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48
1849화 그들을 찾아갈 셈이냐?
바람이 차다고?
춥다고?
성주 머리가 갑자기 어떻게 돼 버린 걸까?
좌장은 당황스러웠다.
성주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때, 정지가 말했다.
“가자!”
정지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녀의 뒷모습은 어째서인지 축 처져 있었다.
오늘은 그녀에게 있어 충격적인 날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멸시를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청아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사람이 벌레를 볼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 여인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정지는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왔다. 이때, 그녀는 이미 육신을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청아에 의해 육신이 파괴되긴 했지만, 영혼까지는 손상을 입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전 안에는 중년 남자 하나가 정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는 검은 장포를 입은 채로 전신으로부터 범접하기 어려운 무형의 위엄을 발산하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고마족의 족장, 고명이었다.
정지를 보자, 고명이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성주.”
정지가 웃으며 아는 척을 했다.
“고 족장, 오랜만이오.”
“확실히 그렇구려.”
“그럼, 일 이야기부터 합시다. 엽현이라는 녀석, 어떻게 보시오?”
“대단히 신비한 인물인 것 같소.”
“확실히, 상대하기 쉬운 자는 아니오.”
고명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착석한 정지가 몸을 다소 뒤로 뉘이며 말했다.
“고 족장도 그 탑을 노리고 있소?”
“그러는 그대는 관심이 없소?”
정지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물건이오. 하지만 탑은 하나뿐이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
“먼저 빼앗은 후 다시 상의하는 건 어떻소?”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고 족장, 날 얕보지 마시오. 탑을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성당의 실력으로는 고마족을 어찌할 수 없지 않소?”
“성주께서는 겸손하시구려.”
정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겸손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이오.”
“그럼 성주는 달리 생각하는 것이 있소?”
정지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이렇게 합시다. 탑을 얻으면 고 족장이 맡아서 관리해 주시오. 다만, 우리 성당이 원하면 언제든 사용하게 해 주시오. 어떻소?”
고명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이오.”
“그 대신 고마족이 조금 더 힘을 써 주어야 하오. 탑의 소유권을 갖는 대가로. 이 정도면 불만 없지 않소?”
고명이 정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후후, 말 그대로요. 고마족이 엽현과 그 배후의 인물들을 맡아 주시오. 우리 성당은 안무군을 상대하겠소.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나, 그러면 탑의 소유권은 우리에게 넘겨 주어야 할 것이오.”
고명이 옅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성주가 보기에 엽현과 그의 배후가 안무군보다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거요?”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오. 다만, 안무군의 실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라서, 그쪽이 상대하기 조금 더 수월할 뿐이오. 물론, 엽현의 배후 역시 만만한 존재는 아니오. 특히, 엽현의 동생은 듣자 하니 신제경의 강자라고 들었소.”
“신제경!”
고명이 눈썹을 치켜뜨고서 정지를 응시했다.
“확실하오?”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근사치에 이른 추측이오.”
“이상하구려. 그렇게 강한 자를 왜 나는 모르는 것이오?”
정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고 족장, 이 넓은 우주에 우리가 모르는 강자가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오?”
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도 일리가 있소.”
“그래서, 엽현 쪽을 맡겠소? 아니면 안무군을 택하겠소?”
“그 전에, 그대는 엽현의 동생을 만나 본 적이 있소?”
고명의 물음에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소. 그녀의 경지도 내 추측에 의한 것이지 확실하진 않소. 하지만 강자라는 것만은 확실하오.”
고명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그는 정지를 신뢰하지 않았다. 하여, 이미 사람을 시켜 엽현의 배후를 조사하게 한 상태였다.
이때, 정지가 재촉하듯 말했다.
“고 족장, 시간이 많지 않소. 엽현은 지금도 그 탑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을 거요. 게다가 그는 안무군의 지도까지 받고 있소.”
“서두르지 마시오. 반나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정을 하게 되면 바로 알려 주시오.”
말을 마친 정지는 곧바로 대전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고명은 정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고명이 아는 정지는 매우 영리한 여인이었다.
대화 어딘가에 정지가 파 놓은 함정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고명은 스스로 엽현을 조사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정지는 자신들보다 앞서 엽현과 조우했다. 만약, 그의 배후가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면, 정지는 이미 엽현으로부터 탑을 빼앗았을 것이다.
엽현의 배후에 대한 확실한 조사가 필요했다.
대략 한 시진이 지났을 때, 고마족의 늙은 무인 하나가 고명 앞에 나타났다.
“아는 것을 이야기 해 보거라!”
노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족장, 엽현의 배후에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청삼을 입은 남자로, 검맹의 검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정보가 충분치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얀 소복 차림의 여인으로 엽현의 여동생으로도 짐작되는 인물입니다. 그녀 역시 실력이 어떠한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조사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한 번 이상 검을 휘둘러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악성역을 멸망시켰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정보를 토대로 그녀의 수준을 가늠해 보았을 때, 아마도 신제경 정도가 아닐까 사료 됩니다. 최소한.”
“최소한?”
고명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이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흠…….”
“엽현의 내력에 대해서는… 스스로 우주 밖에서 온 외래인이라 떠들고 다닌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쪽 세계에서 나고 자란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윤회 중생을 거친 것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검을 수련한 지 고작 십 년 정도가 지났을 뿐이지만, 신격경 강자를 죽일 정도의 실력이라는 부분이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녀석이 갖고 있다는 검과 탑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느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는 작은탑과 한 자루 신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탑 안에 들어가면 하루가 백 년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속하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대단한 물건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 탑이라면 엽현의 실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는 것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듣자 하니, 탑과 검을 소복의 여인이 만들었다던데, 사실이더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흠…….”
노인은 말을 이어갔다.
“뭔가 이상합니다. 엽현이 정말로 외래인인지, 탑과 검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의혹이 가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좀 더 신중히 접근하셔야 합니다.”
고명이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고마족은 그 탑이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우리 고마족이 우주 최강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나 개인적으로도 그 탑으로 인해 다음 경지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면 안 됩니다. 그것이 엽현이든 성주든 간에…….”
“물론이다! 특히 성주는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는 인물이다!”
정지에 대한 고명의 경계심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너는 고경(古慶) 장로들에게 가능한 빨리 합류하라고 전달하거라. 그 탑은 반드시 우리 고마족이 차지해야만 한다!”
“존명!”
노인은 가볍게 예를 차린 후, 자리를 벗어났다.
고명은 천천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탑!
이것이야말로 그가 친히 이 성역까지 달려온 이유였다.
엽현의 탑이 정말로 그런 역천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면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탑만 있으면 고명 자신이 이 우주를 초월하는 것도 꿈은 아닐 테니까!
잠시 후, 고명은 대전을 빠져나갔다.
* * *
작은탑에서 수련 중이던 엽현이 갑자기 탑을 떠났다. 그가 막 밖으로 나온 이때, 지고법칙 번타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드디어 왔습니까?”
번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강한 자였다. 아무래도 고마족 족장이 직접 나선 것 같구나.”
고마족 족장!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다섯!”
엽현은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들을 찾아갈 셈이냐?”
“후후, 물론입니다.”
이 대답에 번타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상대는 강하다.”
“알고 있습니다.”
말을 마친 엽현은 순식간에 성공 속으로 사라졌다.
번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빠르게 엽현의 뒤를 쫓았다.
* * *
대전 안, 정지와 고명은 다시 한번 마주 보고 앉았다.
“고 족장, 결정하셨소?”
정지의 물음에 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과 그 배후는 내가 상대할 테니, 안무군과 다른 두 지존은 그대가 맡아 주시오. 어떻소?”
“그렇다면 엽현의 검은 내게 양보해 주시오!”
고명이 정지의 눈을 잠시 응시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그리고 참,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소.”
“무엇을 말이오?”
고명이 웃으며 대꾸했다.
“엽현이 가장 의지하는 게 누구요? 바로 청삼남과 소복의 여인 아니겠소? 내 생각에 그 둘을 먼저 제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소. 만약, 엽현을 치고 있을 때 그 둘이 나타난다면 수적으로 곤란하지 않겠소?”
정지가 침묵에 잠겼다.
“성주?”
잠시 후, 정지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고 족장의 말도 일리가 있소.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오. 우리의 정보력으로는…….”
이때, 고명이 웃으며 말을 가로챘다.
“어려울 것은 없소. 내가 이미 성명문(星命門)에 연락해 두었으니까. 그들이 곧 소식을 전해 올 것이오.”
“먼저 엽현만 처리하는 게 낫지 않겠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후후, 성주. 그건 모르는 소리요. 우리가 엽현을 죽이면, 그 두 사람이 가만히 있겠소? 어차피 한 번은 싸워야만 하오.”
“음…….”
“너무 걱정 마시오. 엽현의 두 배후는 약속대로 우리 고마족에서 처리할 테니. 그대는 안무군과 지존들만 확실히 붙잡아 주시오!”
정지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럽시다!”
고명이 씩 웃으며 돌아섰다.
대전 안, 정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고명이 바보일까?
절대 그럴 리 없다.
하지만 고명의 행위를 보니 다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소복의 여인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고명처럼 행동했을 게 분명했을 테니까.
그녀가 현존 우주를 초월했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지 역시 청아를 직접 보기 전에는 그녀가 기껏해야 신제경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난 직후, 예측이 틀린 것을 알아차렸다.
너무나도 큰 착오였다.
그녀는 이미 우주를 멀리 초월한 존재였던 것이다!
고명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강함이 대부분의 사람의 인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
이때, 좌장이 대전 안으로 들어오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성주, 엽현이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순간, 정지의 두 눈이 가늘게 변했다.
“무슨 일로?”
“아마도… 고명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정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지금 그의 실력으로 어찌 고명에게 덤빈단 말이냐?”
정지가 곧장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성주! 도우러 가시려는 겁니까?”
황급히 대전 밖으로 향하던 정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 엽현이 죽도록 내버려 둘 순 없지 않느냐!”
“……?”
대전 안, 좌장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엽현을 도우러 간다고?
자신이 잘못 들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