 시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야. 하지만 아직은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소안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삐끗해도 목숨을 잃을 것 같은 순간에 방심은 있을 수 없었다.
소안은 엽현의 몸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확실히 그의 몸은 신체의 형태로 탈바꿈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때, 소안은 엽현의 피부 표면에서 검사(劍絲)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했다.
순간, 소안이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검사?
혹시 청현검의 힘 때문일까?
물론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는 엽현이 신체를 연마하면서 무적검체와의 결합을 시도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단순히 한 번 시도해 본 것에 불과했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무적검체를 머금은 신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이 흐르자 엽현은 서서히 평정을 되찾아갔다.
이때, 엽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순간, 엽현 주변의 공간에 엄청난 균열이 일었다.
“성공이다!”
소안이 소리쳤다.
성공!
천천히 눈을 뜬 엽현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순간, 주변의 공간이 다시 한번 크게 갈라졌다.
이때, 소안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소리쳤다.
“그건 내가 아는 신체가 아냐!”
엽현이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소안을 쳐다보았다.
이에 소안이 재차 말했다.
“네 몸은… 신체보다도 훨씬 더 강해졌어!”
이때, 소안의 눈동자에 기이한 기색이 스치듯 지나갔다.
“너… 또 다른 심법을 결합한 거였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적검체를 섞었어. 지금의 나는 신체일 뿐 아니라, 검체이기도 해.”
과연, 엽현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피부 속에 무수히 많은 검사가 숨겨져 있었다.
이 검사는 근접전을 벌일 때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소안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신체의 비밀에 대해 설명해 줄게.”
“좋아!”
비록 신체를 완성하긴 했지만, 이 새로운 경지는 엽현에게 아직까지는 불안정하고 어색한 것이었다.
하지만 소안이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엽현은 곧 소안과 함께 새로운 육신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 * *
어느 미지의 성역.
대전 상석에는 정지가 앉아 있고, 그녀의 곁에는 한 무더기의 고서가 쌓여 있다.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읽은 책이었다.
그녀의 취미는 다름 아닌 독서였던 것이다.
바로 이때, 좌장이 대전 안으로 들어서더니 공손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성주, 고마족의 마사(魔使) 하나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들라하라!”
“예!”
좌장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장포를 입은 노인 하나가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정지 앞에 멈춰 선 노인이 가볍게 예를 차렸다.
“성주!”
“먼 길 오느라 수고했소!”
“안무군은 예전의 실력을 찾은 것입니까?”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오. 허나 길면 사흘 이내에 완전히 회복할 것이오. 어쩌면 전성기 이상의 실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소.”
이 말에 흑의노인이 의혹을 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여자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에게는 하루를 백 년으로 바꿔 주는 신물이 있소. 지금도 안무군은 그 탑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것이오.”
좌장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정지를 바라보았다. 하루를 백 년으로 바꾼다는 말은 틀림없는 과장이었다.
흑의노인의 표정 역시 황당함으로 가득 찼다.
“어찌 그런 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정지가 진지한 투로 대답했다.
“내 말은 모두 사실이오! 정보에 의하면 그 물건은 이 우주 밖에서 전해진 신물이라 하오. 현재 그 신물의 주인과 안무군은 한 편이 된 상태요. 더욱 골치 아픈 건 그 사내가 이미 안무군을 도와 우리 성당(聖堂)과 그대들 고마족을 멸망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오!”
“고마족을 멸망시킨다고 했단 말입니까?”
노인이 황당하듯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재주로?”
정지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사, 놈을 얕보아선 안 되오. 나이는 어리지만 전투력은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오.”
노인이 잠시 말없이 정지를 응시했다.
“놈의 내력은 어떻습니까?”
“그게…….”
정지가 주저하며 말을 이어갔다.
“크게 주목할 만한 내력 같은 건 없소. 운이 좋아 몇 가지 신물을 얻고서 운명이 뒤바뀐 경우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역사를 통틀어 종종 있어 왔던 일이지요.”
노인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놈이 정말로 고마족과 성당을 멸하겠노라고 단언했습니까?”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많은 자들이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오.”
노인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감히 그따위 말을 지껄이는 겁니까?”
“하하, 물론 고마족을 모르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니겠소? 고마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자라면 어찌 그런 말을 했겠소?”
흑의노인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치기 어린 어린아이에 불과했군요.”
“비록 주제를 모르는 놈이기는 하나 말했듯이 전투력만큼은 일품이오.”
“놈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게… 지금 놈을 공격하는 건 매우 위험하오. 차라리 나머지 무인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치는 것이 어떻소?”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고작 둘인데 두려워할 필요가 있습니까?”
“음… 그대 말도 일리가 있소. 그럼 내가 안무군을 붙잡고 있을 동안 그대가 엽현이란 녀석을 처리해 주시오. 할 수 있겠소?”
안무군이란 말에 흑의노인이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무군의 현재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기껏해야 팔 할 정도 회복했을 뿐이오. 하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 없소. 내가 목숨을 걸고 그녀를 견제할 테니, 그동안 그대는 엽현을 죽여주시오!”
“음, 성주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안심이 됩니다.”
“하하, 그럼 그들을 찾으러 가 봅시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서시지요!”
정지와 노인은 곧장 대전 문을 나섰다.
* * *
작은탑 내부. 수련을 진행하던 엽현과 소안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놈들이 왔다!”
정지의 말에 엽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탑을 떠나자마자, 정지 등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의 시선은 먼저 정지에게 향했다가, 곧장 그녀 곁에 있는 흑의노인에게 고정됐다.
“고마족인가?”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정지가 웃으며 엽현에게 아는 척을 했다.
“여어, 젊은 친구. 우린 오랜만이지?”
“…….”
“여기 나와 함께 온 본은 고마족의 마사대인이시다! 대인께서 네가 갖고 있는 그 신비한 탑을 보고 싶어 하시는데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느냐?”
“하하, 그건 곤란하오!”
엽현이 단칼에 거절하자, 정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사를 쳐다보았다.
“이런, 녀석이 내 체면을 살려주지 않는구려.”
“긴말할 필요 있습니까?”
마사가 엽현을 향해 호통을 치듯 소리쳤다.
“네가 우리 고마족을 멸망시키겠다고 떠벌리고 다녔느냐?”
순간, 엽현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이때, 정지가 끼어들었다.
“그럼! 네가 그런 불경한 말을 한 걸 똑똑히 들었다!”
엽현이 정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거짓말! 날 모함하려는 거요?”
“후후, 안무군과 우리 사이는 원수나 마찬가지다. 너는 그 원수를 돕고 있으니 자연히 우리의 적이 되는 것이지!”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요!”
“하하, 그럼 이렇게 하지. 우리가 공격할 때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렇게만 하면 네 목숨은 살려 주겠다!”
이때, 엽현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보아하니 내 뒷조사를 한 것 같은데, 내가 관여하건 말건…….”
바로 이때, 정지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출수!
하지만 그녀가 손을 쓴 대상은 엽현이 아닌 곁에 있는 소안이었다.
“마사! 내가 시간을 벌고 있는 동안 엽현을 처치하시오!”
정지의 말을 들은 마사는 엽현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음 순간, 마사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이때, 엽현의 검이 검집을 빠져나왔다.
쾅-!
검광이 폭발하면서 마사가 무려 천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가 자리에 멈춰 선 순간, 육신이 쩍 하고 갈라졌다.
마사는 황당했다.
마사뿐만 아니라, 이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정지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저 변태 같은 놈이 또 강해졌어!’
작은탑의 기능은 정말이지 사기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고작 며칠 못 본 사이 엽현은 이미 신체경에 도달했던 것이다!
어떻게 단숨에 그 많은 경지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마사는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엽현을 쳐다볼 뿐이었다.
“너, 너…….”
엽현은 말없이 검을 들었다. 이때, 무슨 생각에서인지 검을 집어넣고서 소안을 향해 말했다.
“우린 이만 가자!”
소안이 엽현을 흘끔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엽현을 따라나섰다.
이들이 떠나는 동안 정지는 감히 두 사람을 막지 못했다.
이때, 마사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정지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정지가 갑자기 검을 빼 들고 휘둘렀다.
푸확-!
마사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육신이 잘려나갔다.
이 장면을 본 좌장이 눈을 크게 깜빡였다.
“서, 성주…….”
“내가 죽인 건가?”
순간 정지의 말뜻을 알아차린 좌장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엽현이 죽인 것입니다!”
“훗, 똑똑하군.”
좌장의 안색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성주, 엽현의 실력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만약 고마족이 녀석의 내력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면, 이번 일에서 빠지려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지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고마족은 어쩔 수 없이 혈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을 거다. 어차피 안무군이 돌아오는 것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지.”
정지는 말을 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계속해서 그 탑을 이용해 수련을 한다면 고마족은 물론 우리 성당 또한 어느 순간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이 말에 좌장의 안색이 더욱 어둡게 변했다.
마사의 실력은 좌장보다도 다소 강한 정도였다. 그런 그조차 엽현의 일검에 육신이 파괴되고 말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엽현은 좌장조차 쉽게 이길 수 없는 실력이었다.
그런 그가 단 며칠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성장 속도는 가히 좌장의 마음속에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때, 정지가 말했다.
“너는 가서 엽현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샅샅이 조사하도록 하거라.”
“그 말씀은…….”
“놈이 사람인 이상 결국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좌장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좌장이 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