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82
1883화 나는 아직 네게 갚을 빚이 남아 있다
엽현은 조용히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염주 외에 다른 신인족 강자들은 기껏해야 팔단 정도에 불과했다.
즉,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자는 염주뿐이라는 의미였다.
상황 파악이 끝남과 동시에 엽현이 재차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의 정면, 염주가 눈으로 혈광을 쏘아내며 오른손을 펼쳐 지면을 향해 내리눌렀다.
쾅-!
강렬한 폭음과 함께, 염주가 또다시 뒤로 밀려났다. 이 순간, 놀랄 틈도 없이 한 자루 비검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이에 염주가 재빨리 일권을 내질렀다. 주먹이 허공을 가른 순간, 성공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쳤다.
콰쾅-!
비검이 주먹에 막혀 멀리 튕겨 나갔다.
비검은 곧장 엽현의 손으로 돌아갔다.
검을 수거한 엽현은 조심스레 염주의 행동을 주시했다.
이때 염주가 오른손 주먹을 천천히 말아 쥐었다. 찰나의 순간, 엄청난 양의 성신지력이 염주에게 몰려들었다.
일순, 온 성역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엽현이 막 검을 휘두르려는 이때, 염주가 한발 앞서 주먹을 내질렀다. 순간, 염주의 주먹 앞쪽에서 두터운 성광(星光)이 방출됐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성신지력을 담은 일권이었다!
엽현은 양손으로 검을 쥐고서 재빨리 눈앞으로 세웠다.
무적검역!
콰콰콰쾅…….
찰나의 순간, 엽현 주변의 존재하던 시공 전체가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말았다. 하지만 검역이 펼쳐진 곳만큼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염주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일권도 무적검역을 뚫어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엽현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염주의 눈빛에 복잡한 기색이 서렸다.
염주는 자신의 힘으로는 엽현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엽현은 엄격히 따지자면 이미 구단 급의 강자에 속했다. 여기에 청현검과 변태적일 정도로 강력한 검기들을 고려한다면, 엽현을 죽이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친 염주는 갑자기 주먹에서 힘을 빼고서 엽현을 향해 말했다.
“지금까지 널 얕본 결과 우리 신인족은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실수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말을 마친 염주가 문득 손을 펼치자, 영패 하나가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성공을 향해 솟구쳤다.
쾅-!
순간, 극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성역 전체에 휘몰아쳤다.
이때, 염주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선조를 뵈옵니다!”
선조!
엽현은 황당한 눈으로 염주를 바라보았다.
엽현 뿐 아니라, 다른 신인들 또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 염주가 선조를 소환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선조의 영혼은 신인족이 지닌 가장 강한 패가 아닌가!
엽현을 잡기 위해 선조의 영혼을 소모하다니, 이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 아닌가!
한편, 엽현의 안색은 이미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몇 수 겨뤄보고 안 되겠다 싶으니까 바로 필살기를 쓴다니!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바로 이때, 노인 하나가 성공 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무선(摩無仙)!
신인족 선조인 마무선은 인간을 창조한 장본인이었다.
게다가 당시의 그는 시대를 풍미한 절세강자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 전설적인 인물이 이곳에 등장한 것이다!
잠시 흐릿한 눈으로 장내를 둘러본 마무선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아래쪽에 있던 신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어 예를 갖췄다.
“선조를 뵈옵니다!”
“…무슨 일이냐?”
마무선이 입을 연 순간, 성공 전체가 갑자기 ‘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이 모습을 보자, 소안 등의 안색이 삽시간에 어둡게 변했다.
음성만으로도 우주를 멸절시켜버릴 정도의 강자!
이 어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대단한 청아도 이런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었거늘!
한편, 백발노인 임선의 안색은 완전히 그을려 있었다.
눈앞의 상대는 자신이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진정한 ‘거물’이었던 것이다!
이때, 염주가 마무선을 향해 공손히 말을 걸었다.
“선조, 현재 인류의 존재가 우리 신인족에게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위협!
마무선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아이 말이냐?”
염주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인간의 배후에 있는 존재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무선은 엽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벌레만도 못한 존재일 뿐!”
마무선이 엽현을 향해 가볍게 한 손을 내리눌렀다.
이 순간, 한 줄기 강력한 기운이 지상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이는 이미 구단의 그것을 한참 초월한 힘이었다.
즉, 마무선은 구단을 뛰어넘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때, 마무선의 목표는 엽현뿐만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는 전체 우주를 멸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 힘이 인간계로 떨어진다면, 인류는 의심의 여지없이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이때, 엽현 곁에 있던 정지가 창백해진 표정으로 다급히 엽현을 불렀다.
“이, 이봐… 저놈들이 선조를 소환했잖아! 너도 빨리 뭐라도 불러봐!”
“…….”
뭐라도 불러봐!
이 말을 들은 엽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부르긴 개뿔! 누굴 부르란 말이냐!’
청삼남은 엽현이 조금 더 고생하기를 원했고, 청아의 기운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이미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엽현이 의지할 곳은 자기 자신뿐인 상황!
엽현은 성공 위에 떠 있는 마무선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의지할 사람은 나뿐이야!”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엽현이 맹렬히 발을 굴렀다. 순간, 성공이 무너지면서 엽현이 하나의 검광이 되어 성공으로 솟구쳤다.
팟-!
성공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검광!
어두운 우주 한복판, 엽현의 검이 인간계를 집어삼키려는 마무선의 강대한 힘과 마주했다.
쾅-!
순간, 검광이 산란하면서 엽현이 사중시공의 심연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광속보다 빠르게 추락하는 엽현의 주변으로 공간과 시간이 모두 뒤틀려갔다.
영원히 추락할 것만 같은 이 순간, 청현검이 구원자처럼 엽현의 발밑으로 날아와 간신히 그를 지탱했다.
엽현의 추락은 멈췄지만, 마무선의 힘은 이 순간에도 인간계로 곧게 떨어지고 있었다. 저 기운이 이대로 들이닥친다면 인류가 존재하는 우주 전체가 시공의 심연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리라!
마음만 먹으면 우주 하나를 날려버릴 만한 능력!
마무선은 놀랍게도 그런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엽현은 자신이 신인족 선조의 상대가 아님을 느꼈다.
이대로 죽어야 하나?
이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 순간, 엽현이 갑자기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렸다.
“까짓, 죽으면 죽는 거지!”
엽현이 맹렬히 발을 구른 순간, 그의 신형이 곧바로 사중시공을 뚫고서 인간계로 향하는 기운을 향해 빛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한편, 마무선은 표정 없는 얼굴로 엽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지상의 개미를 바라보는 것처럼 무심했다.
인류를 창조한 마무선, 그에게 있어 인간이란 존재는 말 그대로 언제나 밟아 죽일 수 있는 개미에 불과했다.
바로 이때, 엽현의 검이 다시 한번 마무선의 기운 위를 때렸다. 하지만 기운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엽현이 또다시 사중시공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번 추락에서는 그의 육신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가면서, 엽현은 영혼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현격한 힘의 차이!
시공의 심연 속을 바라보는 마무선의 눈빛엔 여전히 경멸과 멸시가 담겨 있었다.
“벌레가 주제를 모르는군.”
이때, 막 사중시공에서 빠져나온 엽현이 마무선을 향해 웃으며 소리쳤다.
“다시 간다!”
엽현이 막 신형을 날리려는 이때, 갑자기 소안이 나타나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런 식으론 명을 재촉할 뿐이야!”
소안의 손아귀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엽현은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 이대로 계속해서 출수하다가는 영혼마저 소멸할 가능성이 높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신인족 선조가 누구인가?
이미 수만 년도 더 전에 시대를 풍미한 초절정 고수가 아닌가!
설령 분신으로서 소환되었다 할지라도 엽현이 감히 대항할 상대가 아니었다!
이때, 엽현이 소안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야.”
“…그럼 같이 죽어!”
소안이 엽현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두 사람이 막 신형을 날리려는 순간, 정지가 소리쳤다.
“죽기는 뭘 죽어! 엽현 이 멍청한 놈아! 너도 네 동생을 부르면 될 거 아니냐!”
이에 엽현이 정지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정지 소저, 미안하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소. 왜냐하면 그들은 이 세상에 있지 않으니까.”
이 말을 듣자 정지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창백하게 변했다.
“그… 진심으로 하는 소린 아니지? 그렇지?”
“하하… 그대가 보기에 농담하는 것 같소? 부를 수 있었다면 진작 불렀을 것이오.”
“…난 간다! 안녕!”
말을 마치기 무섭게, 정지는 순식간에 성공 너머로 사라졌다.
이미 선인족의 금제에서 벗어난 정지는 원하기만 하면 인간계를 떠날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떠나지 않았던 것은 청아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나 본 무인 중 가장 강력한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신인족 선조를 마주한 후, 그녀는 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엽현의 동생이 정말로 최강일까?
그녀가 선인족 선조보다 더 강할까?
그리고 엽현에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데 왜 나타나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해 그녀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두려움!
청아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선인족 선조를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정지가 탈출을 감행한 근거였다.
엽현은 정지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선택이 있는 것이니까.
물론, 엽현도 사람인 이상 모든 선택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배신을 했을 경우에는.
이득이 있을 때만 친구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떠나는 것은 인간 세상에 만연한 만고불변의 법칙인 것을!
엽현은 소안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면 탈출할 수 있어.”
소안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내 마음을 다 가져가 놓고서 어딜 가라는 거야?”
“…….”
이때, 곁에 있던 임선이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오늘은 복보다 화가 많은 날이 될 것 같군!”
엽현이 임선을 향해 미소를 보냈다.
“그대 역시 원한다면 떠나도 좋소. 목숨은 소중한 것이니까.”
임선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받았으면 돌려주는 게 인간의 도리인 것을. 나는 아직 네게 갚을 빚이 남아 있다.”
임선이 평생의 숙원이었던 금제를 풀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엽현의 도움 때문이었다. 임선으로서는 이것만으로도 목숨보다 더 무거운 빚을 진 셈이었다.
엽현이 무어라 대답하려는 이때, 성공 중의 기운이 돌연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면서, 우주를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