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68
1869화 무릎을 꿇으라고?
엽현이 손을 뻗자, 청현검이 그의 손아귀로 돌아왔다. 하지만, 언지는 여전히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청아가 그녀 몸속 깊숙이 한 줄기 검광을 남겨 놓았기 때문이었다.
엽현은 청현검을 들여다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청아…….”
청현검이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가늘게 떨렸다.
“고마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
다시 한번 몸을 부르르 떤 청현검은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엽현은 청아가 떠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검에서 느껴졌던 그녀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엽현이 확신에 차서 청아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청현검을 통해 그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말은 청아가 자신 쪽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의 기운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엽현으로서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청아가 단순히 멀리 떠났을 경우.
나머지 하나는 청아가 엽현의 홀로서기를 위해 강제로 연락을 끊었을 가능성이었다.
둘 중 어느 것이든, 엽현은 앞으로 자기 스스로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생각을 마친 엽현은 청현검을 들고 돌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또 다른 성공이 펼쳐졌다.
예상대로, 이곳에는 십여 개의 대진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이 강대한 진법들은 모두 인간들의 우주를 겨누고 있었다.
진법에서 흘러나오는 강대한 기운을 확인하자, 엽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선인족의 실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이런 진법들은 평범한 존재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엽현은 더 두고 볼 것도 없이, 곧바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쉭-!
한 가닥의 검광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자, 공간 전체를 뒤덮고 있던 진법들이 하나씩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엽현은 또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희미하게 펼쳐져 있었다.
신역?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잠시 먼 곳을 응시하던 엽현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원래 우주로 되돌아왔다.
엽현이 돌문을 지났을 때, 인간의 우주는 점차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었다.
이때, 언지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방금은 소복의 여인이었나? 아니면 청삼을 입은 남자?”
언지는 공포심이 극에 달해 있었다.
자신을 포함해 신인족 전체가 엽현의 배후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엽현이 언지를 향해 웃으며 대꾸했다.
“일단 돌아가서 천천히 이야기해 봅시다!”
말을 마친 엽현은 언지를 일단 탑 안으로 들여보냈다.
엽현은 백발노인과 정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 예감에 전쟁은 이제 시작이오.”
백발노인과 정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사실 그들이 죽인 것은 신인족이 기르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부하들이 죽었으니, 이후에 마주치게 될 것은 신인족일 것이 분명했다.
물론, 신인족은 방금 전의 무인들보다는 훨씬 더 강할 것이다.
이때, 정지가 엽현을 보며 말했다.
“어쨌든 난 너와 함께 싸울 거다.”
백발노인 역시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죽을 때까지 네 곁에 붙어 있으마!”
“…….”
어감은 다소 달랐지만, 두 사람이 엽현과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었다.
왜?
엽현 곁에만 있으면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정지 소저, 나를 도와 이 우주 밖의 상황을 파악해 주시겠소?”
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어!”
엽현은 이번에는 백발노인을 향해 말했다.
“그대 주변에 그대만큼 강한 무인이 있소?”
“음… 둘 정도가 떠오르는군. 둘 모두 죽는 걸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겁쟁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만약, 그만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보상!
순간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어떤 보상을 말하는 건가?”
“예를 들어, 내 탑 안에서 일정 기간 수련을 허락한다면 어떻겠소?”
“뭐? 그게 정말인가?”
엽현의 탑이 가진 말도 안 되는 기능에 대해선 노인 역시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 탑 안에서 수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특혜였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말이오. 그대의 친구들은 물론, 그대 역시 언제든 탑에 들어가 수련하도록 해 주겠소. 뿐만 아니라, 그대의 경지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소!”
엽현은 백발노인이 봉인을 풀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파악한 상태였다.
이는 신인족이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남긴 봉인이었다.
사실 봉인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노인이 이 정도 경지에 이른 것은 엽현이 보기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만큼 노인은 대단한 무인이었다.
심지어 신혼경을 초월한 것도 아니면서, 그 전투력은 소안과 정지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노인이 정지를 흘끗 쳐다보며 물었다.
“여기 이 아이처럼 될 수 있단 말이냐?”
엽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보자, 노인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왜 갑자기 한숨을 쉬는 것이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어떤 봉인이나 금제가 걸려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 왔다. 아무리 수련을 해도 마지막 관문을 넘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지. 그때는 추측에 불과했지만, 정말로 그런 봉인이 있었을 줄이야…….”
노인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원래는 네 동생에게 그 부분에 대해 물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노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
무척이나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이 생애 마지막 질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시오. 내가 봉인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엽현이 웃으며 말하자, 백발노인이 크게 눈을 뜨더니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고맙다! 정말 고맙구나!”
“하하, 별말씀을 하시는구려.”
대답을 하며 엽현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청현검이 순식간에 노인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쾅-!
백발노인이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의 몸 안에서 어떤 ‘육중한 것’이 떨어져 나갔다.
봉인 해제!
크게 심호흡을 한 노인은 다시 한번 엽현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예를 차렸다.
“나 임선(林善), 이 은혜는 죽어서도 갚을 것이다!”
“하하… 그럼 이제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해 보시오.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소.”
임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말을 마친 임선은 곧장 어딘가로 사라졌다.
엽현은 정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바깥쪽의 일을 좀 부탁하겠소. 나는 저 신인족 여인을 심문할 테니!”
“너무 강압적으로 하지는 마.”
정지의 말에 엽현이 벌컥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뜻이오? 나 엽현을 뭘로 보고? 내가 그런…….”
정지는 엽현의 말도 듣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엽현은 황당했다.
자신이 어디 여인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변태나 호색한으로 보았단 말인가!
엽현은 씩씩거리며 탑 안으로 들어왔다.
이때의 언지는 놀란 눈으로 연신 주변을 쳐다보고 있었다.
작은탑의 능력에 크게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
“시공지도가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니…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언지는 멍하니 엽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이 탑도 네 배후의 존재가 만든 건 아니겠지?”
엽현은 대답 대신 질문을 선택했다.
“신인족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 주시오!”
“…말하지 않겠다면?”
이에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이용 가치가 없다면 그 뒤는 뻔한 것 아니겠소?”
“마, 말하겠다! 죽이지 말아다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시오! 신인족의 모든 것을 알고 싶소! 물론 날 속일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하진 마시오. 나 역시 그런 방면에 있어선 일류(?)인 남자니까!”
언지는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인족은 신역(神域)에서 기원하여…….”
엽현은 조용히 언지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엽현의 안색은 검게 물들어갔다.
과연, 신인족은 확실히 이곳의 무도문명을 초월한 엄청난 존재들이었다.
인간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신인족의 경지 역시 다소 흥미로웠다. 오직 아홉 단계의 경지만 존재하여, 인간의 수많은 경지와 비교해 매우 간단했다.
눈앞의 언지는 육단에 속했는데, 이는 신인족에서는 중간 정도로 여겨진다는 것도 알아냈다.
“신인족이 인간을 멸하기로 결심한 것은 금제를 풀고 나온 인간에 대해 불안감 때문이오?”
언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이 불안감을 느낀 상대는 흰 소복의 여인과, 청삼을 입은 남자였고?”
정지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답에 엽현은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이것 역시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재앙인 셈이었다!
이때, 언지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 두 사람이 바로 네 배후인 건가?”
“질문은 내가 하겠소. 앞으로 신인족이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신문의 강자들을 죽여 놓았으니, 당연히 경계를 한층 강화할 것이고, 인족을 멸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욱 거세지겠지. 여러 정황상 인족이 신인족의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존재하니까.”
“그럼 나는 어찌해야 좋겠소?”
엽현이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투항.”
“투항?”
언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신인족의 사정을 말해주는 건 네가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지능을 갖추었다면 인간은 신인족의 상대가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이길 수 없는 상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바로 투항하는 것이다. 내가 네게 붙잡혀 있는 것처럼. 그 무엇보다 살아있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
“…….”
엽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언지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던 것이다.
“엽현,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항복하거라. 그러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이다.”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인족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그렇게는 할 수 없소!”
이 반응에 언지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네 뒤에 버티고 있는 두 강자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인정한다. 그들은 우리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신인족의 경지로 치면 최소 칠단, 어쩌면 팔단쯤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정녕 그 둘만으로 신인족 전체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지금도 보거라. 너희 인족이 멸망의 위기를 맞고 있는 순간에도 그들은 꼭꼭 숨어만 있지 않았느냐? 만약 그들이 신인족을 상대로 자신이 있었다면, 왜 지금처럼 숨어 있겠느냐?”
숨었다고?
이 말에 엽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숨다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니오?”
언지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오해? 그런 건 없다! 너는 모르겠지만, 우리 신인족은 전력을 다해 그 두 사람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는 건 그 두 사람이 우릴 두려워한 나머지 꼭꼭 숨어버렸다는 거 아니겠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