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67
1868화 내 힘으로는 역부족일 듯싶구나
신문(神門)!
이윽고, 돌문이 천천히 열렸고, 엄청난 위압이 사방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뒤이어 노인 하나가 문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장로!
장로는 곧장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너는 절대 인간을 지킬 수 없다!”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 말을 하는 그대 역시 인간이 아니오?”
“우리와 너희는 다르다!”
“음? 어디가 다르단 말이오?”
“우리는 신인이 될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다. 우리 신문은 앞으로 신역으로 들어가서 그곳의 문명을 받아들일 것이다. 인간 문명과는 차원이 다른 문명을!”
신역!
엽현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장로는 말을 이어갔다.
“원래는 평안한 안식을 주고 싶었으나, 네가 반항하는 바람에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부디, 우리의 무자비함을 원망하지 말거라!”
말이 떨어진 순간, 우주 전체가 진동하면서, 사방의 공간이 바둑판처럼 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갈라진 틈 사이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정확히 말하면 우주 전체가 불로 뒤덮인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보자 엽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처음부터 우주에 진법을 설치해 놓은 것이었군.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전체 우주를 동시에 파괴할 순 없을 테니까.”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엽현은 돌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저것부터 해결해야겠소!”
정지가 막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엽현이 돌연 검을 뽑아 들었다.
쉭-!
한 줄기 검광이 돌문 앞에 서 있던 장로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엽현이 출수한 것을 본 장로는 천천히 오른손을 내밀었다. 순간, 거대한 장인(掌印) 하나가 천지를 뒤덮으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콰쾅-!
엽현 머리 위의 공간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때, 엽현의 노호성이 울려 퍼졌다.
“참(斬)!”
쾅-!
검광은 그대로 장인을 꿰뚫었다. 이 순간, 장인이 사방으로 빛을 발산하며 폭발했다. 바로 이때, 청현검을 쥔 엽현이 장로 앞으로 신형을 날리며 검을 휘둘렀다.
장로가 막 응수하려는 이때,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이 그를 옭아매고 있었던 것이다!
방촌 검역!
엽현의 검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한 편의 검광이 장로를 휘감았다.
방촌지간(方寸之間), 멸살일체(滅殺一切)!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영혼체 하나가 검광 사이에서 튕겨져 나왔다.
장로의 영혼이었다.
폭발이 일어난 순간, 장로는 육신을 버리고 긴급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영혼은 반쯤 투명해진 상태였다.
단 일검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것이다!
엽현을 응시하는 장로의 표정은 불신으로 가득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때, 청현검이 엽현의 손을 빠져나왔다.
장로가 채 반응하지도 못한 순간, 검 끝이 장로의 미간을 꿰뚫고 나왔다.
쾅-!
장로의 영혼이 그대로 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혼을 흡수한 청현검은 잠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엽현은 손을 뻗어 청현검을 회수했다. 이때 엽현의 안색은 매우 창백해진 상태였다.
방촌검역으로 인한 소모가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엽현은 아직 방촌검역을 완전히 장악하진 못한 상태였다. 그의 방촌검역은 최대 능력치에 팔 할 정도에 불과했다.
만약, 청현검이 아니었더라면 방촌검역을 펼친 상태였다 하더라도 장로를 죽이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만큼 장로의 실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한편, 언지는 어둠 속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엽현이 장로를 일검에 죽인 것은 그녀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장로의 경지가 엽현보다 훨씬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지의 시선은 엽현의 청현검으로 이동했다.
그녀가 보기에 엽현이 방금 장로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검역 외에 저 신비한 검 때문이었다.
청현검에 대한 그녀의 호기심은 더욱더 깊어져 갔다.
엽현은 지체하지 않고 돌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바로 이때, 한 무리의 무인들이 문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전원 신문의 고수들이었다!
이들일 보자 엽현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어둡게 변했다.
상대의 머릿수가 지나치게 많았던 것이다!
이때, 소안과 정지가 엽현 곁에 섰다.
바로 이 순간, 웬 백발의 노인 하나가 엽현 곁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엽현은 이 노인은 알아보고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다름 아닌 청아와 바둑을 두고 있던 그 백발의 노인이었던 것이다!
‘이 자가 여긴 어째서?’
엽현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노인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또 만나는구나!”
“아니, 그대가 여긴 어찌…….”
“하하, 네가 도움을 호소하는데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엽현이 무어라 대꾸하려는 이때, 노인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오해할 것 없다. 당시 ‘그분’과 헤어진 후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덕분에 글쎄, 생각지도 못하게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었지 뭐냐!”
엽현이 빠르게 노인을 훑어보았다. 과연, 실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청아에게 한 대 얻어맞고서 승급까지 해내다니, 이 백발의 노인은 보통 괴물이 아니었다!
백발노인은 신문 강자들을 면밀히 살펴보더니,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보통 상대가 아닌 것 같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신인족의 부하들로 우리 우주와 인간을 멸망하러 온 것입니다.”
백발노인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인간 전체를 말이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백발노인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신인이 인간보다 더 강한 건가?”
엽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신인족이라고, 저도 처음 듣는 자들입니다. 다만 추측건대, 인간보다 강한 종족인 건 틀림없습니다!”
이 말에 노인의 눈동자에 우려 섞인 기색이 드러냈다. 이때, 노인이 뭔가 떠오른 듯 엽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이냐, 네 동생도 인간이 맞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는 당연히 사람입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하하, 그랬구나! 그녀가 사람이라면 걱정할 게 없지!”
노인은 청아를 신인족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녀가 신인족이라면 당장에 무릎을 꿇고 투항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 여인이 인간이라면 무엇을 더 두려워하겠는가?
백발노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내, 엽현은 다시 신문 강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신 김에, 저자들을 좀 막아 주십시오.”
백발노인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내 힘으로는 역부족일 듯싶구나.”
눈앞의 무인들은 경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인원수도 훨씬 더 많았다. 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들 세 명이서 저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때, 소안이 소리쳤다.
“난 가능해!”
정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안을 바라보았다.
“가능은 개뿔!”
정지가 아는 소안은 엽현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위인이었다.
셋이서 수십 명을 상대한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셋이 아니라, 엽현까지 넷이라 해도 불가능이었다.
엽현은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에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양의 화염이 우주를 불태우는 장면이었다. 이대로 반 시진만 지닌다면, 전체 우주는 잿더미로 변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우주가 끝장나기 전에 저 돌문 안에 있을 진법을 파괴해야만 했다!
이때, 신문 노인 하나가 엽현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걸어왔다.
“포기하거라. 인간을 구한다는 생각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엽현이 노인을 향해 대꾸했다.
“허나, 그대들 역시 인간이오. 이 우주가 멸망한 뒤, 신인족이 그대들을 어찌할 것 같소?”
노인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인간? 우리는 너희를 멸망시킨 후, 신역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신인족은 우리를 인간의 몸과 영혼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신도 문명을 받아들여 새로운 육신을 입게 될 것이다!”
“…….”
이 말을 듣자 엽현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
이때, 노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알기로 너는 위기에 닥칠 때면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던데, 어디 이번에도 불러와 보거라!”
엽현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오? 내가 사람 부르기를 좋아한다고?”
노인이 비꼬듯 말했다.
“얼마 전에도 그런 방식으로 인류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신인족이 이미 네 배후를 뒤쫓고 있으니, 그때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게다!”
“흥! 부르지 않을 것이니, 괜히 자극하지 마시오!”
“하하, 네 배후의 인간들은 이미 규칙을 벗어난 존재들이 아니더냐? 어서 불러 보거라!”
이에 엽현이 억울한 듯 정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지 소저, 저자가 내게 몇 번이나 사람을 부르라고 말했소? 기억나시오?”
“음… 아마 세 번쯤 같은 말을 한 거 같은데? 네가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강요한 거잖아? 네가 원하면 여기 이 영감과 내가 증언해 줄 수도 있어.”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오.”
엽현은 청현검을 꺼내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청아, 나는 원래 생각이 없었거든? 그런데 저들이 널 부르지 않으면 가죽을 벗겨서 뼈와 살을 분리시킨다고 하니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네… 미안한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와줄 수 있을까?”
말을 마친 엽현은 가만히 검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고요하던 바로 이때, 청현검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손안의 청현검이 울고 있는 것을 느낀 엽현은 서둘러 소리쳤다.
“청아?”
윙-!
청아한 검명과 함께 청현검이 하늘로 솟구쳤다.
쉭-!
한 줄기 검광이 노인의 미관을 관통하는가 싶더니, 나머지 신문 강자들의 머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삼십여 개의 머리가 잘려나간 공간은 한순간에 피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검광에 머리를 관통당한 노인은 표정이 멍청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뭐가 어떻게 됐기에 자신과 나머지 무인들이 제대로 반응도 해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걸까?
노인의 눈빛은 점점 흐릿해졌다.
엽현의 배후는 신인족이 맡겠다고 한 것 아니었나?
신인은 어디 있지?
한편, 어둠 속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언지는 안색이 크게 변한 상태였다.
누가 출수한 걸까?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실력으로도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언지의 눈동자가 쪼그라들었다. 갑자기 엽현의 청현검이 자신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끝인가?’
그녀가 이 생각을 떠올린 순간, 검은 이미 미간 깊숙이 들어와 그녀의 신혼을 옭아매고 있었다.
반응할 틈은 전혀 없었다.
언지는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누가…….’
엽현은 청현검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죽이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가 보기에 이 언지란 여인은 아직 쓸모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