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62
1863화 왜 갑자기 인간을 멸하라는 겁니까?
“그 여자의 실력은 정상의 범주를 한참 넘어섰다.”
노인의 말에 여인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울타리 안에 인간을 가두는 것은 호랑이를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앞으로 저 여인처럼 금제를 풀고 울타리 밖으로 빠져나올 인간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여인은 노인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족장,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인간이 완전히 각성하기 전에 그들을 멸절시켜 우리 신인족의 후환이 되는 것을 미리 차단해야 합니다.”
“흐음…….”
엄숙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노인.
노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신인족의 족장 마염(摩閻)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마염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작정 멸망시켜버리면, 우리 신인족 또한 신앙지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계에 존재하는 모든 수련 방법은 사실 신인족이 제공한 것이었다. 사람이 신인족이 만든 무공을 수련하면 신앙지력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렇게 생성된 신앙지력은 다시 신인족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마치, 인간이 소산물을 얻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행위인 것이었다.
“하지만 족장, 보시다시피 우리가 쳐 놓은 울타리를 넘는 인간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들의 성장이 일정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속 저들을 성장하게 내버려 둔다면, 궁극적으로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저들이 약할 때 싹을 잘라내지 않는다면 훗날 방금 전 여인 같은 괴물이 출현할지도 모릅니다!”
여인의 반론에 마염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확실히, 백애를 죽였다는 것은 저 인간 여인의 실력이 이미 가공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그녀가 만약 신인족의 신인문명을 접하기라도 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마염이 싸늘하게 변한 표정으로 여인을 향해 말했다.
“액언(厄言), 이 일은 네가 맡아서 처리하거라!”
인족 멸망!
액언의 말대로 금제를 벗어난 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인간들이 자신들이 쳐 놓은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만에 하나, 인간들이 대량으로 신인계로 넘어온다면, 이는 곧 신인족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신인족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만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여인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마염은 문득 고개를 들어 먼 성공을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기운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특수한 비술로 은신한 게 틀림없다.”
마염이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여인을 찾아내거라! 반드시 산 채로 잡아야 한다!”
이때, 한쪽에서 중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존명!”
액언은 신인계를 떠나 어느 미지의 성역에 도착했다. 이곳에 막 발을 디딘 순간, 인간 노인 하나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노인은 액언을 보자 공손히 예를 차렸다.
“신상(神上)을 뵈옵니다!”
액언은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인류를 멸망시킨다.”
인류 멸망?
노인은 순간 멍해졌다.
이에 액언이 웃으며 재차 말했다.
“못 알아들은 것이냐?”
정신을 차린 노인이 크게 당황하며 대꾸했다.
“드, 들었습니다. 감히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인간을 멸망시키겠다고 하시는 겁니까?”
액언은 노인 바로 앞으로 다가오더니, 노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쓸데없이 말이 많구나. 당장 이곳에 있는 인간들을 모두 모아 오너라. 지금 당장!”
노인은 너무나도 당혹스러웠지만 감히 더는 묻지 못했다. 예를 차린 노인은 서둘러 어딘가로 향했다.
잠시 후, 수십 명의 무인들이 액언 앞에 나타났다. 이들 역시 인간이었다.
이들은 신인족이 특별히 관리하여 키워 낸 인간들이었다.
신문(神門)!
이들의 역할은 신인족의 명을 받아 인류를 통제하는 것이었다.
액언 앞에 도열한 신문의 무인들은 더 없이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에게 있어 액언은 말 그대로 ‘신’이었다.
액언이 무인들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우리 신인족은 너희 인간들을 멸망시키기로 결정했다. 물론, 줄곧 우리에게 충성을 다한 너희들은 살려 둘 것이다. 인류를 멸망시키는 일은 전적으로 너희에게 일임하겠다. 임무를 완수한 후, 너희는 나와 함께 돌아가 신인족의 신도문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류를 멸하라!
신문 무인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왜 갑자기 인간들을 죽이라고 하는 것일까?
액언은 무인들의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재차 말을 꺼냈다.
“문제라도 있느냐?”
이때, 노인 하나가 앞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
“신상, 왜 갑자기 인간을 멸망시키라 하시는지…….”
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액언이 가볍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쾅-!
말을 하던 노인은 그대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보자, 무인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뒤덮였다.
액언이 씩 웃으며 말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될 일이다. 이유 따위는 묻지 않는다. 알겠느냐!”
무인들이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존명!”
“바로 시작하거라. 언제 어떤 식으로 멸망시킬지는 너희가 알아서 생각하거라. 한 달 후,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 땅에서 더는 인간을 볼 수 없길 바란다!”
말을 마친 액언은 곧장 돌아섰다.
남겨진 무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때, 신문의 무인 하나가 우두머리로 보이는 노인 곁으로 다가왔다.
“장로(章老), 신인족이 왜 갑자기 인간을 멸하라는 겁니까?”
장로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구나.”
“장로조차도 모른다면…….”
이때, 장로가 조용히 말했다.
“당시, 우리에게 신혼을 주조할 것을 강요한 여자를 기억하느냐?”
이 말에 무인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인은 모두의 뇌리 속에 똑똑히 박혀 있었다.
당시, 그 여인은 단칼에 석문을 깨부수고, 그것도 모자라 장로를 일검에 죽일 뻔하지 않았던가!
장로의 표정에 복잡한 기색이 깃들었다.
“인간들 중 신인족의 금제를 풀고 나오는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인족은 분명 이 점을 염려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를 통해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것이겠지.”
이때, 누군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금제를 풀었던 것입니까?”
무인들의 시선이 장로에게로 모아졌다.
이들 역시 이 부분이 매우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로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건 나도 모른다. 확실한 건 이미 누군가는 신인족의 울타리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울타리를 뚫고 나올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신인족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지.”
“장로, 정말로 인류를 멸망시켜야만 하는 겁니까?”
이 질문에 장로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인간이 멸망하지 않으면 우리가 신인족에게 멸망당할 것이다.”
순간, 장내에 침묵이 흘렀다.
신인족에게 대항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신인족 앞에서 그저 땅강아지에 불과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수련을 거듭하면서 이들 역시 신인족이 쳐 놓은 굴레를 벗어나고자 시도했었다. 하지만 이를 해 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장로 역시 완전히 굴레를 벗어날 순 없었다.
심지어 이마저도 신인족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들의 경지는 기껏해야 신혼경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신문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인족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때, 장로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인간을 멸망시킨다.”
무인들은 침묵했다.
아무도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인간이 사라지던가, 자신들이 사라지던가 둘 중 하나의 결과가 있을 뿐!
“가자!”
장로가 먼저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나머지 무인들이 장로의 뒤를 따랐다.
* * *
작은탑 내부.
엽현은 여전히 신격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소안의 지도가 있었기에 모든 과정은 순조로웠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엽현의 몸은 이미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신격(神格)!
이때의 엽현은 신격을 응집하는 중이었다. 일단 신격이 완성되면 그의 실력에도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청삼남과 형님이 남긴 검도 봉인도 해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삼 년 후,
입적한 고승처럼 고요히 앉아 있던 엽현이 돌연 눈을 번쩍 떴다.
쾅-!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사방의 공간이 격렬히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엽현이 오른손으로 살짝 내리누르자, 이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때, 소안이 엽현에게 다가와 그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완성이다!”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년간의 고행 끝에 결국 신격을 집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때, 엽현의 몸이 가볍게 떨리면서, 청아한 검명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순간, 무덤덤하던 엽현의 표정이 환희로 가득 찼다.
검도 봉인 해제!
엽현은 서둘러 청삼남이 남긴 검도 인장을 꺼내 들었다. 봉인이 풀린 인장 안에는 예상대로 검역의 후반부가 들어 있었다.
방촌검역(方寸劍域)!
방촌이란 찰나의 순간에 상대를 주살한다는 의미였다.
수비에 치중된 무적검역과 달리 방촌검역은 공격용 검기였다.
엽현은 참지 못하고 곧장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을 진행할수록 엽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방촌검역이 얼마나 무서운 살초(殺招)인지 확연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현기를 요구하는 방촌검역은 엽현이 사용하기에 다소 버거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살상력만큼은 극강을 자랑했다.
엽현은 식음을 전폐하며 미친 듯이 방촌검역을 수련했다. 더불어 발검정생사와 비검제두를 강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격경에 도달한 이후, 엽현의 실력은 엄청난 상승 곡선을 그려갔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정지가 작은탑을 방문했다.
엽현과 소안을 앞에 둔 정지는 이미 표정이 심각한 상태였다.
“큰일 났어!”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무슨 일이오?”
“신고성역 전체의 영기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뿐만 아니라, 무슨 연유에서인지 사령지기(死靈之氣)가 등장해 신고계를 집어삼키기까지 하고 있어! 문제는 신고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거야!”
엽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다른 곳?”
순간, 안색이 어두워진 엽현은 황급히 탑을 떠났다. 잠시 후, 청주에 도착한 엽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청주의 영기는 엄청난 속도로 고갈되고 있었고, 천지간에는 정지가 말한 대로 사령지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곧장 탁발언의 황궁으로 이동한 엽현은 황급히 검을 뽑아 휘둘렀다. 그러자 황궁 상공을 뒤덮고 있던 사령지기가 안개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또 다른 사령지기가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
이를 본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소안과 정지가 엽현 곁에 나타났다.
“이 사령지기는 도대체 어디서 흘러온 것이오?”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몰라. 어쨌든 우주 전체가 사령지기로 뒤덮여 있는 것만은 확실해!”
“우주 전체?”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 전체!”
엽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분명 우주 외부의 존재의 소행이 틀림없소!”
“나도 같은 생각이야.”
눈을 뜬 엽현이 정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누가 한 짓인 것 같소?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소?”
정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진 몰라. 그것보다 시급한 건 이 사령지기를 몰아내는 일이야.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주는 멸망하고 말 거야!”
엽현이 사령지기가 모인 곳을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