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51
1852화 힘으로 부수는 수밖에 없어
엽현이 움직이지 않자, 소안이 재차 소리쳤다.
“빨리 가라니까!”
그녀의 실력으로는 신외화신을 극성으로 익힌 고명을 상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였다.
소안이 봉인돼 있던 반면, 고명은 수련을 멈추지 않은 결과였다.
엽현은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이에 소안이 무어라 소리치려는 이때, 엽현이 갑자기 소안 곁으로 이동하더니 씩 웃어 보였다.
“왜 내가 가야 해?”
“정신 차려! 우린 이미 저자의 상대가 아니야!”
“내가 가면? 넌 죽게?”
“…….”
엽현이 부드럽게 말했다.
“탑에 들어가서 상처를 돌보고 있어.”
“네 실력으로는 절대 무리야!”
“상관없어! 어쨌든 내 여자가 죽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순간, 소안이 표정을 구겼다.
“네 여자?”
엽현이 황급히 자신의 입을 때렸다.
“요 주둥이가 또! 내가 말을 실수했네. 하하…….”
소안은 말없이 엽현을 노려보았다.
이에 엽현이 소안을 재촉했다.
“어서! 시간 없어!”
엽현은 소안의 손을 붙잡고는 강제로 작은탑 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이때,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고명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확실히 훌륭한 인재야. 솔직히 너 정도면 당장 신고성역으로 간다 해도 최상위권이라 할 수 있다.”
“칭찬 고맙소!”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이에 고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사실 너보다는 네 뒤에 존재한다는 두 검수를 더 보고 싶구나. 네 부친과 누이라고 하던데… 조사해 보니 평범한 존재는 아닌 것 같더군.”
엽현이 잠시 고명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음… 문득 그대처럼 오만한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한 사람이 떠오르는구려.”
“그게 누구지?”
“천엽!”
“천엽?”
고명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누구지?”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상고천계 엽족의 족장이었던 작자요. 그자 역시 그대처럼 자신만만했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흔적도 남아 있지 않소.”
“…….”
고명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를 그딴 벌레와 비교하는 게냐?”
“아버지와 청아의 눈에는 그대나 천엽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거요.”
“하하하!”
순간, 고명의 웃음소리가 성공을 가득 채웠다.
“엽현, 정말로 건방지구나! 네가 그렇게 방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지하기 때문이겠지!”
“하하… 그럴지도.”
엽현은 말을 하는 와중에 청현검을 꺼내 들었다.
“같은 사내끼리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있겠소?”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엽현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고명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였다.
쾅-!
순간, 그의 소매 사이로부터 천지를 뒤집을만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콰쾅-!
검광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엽현이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 순간, 한 줄기 검광이 고명의 목 주변에서 번뜩였다.
일검제두!
푸확-!
고명의 목구멍이 날카롭게 찢어진 순간, 고명이 빠르게 손을 뻗어 검광을 붙잡더니, 그대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쾅-!
검광은 그대로 빛이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이때, 어느새 고명의 머리 위에 나타난 엽현이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고명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일권을 내질렀다.
콰쾅-!
또 한 번 검광이 폭발하면서, 엽현이 거꾸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명 역시 수백 장가량을 뒷걸음질 쳤다.
발검정생사!
무려 구백이십 회의 중첩이 가해진 발검정생사였다!
작은탑에서 수련하는 동안 엽현은 발검정생사의 최대 중첩횟수를 구백이십 회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중첩 횟수를 일 회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한편, 멀찌감치 밀려난 고명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은 흰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고명은 불쾌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엽현을 찾았다. 바로 이때, 엽현이 쥐고 있던 청현검이 갑자기 사라졌다.
고명이 황급히 일권을 내질렀다.
쾅-!
고명의 주먹에 막힌 청현검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십여 개의 검광이 고명 주변의 공간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이 검광들은 곧장 고명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순간, 고명은 십여 개의 검광에 파묻힌 신세가 됐다.
한편, 엽현은 여세를 몰아 계속해서 공격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이 순간, 검광이 일제히 터져 나가면서 그림자 하나가 엽현을 향해 폭발적으로 달려들었다.
당황한 엽현은 곧바로 손을 뻗어 청현검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검을 세워 이마 가까이 위치시켰다.
무적검역!
쾅-!
순간, 엽현이 천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자리에 멈춘 엽현은 선혈을 한 움큼 토해냈다.
고명은 엽현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좋은 검이고, 검기 역시 뛰어나지만 경지가 낮은 것이 아쉽군. 게다가…….”
바로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고명이 팔을 들어 정면을 막았다.
쾅-!
검광이 폭발하면서 엽현이 재차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고명의 팔 위에도 검흔이 더해졌다.
고명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엽현과의 실력 차이는 분명하지만, 엽현의 검은 확실히 그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었다.
고명은 더 이상 싸움을 끌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본 고명은 가볍게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 순간, 그의 양쪽으로 두 명의 고명이 더 나타났다.
신외화신!
이 두 개의 분신이 나타나자, 엽현은 망설임 없이 돌아서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엽현은 당연히 고명과 정면 승부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
엽현이 도망쳐 버리자, 고명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졌다.
이렇게 도망친다고?
목숨을 걸고 덤비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명은 즉시 추격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이땐 이미 엽현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고명은 엽현의 기운조차 느낄 수 없었다.
고명의 표정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요즘 젊은 것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 볼 배짱도 없는 것인가!
게다가 엽현은 분명 자존심으로 산다던 검수가 아니던가!
바로 이때, 고명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도망간 줄로만 알았던 엽현이 어느새 눈앞에 등장했던 것이다!
엽현은 아무런 예비 동작도 없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발검술 구백이십 회 중첩!
엽현이 돌아올 줄 몰랐던 고명은 황당함 속에 팔을 들어 수비 자세를 취했다.
쾅-!
검이 떨어지자, 고명은 천 장 가까이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반격을 가하려는 이 순간, 엽현은 또다시 모습을 감춘 뒤였다.
또 도망쳤다!
고명의 안색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도망친 척하면서 기습을 가하다니!
고명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번에도 엽현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고명으로서는 싸우고 싶어도 상대가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그저 억울할 뿐이었다.
이 시각, 멀찌감치 도망친 엽현은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섰다. 그의 입가에선 끊임없이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고명의 실력은 명백히 엽현보다 두세 수 위였다. 가장 두려운 것은 고명의 육신이었다.
만약, 그의 육신이 이 정도로 단단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몇 번은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청현검은 고명의 공격을 방어할 순 있지만,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부족했다.
이 순간, 엽현은 자신의 실력을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현재 그의 실력은 청현검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신격경에 해당했다. 청현검을 사용할 때는 신격경 정도는 쉽사리 요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혼경과도 싸워 볼 만했다.
하지만, 청현검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의 실력은 신혼경 강자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고명처럼 거품이 전혀 끼지 않은 신혼경 강자일 경우에는 더더욱!
하지만 낙심할 이유는 없었다.
고명은 십만 년도 넘게 수련을 해 온 무인이었고, 엽현은 고작 이십 년 정도일 뿐이었다.
지금 이기지 못한다 해도 결코 부끄러울 일이 아니었다.
또한, 패배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할 수도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소안이 엽현 앞에 나타났다. 소안은 이미 두 팔을 회복한 상태였다.
소안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엽현의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괜찮은 거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으음… 놈이 신외화신을 극성까지 익혔을 줄이야…….”
신외화신!
고명의 불가사의한 육신을 떠올리자,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신외화신이란 건 도대체 뭐야?”
고명이 신외화신을 펼쳤을 때, 엽현은 도망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삼 인의 고명이 동시에 덤비는 장면은 그야말로 악몽이나 다름없는 것이기에.
이때, 소안이 조용히 설명했다.
“신외화신은 고마족 최고의 신비술이야. 대성하게 되면 신외화신을 일으킬 수 있지. 이 신외화신은 본체의 대략 구 할의 실력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어.”
“구 할!”
엽현의 눈썹이 위로 솟구쳤다.
“그게 가능해?”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조차 두려울 정도지. 신외화신을 일으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아. 고마족 역사상 선조를 제외하면 성공한 이가 고명 혼자일 정도니까. 고명이 이태까지 신외화신을 수련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어.”
“파훼법은?”
소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힘으로 부수는 수밖에 없어.”
정면대결!
이때, 엽현이 문득 물었다.
“네가 청현검을 사용해서 싸우면 파괴할 수 있지 않을까?”
소안이 엽현이 쥐고 있는 청현검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해. 나는 검수도 아닐뿐더러, 그 검은 오적 네가 휘둘렀을 때라야 만이 진짜 위력을 발휘하니까. 하지만…….”
“하지만?”
소안이 다소 머뭇거리며 말했다.
“정지가 그 검을 사용한다면 어쩌면 대항해 볼 만할지도 몰라.”
정지!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날 먼저 베지나 않으면 다행일걸?”
엽현이 보는 정지는 고명과는 매우 다른 유형의 무인이었다. 고명은 실력은 강하나, 음험하진 않은 반면, 정지는 싸움보다는 계략을 꾸미길 좋아했다.
이때, 엽현이 문득 의아한 듯이 소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지를 증오하는 게 아니었어?”
“…그녀의 부친은 내게 참 잘해 주셨지.”
“만약 가능하다면 정지를 죽일 거야?”
소안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엽현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핏 봐도 소안은 절대 정지를 죽일 수 없었다.
반면, 정지는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지 소안을 죽일 수 있는 여인이었다.
이때, 소안이 말했다.
“먼저 치료부터 하도록 해. 고명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테니, 바로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만 해. 한 가지 더. 태일족이 네 신물들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해.”
“태일족도 강한가?”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강하지. 그중에서도 태일생수(太一生水)라는 자는 태일족 뿐만 아니라, 신고계 전체를 통틀어 최강자로 꼽히는 무인이야. 그들이 만약 네가 가진 두 신물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틀림없이 눈독을 들이고 있을 거야!”
엽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자신이 또 이렇게 세인들의 주목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법!
엽현은 꿋꿋이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고자 했다.
바로 이때, 정지가 갑자기 엽현 앞에 나타나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가지 재밌는 소식을 갖고 왔다. 태일족이 이곳에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