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93
1894화 너 요즘 정말로 많이 까부는 거 같아
쾅-!
수정 인장이 등장한 순간, 그 주변의 공간이 순간적으로 기이하게 뒤틀렸다. 이와 동시에, 사방의 시공에 거대한 왜곡이 발생했다.
뒤이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장이 사중시공으로 진입했다. 사중시공에서 잠시 멈칫한 인장은 뒤이어 오중시공까지 꿰뚫고 말았다.
오중시공!
이 광경을 본 무인들은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저 인정은 도대체 어떤 신물이기에 오중시공에 진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바로 이때, 흑의인이 입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튀어 나왔다.
“압(壓)!”
음성이 떨어진 순간, 수정 인장이 갑자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곧 극악무도한 압력이 대전 전체를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압력에 실력이 약한 일부 무인들은 그대로 육신이 파괴될 지경이었다.
대전 안, 강자들은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엽현 곁에 있던 이령왕조차 얼굴 가득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어떤 신물이기에 오중시공의 시공압력을 이쪽 세상으로 끌어올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흑의인의 조작과 함께, 수정 인장이 희미하게 변하더니, 일순 육중시공을 뚫고 들어가 버린 것이다!
육중시공!
무인들은 이제 눈알이 반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장내에 무시무시한 압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것은 조금 전의 공간압력과 비교해서 거의 백 배 이상 더 강력한 것이었다!
쾅-!
일순, 천정전 전체가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이 희미해졌다.
단상 주변에 있던 강자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심지어 이령왕과 목천, 그리고 명도 역시 폭퇴를 거듭했다.
그들에게도 육중시공의 시공압력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 세 사람은 십삼단의 강자로 오중시공으로의 진입은 물론이거니와 힘을 통제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육중시공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바로 이때, 문득 엽현을 쳐다본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엽현은 유일하게 단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이령왕은 문득, 엽현이 토끼 행세를 하는 사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견디기 힘든 시공압력을 고작 구단의 무인이 멀쩡하게 견딘다는 것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이때, 엽현 정면에 서 있던 흑의인이 입을 열었다.
“이 시공령인(時空靈印)은 육중시공으로 진입이 가능한 건 물론, 육중시공의 시공지력을 사용할 수도 있소. 그대의 검도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소?”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어쩐지 자신만만하더니, 그런 물건이 있었구려!”
“엽 공자, 긴말할 것 없소. 이제 그대 차례요.”
흑의인이 다시 손을 펼치자, 시공령인이 그의 손안으로 돌아왔다. 이 순간, 금방이라도 우주를 짓이겨 놓을 것만 같았던 시공압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질문 하나 하겠소. 시공령인이 칠중시공에도 들어갈 수 있소?”
엽현의 질문에 흑의인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무슨 그런 되도 않는 질문을 하시오? 칠중시공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으로 어떤 신물도 감히 근접할 수가 없…….”
바로 이때, 엽현이 들고 있던 청현검이 격렬히 반응하더니, 순식간에 육중시공에 진입했다. 그러더니, 무인들이 놀랄 틈도 주지 않고 곧장 칠중시공을 관통했다.
이 장면을 본 순간, 무인들의 표정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엽현 뒤편에 서 있던 이령왕과 명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육중시공과 달리 칠중시공은 이들에게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칠중시공은 그야말로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었으니까!
전설!
이 순간, 무인들의 눈앞에 전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엽현의 정면, 흑의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그의 손은 확실히 떨리고 있었다.
칠중시공!
다른 사람은 모른다. 칠중시공에 들어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하지만 흑의인은 알고 있었다!
이때, 엽현이 손을 뻗자, 청현검이 그의 손안으로 돌아왔다. 잠시 숨을 고른 엽현은 미소를 지으며 흑의인을 쳐다보았다.
“더 해 보시겠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흑의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패배를 인정하겠소.”
이 말을 들은 엽현은 웃으며 목천을 향해 돌아섰다.
“목천 부주, 내 천정영맥은 어디 있소?”
목천의 표정이 순간 똥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사실 목천은 흑의인이 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흑의인은 그곳 출신이기에…….
이때, 흑의인이 소매를 펄럭이자, 납계 하나가 엽현 앞으로 날아왔다.
납계 안을 살펴보니 과연 정확히 열두 개의 천정영맥이 들어 있었다.
엽현은 사양하지 않고 재빨리 납계를 거둬들였다.
“고맙소!”
엽현이 웃으며 돌아서는 이때, 흑의인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 출신인지 알려줄 수 있겠소?”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는 웃으며 돌아섰다.
“그건 왜 물으시오?”
“…혹시 그 검을 팔 생각은 없소?”
“내 검을 사겠다는 말이오?”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값은 원하는 대로 쳐 줄 수 있소. 조건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 보시오.”
“음, 일단 생각은 해 보겠소! 하하!”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돌아섰다.
엽현의 태도를 본 흑의인은 천천히 주먹을 놓았다.
상대가 대놓고 거절하지 않은 이상, 아직 대화의 가능성은 충분했다.
엽현은 그리 만만한 무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이 칠중시공에 들어갔다 해서, 엽현 또한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시공령인이 육중시공에 들어갈 수 있지만, 흑의인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어쨌든, 칠중시공에 진입할 수 있는 신물이라면 흑의인의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야만 했다.
엽현 등이 자리를 떠난 후, 목천이 흑의인을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치로(蚩老), 엽현이 육급문명지 출신일 가능성은 없소?”
흑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이오.”
“어찌 확신하시오?”
흑의인이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천하의 천아족도 육급문명으로 격상하는 것에는 실패했소. 칠중시공에 진입할 수 있다 해서 육급문명 출신이라 단정 짓기는 매우 어렵소. 최대로 쳐줘도 오급문명, 그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오. 한 종족이 그 정도 단계에 이르려면 적어도 천만 년 이상은 걸릴 테니까.”
“흠…….”
“아무튼 준비가 되는 대로 돌아올 테니, 나 대신 저 녀석을 잘 감시해 주시오.”
말을 마친 후, 흑의인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목천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흑의인이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치로는 분명 엽현의 검을 얻기 위해 단단히 각오한 것이 틀림없었다.
한편, 엽현은 이령왕과 함께 이령족으로 복귀했다.
대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엽현이 말문을 열었다.
“방금 전 흑의인은 누구였소?”
이령왕이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그 점이 궁금한 차였소. 한 가지 확실한 건 천부에는 저런 인물이 없다는 것이오.”
“흠, 상대의 뒤를 좀 캐 볼 수 있겠소?”
이령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정전을 떠나면서 내 이미 부하들에게 뒷조사를 명령했소. 하지만…….”
이령왕의 안색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지금으로서는 상대의 내력을 알기 어려운 듯하오.”
엽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알아봐 주시오. 그동안 나는 폐관에 들어가야겠소.”
“이곳은 안전하니, 편하게 수련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참…….”
이령왕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소. 만약, 공자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이령족의 천관과 천정영맥은 모두 천부에게 넘어갔을 것이오!”
“하하, 너무 개의치 마시오. 서로 돕고 사는 거 아니겠소?”
“하하, 어쨌거나 신세를 진 건 사실이오! 이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오!”
엽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조용한 곳을 찾은 엽현은 작은탑 안으로 진입했다.
탑 안으로 들어온 엽현은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방금 전의 그 신비한 흑의인은 분명 자신을 노리고 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상대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 정도 신물을 보유하고 있는 세력이라면 최소 오급문명쯤은 되어야 할 것이다.
오급문명!
엽현의 미간 사이의 주름이 깊어졌다. 설마 오급문명이 자신을 노리고 있는 걸까?
엽현은 손안의 청현검을 잠시 응시하더니, 말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쪽 우주에 와서는 얼마간 조용히 지낼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또 다른 신비의 세력이 등장하다니!
‘젠장, 하루도 편할 날이 없군!’
엽현은 정말이지 머리가 아파 왔다.
이때, 작은탑이 위로하듯 말을 걸어왔다.
“소주, 뭘 걱정하는 거야? 우리가 언제 적이 있다고 뒷걸음질 친 적이 있어? 그냥 다 박살 내면서 전진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 소리에 엽현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소탑, 너 요즘 정말로 많이 까부는 거 같아. 알아?”
이에 작은탑이 정색하며 대꾸했다.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명에게 개조된 신탑이야. 그 세 사람을 제외하면 이 세상에서 내가 두려워할 존재가 어디 있겠어?”
“…….”
“어쨌거나 나는 그 어떤 적이 와도 두렵지 않아!”
엽현은 기가 차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청아에게 개조된 이후로, 작은탑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정말로 삼검을 제외하고 자신이 최강이라고 믿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아버지와 형님까지 무시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엽현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고 곧장 자리에 앉아 수련을 시작했다. 당장의 급선무는 십단을 돌파하는 것이었다!
* * *
어느 미지의 성역.
환족(幻族).
환족 족장은 성벽 위에 올라서 성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경지는 막 십육단을 지나서 십칠단에 이른 상태. 십칠단은 소위 절정경(至絕境)으로 불리기도 했다.
왜냐하면 십칠단은 육급문명이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경지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가 절정경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에 만났던 소복의 여인의 가르침 덕이었다.
소복의 여인!
그녀를 떠올리자, 환족 족장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동시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심이 흘러나왔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일까?
알 수 없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그녀의 경지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바로 이때, 족장 정면의 공간이 길게 갈라지면서, 무인 하나가 급하게 튀어나왔다. 무인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서둘러 말을 꺼냈다.
“족장! 엽 공자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족장의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