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
2화 나만의 비밀 수련 공간이 생겼다
엽현은 엽령을 안아들고 자신의 거처에 도착했다. 엽현은 동생을 살포시 침대에 눕힌 후 그녀의 부어오른 뺨을 살폈다.
“아프겠구나….”
엽령이 눈물을 쓱쓱 닦으며 말했다.
“아니, 하나도 안 아파! 어떻게 가문을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운 오빠를 내칠 수 있는 거지? 단지 엽랑이 천선지인이라는 것 때문에? 이건 너무 불공평해!”
엽현이 엽령의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단지 이 오라비가 무능한 탓에 네가 다친 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엽령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흘러 나왔다.
“이게 다 나 때문이야! 바보같이 오빠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난 동생 자격도 없어!”
엽현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엽령의 코를 가볍게 꼬집었다.
“바보야, 오빠가 동생을 지켜야지, 반대로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
엽령이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오빠! 이 병이 다 나으면 나도 무공을 배우고 싶어. 그래서 오빠를 지켜줄 거야!”
엽령의 사뭇 진지한 모습에 엽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아, 그럼 내가 얼른 우리 엽령이 낫게 해줘야겠네! 그런데 늦었으니 잠부터 자야겠지?”
엽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옛날이야기 해줘.”
엽현이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어떤 산에 암자가 있었는데, 그 암자에는…….”
엽령이 실눈으로 엽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이 이야기 수백 번은 들은 거 알아? 그런데 만날 듣고 싶긴 해…….헤헤”
잠시 후, 엽령이 완전히 잠이 들었다.
엽현이 방 한 편에 주저앉아 장포를 걷어 올렸다. 복부 근처에 깊게 패인 상처가 드러났다. 상처가 많이 벌어졌는지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이 상처는 얼마 전에 그가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이가(李家)와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열두 명의 무인과 혈전을 벌이는 도중 그는 배후에서 한 어떤 자의 기습을 받았다. 비록 상대방을 죽이는 데는 성공 했지만 그의 칼에 단전이 찔리고 말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엽현은 단전이 파괴되었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단전이 파괴되다니….’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단전의 파괴되었다는 것은 그가 앞으로 내공을 쓸 수 없다는것을 의미했다. 육품인 기변경의 경지에는 이를 수 없는 것이었다.
단전도 문제지만 지금 엽현은 엽령에 더 신경이 쓰였다. 이불을 세 장이나 덮었는데도 엽령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아마도 한기를 느끼는 듯 했다.
상한병(傷寒症).
어린시절부터 몸이 약했던 엽령은 유독 한기가 많았다. 엽현은 동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세자의 자리를 차지했고 가문을 위해 무수한 공적을 세웠다.
엽가에서는 세자의 동생인 그녀를 위해 매달 단약을 내려 보냈다. 그 약이 아니었더라면 엽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엽현이 천천히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나는 세자가 아니니 약을 보내주지 않겠지?’
엽령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엽현을 살리려면 강국 황성(皇城)의 창목학원(倉木學院)을 찾아가야만 했다. 그곳엔 강국 최고의 의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창목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8세가 지나기 전 반드시 어기경(禦氣境)에 도달해야만 했다.
엽현은 반년 후에 19세가 된다. 아직 그에겐 반년이란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단전이 파괴되어 어기경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엽현이 고개를 돌려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엽령을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낫게 해 줄게!”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엽현이 주머니 속을 뒤졌다. 그는 모친이 남긴 검은 반지를 꺼냈다.
사실 엽현은 모친에 대한 기억이 선명치 않았다.그녀는 엽현이 열 살 때 어디론가 떠났다.
모친이 떠나던 그 날. 엽부의 후문 앞에서 엽현은 그녀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그 뒤에는 검은 장포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공중에 떠 있었다.
엽현은 아직도 그 남자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가씨, 빨리 가야 합니다. 만약 족장이 도련님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도련님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제야 자신을 풀어 준 어머니는 지금 들고 있는 이 검은 반지를 안겨주었다.
“현아, 령이를 잘 보살펴야 한다. 부디 몸조심하고 이 어미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다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급히 떠났다.
엽현은 미친 듯이 엄마를 향해 달려가 보았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어머니와 그 남자는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지켜보았지만 그녀는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던 엽현이 그의 오른손으로 반지를 쥐었다. 원래 상처가 나 있던 오른손의 상처가 벌어지면서 한 방울의 피가 반지로 떨어졌다.
이때, 손에 있던 반지가 순간 떨리기 시작했다. 엽현이 깜짝 놀라 반지를 바라보는 순간, 반지가 한 줄기 흑광(黑光)으로 변해 그의 미간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신형이 순간 방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엽현은 무수한 별이 있는 어떤 신비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눈 앞에는 12층짜리 탑이 공중에 떠 있었다. 탑의 네 기둥은 거대한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한 가지 기이한 것은 탑의 꼭대기에 박혀 있는 세 자루 검의 존재였다.
엽현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탑의 입구로 보이는 곳을 바라보았다. 입구 위쪽에 크게 붉은 색으로 쓴 글자가 보였다.
계옥(界獄).
그리고 입구 좌우에도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왼쪽: 수천(囚天), 수지(囚地), 수제천신마(囚諸天神魔).오른쪽: 금도(禁道), 금명(禁命), 금만계인선(禁萬界人仙).]
검은 탑을 바라보며 엽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신비로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이것은 하나의 기연일지도 모른다.
물론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엽현은 탑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한 구의 백골이었다. 그 옆에는 한 자루의 장검이 꽂혀 있었다.
엽현은 백골 앞에 쓰여 있는 글귀로 시선을 옮겼다.
“창계검주(蒼界劍主)! 열두 살이 되는 해에 검을 잡았고 열일곱에 대성하였다. 스물하나가 되었을 땐 이미 창계에선 적수가 없었다. 스물일곱에 무상검도(無上劍道)를 완성해 검으로 심령을 파괴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곳에 갇힌 지도 천이백년. 오늘이 마지막날인 것을 알기에 나의 모든 것을 남긴다. 만약 그대가 나의 전승을 잇는 자라면 부디 창검종(蒼劍宗)을 잘 보살펴 주기 바란다.”
‘창계검주라고?’
엽현은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래를 쳐다보자 엽현의 눈에 주먹만 한 옥석이 들어왔다.
‘저건 전승석(傳承石)!’
엽현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검수(劍修)가 될 수 있는!’
청주 안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있지만, 검수의 존재는 드물다. 검수가 되기 위해서는 특수한 영근(靈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엽현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하튼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엽현이 전승석을 품에 갈무리 했다. 그가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보이지 않는 힘이 불어와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엽현은 당황했다.
‘어?’
[새로 왔느냐?]어디선가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엽현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선 다음 주위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잘못 들었나?’
이때, 그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천도(天道)를 주관하는 이가 누구냐?]엽현이 놀라 소리쳤다.
“천도? 그게 무엇입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왜 이리 약하지? 아, 너는 죄수가 아니구나!]엽현은 그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때, 여인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생도체(天生道體)인 것도 모자라 쌍중영근(雙重靈根)까지 가지고 있구나! 두 사람이 하나의 육신을 입고 있다니 과연 계옥탑이 널 택할 만도 하구나!]‘천생도체? 쌍중영근?’
엽현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누구십니까? 저에게 존함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여인이 질문을 던졌다.
[너는 어떻게 육체를 단련한 것이냐?]엽현이 잠시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팔굽혀 펴기, 쇳덩이 매달고 달리기, 몽둥이 받아내기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련법은 왜 물어보시는지요?”
여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지금이 무슨 원시시대인 줄 아느냐? 그런 낙후된 방법으로는 체질뿐 아니라 영근까지 망칠 수 있다!]엽현이 우물쭈물대며 대답했다.
“하지만 청성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수련하고 있습니다!”
여인이 갑자기 침묵했다. 엽현은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실체는 없는 것인가?’
엽현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한 동안 여인이 말을 걸어오지 않자 엽현의 눈은 다시 저만치 떨어져 있는 전승석으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전승석에게 다가서는 순간,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검을 배우고 싶느냐?]“배우고 싶습니다!”
무도의 길을 걸으면서 어검(禦劍)을 펼치며 천하를 굽어보는 상상을 해 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단전이 부서졌으니 네 눈앞에 있는 검수의 전승을 수련하기는 어렵겠구나.]그 말을 듣자,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어디 검수 뿐이겠는가? 지금 그의 단전으로는 보통의 무인도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인이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내게 조금 다른 방법이 있는데 배워 볼 테냐?]“단전이 없이도 배울 수 있습니까?”
[없으면 더 좋다.]‘단전이 없어도 검을 배울 수 있다고?’
엽현은 뛸 듯이 기뻤지만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검술을 가르쳐 주신다니 감사합니다만 혹시 제가 무엇을 드려야 하는 것입니까?“
분명 댓가가 있을 것이다. 엽현은 단전없이도 검술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댓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여인이 대답했다.
[듣거라! 최근에 이 탑은 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로 인해 탑의 구도도칙(九道道則)은 청창계로 흩어지고, 이 탑의 봉인도 느슨해졌지. 저기 검수가 네가 들어오기 전에 죽은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너는 이미 주검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여인이 말을 이어갔다.
[이 탑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곳의 심오한 원리에 대해서는 지금 네게 말해 봐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지식들만 알려주겠다. 이 탑은 열두 개의 층으로 되어있다. 각 층에는 이 세계의 절대적인 존재들이 갇혀있다. 사람, 영혼, 요족, 심지어 천도의 혼까지…….이 탑은 그런 자들은 모두 가둘 수 있는 힘이 있었으나 봉인이 느슨해졌으니 이제 얼마 견디지 못할 것이다.]이제 막 탑에 들어온 엽현은 당황했다.
‘얼마 견디지 못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