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57
1858화 내게 기회를 주겠소?
아버지를 노린다고?
엽현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자기를 노리는 자들은 하나 같이 부친이나 청아를 찾아가는 걸까?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이때, 정지가 말했다.
“네 부친의 실력은 어느 정도지?”
정지는 이미 청삼남에 대해 조사 한 바가 있었다. 알아낸 것은 청삼남이 검맹의 검주라는 것 달랑 하나 뿐이었는데, 이 검맹의 실력은 실로 형편이 없었다.
그럼에도 정지는 엽현의 부친이 평범한 무인은 아닐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엽현의 혈맥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대답했다.
“나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요.”
“솔직히 말해 봐.”
“솔직히 말하면 실제로 겨뤘을 때 오대 오 정도?”
정지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정말로?”
엽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는 사실이오!”
“…널 믿느니 개가 똥을 끊는단 말을 믿지.”
“…….”
이때, 조금 전의 백의노인이 다시 나타났다. 노인이 정지를 향해 예를 차리며 말했다.
“성주, 분부하신 대로 모든 무인을 불러들였습니다!”
정지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노인은 엽현을 흘끔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때, 동굴 안쪽을 향해 있던 정지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널 상당히 아끼는 모양이다.”
“소안이 나를?”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네가 아니었더라면, 이미 나를 죽이려 들었을 거다.”
엽현의 안색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그대들 사이의 일은 도대체…….”
“흥! 이미 죽어버린 그 영감탱이는 내가 그녀만 못하다고 깎아내렸지만, 나는 결국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했다!”
이 말과 함께, 정지가 차갑게 돌아섰다.
정지의 뒷모습을 바라본 엽현은 부친에 대한 정지의 원망이 대단히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엽현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지를 설득하려 하진 않았다. 그녀가 겪은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관여할 수 있단 말인가!
상대의 고통을 모르면서 간섭할 순 없는 일이었다.
바로 이때, 소안이 동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에게 다가온 소안은 주변을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예전에 내가 알던 익숙한 곳이 아니야.”
“걱정 마. 내가 곁에 있으니까.”
소안은 엽현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엽현이 소안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엽현은 소안의 의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그녀의 손을 붙잡고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소안은 거부하지 않았다.
이때, 엽현이 문득 소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뭐가?”
소안이 의아하게 여기자 엽현이 대답했다.
“정지를 공격하지 않은 건 전적으로 나 때문이란 걸 알아.”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소안이 대답했다.
“지금은 그녀와 성당의 조력이 필요할 때야.”
엽현이 무어라 대꾸하려는 이때, 정지가 두 사람 앞에 불쑥 튀어 나왔다. 두 사람이 손을 붙들고 있는 것을 본 정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야, 뭐야? 정말로 사귀기라도 하는 거야?”
엽현이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성주, 무슨 정보라도 들어온 거요?”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태일생수와 고명이 신고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렇게 빨리?”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성명문의 조력이 있었겠지.”
“도대체 그 성명문은 어떤 세력이오?”
정지가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온갖 잡동사니를 연구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지. 특히, 시공지도에 대한 연구에 상당히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은 그렇게 강하진 않지만, 아주 약한 것도 아니다. 주제에 신제 하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지. 다만,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지금까지는 전무하다. 이들의 장기는 바로 시공을 다루는 일이다. 그들이 시공을 빚어 만든 전송진은 일품으로 여겨지지. 원래라면 족히 보름은 걸리는 길도, 이들의 전송진을 이용하면 단 며칠 만에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태일생수나 고명 같은 강자의 경우에는 더욱 빨리 이동하는 게 가능한데, 이는 그들이 시공 전송진에 존재하는 저항조차 무시할 정도의 강자기 때문이지.”
이때, 정지가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실 성명문은 중립을 견지하는 자들로, 세력들 간의 알력 싸움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고마족과 태일족의 편에 붙었지. 아마도, 그들이 혹할만한 무언가를 약속받은 것이겠지.”
“청현검!”
소안의 말에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현검 정도라면 성명문을 충분히 움직이고도 남을 테지. 그들의 성격상 탑이나 청현검을 연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을 테니까.”
이때, 엽현이 진지한 투로 물었다.
“혹시 지난번에 말했던 성명문이 북극성역에 만든 진법에 대해 새로 들어온 정보가 있소?”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현재 진법 주변엔 삼엄한 경비가 세워져 있는 상태라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 추측은 역시 네 부친을 잡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
이때, 소안이 말했다.
“일단 북극성역으로 가 보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엽현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과연 어떤 멍청이들이 부친을 노리고 있는 것인지.
“그냥 이렇게 가자고?”
“그러면? 무슨 준비가 또 필요하오?”
정지의 물음에 엽현이 되물었다.
이에 정지가 엽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꾸했다.
“아무리 봐도 부친을 걱정하는 것 같지가 않군! 말해봐. 그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엽현 또한 정색하며 대답했다.
“성주, 이미 말하지 않았소! 나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라고. 정말이오!”
정지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런데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친아버지가 아니냐! 세 개의 거대 세력이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태평할 수가 있는 게냐!”
“아, 사실 나도 긴장한 상태요.”
엽현이 눈을 깜빡이며 대답하자, 정지는 할 말을 잃었다.
“하하, 여기서 이럴 시간 없소. 어서 구경, 아니, 아버지를 구하러 갑시다!”
말을 마친 엽현은 소안을 데리고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정지는 엽현의 뒷모습을 보며 못마땅한지 혀를 끌끌 찼다.
“저, 저…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라고! 에잉!”
정지는 두 사람을 따라 신형을 날렸다.
* * *
북극성역은 신고성역 최북단에 위치했다. 황량하고 영기가 부족하기에 이곳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설령 있더라도 실력이 고만고만한 산수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날, 북극성역의 어느 산맥에는 만 명이 가까운 절정 고수들이 모여들었다.
성명문!
노인 하나가 골짜기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연신 눈살을 찌푸린다.
노인은 바로 성명문의 문주, 도성자(道星子)였다.
노인의 시선을 따라 계곡 아래쪽에는 거대한 성망진(星芒陣)이 설치돼 있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었으나, 수백 명의 성명문 진법사들이 달라붙어 기이한 부문을 끊임없이 그려 넣고 있었다.
바로 이때, 도성자 곁에 두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고명과 태일생수였다.
이들은 원래 보름 정도 후에나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성명문의 도움으로 그 기간을 며칠로 줄일 수 있었다.
“엽현은 이미 신고성역에 와 있소.”
도성자의 말에 태일생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빨리?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이오?”
도성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두 분이 말한 것처럼 그가 가진 검의 시공지도는 정말로 이 우주의 시공을 무시할 수 있는 것 같소이다.”
태일생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검이라면 이곳까지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오. 어쩌면, 그 검이 함유하고 있는 시공지도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것일지도 모르겠소.”
순간, 도성자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검이 어디로 귀속될지는 우리 성명문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누가 검을 차지하든, 우리가 삼 개월 동안 연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 주셔야 하오!”
태일생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오!”
태일생수가 고명을 쳐다보자 고명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아무 문제 없소이다!”
이에 안심한 도성자가 진법을 향해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진법이 완성되면 시공을 역행해서 그 남자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낼 수 있소.”
태일생수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 진법은 그저 시공을 거스르는 것만은 아니구려!”
도성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잘 보셨소. 시공을 역행하는 것 외에도 두 개의 시공을 교환할 수 있소. 다시 말해, 그 남자가 있는 시공을 이쪽으로 통째로 불러올 수 있다는 소리요.”
“그런 게 가능한 거요?”
고명은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에 도성자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오. 시공지도의 오의는 오묘하고 무궁무진하오. 선조의 말씀에 따르면 시공지도를 극성으로 익힐 수만 있다면 시공역전은 물론 미래까지 바꿀 수 있다고 하오.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가 시공역전을 통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이오.”
“성명문의 선조 중에서 이를 해낸 사람이 있었소?”
태일생수의 물음에 도성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안타깝게도 끝끝내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소.”
이 말에 태일생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듣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구려.”
“하지만 그 신검만 있다면…….”
이때, 태일생수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조바심낼 것 없소. 어차피 엽현은 신고성역에 있지 않소? 그의 부친만 잡게 된다면 신검을 차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오.”
엽현은 시공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 주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엽현의 부친만 사로잡을 수 있다면 엽현은 자신들과 얼굴을 맞대고 거래를 해야 할 것이다!
도성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시선을 아래로 가져갔다. 바로 이때, 성망진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완성된 것이오?”
고명의 말에 도성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도성자는 양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더니, 알아듣지 못할 말로 주문을 외웠다. 이때, 성망진 위의 시공에 왜곡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장내, 성명문의 모든 진법사들이 일제히 손을 들고서 주문을 외웠다.
시간이 갈수록 성망진 위의 시공은 기이한 모습으로 뒤틀려갔다.
고명과 태일생수는 이 왜곡된 공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잠시 후, 시공 속에서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청삼을 입은 남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이를 보자, 도성자가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시공대환(時空對換)!”
“시공대환!”
나머지 성명문 강자들이 울부짖듯 소리친 순간,
쾅-!
성망진 위의 시공이 허황된 모습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공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모두의 시선 속에 청삼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분신이 아닌 본체였다!
하지만 청삼남은 여전히 이곳이 아닌 다른 시공에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특수한 방법을 통해 이곳에 현신한 것뿐이었다.
이때, 하얀 털이 귀엽게 난 작은 아이 하나가 청삼남의 어깨 위에 나타났다. 아이는 호기심이 가득찬 눈으로 연신 주변을 돌아보았다.
소백!
절벽 위, 도성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잡았다!”
주변을 살피던 소백은 의아한 표정으로 청삼남을 쳐다보았다.
왜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느냐고 묻는 듯했다.
사실 도성자의 능력으로는 청삼남을 강제로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청삼남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전적으로 그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청삼남이 무덤덤한 투로 입을 열었다.
“이 사고뭉치가 또 사고를 쳤나 보군! 날 설득할 합리적인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려야겠어!”
“…….”
이때, 절벽 위의 도성자가 고명과 태일생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시작하시오! 진법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기운이 필요하오! 오랜 시간을 끌 수 없소!”
태일생수가 웃으며 고명을 바라보았다.
“고 족장, 그대가 먼저 하겠소? 아님 내게 기회를 주겠소?”
고명이 청삼남을 흘끗 쳐다보고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