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난 잡담하러 온 게 아니야
장중 모든 이들의 시선이 막청현에게로 향했다.
정말 막청현이 만법경으로 돌아갈까?
무너진 절벽 아래, 막청현이 끊임없이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엽현이 갑자기 검을 들고 맹렬히 돌진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막청현의 앞에 나타난 엽현이 그대로 자신의 검을 상대의 미간을 향해 찔러 넣었다.
거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막청현의 눈동자가 수축되는 동시에, 그의 양손이 검을 향해 뻗어 나갔다.
팍-!
막청현의 두 손바닥 사이에 끼인 영수검! 이때, 막청현의 발밑이 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한 자루의 검이 그의 옆구리를 향해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막청현이 화들짝 놀라며 영수검을 놓아 주고는, 날아오는 검을 향해 쌍장(双掌)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안에서 강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쾅-!
막청현의 강대한 기운이 엽현의 검을 가로막은 그 순간, 엽현이 한 걸음 전진하며 영수검을 찔러 넣었다.
막청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때, 그는 퇴로가 없었다. 그의 등 뒤는 절벽이었던 것이다.
‘피할 수 없다!’
막청현이 순간 무릎을 굽혔다가 튕겨내며 영수검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검과 주먹의 거리가 겨우 십 촌(寸)도 남지 않았을 때, 막청현의 주먹이 맹렬히 회전했다.
펑-!
바람을 찢는 기폭성이 장내에 울려 퍼진 이때, 엽현의 검이 도달했다.
쾅-!
막청현의 주먹은 엽현의 검을 간신히 막아내긴 했지만, 그의 무릎은 절반 이상 꺾인 상황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등 뒤에 있는 절벽에 균열이 가면서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내는 고요해졌다. 수많은 창목학원 장로들과 학생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감히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엽현이 검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아래를 향해 내리눌렀다.
순간 영수검이 막청현의 주먹을 감싸고 있던 권망(拳芒)을 부수며 떨어졌다.
서걱-!
막청현의 오른팔이 잘려나간 그 순간, 막청현이 이를 악물고 엽현의 복부에 왼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엽현의 신형이 공중에서 한 바퀴 제비 넘기를 한 뒤 지면이 처박혔다. 순간, 그가 떨어진 지면이 ‘쩍’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다.
그러나 재빨리 몸을 일으킨 엽현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쉭-!
쏜살같이 날아가는 한 자루의 검! 막청현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을 향해 일 권을 날렸다.
쾅-!
검이 튕겨져 나가는 순간, 이번에는 여섯 개의 검광이 한 번에 막청현을 덮쳐 왔다.
순식간에 막청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막청현이 다급히 검지를 들어 자신의 미간을 가리켰다. 그러자 순식간의 그의 몸 안에서 강대한 기운이 부풀어 올랐다.
순식간의 그의 기운이 거의 만법경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갔다. 하지만 결코 만법경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막청현이 앞으로 한 발 내딛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 공간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눈앞의 공간이 기이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때 도달한 여섯 자루의 검이 이 공간에 가로막혀 단 일 촌(寸)도 전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청현의 몸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이에 엽현이 다시 손가락을 까딱이자, 여섯 자루의 검들이 빛으로 변해 그의 등 뒤의 검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적막감이 흘렀다.
윙-!
장내에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엽현의 등 뒤에서 일곱 개의 검광이 하늘로 솟구쳤다.
엽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오른손을 들어 멀리 막청현을 가리켰다. 그러자 일곱 자루의 검이 벼락처럼 막청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때 막청현의 눈빛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이상 목숨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검이 떨어지기 직전, 막청현이 오른발로 지면을 박차고 하늘로 쏘아지듯 날아오르더니, 일곱 자루의 검을 향해 일 장을 뻗어냈다. 그러자 하늘 전체가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만법의 경지에 근접한 일장이었다.
막청현은 신합경이 펼쳐낼 수 있는 극한의 경지를 뽑아낸 것이었다.
쾅-!
일곱 자루의 검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날카롭게 쏘아내고 있던 검망들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로 이때, 엽현이 영수검을 쥐고서 하늘로 솟구쳤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막청현의 신형이 지면에 처참하게 내동댕이쳐졌다. 엽현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수많은 그림자들이 나타나 막청현의 앞을 막아섰다.
창목학원의 사부들과 장로들, 그리고 창목학원의 학생들이 순식간에 엽현의 주위를 에워싼 것이다.
일순간, 장내에 야유가 터져 나왔다.
엽현과 막청현은 일 대 일 비무를 펼치고 있었고, 막청현의 경지가 엽현의 경지보다 한 단계 더 높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창목학원의 무인들이 엽현을 공격하려 하자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이다.
“비겁하다!”
“당장 물러서라!”
창목학원의 일원으로서 언제나 자부심 넘치던 이들은 난생처음으로 야유를 받고는 수치심으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때, 엽현이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엽현이 이번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막청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막 원장, 만약 날 이길 수 없거든 솔직히 패배를 인정해라. 그러면 내 이름을 걸고 결코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
쿨럭!
막청현이 입에서 시커먼 피를 쏟아내며 엽현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증오와 함께 알지 못할 복잡한 심경이 섞여 있었다.
바로 이때, 막청현은 엽현의 진정 두려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엽현이 겨우 통유경이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엽현이 신합경에 이른다면, 그땐 정말로 만법경 강자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다.
‘괴물 같은 놈!’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막 원장, 혼자 싸울 건가, 아니면 떼로 덤빌 건가? 확실히 하자고!”
“혼자 싸워라!”
“일 대 일로 싸우던 게 아니었나?”
순간 장내에 일 대 일 싸움을 요구하는 군중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때 엽현이 군중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차 사그라졌다.
엽현이 장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쯤에서 내 소개를 한 번 올리겠소. 나는 강국 창란학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엽현이오. 더러는 날 보고 강국 제일의 미남이라고 부르기도 합디다.”
그 말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엽현이 검을 들어 창목학원학생들을 가리켰다.
“창목학원에서 나와 겨룰 자가 있는가?”
“엽현!”
이때 창목학원 학생 한 명이 엽현을 노려보며 걸어 나왔다.
“너……”
푹!
그는 단 한 마디도 채 내뱉지 못한 채, 목을 부여잡았다. 어느 순간 엽현의 검이 그의 목구멍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순간, 장내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해졌다.
엽현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의 검이 목구멍에서 빠져나와 엽현 곁으로 돌아왔다. 엽현이 어디선가 하얀 천을 꺼내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난 죽이러 온 거지, 잡담하러 온 게 아냐.”
검 날에 얼굴을 비춰보던 엽현이 다시 칼을 들어 창목학원들을 향해 가리켰다.
“다음!”
창목학원 학생들이 죽일 듯 엽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엽현이 코웃음 치며 막청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막 원장, 너희 창목학원이 그토록 갖길 원했던 엽현의 목이 여기 딱 있는데, 왜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기만 하는 거야?”
“엽현!”
한 명의 학생이 화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네 놈이 감히 우리 창목학원을 능멸하는…….”
이때 엽현이 들고 있던 검을 상대를 향해 날렸다.
서걱-!
십여 장 멀리 떨어져 있던 학생의 목이 피를 쏟으며 하늘을 날았다.
그가 손을 뻗자 영수검이 번개처럼 다시 그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엽현이 검 끝으로 분노에 사로잡힌 창목학원 학생들을 겨누며 말했다.
“능멸? 말 잘했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가 바로 너희를 능멸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덤벼라! 귀찮으니 만법경 아래의 무인들은 한 번에 나오너라! 나 혼자서 모두 상대해 주마!”
그 말에 조용하던 장내가 순간 떠들썩하게 변했다.
현재 이곳에 모여 있는 창목학원의 학생만 해도 족히 천 명은 넘었다.
‘일 대 천!?’
‘아무리 엽현이라 해도 이건 미친 짓이 아닌가!?’
한편, 창목학원 학생들 또한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해갔다. 이런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도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는가?
이내, 몇몇 학생들이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엽현이 그들을 향해 미소를 보인 순간, 그의 등 뒤의 검갑이 열리며 일곱 자루의 검이 쏟아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 일곱 명의 학생들이 검에 심장이 꿰뚫려 그대로 허무하게 쓰러졌다.
“멈춰!”
이때, 막청현의 고함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막 달려들려던 학생들이 급히 제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막청현의 명령은 창목학원 학생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이었다. 엽현이 검을 들고 학생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십여 명의 학생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건방진 놈!”
막청현이 분노에 가득 찬 일갈과 함께 엽현에게로 달려들었다. 엽현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막청현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엽현이 자신이 달려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웃고 있던 것이다. 막청현이 다급히 금제를 풀고, 만법경으로 회귀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의 사방은 이미 열두 금인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던 것이다.
열두 명의 금인이 일제히 막청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한 줄기 검광이 번쩍였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사방에 있던 창목학원의 만법경 강자들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장내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상태였다. 엽현의 검이 이미 막청현의 미간을 꿰뚫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죽었어…?’
‘원장이 죽었어…?’
창목학원의 모든 무인들의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막청현이 이마에 검이 박힌 채로 엽현을 향해 웃어 보였다.
“이 순간을 기다렸겠지…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일 것이다… 엽현… 나 막청현은 이렇게 죽지만… 본원에는 수십 수백의 막청현이 남아있다… 너는…….”
푹.
엽현의 검이 막청현의 머리 깊숙이 박히자, 더 이상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수십 수백의 막청현? 그거 참 무섭군.”
순간 엽현의 검이 번뜩였다.
서걱-!
그리고 막청현의 머리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엽현이 영수검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막청현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납계가 딸려 들어왔다. 엽현이 납계를 보지도 않고 품에 넣은 뒤, 얼어붙어 있는 창목학원의 무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역시 이 정도로는 흥이 나질 않는군. 나는 더 죽이고 싶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