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89
1890화 내 검을 사용할 생각이었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엽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생각했다. 설마 청현검이 돌파 후, 청아가 심어 놓았던 새로운 기능이 발동하기라도 한 걸까?
시공면역?
여기에 생각이 미친 순간, 엽현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시공면역이라니, 이게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소, 소혼! 그럼 다음 단계의 시공도 느낄 수 있어?”
“그렇습니다!”
소혼이 대답하기 무섭게, 엽현 주변의 공간이 환영처럼 기이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엽현은 어느 시공의 소용돌이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이 소용돌이는 엽현의 눈으로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엽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바로 육중시공!?
엽현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연신 주변을 살펴보았다. 회오리 곳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시공압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강도는 오중시공에 비해 최소 백 배 이상 강력했다!
엽현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시공압력에 스치기만 해도 자신은 뼈도 추리지 못하리라는 것을!
엽현은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소혼, 혹시… 이다음 시공도 볼 수 있나?”
“음…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
잠시 후, 엽현 주변의 공간이 다시 변화를 일으키더니, 이내 칠흑 같은 암흑으로 변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엽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는 어디지?”
“아마 칠중시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엽현은 안광을 밝히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어둠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공흑동(時空黑洞)!
칠중시공은 하나의 거대한 흑동이었구나!
이때, 주변을 살피던 엽현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이 시간흑동에도 시공압력은 존재했다. 문제는 그 기운이 육중시공의 그것보다 최소 백 배 이상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엽현은 두려움에 손발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소주, 이다음 시공도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엽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 거대한 계획 하나가 세워지고 있었다…….
얼마 후, 엽현은 소령의 인도 하에 팔중시공으로 진입했다.
막 팔중시공 안에 들어온 엽현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그의 앞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서 있었던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뭐지?’
엽현이 미간을 찌푸린 순간, 앞에 있던 ‘또 다른 엽현’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깜짝 놀란 엽현은 서둘러 소혼을 데리고 팔중시공에서 빠져나왔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엽현은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조금 전, 그 찰나의 순간에 느꼈던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심이었다.
방금 그 시공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곳에 서 있던 사람은?
그건 과연 허상이었을까?
진실은 알 수 없었다.
소혼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엽현의 표정이 점차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 나중에 청아를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엽현은 더 이상 시공 탐험을 이어나지 못했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청현검을 회수한 엽현은 곧바로 이령족 족장이 주고 간 전송령을 꺼내 들었다. 찰나의 순간, 엽현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 * *
천령우주, 이령계.
엽현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이령계 황궁 안에 서 있었다. 이때, 이령인 노인 하나가 다가오더니 공손히 예를 갖춰 말했다.
“엽 공자, 족장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를 부탁하겠소.”
노인이 재차 허리를 숙였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말을 마친 후, 노인은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엽현이 노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대전 안이었다. 대전 안에는 오직 이령족 족장뿐이었다.
엽현이 들어오자, 족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웃으면서 엽현에게로 다가왔다.
“엽 공자, 오셨구려!”
엽현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날 더러 무슨 전시회에 참가하라고 한 데에는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니오?”
족장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대를 전시회에 초대한 것은 그대의 도움을 구하고자 한 것이었소.”
“무슨 도움말이오?”
“이 천령우주에는 세 개의 거대세력이 주도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소. 하나는 우리 이령족이고, 나머지는 명령족(冥靈族)과 천부(天府)요. 그중에서도 이령족과 천부는 원수 사이라 할 수 있소. 신물전시회가 벌어질 때면 양측은 서로 실력을 겨뤄왔는데, 지는 쪽은 엄청난 굴욕을 맛보아야만 하오. 그래서…….”
“그래서 내 검을 사용할 생각이었소?”
족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바로 그거요!”
“흠…….”
엽현은 즉시 대답하지 못했다.
족장은 분명 이령족과 천부가 원수 사이라 말했다. 이 말인즉, 이령족을 돕는 순간, 천부라는 강대 세력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이때, 이령족 족장이 말했다.
“공자의 두 친구는 이미 십단에 이르렀소. 여기서 우리 이령족이 조금만 더 돕는다면 머지않아 십일단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소. 뿐만 아니라, 내 이미 인간계에 사람을 보내 주변을 감시하게 했소. 우리가 버티고 있는 한, 그 누구도 인간계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오!”
말을 마친 족장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순간, 하나의 광구가 엽현의 눈앞에 떠올랐다.
이 광구는 소안이 가진 것보다 두 배 이상 커다랬다.
엽현을 바라보는 족장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엽 공자, 이 안에는 우리 이령족 선조 한 분의 전승이 들어있소. 지금 공자의 실력이라면 전승을 완전히 흡수한다는 가정 하에, 십이단 까지는 쉽사리 도달할 수 있을 것이오. 뿐만 아니라, 시공을 사용한 여러 가지 신기(神技)도 익힐 수 있소. 물론, 내 제안을 거절한다 해도 상관없소. 어차피 이 광구는 그대에게 선물로 주려 했었으니까. 참, 혹시나 천부와 적이 되는 것을 염려한다면 그것 또한 걱정하지 말라고 말 해 주고 싶구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천부는 절대 공자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을 테니까!”
족장은 엽현을 향해 가볍게 광구를 밀어냈다.
엽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연 이령족 족장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이런 큰 선물을 안긴다면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엽현은 신중했다.
이령족이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은 명백히 형님을 향한 포석이었다. 형님의 실력을 보고서 그를 이령족의 편으로 끌어들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아무것도 아닌 엽현에게 선대 족장의 전승까지 안기면서 호의를 베풀겠는가?
그냥 마음에 들어서?
그럴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령족 같은 거대 세력을 이끄는 족장이라면 어떤 일이든 간에 부족의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결정을 하던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익!
이령족 족장은 부족에 이득을 안기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득은 바로 엽현의 형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엽현 또한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할 순 없었다.
상대가 이익을 얻고자 마음먹었을 땐, 이쪽 역시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한 체, 오직 최대의 이득만을 목표로 해야 하는 법이니까.
생각을 정리한 엽현은 이령족 족장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일단 내 검부터 다시 확인하시오.”
엽현은 청현검을 족장에게 건넸다.
검을 받아든 순간, 족장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 이… 검이 더욱 강해졌구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엽현이 마음을 품은 순간, 청현검이 돌연 오중시공으로 진입했다.
이 장면을 보자, 이령족 족장은 입이 떡 벌어졌다.
오중시공!
검이 오중시공으로 진입한 것도 모자라, 오중시공의 시공압력까지 견뎌내고 있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무서운 검이다!’
엽현이 손을 뻗자, 청현검이 그의 손안으로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엽현은 미소를 머금은 채 족장을 바라보았다.
“족장, 나 엽현은 진실된 사람이오.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령족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소.”
이 말을 듣자, 족장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우리 이령족 역시 진심으로 공자와 잘 지내보고 싶소. 인족도 마찬가지요.”
족장은 엽현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했다.
엽현이 검을 꺼내 든 것은 단순히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만만히 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족장의 달라진 태도에 엽현은 미소를 보였다.
“그나저나 내일이 신물전시회라고 하지 않았소?”
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음, 그럼 나는 일단 조금 쉬었다가, 내일 시간에 맞춰 나오도록 하겠소.”
족장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여봐라! 엽 공자를 영신각으로 모시거라!”
족장의 음성이 떨어지자, 앞서 엽현을 안내했던 노인이 공손한 태도로 엽현에게 다가왔다.
“그럼 엽 공자, 따라오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족장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그럼 내일 뵙겠소!”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노인을 따라 대전을 빠져나갔다.
엽현이 사라진 후, 장내에 이령족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은 입구를 응시한 채, 무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아버지, 고작 인간 따위에게 대접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
족장이 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는 저 남자를 어찌 보느냐?”
“글쎄요. 인간은 신인족이 창조한 저급한 생명체일 뿐입니다. 신인족조차 제 눈에는 벌레만도 못한데, 인간 따위야…….”
“말조심하거라!”
족장의 호통 소리에 여인이 깜짝 놀라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족장이 여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전 그가 들고 있던 검을 보았다면 그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검에 담긴 시공지도는 이미 우리 이령족의 실력을 초월한 것이다!”
이 말을 듣자, 여인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심지어, 나는 엽현의 형님이라는 자의 일검조차 받아낼 수 없었다…….”
족장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저 인간 녀석을 이리로 부른 것은 천부로 하여금 그를 공격하게 만든 뒤, 그의 배후가 출수하게끔 할 의도였다. 하지만 저 간악한 녀석은 이미 내 목적을 꿰뚫어 보고 있더구나.”
여인의 안색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부왕, 그럼 이제 어찌하실 생각인가요?”
“흠… 일단 최대한 성의를 표하면서 비위를 맞춰야겠지.”
이 말에 여인이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하지만 그자가 이득만 챙기고 내빼버린다면 우리만 손해 보는 게 아닙니까?”
그러자 족장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저 정도 배경을 갖고 있는 자라면 그렇게까지 뻔뻔하진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