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네 친구들도 곧 보내줄게!
해산!
연만리의 말에 묵운기 등이 벙 찐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군!”
연만리를 호위하던 여인인 아좌가 뒤에서 연만리를 불렀다.
“이대로 자리를 뜨시면 청주는 곧 지옥이 될 것입니다!”
연만리가 자리에 멈추고는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감았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 곳은 청주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이다. 저들이 이 곳을 통과하게 되면 곧 청주 전체로 흩어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청주는 지옥을 맞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강국이든 저국이든, 심지어 대운제국도 그 화를 면하기 어렵다.
엽현 등은 연만리를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때, 저 멀리 바다 위로 구름을 뚫고서 수많은 운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연만리가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때 엽현이 눈을 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엽현이 운선에서 내려 땅을 밟았다. 모두의 곁으로 다가온 엽현이 청주도를 흘낏 바라보았다.
“저들인가?”
연만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깨달음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과 악에 대해 그가 정의한 것은 이러했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할 것 없이, 살려야 할 자는 살리고 죽여야 할 자는 죽인다.
검도란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을 간단하게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이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엽현은 자신의 검의와 검도에 변화가 없음을 느꼈다.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한 가지 의혹을 제거해 낸 것만으로도 그의 검은 이전보다 더 빠르고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검의는 사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조금 더 실질적인 것에 근접한 것이다.
바로 이때, 산 위에 운선들이 내려앉았다. 운선에서 내린 자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외치며 우르르 몰려 나왔다.
그들은 청주에 있는 모든 보물을 쓸어갈 생각에 흥분한 표정으로 앞 다투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있어 청주는 하나의 맛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수 많은 무리들 중, 한 남자가 기쁜 표정으로 소리쳤다.
“청주 참 아름답구나, 청주 여인들은 더욱 아름답겠구나! 형제들 청주에 들어가거든 우선 예쁜 여자들부터 찾읍시다! 하하하… 하하… 하하하… 어?”
신나게 웃던 남자가 전방에 있던 기안지 등 세 명의 여인을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형제들이여, 마침 하늘이 내게 여자를 내려 주셨구려! 그럼 나 먼저 실례하겠소이다! 하하하… 컥.”
순간 검 한 자루가 남자의 미간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이에 달려오던 무인들이 제자리에 멈춰 서서 경계의 눈초리로 엽현을 주시했다.
그 중 한 젊은 무인이 걸어 나오며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웬 놈이냐!”
“청주는 너희들을 원치 않는다. 이만 돌아가도록!”
엽현의 말에 질문한 무인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싫다면?”
푹-!
또 다시 나타난 검이 남자의 미간을 뚫고 나갔다. 이에 남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너… 넌…….”
돌아온 영수검을 받아 든 엽현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곧 네 친구들도 보내 줄 테니!”
남자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엽현의 곁에 있던 연만리가 이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의 이런 불같은 성격이 연만리는 아주 맘에 들었다.
장내에 보이는 무인들은 어림잡아 육칠백 명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신합경이었고, 가장 경지가 낮은 자가 통유경이었다. 그리고 만법경 강자도 십여 명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진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였다.
이때, 인파를 헤치고 한 노인이 엽현 등의 앞에 걸어 나왔다. 엽현과 연만리를 보는 그의 눈빛에서 어딘가 꺼림칙함이 느껴졌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노인의 물음에 엽현이 짧게 대답했다.
“청주의 엽현!”
‘엽현이라고?’
노인이 고개를 돌려 나머지 무인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눈치였다.
“청주인인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를 청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고?”
엽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러기에는 인원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노인의 말에 엽현이 영수검을 쥐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한번 해보시겠소?”
노인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일 조(爪)를 휘둘렀다. 그러자 별안간 공중에서 터무니없이 거대한 발톱이 나타나 그대로 엽현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엽현 역시 몸을 날리며 검을 휘둘렀다.
쾅-!
거대한 발톱이 그대로 사라졌을 때, 엽현의 신형은 이미 노인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순간, 노인을 향해 한 줄기 검광이 떨어졌다.
노인이 안색이 변하더니 이내 주먹을 쥐고 맹렬히 공중을 향해 일 권을 뻗어냈다.
노인의 주먹에 응집되어 있던 거대한 기운이 폭발하듯 방출됐다.
쾅-!
거대한 폭음성과 함께 노인의 몸이 수십여 장을 날아갔다. 이때, 노인을 향해 다시 검 한 자루가 빠르게 쇄도했다.
노인은 검을 보진 못했지만, 이미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노인이 창백해진 얼굴로 급히 검은 방패 하나를 꺼내 현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방패에서 눈을 멀게 할 듯한 흑광(黑光)이 뿜어져 나왔다.
엽현의 검이 꽂히는 순간, 방패가 격렬히 떨리다가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장검이 그대로 통과했다.
서걱-!
노인의 머리는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장내는 고요해졌다.
‘아니, 신합경이 만법경을 저렇게 쉽게?’
이때, 노인의 시체 앞에 멈춰선 엽현이 검 끝으로 수백 명의 무인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청주는 이 엽현이 보호하고 있소! 내 체면을 봐서라도 이대로 돌아가 주시오!”
무인들은 엽현을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물러날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은 얼음과 같이 차가웠고, 몇몇 무인들은 살의마저 숨기지 않았다.
“정녕 우리의 길을 막겠다는 것인가!”
한 남자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후…… 나라고 별 수 있겠소? 나는 창란학원의 원장이자, 강국의 사람이오. 강국이 나를 여러 차례 도와주기도 했고……. 게다가 나는 저국의 국사로서 일찍이 저국의 안녕을 수호하기로 약속한 바 있소. 그대들이 만약 청주로 들어온다면 이 두 나라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오. 그러니 모두 어렵겠지만, 서로 이해하고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어떻소?”
“헛소리를 그럴싸하게 하는구나! 이해해 달라고? 그럼 여기까지 천리 길을 달려온 우리의 사정은 누가 이해해 준단 말이…….”
엽현이 손을 놓자, 그의 손의 영수검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푹-!
어느 순간, 남자의 미간사이에 구멍이 생기면서 선혈이 폭포처럼 튀어 나왔다.
남자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에 살의 가득했던 무인들의 눈엔 신중함이 자리하게 되었다.
엽현이 손을 뻗자 하늘을 한 바퀴 선회한 영수검이 그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엽현이 다시 검으로 상대들을 겨누며 말했다.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 자가 있으면 또 나오시오!”
그의 말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한편,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연만리의 입가엔 미소가 드리웠다.
“옳지, 사내란 응당 저런 면이 있어야지!”
척발소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역시 내가 친구보는 눈은 있어! 사내다워! 좋아, 아주 훌륭해!”
“…….”
이때, 수백 명의 무인들을 헤치고 검은 장포를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남자가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
“우리를 겁먹게 해서 돌아가게 할 생각이라면… 너는 자격이 충분치 않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소매 안에 감춰진 두 주먹을 천천히 감아쥐었다.
엽현이 대답을 할라치면 그대로 그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엽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재빠르게 검을 들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남자가 순간 당황했다.
‘이런 젠장, 나랑은 말도 섞기 싫다는 건가!’
더 이상 꾸물거릴 틈이 없었다. 남자의 두 손에 순식간에 두 자루의 단도가 들렸다.
그가 엽현을 향해 달려들자, 그의 발밑이 날카로운 도망(刀芒)으로 인해 깊게 파여 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채 일 장도 남지 않았을 때, 엽현의 검이 오싹한 기운을 방출하며 날아들었다.
바로 이때, 남자의 단도가 매우 빠르게 휘둘러졌다. 찰나의 순간 거의 백번 이상 휘둘러진 도의 기운이 그대로 중첩돼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며 엽현에게로 떨어졌다.
도주(刀主)!
그의 초식은 차세(借勢)를 응용한 것이었다.
쾅-!
두 사람의 신형이 순식간에 수십 장 씩 밀려 나갔다. 다시 자세를 고쳐 잡은 남자가 두 자루의 도를 하나로 합치고는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쳤다.
슉-!
그러자 그의 도에서부터 하얀 도기(刀氣)가 방출돼 바닥을 깊게 가르며 엽현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이에 엽현이 손가락으로 도기를 가리키자, 그의 등 뒤에 있던 검갑으로부터 한 자루의 검이 빛과 같이 날아갔다.
서걱-!
검은 남자의 도기를 순식간에 파괴하더니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순간 남자가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도를 던져 보았지만, 엽현의 검에 의해 박살나고 말았다.
도저히 당해낼 수 없음을 느낀 남자는 재빨리 군중 속으로 몸을 피신했다.
하지만 엽현의 검은 이대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검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무인들이 화들짝 놀라 황급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앞 열의 다섯 무인은 그대로 몸이 잘려 나갔다.
검이 다시 엽현에게로 돌아가려는 그 순간, 불쑥 튀어나온 손이 검을 붙잡았다.
“요얼방 사 위, 하후소(夏侯昭)잖아!”
남자의 정체를 알아본 척발소요가 소리쳤다.
이때, 천천히 고개를 든 하후소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누가 이 말을 전해 달라더군. 안 소저는 너와 같은 쓰레기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엽현이 고개를 흔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미소에는 어쩐지 흉흉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내가 누굴 좋아하던 네 놈들이 무슨 상관이냐. 란수는 내 것이고, 이 청주도 내가 보호한다!”
그 순간, 그의 손의 영수검이 칠흑처럼 검게 변했다.
악념!
세상은 음과 양으로 나뉘고 만물은 상생과 반목을 반복한다.
사람 역시 선과 악으로 나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선한 성품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악이 따르게 되어 있다.
만약 실력이 고강한 무인이 선을 품고 있다면, 세상엔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반면 악을 품는다면 그야말로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엽현에게 있어 선과 악이란 아주 간단했다. 내게 선을 행하면 선으로 갚고, 악을 행하면 백 배, 천 배로 돌려주는 것이다.
내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나의 대접도 달라진다는 철칙이었다.
엽현은 은혜를 원수로 갚지도 않겠지만 원수에게 은혜를 베풀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엽현에게서 악념검의가 흘러나온 그 순간, 하후소의 손에 있던 검이 격렬히 떨기 시작했다. 뒤이어 검이 점차 검게 변했다. 그 다음엔 하후소의 손마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후소가 깜짝 놀라 검을 놓았다. 그러자 자유를 찾은 그의 검이 순식간에 엽현의 검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후소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손의 피부 일부분이 사라진 것이 보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게 검을 놓았다면 팔 전체가 사라졌을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검의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