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69
1870화 너와 함께 싸우러 갈 수가 없어!
순간, 엽현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신인족이 아버지와 청아를 찾는다고?
미친 건가?
도대체 무슨 약을 먹었기에 이렇게 자신에 차 있는 거지?
엽현은 문득 궁금했다. 청아와 아버지는 신인족이 자신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때, 언지가 말했다.
“엽현, 아직 늦지 않았다. 당장 투항하거라!”
엽현은 생각을 거두고서 언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실, 아버지께 꾸지람을 들을까 두렵소.”
“네 아버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방금 전에 말한 청삼남이 바로 내 아버지요.”
언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무슨 상관이더냐? 네가 투항하기만 하면 신인족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고, 그리하면 최대 몇 년 이내에 네 부친을 능가하게 될 것인데! 그때 가서 네 부친이 너를 꾸짖을 수 있겠느냐?”
이에 엽현이 다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구려. 솔직히 말해서 설레는 제안이긴 하오. 그래도 몇 년은 너무 과장 된 것 아니오?”
“하하, 그건 네가 우리 신도문명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신도문명을 접하게 되면 네 부친을 뛰어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란 걸 알게 될 게다!”
엽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신도문명이니 하는 것은 모르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소.”
부친을 뛰어넘는다?
엽현도 무척이나 원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몇 년 안에 이 바람이 현실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설령, 이 기간 동안 작은탑 안에서 수련을 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불확실했다.
부친의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결과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언지가 무언가 말하려는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언지 소저, 대화는 이쯤에서 멈춰야겠소. 그대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 이곳에서 안심하고 지내도록 하시오.”
자기 할 말을 마친 엽현은 곧장 탑을 빠져나갔다.
엽현이 사라지자, 언지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본 그녀는 실망한 기색으로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 몸 안에 존재하는 검광 때문에 기운이 모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체념한 언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을 봉인한 여인의 경지가 팔단 정도일 것이라 짐작했다.
한 줄기 검광으로 자신을 봉인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팔단의 강자!
언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인간의 몸으로 팔단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자가 존재하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순간, 언지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인간의 실력은 신인족에 비해 한참 아래지만, 그 숫자만큼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간의 번식 욕구와 능력은 신인족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인간은 학습 능력 또한 나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이가 금제를 풀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언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여기서 생각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반드시 탑에서 탈출해, 신인족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했다!
* * *
작은탑을 떠난 엽현은 청주의 강국으로 향했다.
이때의 강국은 원래의 모습을 다소 회복한 상태였다.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묵운기 등이 최선을 다해 수습을 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민심은 매우 흉흉했다.
우주의 종말!
청조에서조차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주의 다른 곳에서는 검맹의 강자들이 바삐 움직이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전 우주를 통제하기에는 그 숫자가 턱없이 모자랐다.
이때의 우주는 여전히 혼돈 그 자체였다.
엽현은 한 여인과 성안의 저잣거리를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여인은 하얀 갑옷과 허리춤에는 단도를 착용한 상태였다.
여인은 다름 아닌 강구였다.
“신인족에 대한 이야기… 모두 사실이야?”
강구의 질문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강구의 표정이 매우 어둡게 변했다.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서 창조된 존재였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하하…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 그들이 왜 인간을 멸하려는 거야?”
강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인류가 자신들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한 거겠지.”
엽현의 대답에 강구가 깊게 숨을 토해냈다.
“우리에게도 희망이란 게 있는 거야?”
엽현이 강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걱정하지마, 내가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생각할까?”
“…….”
강구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갔다.
“이런 말 하는 게 이기적이란 걸 알아. 하지만 강국과 창란학원을 지켜야만 해. 그래서… 너와 함께 싸우러 갈 수가 없어!”
엽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지켜야 하는 건 바로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기도 해. 걱정하지 마.”
문득, 강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너 혼자 너무 많은 걸 짊어지는 것 같아서 미안해.”
이 모습에 엽현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깐 나랑 어디 좀 같이 갈까?”
“좋아!”
강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엽현을 따라나섰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창란학원 뒷산에 도착했다.
엽현은 강구를 데리고 산 뒤쪽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이곳엔 작은 무덤이 있었다.
바로 창란학원 원장이자 엽현의 스승이었던 기운의 무덤이었다.
엽현은 잠시 말없이 무덤을 바라보았다.
강구 역시 조용히 엽현의 곁을 지켰다.
잠시 후, 엽현이 무덤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기원장!
그는 엽현의 삼배(三拜)를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였다.
당시, 기원장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 엽현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으리라!
이들의 사정을 알고 있는 강구 역시 무릎을 꿇었다.
이때, 엽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가끔씩 내 이기적인 생각들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는 거?”
“그게 무슨 말이야?”
“만약, 기원장이 그때 이기적이었더라면 나나 묵운기 등은 모두 죽었을 거야. 하지만 기원장은 오히려 우리를 구하려고 목숨까지 바쳤지…….”
“…….”
엽현은 강구의 팔을 잡고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기원장의 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과거에는 동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는 지켜야 할 사람이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장이 그러했듯 나 역시 목숨을 바쳐 창란학원을 지켜 낼 테니까. 나 엽현이 살아있는 한, 창란학원은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엽현은 이번에는 강구를 보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강국 역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야!”
강구는 슬그머니 엽현의 손을 잡았다.
“네게 너무 많은 짐을 지는 게 두려워.”
“하하, 어쩔 수 없지. 원래부터 내가 짊어져야 할 것들이었으니까!”
잠시 엽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구가 문득 웃음을 터트렸다.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때 네가 그랬지. 아무리 쓰레기 같은 조국이지만, 남이 짓밟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나 그때 엄청 감동받았다니까! 하하!”
엽현이 따라서 웃음을 터트렸다.
엽현은 문득 예전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한바탕 웃음이 그친 후, 강구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신인족을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오히려 짐만 될 뿐이겠지. 하지만 걱정하지마. 네가 죽으면 나 역시 따라 죽을 테니까! 그럼 너 혼자 외로울 일은 없겠지!”
엽현은 말없이 강구를 바라보았다.
강구가 살며시 웃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너와 함께 신인족과 싸울 순 없지만, 같이 죽어줄 순 있어.”
“아니, 우린 앞으로도 쭉 함께 살아갈 거야!”
엽현은 강구의 손을 꽉 붙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먼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신역.
신인탑 대전 안에 한 무리 신인족 강자들이 집결했다.
상석에 자리한 신인족 족장 마염은 아래쪽의 무인을 잠시 살핀 뒤 천천히 말을 꺼냈다.
“신문이 당했소.”
마염의 시선이 액언에게로 향했다.
“뭔가 할 말 없나?”
무인들의 시선은 일제히 액언에게로 쏠렸다.
액언은 안색이 어두운 상태였다.
인간들이 신문을 멸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신문의 숫자가 적다곤 하나, 그들에겐 인간 세상을 뒤덮고 있는 수십 개의 진법이 있었다.
그리고 진법을 보유한 신문이 인간들을 멸망시키는 것은 갓난아이 손목 비트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인간들이 신문을 멸망시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때, 대장로인 염주가 앞으로 나왔다.
“아마도, 인간들은 곧 우리의 통제에서 벗어날 듯싶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신인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에 마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인간들을 멸망시켜야 하오. 기르던 개가 주인을 향해 짖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어디 있겠소?”
마염은 다시 액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액언, 만약 자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맡기도록 하겠다!”
액언이 서둘러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가서 해결하겠습니다!”
이에 마염이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장을 대동하도록 하거라. 여섯이면 되겠느냐?”
“셋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마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장 셋을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한다. 더 이상 의외의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될 것이야!”
액언이 돌아서려는 이때, 대장로 염주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신문이 왜 망했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지 않은가?”
이 말에 액언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신문이 망한 이유?
그건 액언 역시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액언,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구나. 만약을 대비해서 신장 여섯을 데려가는 게 어떻겠느냐?”
염주의 말에 액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방심하지 마라. 비록 우리 신인족의 피조물이긴 하지만, 인간들 역시 독자적인 무도문명을 이룬 생령들이다. 게다가 그들 중 일부가 금제를 풀고서 탈출한 걸 보면, 남아 있는 자들 중에서도 강자가 없으리란 법은 없다. 절대 방심하지 말고, 여의치 않으면 곧장 복귀하도록!”
액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습니다, 대장로.”
이 말을 끝으로 액언은 자리를 떠났다.
“헌데, 우진은 아직 소식이 없는가?”
마염의 물음에 장로 중 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들어온 소식이 없습니다!”
이 말에 마염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아직도 그 두 사람을 찾지 못했단 말이오?”
“우 장로는 그 두 사람이 이미 신역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무한지계(無限之界)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한지계!
이 말을 듣자, 마염의 표정이 삼엄해졌다.
무한지계는 신인족의 통제를 벗어난 곳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