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95
1896화 즉시 대답을 하시오
오중시공의 공간압력!
엽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공간압력이 자신을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엽현의 몸에는 어떠한 이상도 생기지 않았다.
이를 보자, 흑의인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정신을 차린 흑의인은 이번에는 시공령인을 꺼내 들었다. 다음 순간, 엽현의 머리 위 공간이 쩍 벌어지면서 조금 전보다 수십 배는 더 강한 압력이 쏟아졌다. 이 압력이 등장한 순간, 사방의 공간이 빠르게 소멸하기 시작했다.
육중시공의 시공압력!
엽현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쾅-!
엽현을 둘러싼 우주 공간이 결국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엽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보자, 흑의인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때, 엽현이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몸은 시공압력에 면역이 된 상태란 말이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엽현이 잔상을 남기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뒤이어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고, 흑의인은 황급히 팔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렸다.
쾅-!
검광이 터져 나간 순간, 이번에는 신비한 빛무리가 흑의인을 뒤덮었다.
방촌검역!
콰쾅-!
검광이 다시 한번 폭발하면서 흑의인이 미친 듯이 폭퇴했다. 이러는 와중에 어디선가 핏빛 비검이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흑의인은 다시 한번 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서걱-!
흑의인의 팔이 잘려나간 이때, 틈을 비집고 들어온 청현검이 흑의인의 가슴을 강타했다.
퍽-!
일순, 흑의인의 육신이 쩍 갈라지면서, 그의 신형이 거의 만 장 가까이 튕겨져 나갔다.
이 순간, 엽현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시공의 심연과 시공압력이 자신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눈앞의 십삼단 강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었다!
십단과 십삼단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시공에 대한 조예였다.
십삼단의 강자는 능히 오중시공의 힘을 끌어와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힘은 일반 십단 강자가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 엽현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오중시공의 압력에 면역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엽현을 죽이고자 한다면 그 방법은 시공압력이 아닌 단순히 힘의 차이로 짓누르는 것뿐이었다.
이때, 엽현을 응시하던 흑의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공압력이… 왜 네게는 효과가 없는 거지?”
이 물음에 엽현이 흉악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왜냐하면 내겐 엄청난 여동생이 있기 때문이오. 아시겠소?”
“…….”
여동생?
흑의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웬 뜬금없이 여동생 타령이란 말인가?
엽현 역시 더 이상 말을 섞기보단 한 줄기 혈광으로 변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흑의인은 동공이 튀어나올 듯 커다래졌다. 영혼만 남은 지금 상황으로는 엽현을 당해낼 재간이 없던 것이었다!
“마, 막아라!”
음성이 떨어진 순간, 흑의인 뒤편에 서 있던 허영들이 일제히 엽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콰콰콰쾅…….
허영들이 출수함에 따라, 주변 성역 전체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의 허영들은 다소 골치가 아팠다.
시공압력이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엽현을 상대할 뾰족한 수단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었다.
엽현의 청현검은 정말이지 사기와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허영들은 청현검을 앞에 두고 함부로 덤빌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엽현의 검기 또한 대단히 두려워할 만한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허영들이 오중시공으로 몸을 숨긴다 해도, 엽현이 그곳까지 따라 들어온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시공압력을 사용할 순 없었지만, 오중시공에 진입하는 것 정도는 엽현에게도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엽현이 오중시공에 진입한 것을 보았을 때, 허영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고작 십단에 불과한 무인이 어떻게 오중시공에 발을 디딜 수 있단 말인가!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오중시공의 시공지력이 엽현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오중시공 내에서 엽현이 맹렬히 검을 휘두를 때면, 시공지력은 마치 두려움을 느끼기라도 하는 양, 물러나기 바빴다!
이 모습을 보는 허영들은 금방이라도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이때, 십삼단의 강자 하나가 크게 한 발을 내딛으며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 한 덩이 강대한 기운이 주먹 위에 응집된 순간, 허영이 맹렬히 일권을 내질렀다.
콰쾅-!
막 날아오던 핏빛 검광이 터져 나가는 동시에, 허영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리고 이 순간, 호리호리한 비검 한 자루가 소리소문없이 날아들었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허영은 황급히 방패 하나를 꺼내 앞을 가로막았다.
콰쾅-!
방패가 완전히 박살 나면서 허영은 또다시 튕겨지듯 뒤로 날아갔다. 정신을 차린 허영은 자신이 시공의 심연까지 밀려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을 파악한 허영은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엽현과 달리, 이들은 시공의 심연 속에 존재하는 기운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기운’은 시공의 ‘중력’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시공의 차원이 높아질수록 중력의 강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시공의 심연 속에 빠진 허영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서운 속도로 추락했고, 이에 따라 그의 육신 또한 빠르게 소멸해갔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나머지 허영들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들 중 누구도 심연 속의 허영을 구하러 가지 않았다.
아니, 구할 수가 없었다.
도움을 주려면 저 심연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건 곧 따라 죽겠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심연으로 추락한 허영은 절망 속에서 조금씩 소멸해갔다.
이때, 엽현이 소리쳤다.
“이제 보니 시공의 심연을 두려워하는 모양이로군!”
엽현의 말을 들은 순간, 나머지 네 명의 십삼단 강자들이 움찔하더니, 황급히 오중시공에서 벗어났다.
이곳을 전장으로 삼은 것은 자신들이 유리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시공압력도, 시공의 심연도 무시하는 자를 상대로 어찌 더 싸울 수 있겠는가!
한편, 흑의인은 살기 어린 눈으로 엽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다. 엽현이 오중시공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시공 압력에도 면역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시공의 격차가 없다는 것은 엽현을 상대로 어떠한 우세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론을 내린 흑의인은 즉시 퇴각하려는 마음을 품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돌연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흑의인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막아라!”
명령이 떨어지자, 십삼단 강자 셋이 즉시 엽현에게 달라붙었다. 이 사이에 흑의인과 나머지 십이단의 강자들은 재빨리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엽현과 싸우는 것은 손해를 키우는 것밖에는 되지 않았다.
엽현은 홀로 십삼단 강자 셋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콰쾅-!
엽현이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고서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바로 이 순간, 그의 앞에 그림자 하나가 흐릿하게 나타나더니,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은 곧장 발을 구르는 동시에 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방촌검역!
콰쾅-!
검광이 터져 나가긴 했지만, 십삼단 강자 역시 수천 장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바로 이때, 엽현 머리 위의 공간이 찢어지면서 권인 하나가 뚝 떨어졌다.
이때, 엽현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오중시공 속으로 진입했다. 이와 함께, 엽현을 노리던 권인은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이 장면을 보자, 세 명의 십삼단 강자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엽현이 일단 오중시공으로 들어가면 이들로서는 어찌 해 볼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오중시공에서 만큼은 엽현이 자신들을 압도하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엽현을 따라 들어갔다가 시공의 심연 속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죽는 것 말고는 해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반면, 엽현은 시공의 심연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 명의 허영은 잠시 눈빛을 교환하더니, 결국 추격을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엽현을 죽일 수 없다는 걸 안 이상, 굳이 더 싸울 이유가 없었다.
오중시공에서 이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엽현은 지체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천부였다.
천계(天界)에 위치한 천부는 천령우주 삼대세력 중 하나로, 그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천부 입구에 들어선 순간, 천부 부주 목천이 엽현 앞에 나타났다. 엽현이 살아 있는 것을 본 목천은 순간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소. 그 흑의인은 도대체 어느 세력의 무인이오?”
엽현이 웃으며 물었지만, 목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엽현 역시 더 기회를 주지 않고 곧장 검을 뽑았다.
윙-!
청아한 검명이 울려 퍼진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목천이 곧장 일보 전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이 순간, 주먹에서 흘러나온 강대한 시공압력이 순식간에 엽현의 검을 뒤덮었다.
콰쾅-!
경천동지할 폭음이 터진 순간, 엽현의 청현검이 목천 앞에 불쑥 나타났다. 순간, 목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시공압력이 엽현의 검에게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목천은 급한 대로 양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서걱-!
목천의 두 팔이 깨끗이 잘려나가는 동시에, 목천의 신형이 천 장 가까이 뒤로 날아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번에는 한 자루 비검이 목천의 요혈을 향해 날아들었다.
찰나의 순간, 목천이 맹렬히 발을 구르며 순식간에 오중시공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어느새 청현검이 그를 추격해 오고 있었다. 이를 본 목천은 순간적으로 부문을 일으켜, 황금빛 부문의 방패를 소환해냈다.
쾅-!
방패는 단숨에 파괴되었지만, 목천은 이 틈을 타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엽현이 계속 공격하려는 모습을 보자, 목천이 황급히 소리쳤다.
“수령족! 그는 수령족의 무인이오!”
순간, 엽현의 눈빛이 가늘게 빛났다.
“오급문명으로 승급한 뒤, 이 우주를 떠났다던 그 수령족을 말하는 거요?”
목천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렇소!”
엽현은 어쩐지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
“수령족이 뭐 때문에 날 노린단 말이오?”
목천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순간, 엽현의 표정이 흉악하게 변해갔다.
“내가 물을 때마다 즉시 대답을 하시오. 조금만 늦게 대답하면 곧장 천부를 멸망시켜버릴 것이오!”
이 말을 듣자, 목천이 짐짓 놀란 표정으로 엽현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