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49
1850화 날 속이려 드는구나!
궁전을 떠난 고명은 어느 죽어버린 성공에 진입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고명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속 숨어 있을 생각이냐?”
쉭-!
순간, 한 줄기 검광이 고명의 앞에서 번뜩였다.
고명은 피하지 않았다.
쾅-!
고명의 신형이 크게 휘청이더니,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가 멈춰 섰을 때, 그의 미간에는 깊은 검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때, 한 남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엽현!
고명은 미간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감탄하듯 말했다.
“대단한 검이로군. 내 육신에 상처를 낼 줄이야.”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대단한 육신이군. 내 검에 맞고도 살아 있다니.”
표정과 달리 엽현의 눈빛에는 무거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가 방금 사용한 검은 무려 청현검이었다.
한데, 상대는 청현검에 맞고도 멀쩡하게 서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육신이었다.
“네가 바로 그 엽현이로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찾아왔소.”
고명이 엽현을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확실히 뭔가 다르군. 방금 전엔 내가 한 수 받아 줬으니, 이번에는 네가 내 주먹을 받아 보거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엽현의 정면으로 고명의 일권이 날아들었다.
엽현의 반응 역시 느리지 않았다.
주먹이 날아든 그 순간, 엽현은 이미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발검정생사!
쾅-!
한 편의 검광이 엽현 바로 앞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사방의 성공이 부글부글 끓더니 순간적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 충격으로 엽현은 수만 장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고명은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은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깊은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엽현의 검이 그의 단단한 육신을 벨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청현검에 적중된 이후, 고명의 육신 전체가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
잠시 말없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고명은 무거운 기색으로 엽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좋은 검이로구나.”
엽현 역시 입가에 피를 슥 닦으며 대답했다.
“그대야말로 대단히 단단한 육신을 가졌구려!”
확실히, 고명의 육신은 엽현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단단한 것이었다.
고명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다시 간다!”
외침과 동시에, 고명이 정면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쾅-!
순간, 성공 전체가 뒤흔들리면서 주변에 있던 별들이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고명의 정면, 엽현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맹렬히 청현검을 뿌렸다.
쾅-!
무적검역!
고명의 극악무도한 힘이 파도처럼 성역을 뒤덮었지만, 엽현의 검역은 가까스로 이를 막아냈다.
이 장면을 보자, 고명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대단한 검기로구나!”
바로 이때, 한 자루 검이 공간을 관통하며 날아들었다. 어찌나 빠르던지, 고명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고명의 얼굴 앞에 도달해 있었다.
비검!
쾅-!
검광이 흐트러지면서 고명의 머리에 깊은 검흔이 생겼다.
하지만 고명은 죽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리에서 물러나지도 않았다.
멀리, 엽현이 손을 뻗자, 청현검이 그의 손아귀 안으로 돌아왔다.
고명의 시선은 엽현에게 고정됐다.
“네가 펼친 검기들은 하나 같이 대단히 강하구나!”
“…….”
엽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저 고마족 족장의 육신은 정말이지 엽현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것이었다.
바로 이때, 고명이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네 놈의 육신도 평범하지 않구나!”
고명은 뒤늦게 엽현의 육신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다.
비록, 조금 전의 대결에서 엽현이 밀리긴 했지만, 크게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고명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엽현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은 탓이었다.
엽현이 다시 출수하려는 이때, 소안이 엽현 곁에 나타났다.
“내가 할게!”
소안의 말에 엽현이 조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부탁할게!”
엽현은 소안과 고명 사이에 원한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엽현 또한 마침 고명을 상대해 줄 사람이 필요하던 차였다.
“안무군, 오랜만이군!”
고명이 먼저 아는 척 말을 걸었다.
소안은 퉁명스러웠다.
“쓸데없이 말 섞고 싶지 않다. 바로 덤벼라!”
말을 마친 순간, 그녀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고명이 가볍게 미소를 머금은 채, 마찬가지로 신형을 날렸다.
두 사람은 곧장 미지의 성역으로 진입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공간에서 승부를 가리려는 것이었다.
엽현이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려는 이때, 장내에 정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지는 곧장 엽현을 보며 웃으며 말을 걸었다.
“엽현, 고마족의 나머지 무인들을 처리하러 가는 게냐?”
“그러는 그대는? 날 방해하러 온 거요?”
엽현이 웃으며 되물었다.
이에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한 가지 해 줄 이야기가 있어서 왔을 뿐이다.”
“무슨 이야기?”
정지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게 신비한 탑이 있다는 말이 신고계 전역에 떠돌고 있다.”
이 말을 듣자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신고계 전체에 말이오?”
“그렇다. 많은 이들이 이미 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마족과 태일족이 그렇지.”
“그럼 그대는 어떻소?”
정지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나 또한 흥미가 있다.”
이 말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와 신고계가 서로 박 터지게 싸우는 동안 그대는 어부지리를 챙길 속셈이구려!”
정지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보았다.”
이때, 엽현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본 정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웬 한숨이더냐?”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성주, 소안이 이미 그대와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털어놓았소. 내가 보기에 그대의 부친이 소안을 택한 일은 백번 잘한 일이었소.”
이 말을 들은 순간, 정지의 표정이 딱딱해지더니, 눈으로 살기를 뿜기 시작했다.
엽현은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아시오? 그대는 나를 상대하면서 주로 음모와 계략을 꾸미는데 치중해 왔소. 물론, 지략 역시 실력의 일부분이오. 하지만 그런 걸로는 궁극적으로 성당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없소. 그대가 간과했던 것은 바로 그대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일이었소.”
정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날 가르치려는 것이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성주, 그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대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오.”
“틀려? 어느 부분이 말이냐?”
엽현이 대답 대신 손을 펼쳤다. 그러자 작은탑이 손바닥 위로 떠올랐다. 엽현이 탑을 가볍게 밀자, 작은탑이 천천히 정지 앞으로 날아왔다.
이에 정지가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가 원하는 탑이 바로 그대 앞에 있소. 원한다면 가져가시오. 그럴 배짱이 있다면!”
탑을 차지할 배짱이 있는가!
정지의 눈초리가 차갑게 빛났다.
자신이 탑을 차지한다?
정지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엽현 때문이 아니라, 바로 소복의 여인 때문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차가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던 소복의 여인의 모습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받으시오! 탑을 원한다 하지 않았소?”
엽현이 웃으며 재촉했지만, 정지는 엽현을 노려볼 뿐이었다.
“내게 모욕을 안기려는 속셈인가?”
정지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성주, 난 그렇게 싱거운 놈이 아니오. 예전에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소. 왜 이 작은 우주에서 아등바등할 생각만 하고 있느냐고. 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지 않느냐고!”
순간, 정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하하, 내가 묻겠소. 이 우주를 제패하는 게 그대에게 의미가 있겠소?”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청아는 이미 이 우주를 벗어났소. 이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정지는 말없이 엽현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우주를 초월할 방법을 알고 있소.”
이 말을 들은 순간, 정지의 표정이 확연히 바뀌었다.
“너, 네가 그걸 알고 있다고?”
“후후, 동생이 아는 걸 오빠도 아는 게 당연한 거 아니오?”
“어, 어떻게 하면 이 우주에서 벗어날 수 있지?”
정지가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엽현이 웃으며 되물었다.
“내가 왜 알려줘야 하오?”
“너… 모르는 것이구나!”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이 맞소. 아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엽현이 돌아서서 떠나갔다.
정지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엽현은 분명 그녀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정지는 홀린 듯 엽현을 쫓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이 자리에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
“성주, 아직 볼 일이 남아 있소?”
“…네 누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알고 있었다고?”
“하하, 그 정도 추측은 어렵지 않소.”
정지가 엽현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이 우주를 벗어날 수 있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왜 그걸 그대에게 말해 줘야 하오?”
이때, 정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나를 속여서 내가 널 위해 싸우도록 만들 속셈이로구나!”
“하하! 성주, 그대는 너무 똑똑해서 문제요. 우주의 지존들이 왜 나를 도우려고 하는지 아시오? 그들을 제외하고도 십여 명의 신제(神帝)가 날 돕고자 하는데…….”
정지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을 끊었다.
“신제?”
“그렇소! 열 명도 넘는 숫자요! 그들이 무슨 이유로 날 도우려 하겠소? 아직도 짐작이 가질 않소?”
“…그 많은 신제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하하, 그건 보안상 알려줄 수가 없소!”
“…….”
“성주, 그대의 시선은 여전히 이 우주 안에 있지만, 많은 이들은 이미 우주 밖의 세상에 눈을 돌리고 있소. 이 우주를 초월하지 못하면 결국 흙으로 돌아갈 뿐이오!”
엽현은 정지를 흘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청아가 왜 그리 강한지 아시오? 왜냐하면 그 아이는 이 우주 밖의 세상에 존재하는 대도를 장악했기 때문이오. 성주, 그대는 대도 위에 뭐가 있는지 아시오?”
“뭐가 있지?”
“하하… 미안하지만 이건 정말로 말 해 줄 수가 없소. 그대는 나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니 더더욱!”
정지의 눈빛은 점점 차갑게 변했다.
“날 속이려 드는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이 맞소. 난 그대를 현혹하고 있는 것이오. 무슨 우주 밖의 세상이니 대도 위의 존재니 하는 것들은 그대를 속이기 위해 다 꾸며낸 말이니 절대 믿어선 안 되오! 하하하!”
엽현은 웃음소리를 남겨둔 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정지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엽현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직감적으로 엽현이 자신을 속이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엽현이 정말로 우주 밖의 세상으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진 않은지 의구심이 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소복의 여인이 실제로 이 우주를 떠났다는 데 있었다. 게다가 그녀와 엽현은 무슨 관계던가?
다름 아닌 남매가 아닌가!
엽현은 소복의 여인이 극진히 아끼는 사람이다.
설령 엽현이 우주를 초월하는 방법을 모른다 할지라도, 그가 물으면 얼마든지 알려주지 않겠는가!
정지는 문득 고개를 들어 멍하니 성공을 바라보았다.
엽현의 말대로 자신의 그릇이 너무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를 제패하게 되면 기분이 좋을까?
물론 어떤 의미를 찾을 순 있겠지만,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만큼 즐겁진 않으리라.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신고계가 탄생한 이래로 현존 우주를 벗어났던 자가 누구였던가?
단 한 사람도 없지 않았던가!
후세에 이름을 날리는 것과는 별개로 우주 밖의 세상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대도 너머에 있다는 건 도대체 뭘까?
정지는 성공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점점 생각에 잠식돼 갔다. 혹시 저 거짓말쟁이의 말에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척이나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엽현이 그녀에게 한 말은 뿌리치기에는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다…….
* * *
어느 조용한 성공, 작은탑이 문득 말을 걸어왔다.
“소주, 대도 위에 있는 게 도대체 뭐야?”
엽현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그냥 대충 나오는 대로 지껄인 건데, 그걸 믿다니… 쯧쯧…….”
“…내가 방심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