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
중년인의 말에 노부의 안색이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다.
상대가 엽현을 무시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청주 내에서 엽현의 명성은 두말할 것없이 가장 컸다. 창란학원 역시 청주에서 가장 강한 세력 아닌가!
창란학원이 없더라도 엽현의 실력은 두말할 것 없이 공포스러웠다. 엄밀히 말해 그의 한 마디면 웬만한 세력들은 벌벌 떨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런 엽현을 쓰레기 취급한 것이다.
“엽현?”
이때, 중년인 곁에 있던 노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응? 강야(江夜) 형님이 아는 사람이우?”
강야라 불린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알진 못해도 들은 적은 있다. 듣자하니 창목학원과 암계가 그를 노리고서 청주에 무인들을 파견했다던데, 그 후로 어찌 되었는지는 들은 바가 없다.”
창목학원에서 벌어진 일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 중토신주의 무인들이 그 결과를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호계맹에서 이 소문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호계자 두 명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그들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호계맹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 중토신주의 거대 세력을 제외하고는 창목학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전해들은 무인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강야 형, 걱정하지 마시오. 이 청주에서는 대운제국만 좀 까다로울 뿐, 다른 나라들은 모두 개미새끼에 불과하오. 호계자 없이는 이들 국가들은 우리에게 한 입 거리 밖에 안 된다 이 말이오.”
“음, 네 말이 맞다.”
대답하는 동시에 노인이 시선을 척발언을 향해 옮겼다. 그의 입가에 한 줄기 음탕한 미소가 드리웠다.
“흐흐, 저런 내미지체는 극히 보기 드문 것이니, 절대 놓쳐선 안 된다. 게다가 저국은 청주 내에서는 강한 세력이다. 저 아이를 잡는다면 이 나라의 모든 것은 우리 차지가 된다.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일거양득 아니겠느냐? 흐흐흐…….”
“하하하! 내 청주에 와서 황제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말이우!”
이때, 중년인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무형의 압력이 척발언 등을 향해 휘몰아쳤다.
그러자 척발언 곁에 있던 노부가 손을 들어 일 장을 뻗어 냈다.
쾅-!
순간, 요염한 중년인에게서 쏟아지던 압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중년인의 눈빛이 노부에게로 향했다.
“훗, 재밌군.”
이때, 중년인이 한쪽에 있던 두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분, 기왕 오신 거 몸이라도 푸셔야지 않겠습니까? 저 둘을 맡아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알겠네!”
대답과 동시에 두 노인은 척발언 곁에 있는 노인과 노부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하를 지켜라!”
척발언 측의 노인과 노부가 잔상을 남기며 순간적으로 튀어 나갔다.
곧, 네 명의 만법경 강자들이 공중에서 맞붙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중년인과 강야라는 노인은 척발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척발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이를 보고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두 사람 앞에 자신들은 한낱 개미신세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결코 후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저국 국주가 바로 뒤에 있기 때문이었다.
척발언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큰 소매 안에서 두 장의 뜨거운 부적을 쥐었다.
염폭부(炎爆符)!
이는 천계급 영기에 해당하는 물건이었다. 비록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잘만 들어간다면 만법경 강자라도 꼼짝없이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무기였다.
물론 근처에서 사용한다면 그녀 역시 목숨을 보전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나쁘진 않은 선택이었다.
여기서 죽지 않으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되리라는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중년인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척발언에 대한 그의 음흉한 시선은 더욱 강렬해져 갔다.
척발언이 담담한 표정으로 양손에 현기를 주입했다. 염폭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막 폭발하려는 그 순간, 먼 하늘로부터 한 줄기 검광이 장내를 향해 날아왔다.
이에 장내 모든 무인이 깜짝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척발언 역시 고개를 들어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검광은 마치 유성이 떨어지듯 굉장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척발언을 향해 다가오던 중년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눈앞에 날아오는 검광의 표적이 바로 자신인 것을 직감한 것이었다.
중년인이 돌연 오른손을 공중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분홍색 비단 끈이 나와 검광을 향해 날아갔다.
공중에서 검광을 막아 선 분홍 끈,
하지만 순간 검광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쾅-!
비단 끈이 다시 중년인에게 돌아왔다. 바로 그 순간, 검광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중년인이 깜짝 놀라 검광에 맞서는 대신 순식간에 십여 장 뒤로 신형을 날렸다.
이때, 척발언의 앞에 웬 청년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엽현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휙휙 돌아보고 있는 척발소요도 있었다.
엽현이 영수검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중년인을 가리켰다.
“잠깐만 기다려다오. 곧 네 목을 따러 가마!”
엽현이 척발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싱긋 웃었다.
“놀랬지? 놀랬지?”
그러나 척발언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소매 안에 있던 염폭부를 조용히 거둬들였을 뿐이었다.
엽현이 척발언을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
척발언을 놓아 준 엽현이 천천히 중년인을 향해 걸어갔다.
이때, 엽현의 등을 말없이 보고 있던 척발언에게 척발소요가 다가왔다.
“너도 척발 씨야?”
척발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 나도 척발 씨인데!”
“…….”
한편 엽현은 계속해서 중년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손에 들린 영수검은 이미 진계 중품에 이른 상태였다.
사실 그는 여덟 자루의 검을 흡수하고도 여전히 신합경에 도달하지 못했었다. 그 후, 엽현은 급하게 육 루주를 찾아가 두 권을 천계 공법을 건네주고 진계 검 한 자루와 명계 상품 검 세 자루로 교환했다.
두 권의 천계 공법을 건네 줄 때는 정말이지, 마음이 아파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만법경 강자와 겨루기 위해서는 필시 신합경에 이러야 했다.
그렇게 총 열한 자루의 명계 상품 검과 진계 검을 흡수한 후에야 그는 겨우 신합경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영수검은 진계 중품의 검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그렇게 신합경이 된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은 정말로 자신이 만법경 강자와 겨룰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험대상인 중년인이 실눈을 뜨고 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엽현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한 줄기 검광이 순식간에 남자의 미간을 노렸다.
검광의 속도와 위력을 마주한 중년인의 표정이 순간 급변했다.
이때, 중년인이 손바닥에서 무수히 많은 수의 분홍색 끈이 날아가 엽현의 검을 감쌌다. 그러자 영수검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공중에 멈춰 섰다.
이에 엽현이 자연스럽게 검을 놓아주고 중년인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중년인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피하지 않고 자신도 일 권을 내밀었다.
쾅-!
두 주먹의 충돌에 엽현의 몸이 튕겨 나가는 순간, 엽현이 재빨리 영수검을 낚아챘다. 뒤로 날아가는 힘을 이용해서 영수검은 마침내 분홍 끈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십여 장 밖으로 밀려난 엽현이 바닥에 내려앉자마자, 또 다시 발을 구르며 쏜 살 같이 돌진했다.
엽현의 영수검에서 공포스러운 검세가 방출됐다.
두 사람의 거리가 겨우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엽현의 영수검이 상대의 머리를 향해 맹렬히 떨어졌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이 순간, 검안에 응집된 ‘세’가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불어났다!
이 일 검의 위력은 만법경을 뛰어 넘어 거의 어법경에 달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강렬한 일 검에 중년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는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 위력이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신합경 강자가 펼쳐낼 수 있는 검이란 말인가!
놀라고만 있을 여유가 없었다. 중년인이 황급히 제자리에서 반 보 물러났다. 순간, 그의 몸에서 무수히 많은 분홍 끈들이 튀어나와 영수검은 물론 엽현까지 그대로 파묻어 버렸다.
적막감이 감도는 순간이었다.
쾅-!
분홍 끈들이 터져 나가는 동시에 중년인이 미친 듯이 뒷걸음질 쳤다.
무려 수십 장을 물러나고야 멈춰선 중년인의 발밑에는 두 개의 거대한 골짜기가 생겨나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무인들과 병사들이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신합경이 만법경을 밀어붙인다고?
두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지 못할 장면이었다.
엽현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손에 있던 영수검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 그의 등 뒤에 있던 검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침묵의 순간이 지속됐다.
갑자기 엽현의 손이 멀리 중년인에게로 향했다.
쉭-!
한 줄기 검광이 장내에 번뜩였다. 그 속도가 지독히도 빨랐다. 이를 지켜보던 강야 노인의 눈에도 검의 궤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안색이 시퍼레진 중년인이 양 손을 들어 검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푹-
영수검은 이미 중년인의 미간을 뚫고 나갔다.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일순간 고요해졌다.
엽현이 천천히 중년인을 향해 다가갔다. 아직 숨이 붙어있던 중년인의 떨리는 눈빛이 엽현에게 닿았다.
“너…….”
엽현이 별안간 주먹으로 중년인의 안면을 가격했다.
퍽-!
중년인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이 터져 나갔다.
영수검을 회수한 엽현이 싸늘한 시선으로 중년인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누구든 내 사람을 건드는 놈은 예외 없이 모두 죽는다!”
말을 마친 엽현이 상대의 납계를 챙기고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장내에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신합경이 만법경을 죽였다!
모두가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통유경이 신합경을 죽였다라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왜냐하면 둘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합경과 만법경은 비교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모두의 눈앞에서 신합경 강자가 만법경 강자를 죽여 버린 것이다.
엽현을 바라보고 있는 합환문의 강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청주에서는 신합경 강자가 만법경 강자를 죽이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토신주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때때로 요얼방 십 위 권 안에 드는 무인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오 위 안에 드는 자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 말은 눈앞의 엽현이 최소 요얼방 십 위의 무인과 견줄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야는 결코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그들 합환문에게있어 향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게다가 저국 국고에 쌓인 재물 또한 적지 않을 터였다.
그러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친 강야의 눈빛이 점차 차갑게 변했다.
엽현을 바라보는 중토신주의 무인들의 눈빛 역시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개중에는 이들은 살의를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저국의 보물이 코앞에 있는데 어찌 이대로 포기하겠는가!
반면 저국 각지에서 몰려온 무인들은 이때 이미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었다.
한 사람의 명성이 드리는 그림자는 거대하다. 당시 엽현이 월국과 초국 황궁에 단신으로 쳐들어가 그들의 국주를 살해한 것은 이미 청주 전역에 전설처럼 퍼진 일이었다.
저 강대했던 창목학원조차 지금은 엽현에게 감히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 저국의 무인들을 보자 강야가 소리쳤다.
“저국의 보고에는 엄청난 양의 보물이 축재돼 있다.만약 여기서 돌아가 버린다면 영기가 고갈된 청주에서 너희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는가?”
그 말에 몇몇 무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상대는 그저 신합경 강자 하나일 뿐이다! 우리의 수가 이렇게 많은데 겁먹을게 무어냐! 모두 다 같이 저 놈을 죽이고 저국의 보물을 차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