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81
1882화 내 검을 한 번 받아 보시오!
십단?
이미 수백만 년 동안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성주는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하등 종족이라 여겼던 인간 중에서 구단을 초월해 십단에 이른 자가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군제가 말했다.
“영감탱이,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신인족의 실력은 그렇게 약하진 않아. 놈들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나오면, 제아무리 너와 나라고 해도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성주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인족이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얕볼 정도의 상대는 아니었다.
필경, 신인족 또한 유구한 전승을 이어온 종족으로, 이 지역에서는 힘깨나 쓰는 자들이니까.
잠시 후, 성주가 군제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너는 계속해서 신인족을 주시해라. 어떠한 경우라도 엽현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해!”
군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내게 맡겨라.”
“한 가지 더.”
성주의 말에 막 돌아서려던 군제가 발길을 멈췄다.
“가능하면 엽현을 찾아내서 신인족을 조심하라 일러 줘야 한다. 그 아이는 아직 신인족이 전력을 다해 자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을 테니까.”
군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 너 역시 머리를 좀 굴려봐. 신인족이 우리보다 먼저 엽현을 찾아내게 놔둬선 안 돼. 만에 하나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엽현이 죽어 버리면 그때는 감당할 수 없다.”
“음, 안 그래도 내가 직접 움직일 생각이었다.”
“하하하,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는군!”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살아온 성주는 그만큼 인맥도 넓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성주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한다면 엽현을 찾는 일은 더욱 수월해질 것이었다.
이 대화를 끝으로 군제는 자리를 떠났다.
성주는 허공을 향해 고개를 들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인족… 참 대단한 놈들이야…….”
눈빛을 거둔 성주가 한쪽에 서 있던 정월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살아남은 정족(精族)의 무인들에게 소집령을 내리거라. 그리고 내게 신세를 진 자들에게도 그때의 은혜를 기억한다면 즉시 내 부름에 응하라고 전하거라.”
“……존명!”
가볍게 예를 차린 정월은 그대로 대전을 나섰다.
대전 안, 홀로 남은 성주는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빠졌다.
* * *
신인족.
대장로의 명에 따라, 신인족 십대신장들은 즉시 신성으로 복귀했다.
이 밖에도, 외부에 나가 있던 수많은 신인족 강자들이 속속들이 신성으로 모여들었다.
이 시각 어느 대전 안, 염주가 정면에 서 있는 흑의인을 향해 물었다.
“아직 찾지 못한 것이냐?”
흑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마치 하늘로 솟은 양, 어디에도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염주는 낮게 신음 소리를 내며 힘겹게 눈을 감았다.
“할 수 없지. 인간계로 간다.”
“인간계… 말씀이십니까?”
흑의인의 물음에 염주가 싸늘한 태도로 대답했다.
“인간계에서 놈을 기다린다. 만약 나타나지 않으면, 놈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인간들을 학살한다. 어디, 인류가 멸망하는데도 끝까지 숨어 있을지 두고 보겠다!”
말을 마친 염주는 소매를 펄럭이며 대전 문을 향해 나섰다.
얼마 후, 무수히 많은 신인 강자들이 신계를 떠나 인간계로 향했다…….
사중시공, 엽현은 여전히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수련은 작은탑 안에서 이뤄졌다.
엽현은 이미 사중시공을 장악한 상태로, 신인의 기준으로 보자면 가까스로 구단에 턱걸이한 정도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진짜 구단과는 여전히 괴리가 있었다.
진정한 구단 강자처럼 사중시공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구단 강자에게 쉽사리 밀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최소한, 예전처럼 시공의 차이로 압도당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엽현은 지체하지 않고 탑을 나섰다. 신인족이 자신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의 칼이 향할 곳은 너무나도 뻔했다.
인간계!
자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소안과 정지 등의 실력으로는 결코 신인족에 대항할 수 없으리라!
* * *
인간계.
이날, 인간계의 우주에 갑작스레 불청객이 들이닥쳤다.
대장로 염주를 위시한 신인족의 강자들이었다.
또 다른 성공, 소안은 침착한 태도로 신인족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정지와 임선도 함께였다.
“그는 살아 있겠지?”
소안의 중얼거림을 듣자, 임선이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살아 있을 거요.”
소안과 정지가 고개를 돌리자, 임선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신인들 때문이오. 저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곧 엽현이 살아 있다는 걸 의미하오.”
“소복의 여인을 말하는 것이오?”
소안의 물음에 임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대가 보기에 그녀가 신인족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오?”
순간, 임선의 눈가에 경시하는 듯한 기색이 스치듯 지나갔다.
“신인 따위가 어디 그녀에게 상대나 되겠소?”
“웃기는 소리를 하는구나!”
이때, 대화를 듣고 있던 염주가 일행을 향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신인족을 어디 인간 따위와 비교한단 말이냐!”
임선이 염주를 향해 돌아서더니, 웃으며 받아쳤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는 차치하고, 너희 신인족은 인족을 멸망시킬 수 없다. 그러니 이쯤 하고 돌아가는 게 어떤가?”
“후후, 우리 신족은 너희를 창조할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다. 반항은 더 큰 화를 부를 뿐이다!”
이 말에 임선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가소롭군! 우리 인족은 그녀 하나만 있어도 영원히 생존할 수 있다!”
그녀!
소복의 여인!
이 말에 염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디, 그녀가 너희를 구원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말을 마친 순간, 염주 뒤에 있던 신인 하나가 임선 등을 향해 튀어 나갔다.
이를 본 임선이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엽현! 지금 나오지 않으면 노부는 자폭을 택할 수밖에 없다!”
임선의 외침은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이었다.
아무 반응이 없자 임선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자신이 죽는다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다니!
“젠장! 앞으로 몇 년은 더 살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말을 마친 직후, 임선의 몸이 부풀기 시작했다.
자폭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임선이라 해도 이렇게 많은 신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럴 바에, 차라리 자폭을 선택하여 시간을 끌 속셈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임선을 향해 돌진하던 신인의 머리가 갑자기 공중으로 솟구쳤다. 이와 함께 뿜어져 나온 선혈은 아름다운 원을 그리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이 장면을 본 신인들은 순간적으로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때,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바로 엽현이었다!
엽현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염주의 눈이 가늘게 빛났다.
반면, 임선 등 세 사람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엽현이 조금만 더 늦게 등장했더라면, 정말로 자폭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엽현은 소안 등을 향해 웃으며 다가섰다.
“아직 안 늦었지?”
한쪽에 있던 정지가 입을 삐쭉였다.
“흥! 우리가 다 죽은 다음에야 오는 줄 알았다!”
“하하, 나 엽현이 그럴 사람으로 보이시오?”
엽현은 웃는 얼굴로 염주를 향해 돌아섰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염주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염주, 신인족 대장로다.”
엽현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염 장로, 인족과 신인족 사이에 별다른 원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우리 두 종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할 순 없는 것이오?”
염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만, 우리 신인족이 굳이 너희 인간이 굴기하는 것을 내버려 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장차 우리를 위협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알기로 그대들은 무한지계와 서로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하고 있소. 내 말이 틀렸소?”
“상황이 다르다. 너희 인간은 우리 신인족의 피조물이니까.”
이 말에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입장은 잘 알아들었소. 평화롭게 지낼 수 없다면, 한쪽이 사라지는 수밖에!”
바로 이때, 염주 곁에 있던 신장 하나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기다렸다는 듯 검을 뽑았다.
쾅-!
한 줌의 검광이 번뜩인 순간, 달려들던 신장이 원래 있던 자리까지 튕겨 나가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자, 염주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신장은 무려 팔단의 강자였다.
엽현의 실력이 고작 며칠 만에 이 정도로 성장했단 말인가?
신장이 재차 출수하려는 이때, 염주가 손을 들었다.
“물러나 있거라.”
염주의 명령이 신장이 고개를 꾸벅하고는 한쪽으로 물러났다.
염주는 엽현을 응시한 채로, 가볍게 손바닥을 지면을 향해 내리눌렀다. 순간, 엽현 주변의 공간이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시공압제(時空壓制)!
엽현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시공이 변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때, 염주가 손바닥을 반대로 뒤집었다.
쾅-!
엽현이 존재하던 공간이 역전되면서, 엽현이 순식간에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뒤집는 동작을 통해 엽현을 사중시공의 심연으로 떨어뜨린 것이었다!
하지만 염주의 표정은 이내 어둡게 변했다. 엽현에게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 엽현이 존재하는 시공의 심연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 염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너, 너… 이미 사중시공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
이 순간, 시공의 심연이 사라짐과 함께, 엽현이 웃으며 염주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내 검을 한 번 받아 보시오!”
말을 마친 순간, 엽현이 빛처럼 빠른 속도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발검술, 천팔백 회 중첩!
검이 번뜩인 순간, 엽현 정면의 공간이 부서지면서, 일중시공부터 삼중시공까지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이 장면을 본 염주는 무거운 표정으로 재차 손바닥을 내리눌렀다.
쾅-!
엽현의 검광은 사중시공의 시공압제에 의해 진압되었다.
하지만 이때, 엽현은 어느새 염주 바로 앞까지 이동해 있었다. 이 순간, 한 덩이 검광이 두 사람을 파묻었다.
방촌검역!
쾅-!
두 사람 주변의 시공이 삽시간에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견고하던 사중시공 또한 산산이 부서졌다.
큰 폭발과 함께, 염주는 수백 장 뒤로 튕겨 나갔다. 이 순간, 그는 이미 십여 군데에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반면, 엽현의 가슴 부위에는 큼지막한 장인(掌印)이 박혀 있었다.
방금 전의 대결로 승부는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염주는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무슨 수로 사중시공을 장악했단 말이냐!”
염주의 마음속에선 풍랑이 일었다.
엽현이 이미 사중시공을 장악한 상태라니,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