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56
1857화 확실히 두려워할 만한 존재요
부친을 구하라고?
엽현은 어이가 없어서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를 본 정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뭘 멍청하니 서 있어? 빨리 안 가면 네 부친이 위험하다고!”
“성주,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들이 왜 아버지를 찾아가는 거요?”
정지가 혀를 차며 대답했다.
“그 작은탑은 네 부친이 물려준 거 아니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바로 이유야!”
엽현은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날 죽이고 뺏으면 될 것이지 왜 아버지를 찾아간단 말이오? 나는 이 부분이 이상한 거요.”
“음…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후환을 없애려는 것일 수도 있지. 네가 죽으면 네 부친이 가만히 있겠느냐? 어차피 싸우게 될 거 미리 가서 제거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아하!”
“아하는 무슨! 이딴 질문 할 시간에 빨리 그를 구하러…….”
이때, 정지가 뭔가 떠오른 듯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설마… 네 부친은 그 정도로 약하진 않은 것이로구나!”
엽현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보다 조금 강한 정도일 뿐이오.”
“단지 너보다 조금 강하다고?”
석연치 않은 정지의 시선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조금!”
정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이지 너는… 한 마디도 거짓이 아닌 것이 없구나.”
“…….”
“그래서, 네 부친에게 갈 거냐?”
사실 정지는 엽현의 부친을 만나보고 싶었다.
실력이 어떠한지는 차치하고, 도대체 어떤 작자이기에 이런 뻔뻔한 아들을 두었는지 인간적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가야지! 위치가 어디요?”
“신고성역 북단! 이곳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이다. 정보에 따르면 네 아버지가 그곳에 나타난 적이 있다고 한다. 성명문의 강자들이 뒤를 쫓고 있다니 놓치진 않을 거다.”
엽현은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부친이 왜 아직도 이 우주에 남아 있는 걸까?
혹시 엽현 자신이 죽게 될까 봐 걱정돼서?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청삼남은 당연히 그럴 위인은 아니었다.
그는 엽현이 고생하면 고생하길 바랐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을 만한 인정머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부친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직 이 우주를 떠나지 않은 걸까?
엽현은 궁금증이 폭발했다.
“꾸물거릴 시간 없다! 신고성역으로 가자!”
정지의 음성에 정신이 든 엽현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어느 이름 모를 성역, 태일생수와 고명이 빠른 속도로 성공을 가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다름 아닌 신고계로의 복귀였다.
“태일 공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굳이 엽현의 부친을 찾아갈 것까지는 없는 것 같소. 엽현이 비록 그 신검을 이용해 어디든지 숨을 수 있다지만, 그의 친구들을 인질로 붙잡는다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 아니오?”
태일생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고 있소.”
“그런데 왜 굳이…….”
고명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보자 태일생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고 족장은 엽현의 내력이 궁금하지 않소?”
엽현의 내력!
고명의 안색이 순간 심각해졌다.
당연이 궁금했다. 특히, 엽현의 배후라는 그 두 사람, 그중에서도 엽현의 신검을 만들었다는 소복의 여인에 대해서는 고명의 궁금증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상대는 결코 일반 무인일 리 없었다.
오히려, 우주 최강급의 고수일 가능성이 높았다.
태일생수가 말을 이어갔다.
“엽현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의 실력이 아니라, 바로 그의 뒤에 숨어 있는 배후라 할 수 있소. 약관에 불과한 사내를 그 정도까지 길러냈다는 것만으로도 간단치 않은 자들임을 알 수 있소. 특히, 그 소복의 여인은 능히 시공지도를 검 속에 녹일 수 있을 정도이니…….”
순간, 태일생수의 표정에서 우려 섞인 감정이 드러났다.
이 여인은 절대 만만치 않은 존재요. 이 우주에 그런 강자가 존재할 줄은 전혀 몰랐구려!
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두려워할 만한 존재요.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던 거요?”
태일생수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흐음… 나 역시 그 점이 의아하오. 원래라면 그런 사람이 무명으로 존재할 리가 없겠지만…….”
이때, 태일생수가 문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그 여인과 엽현이 정말로 외부에서 온 자들일 가능성은…….”
이에 고명이 즉각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오!”
“어째서 그리 말하시오?”
고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엽현 그놈은 남을 말로써 우롱하기를 즐겨하는 놈이오. 그놈이 말한 외래인이니 하는 것은 전부 거짓일 가능성이 높소!”
“흠… 어쨌든 기왕 엽현의 부친을 찾았으니 한 번 만나봐야 하지 않겠소? 어서 가서 확인해 봅시다. 엽현의 배후가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를!”
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고명 역시 엽현의 배후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하던 차였다.
이때, 태일생수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기왕이면 강했으면 좋으련만. 너무 약하면 재미가 떨어질 테니!”
“하하, 그러길 바라봅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한바탕 웃더니, 이내 성공 끝으로 사라져갔다.
* * *
같은 시각, 엽현 등 세 사람 역시 고신성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다만, 태일생수 등 보다는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청현검 덕분이었다.
엽현은 신고계가 어딘지 몰랐지만, 소안과 정지가 알고 있으니 청현검의 기능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세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 신고성역에 도착했다.
갑자기 신고성역이 눈앞에 나타나자, 소안과 정지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이지 번개와 같은 속도로 도착했던 것이다!
신고성역에서 이름 꽤나 날린 소안과 정지라 할지라도 이 정도 거리를 이동하려면 족히 보름이 필요했다.
하지만 엽현과 함께한 지금은 눈 몇 번 깜빡일 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속도였다!
이때, 정신을 차린 정지가 엽현을 보며 말했다.
“네 검은 우주의 시공을 무시하는 게 가능한 거로군!”
정지는 엽현이 들고 있는 청현검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역시, 네 여동생은 보통 무서운 존재가 아니야!”
이 말을 듣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이오! 청아도 나처럼 아주 대단한 사람이지!”
“…너의 어디가 그렇게 대단하다는 거냐?”
엽현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대단한 여동생을 가진 것도 사실 대단한 능력 아니오?”
정지가 멍하니 엽현을 응시하다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뻔뻔한 걸로 치면 고금을 통틀어 네가 최강이다.”
“…….”
소안은 말없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때의 그녀는 다소 감상에 젖은 상태였다.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곳을 아주 오랜만에 방문했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확인한 엽현이 소안 곁으로 다가갔다.
“일단 성당부터 돌아볼까?”
“그래! 안무군, 오랜만에 왔으니 성당부터 가 봐야지 않겠어?”
정지 역시 웃으며 소안을 부추겼다.
이에 소안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정지를 바라보았다.
“필요 없어!”
소안의 싸늘한 말투에 정지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분을 일으킬 때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해결한 것은 역시 태일족과 고마족이었다.
이들이야말로 현재 성당에 가장 큰 위협이었다.
이때, 엽현이 제안했다.
“그럼 먼저 북극성역부터 가 봅시다!”
이 말에 정지가 주저하듯 말했다.
“나는 성당부터 가 봐야 할 것 같아. 준비할 게 있거든.”
“준비? 무슨 준비?”
정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명백히 너와 한패가 되었는데, 고마족과 태일족이 성당을 가만히 내버려 두려 할까? 그들이 돌아오면 반드시 응징하려 할 테니, 그에 상응하는 준비를 해 놔야만 해!”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군! 그럼 성당을 먼저 갑시다!”
정지가 소안을 향해 또 무어라 이야기하려 하자, 엽현이 막아섰다.
“성주, 그만하고 갑시다. 시간 없소.”
정지가 엽현을 흘끔 쳐다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세 사람은 성당으로 향했다.
엽현은 한눈에 소안이 성당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쨌든 한 때 성당의 성주였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잠시 후, 세 사람은 성당에 도착했다. 성당은 성역(聖域)이라는 독립된 세계에 존재했다.
성역에 진입한 순간, 백의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세 사람을 맞았다. 이때, 소안의 얼굴을 확인한 노인이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 그대는 안무군…….”
소안은 평정을 유지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의노인은 큰 적을 마주한 듯 경계의 시선을 풀지 않았다.
이때, 곁에 있던 정지가 불쑥 말을 꺼냈다.
“쯧쯧… 그사이 내 얼굴마저 까먹은 건가?”
이 말에 화들짝 놀란 노인이 황급히 예를 차렸다.
“성주! 오셨습니까!”
“그렇게 긴장할 것 없다. 안무군이 널 잡아먹지는 않을 테니까.”
백의노인은 소안을 흘끔 쳐다보았다. 여전히 그의 마음속엔 의혹이 풀리지 않은 채로 존재했다.
성주가 어쩌다 안무군과 함께 나타난 것일까?
설마 화해라도 한 건 아니겠지?
이때, 정지가 말했다.
“외부에 나가 있는 성당의 무인들은 이시간부로 모두 복귀한다! 당장 명령을 하달하거라!”
이에 백의노인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정지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을 보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존명!”
말을 마치기 무섭게, 노인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먼저 사부를 봬야겠어.”
소안은 익숙한 듯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정지는 소안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소안이 말한 사부는 바로 정지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엽현은 서둘러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혹시나 두 여인이 싸움을 벌일 상황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소안을 따라나선 엽현은 어느 숲속 동굴에 진입했다. 동굴 안쪽에는 백여 개의 영패가 놓여 있었다.
성당 선조들의 위패를 모신 것이었다.
비록 수련을 통해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순 있지만, 진정한 영생에 이르지는 못하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무인이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소안은 영패 중 하나 앞에 멈춰 섰다. 천천히 무릎을 꿇은 소안은 잠시 그 앞에서 침묵했다.
엽현은 조용히 한편으로 물러났다.
이때, 동굴 밖에는 정지도 도착한 상태였다.
“성주…….”
엽현이 멋쩍게 미소를 짓자,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무슨 말 하려는지 아니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엽현은 소안과 정지 사이의 일은 자신이 중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한 가지 해결 방법은 있었다.
모두 엽현 자신의 여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미친!’
엽현은 스스로의 생각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사람이 어찌 이런 저급한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때, 정지의 앞에 허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영은 엽현을 보더니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허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성명문이 북극성역에 진법을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수만의 무인이 동원됐고, 여기에는 성명문 문주 또한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순간, 정지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놈들이 뭘 하는 것이냐?”
허영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정지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그녀의 눈빛은 매우 무겁게 변해 있었다.
“놈들은 분명 네 아버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위험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