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내가 그런 쓰레기로 보이시오?
묵운기가 강제로 엽현을 자리에 앉히고서 그의 앞에 요리를 끌어다 놓았다.
“히히, 이건 이 형님이 직접 요리한 감자볶음이야. 어서 먹어!”
‘이게 감자볶음이라고?’
고개를 숙여 감자볶음이라 불린 요리를 본 엽현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접시엔 감자는 없고 그냥 새까만 돌덩이들뿐만 있었다.
엽현이 잠시 주저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묵운기를 바라보았다.
“저… 실은 나 밥 먹고 왔어…….”
“야!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건데! 너 주려고! 정말 이러기야?”
엽현이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들어 돌멩이(?)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그의 눈이 커다래지면서 다시 몇 개를 더 집어 먹는 게 아닌가!
“오! 맛있어! 진짜!”
“진짜? 진짜 맛있어?”
엽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먹어 본 감자볶음 중에 최고야!”
이에 백택이 불신 가득한 얼굴로 엽현의 곁으로 다가와 감자 한 조각을 집어넣었다. 그가 백택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도대체 왜 맛있지?”
묵운기가 크게 하하 웃으며 백택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항상 말하잖아! 이 묵 선생님은 뭐든 만능이라니까!”
말을 하며 묵운기가 입 안에 감자를 하나 집어넣었다. 두어 번 씹었나, 묵운기가 돌연 문밖으로 달려가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속았다. 이 놈들!’
그의 뒤를 따라 엽현과 백택 역시 먹었던 음식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퀭한 얼굴로 세 사람을 식탁에 앉아 물을 마셨다.
이때, 기안지가 생선요리가 담긴 쟁반을 엽현 앞에 내려놓았다. 보아하니 그녀가 요리한 듯했다.
엽현이 젓가락을 들고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을 때, 엽현과 눈이 마주친 생선이 눈을 깜빡였다.
‘이거 뭐야? 살아있어?’
엽현이 순간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뻔 했다.
옆에 있던 묵운기 역시 기안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지, 이거 살아있는 거 같은데…?”
순간 기안지가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묵운기를 째려보았다.
“아, 아냐! 내가 잘못 봤나봐. 이게 살아있을 리가 없지…하하…….”
평소 기안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성격이지만, 창란학원 내에서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그를 잘못 건드린 날에는 삼일 밤낮으로 괴롭힘 당할 각오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의 단순한 백택은 여전히 그 사실을 종종 까먹곤 했다.
“확실히 살아있어. 누가 이걸 보고 죽었다는 거야?”
쾅-!
백택의 신형이 바람과 같이 날아가는 동시에 기안지가 도를 들고 백택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엽현과 묵운기가 그 모습을 보고는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잠시 후, 한 바탕 살풀이가 끝나고 네 사람이 다시 탁자에 둘러앉았다.
이때, 엽현이 도 한 자루를 꺼내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기안지의 눈빛이 번뜩였다.
진계 중품의 도였다.
도는 삼척 정도 되는 길이에 검신이 매우 얇고 날카로웠다.
엽현이 아직 말을 하기도 전에 기안지가 먼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었다.
엽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도를 기안지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기안지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엽현이 이번에는 백택과 묵운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묵운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얘기했다.
“우리 둘은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응? 왜?”
“우리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항상 네게 기대왔어. 앞으로도 이렇게 네게 손만 벌리다간 끝도 없이 심약해지고 말 거야. 그러니 무기가 필요하거든 우리가 직접 얻을게.”
그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묵운기는 이대로 가다간 엽현과의 형제의 의가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형제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엽현에게 주는 것 없이 그저 의탁만 하고 있었다. 비록 가능성은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형제의 의가 변질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
엽현이 잠시 침묵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선택을 존중할게!”
“하하, 그래! 이제 밥 먹자!”
순간 장내는 조용해졌다. 먹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엽현이 돌연 벌떡 일어나서 헐레벌떡 대전을 떠났다.
백택이 엽현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느꼈어? 엽 강도의 실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묵운기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렴 만법경 강자도 죽이는 놈인데. 우리 셋과는 차이가 크지.”
쾅-!
“더 노력해야 해!”
백택이 갑자기 식탁을 손바닥으로 치며 일어났다. 그의 커다란 손에 가격 당한 식탁이 그대로 가루로 변했다.
묵운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백택을 노려봤다. 백택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지금 신합경 절정. 게다가 내 몸 안에 있는 요수혈맥도 계속 강해지고 있으니, 앞으로 반년 후엔 나도 만법경 강자를 죽일 수 있을 거야!”
“반년?”
묵운기가 가소롭다는 눈빛을 보냈다.
“한 십년은 필요하지 않겠어? 반년이면 엽 강도는 이미 어법경 강자를 죽이고 있을 걸?”
“…….”
묵운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수련하러!”
그 말을 남기고 묵운기가 창란전을 빠져 나갔다.
창란학원 뒷산.
엽현과 강구가 마주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엔 열 명의 무인들이 서 있었다.
“자, 이들이 척발 국주와 내가 선발한 인원들이야.”
엽현의 눈빛이 열 명의 무인들에게로 향했다. 다섯은 창란도병 중에서, 나머지 다섯은 저국 금어위의 무인 중에서 선발한 자들이었다. 과연 하나같이 정예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열 명 모두 신합경 절정이었다. 전투력 역시 최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섯 명의 창란도병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원장을 뵙습니다.”
금어위들은 엽현을 향해 살짝 고개만 숙여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엔 감탄과 존경심이 가득했다.
엽현이 그들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바로 이때, 그의 몸에서 강대한 검세가 폭풍처럼 불어 닥쳐 열 사람을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그러자 다섯 명의 창란도병이 각자의 창을 지면에 꽂아 넣었다.
창란도병들은 그렇게 겨우 버텨냈지만, 나머지 다섯 금어위들은 속절없이 십여 장을 밀려 나가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
이것으로 금어위와 창란도병 간의 차이가 극명히 갈리는 순간이었다.
다섯 명의 금어위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최강이라고 자부했던 자신들이 창란도병보다 아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엽현이 검세를 거둬들이고는 금어위들을 향해 다가갔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 만약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왔던 길로 돌아가면 된다.”
엽현이 강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데려가서 육 소저에게 훈련을 맡겨 줘.”
“알았어!”
이때 엽현이 손을 뻗으니 납계 하나가 강구에게로 날아갔다.
“그 안에 최상품 영맥이 들어있어. 창란산 어딘가에 놓아두자.”
그 말에 강구의 안색이 더없이 환해졌다. 창목학원에 영맥을 심어 놓으면 창란학원은 물론이고 황성 전체가 영맥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영기 부족으로 인한 혼란은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영기만 충분하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소요를 일으키기 않을 것이다!
강구는 곧 열 명의 무인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엽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마음속엔 온통 중토신주로 가고 싶은 소망뿐이었다.
바로 이때, 그의 뒤편으로 그림자 하나가 떨어졌다. 엽현이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고는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연만리!
연만리가 의아하게 쳐다보는 엽현에게 다가서며 귀밑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대가 혈종과 합환종을 격퇴한 후, 중토신주의 무인들은 감히 강국을 넘보지 못하게 되었소. 우리 대운제국 역시 이미 삼백 명이 넘는 중토신주 무인을 죽였으며, 그 중에는 만법경 강자도 여섯 포함되어 있었소.”
연만리가 고개를 들어 엽현의 눈을 응시했다.
“이로써 현재 청주는 잠시 평온을 되찾은 상태요. 하지만 여전히 두 가지 문제가 남았소. 첫째는 바로 영맥이오. 손상된 청주의 본원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영맥이 필요하오. 최상급 영맥으로는 부족하오. 이보다 더 밀도가 높은 영맥이 필요한데, 그런 영맥은 청주 내에선 찾아볼 수 없소!”
“중토신주에 가야 하나?”
연만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소. 그건 바로 중토신주와 창란주에서 온 무인들을 빨리 몰아내는 것이오. 정보에 따르면 창란주는 이미 폐허가 되었고, 그 곳에서 출발한 무인들이 거의 청주에 도착했다 하오. 그 외에도 청창계 다른 지역들에도 세력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호계맹은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오.”
“무엇 때문에? 호계맹조차 통제하지 못한단 말이오?”
엽현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묻자 연만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하니 호계맹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오. 요수 하나가 들이닥쳐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구려. 그런데… 그 요수의 이름이 뭔지 아시오?”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걸 어찌 알겠소?”
“엽현!”
연만리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요수는 자신을 엽현이라고 칭하고 있소.”
순간 엽현의 표정이 다소 아리송해졌다.
‘엽현? 요수의 이름이 엽현이라고?’
바로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쩍 하고 스쳐 지나갔다. 순간, 그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엽현! 요수! 설마, 이층에 있던 그 놈은 아니겠지!?’
순간 엽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처음에는 아닌 것 같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추측이 맞을 거 같았다.
단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만약 그 이층의 존재가 맞다면 왜 호계맹을 쳐들어갔느냐는 것이다. 아니, 그것까지도 좋은데, 왜 자신을 엽현이라 부르냔 말이다.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
바로 이때, 연만리의 곁에 갑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전하, 정보가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이틀 후, 창란주의 무인들이 만구산(萬丘山)에 도착한다 합니다.”
연만리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청주는 이미 커다란 피해를 입었소. 만약 저들이 청주에 들어온다면 또 다시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오. 그대의 사람들을 데리고 만구산으로 갑시다. 우리가 청창계의 수많은 생명들을 구해야만 하오!”
엽현은 그 말을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연만리가 할 수 없다는 말투로 읊조렸다.
“창란주에서부터 이 곳까지 약탈하며 왔으면 그들은 이미 엄청난 부자일 텐데…….”
순간, 엽현의 눈에서 탐욕의 불꽃이 튀었다.
“청창계의 수많은 생명들을 구한다고 했소!?”
연만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엽현이 정색하며 말했다.
“갑시다! 당장 갑시다! 우리가 아니면 그 누가 청창계를 구하겠소!”
“그들이 부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그런 쓰레기로 보이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