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52
1853화 머리로는 그대를 따라올 사람이 없군!
태일족!
엽현은 머릿속이 멍해졌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이때, 뭔가 떠오른 듯 엽현이 정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자 정지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내가 알려준 게 아냐! 성당과 고마족이 모두 널 노리고 있으니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성주, 결정은 내렸소?”
“…….”
정지는 엽현이 무얼 묻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엽현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성주,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이번에도 놓친다면 다시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대는 영원히 이 우주에서 벗어날 수도 없소. 왜냐하면 그대의 수련 방향은 완전히 틀린 것이니까!”
“수련 방향이 틀렸다고?”
정지의 물음에 엽현이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청아가 그렇게 말했소!”
“…그 말이 사실인가?”
“하하, 믿지 못하겠으면 관두시오!”
엽현은 소안의 손을 잡고서 곧장 돌아섰다.
이때, 소안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가면 가는 거지 왜 손은 잡고 그래?”
“미안, 습관이 돼 놔서… 헤헤…….”
“습관?”
소안이 무슨 말을 더 하려 하자, 엽현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소안, 태일족에 대해서 말 해줘. 곧, 그들과 접촉하게 될 테니까.”
소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이 손부터 좀 놔줄래?”
이에 엽현이 정색하며 말했다.
“소안, 혹시 내가 흑심을 품고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
“난 그런 사람 아냐!”
“그럼 손은 왜 잡은 건데?”
“그야…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지! 태일족이란 말을 듣고 마음이 굉장히 불안해졌었는데, 네 손을 잡으니 조금 편안해졌어.”
“정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야! 그래도 네가 싫으면 잡지 않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엽현은 여전히 손을 놔 주지 않았다.
이에 소안이 반쯤 포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태일족이 강하긴 하지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엽현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혼자인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어?”
“…그리고 나도 있잖아.”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는 소안을 바라보았다.
“계속 곁에 남아 줄 거야?”
소안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안, 넌 정말 좋은 아이구나!”
“어디가 좋은데?”
소안이 엽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이에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다 좋아!”
바로 이때, 정지가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엽현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성주, 이게 무슨…….”
“태일족에서 보낸 건 다름 아닌 태일생수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소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태일생수가 직접 왔다고?”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엽현이 소안에게 물었다.
“태일생수가 그렇게나 강해?”
“보통 강한 정도가 아니야! 당시에도 매우 강했으니, 지금은 더더욱 강해졌겠지. 게다가 태일생수의 실력은 고명보다도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엽현은 긴장한 표정으로 소안의 손을 꼭 붙들었다.
“그럼 난 이제 어떡해?”
“…….”
소안은 굳어버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일생수가 엽현을 노린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이때, 정지가 끼어들었다.
“너도 사람을 부르면 되지 않느냐?”
엽현이 웃으며 정지를 돌아보았다.
“성주, 도대체 원하는 게 뭐요?”
“말하지 않았느냐? 손을 잡자고!”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말하지 않았소? 그대는 성의가 없다고.”
“성의란 원래 양측이 동일하게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동일?”
엽현이 코웃음을 치며 정지를 응시했다.
“성주, 그대는 내가 그대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시오?”
“…….”
“청아를 만나 보았으면 알 거 아니오?”
정지는 엽현을 노려보며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이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대가 내게 필요한 사람일까? 그대 말대로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청아를 불러도 되는 것이 아니오?”
“너는 왜 이렇게 내게 적대적이지?”
“하!”
엽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손으로 미간을 짚었다.
“몰라서 묻소? 오히려 꾸준히 내게 적의를 드러낸 것은 그대이지 않소?”
“너에 대한 적개심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감히 그럴 수도 없지. 내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있는데 들어 볼 테냐?”
“생각? 무슨 생각?”
엽현이 호기심을 보이자, 정지가 씩 웃으며 엽현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너와 단둘이만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 소안이라면 신경 쓸 것 없소. 어차피 우리는 같은 편이나 마찬가지니, 그냥 이 자리에서 말 하시오.”
이 말에 소안이 엽현을 흘끔 쳐다보았다.
정지 역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엽현, 너와 안무군은…….”
이때, 엽현이 짜증을 내듯 소리쳤다.
“아, 그래서 말을 하는 거요, 마는 거요?”
순간, 정지가 눈을 크게 뜨고 엽현을 쳐다보았다.
“같은 여잔데 왜 이렇게 차별을 두는 거지?”
“그야 당연하지 않소? 그대는 내 여자가 아니니까!”
“내 여자? 그럼 소안은 네 여자고?”
엽현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역시 말로는 이 여인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엽현은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아,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요? 아직도 결정 안 했소?”
이 말에 정지가 웃음기를 거두더니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내 계획이란 바로…….”
잠시 후, 정지의 말을 경청한 엽현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머리로는 그대를 따라올 사람이 없군!”
“하하, 그럼 잠시 기다리거라!”
이 말과 함께, 정지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정지가 떠난 후, 소안이 엽현에게 말했다.
“저 여자, 믿을 수 있어?”
“당연하지!”
엽현이 자신 있게 대답하자 소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믿어?”
“왜냐하면… 저 여자는 청아를 만났으니까!”
소안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엽현이 웃으며 설명했다.
“청아를 만난 사람은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없어. 그게 당연한 거야.”
이 대화를 끝으로 엽현은 소안의 손을 잡고서 자리를 떠났다.
만약 정지가 청아를 만난 적이 없었다면, 엽현이 정지를 신뢰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지는 청아를 만났다.
뿐만 아니라, 청아에게 호되기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 여우 같은 여자가 스스로 엽현을 찾아올 일은 없었을 테니까…….
* * *
정지의 궁전.
고명은 곧장 정지의 궁전을 방문했다.
대전 안, 고명과 마주 선 정지가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고 족장, 앉으시오.”
고명이 자리에 착석하며 입을 열었다.
“엽현의 실력은 내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었소.”
정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소? 놈을 얕보아선 안 된다고.”
“그도 그렇고… 사실, 난 그놈의 배후라는 소복의 여인에게 더 흥미가 끌리는구려.”
이 말을 들은 순간, 정지는 손이 저릿해 옴을 느꼈다.
그 여자에게 흥미가 있다고?
정지는 당장이라도 고명의 뺨을 후려치며 소리치고 싶었다.
‘네 놈이 그녀의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주제를 알아야지!’
고명이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소복의 여인과 겨룰 자격은 없었다.
고명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성주, 그 여자의 행방을 알고 있소?”
정지는 재빨리 표정 관리를 하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오.”
이때, 고명이 정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듣기로는 성주께선 시광도류를 통해 그 여인을 만났다던데…….”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 그러나 짧게 한 번 본 것이 전부요.”
“그렇다면 그대가 보기에 어떻소? 두 사람의 실력을 비교한다면 누가 낫다고 할 수 있겠소?”
정지의 입가가 실룩였다.
비교는 얼어 죽을 비교!
정지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고명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성주?”
정지는 황급히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내 생각엔 그대와 그 여인의 실력은 백중세인 듯하오.”
“백중세!”
이 말에 고명이 환하게 웃었다.
“이 우주 어딘가에 그런 인물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소! 재밌군!”
정지가 따라 웃으며 대꾸했다.
“확실히, 나 역시 그런 자가 또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소.”
고명은 문득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쩌면 지금쯤 성명문이 그녀의 소식을 알아냈는지 모르겠구려.”
이 말에 정지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고명은 소복의 여인을 찾는 데 진심이었던 것이다.
정지는 속으로 탄식했다.
사실 그녀의 속마음은 대단히 복잡했다.
고명이 그 여인을 과소평가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고명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 수준의 평가를 내린 것이었다.
필경, 그녀가 진짜로 이 우주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정지 자신을 포함해서.
사실, 엽현을 치기로 한 순간부터, 자신들의 패배는 결정된 것이었다.
그 괴물 같은 여인을 배후로 둔 엽현을 어떻게 이길 수 있으랴!
이것이 바로 정지가 엽현 편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였다.
엽현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소복의 여인이 이 우주로 복귀하기만 한다면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테니까.
그 여인이 한 번 소매를 펄럭이기만 해도 성당과 고마족은 영영 사라질 게 틀림없다!
“참, 성주. 태일성수도 이곳에 와 있다던데 그대도 알고 있었소?”
생각을 갈무리한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소.”
“후후, 어떻게 생각하시오?”
정지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원래 계획대로 손을 잡고 엽현을 칠 것이오!”
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뜻과 일치하는구려.”
이때, 정지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 족장, 엽현의 위치를 찾았다는 전갈이오!”
순간, 고명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게 어디요?”
“갑시다! 직접 안내하겠소!”
말을 마친 정지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고명 역시 진중한 표정으로 빠르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 * *
이 시각, 엽현은 어검을 타고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처럼 소안이 함께 했다.
바로 이때, 정지와 고명이 두 사람 앞에 불쑥 나타났다.
두 사람을 마주한 순간, 엽현의 눈동자가 과장되게 커졌다.
“그, 그대들이 어찌…….”
“고 족장! 내가 안무군을 맡겠소!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오!”
정지의 말에 고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신외화신을 펼쳐냈다.
막 대전이 펼쳐지려는 이때, 고명이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돌아섰다. 이때, 한 줄기 검광이 이미 그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출수한 이가 엽현이 아닌 정지라는 사실이었다!
예상치 못한 습격에 고명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양팔을 교차했다.
쾅-!
검광이 흩뿌려지면서, 고명이 크게 밀려났다.
이 순간, 엽현과 정지, 그리고 소안이 동시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삼인 합격!
절제절명의 순간, 갑자기 초대하지 않은 그림자 하나가 장내에 불쑥 난입했다.
콰쾅-!
경천동지의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두 개의 그림자가 주르륵 밀려났다.
다름 아닌 엽현과 소안이었다.
한편, 이때의 고명의 곁에는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중년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소안과 정지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태일생수!
태일족 최강의 무인의 등장이었다!
이때, 고명이 정지를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성주, 그대는 처음부터 우리를 이용하려 했소. 하지만, 그건 이쪽 역시 마찬가지였소. 그대 생각에 우리 고마족이 이 정도 패도 준비해 두지 않을 줄 알았소?”
“훗, 방심했군.”
정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뭐 하고 있어? 네 누이를 부르지 않고?”
“…….”
엽현은 말이 없었다.
부를 수 있었다면 진작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청아를 어떻게 불러낸단 말인가!
“하하, 농담이라도 못 한다는 말은 하지 마라! 어서 부르라니까!”
정지의 독촉에 엽현이 난처한 미소를 보였다.
“오늘 날씨도 좋고 한데, 특별히 살려 보내 주는 건 어떻소?”
정지가 황당한 표정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이에 엽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성주, 청아가 고작 저딴 자들을 상대하러 이곳까지 와야겠소?”
“…….”
정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두 사람을 상대하기에 그 여인은 너무나 고고한 존재였다.
이때, 정지가 뭔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동생은 그리 강한데 너는 왜 그런 것이냐?”
“…….”
엽현이 고민 끝에 대답했다.
“사실 나 역시 항상 그 부분이 궁금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