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난 중토신주로 갈거야
엽현의 몸이 공중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연만리가 몸을 날려 그를 안고서 지면에 내려섰다.
이때의 엽현은 얼굴이 너무나 창백해졌다.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를 본 중토신주의 무인들의 눈이 순간 빛났다.
연만리가 자주색 단약을 꺼내 엽현에게 먹였지만, 호전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때였다.
“엽현을 죽이는 자, 천계 공법, 천계 무기, 천계 보물 그리고 최상급 영석 일억 개를 차지할 것이다!”
순간, 장내 무인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붉은 빛이 번쩍 일더니, 그로부터 빛으로 된 거대한 두루마리가 아래로 펼쳐졌다. 두루마리 위에는 붉은 글씨로 된 열 개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엽현의 이름이 바로 두 번째 줄에 기재되어 있었다.
창계 수배자 명단이었다.
이 명단은 말 그대로 청창계에서 큰 죄를 지은 자들을 척살하기 위해 호계맹에서 만든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명단에 이름이 오른 자는 청창계 전체를 적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줄에 위치한 엽현을 죽이는 것은 바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며 악을 제거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수배자 명단이라니!’
하늘을 바라보는 연만리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표정 또한 무겁기 그지없었다.
‘귀찮게 됐군!’
이때 엽현은 이미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였다. 단지 고통이 너무 심해 몸을 가눌 수 없었을 뿐.
엽현은 천녀가 떠났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호계맹은 남겨둔 채로.
분명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엽현은 자신의 길은 스스로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앞에 무엇이 가로막고 있다 해도, 결국 자신이 해쳐 나가야만 했다.
물론 마음 한편엔 조금 더 편한 길을 택할 걸이라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엽현은 혀끝을 깨물어 정신을 잃지 않고자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을 잃는다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대로 천녀가 사라진 후, 중토신주 무인들은 서서히 원래의 기운을 되찾고 있었다.
청주라는 보물을 앞에 두고 이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리라!
“가주의 원수를 갚자!”
이때, 사도 가의 한 만법경 강자가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치고는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를 본 연만리가 한 손으로 청룡도를 맹렬히 휘둘렀다. 그러자 한 줄기 도기(刀氣)가 상대를 향해 뻗어나갔다.
쾅-!
달려오던 만법경 강자가 그대로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연만리를 향했다.
연만리가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수백의 무인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감히 누가 또 덤비는지 보자!”
“모두 함께 칩시다!”
이때, 한 만법경 강자가 나서며 소리쳤다.
“저 둘만 죽이면 평생동안 수련을 위한 자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그 말에 무인들이 엽현과 연만리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들의 눈빛은 이미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두 사람만 죽이면 평생을 써도 남을 보물을 얻게 된다.
이때, 뒤편에 있던 아좌가 다급히 말했다.
“주군, 호계맹이 결심을 한 이상 그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군께서는 일단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그 말은 엽현을 내버려 두란 소리냐?”
“주군께서 그를 보호하신다면 대운제국까지 호계맹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안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이 남자는 죽고 말아!”
아좌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할 때, 연만리가 손을 저으며 만류했다.
“당시 저들 중토신주 무인들을 함께 막아내자고 제안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만약 그 약속을 깨고 달아난다면 본왕은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연만리가 차가운 눈으로 중토신주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죽기 전에는 이 남자의 털 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연만리의 결심이 굳건한 것을 본 아좌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위한 충언이었지만 더 하게 되면 신하가 된 도리가 아니라 아좌는 생각했다.
연만리의 말을 들은 사도 가의 만법경 강자들의 표정이 순간 흉악하게 변했다. 그 중 한 흑의 노인이 소리쳤다.
“두말할 것 없이 저 여인과 엽현을 모두 죽여 버리면 간단할 일이오! 이런 곳에서 두려워한다면 무슨 자격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겠소? 함께 칩시다!”
순간, 일곱 명의 만법경 강자들이 일제히 엽현과 연만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들의 뒤를 수백 명의 광기어린 중토신주 무인들이 뒤따랐다.
이와 같은 진용은 가히 진 어법경 강자라고 할지라도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묵운기 등 삼인방이 엽현의 앞에 섰다. 자신들 앞에 달려오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그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표정이었다.
한편, 그 곁에서 척발소요가 매우 흥분된 표정으로 작은 망치를 빙빙 돌리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큰 패싸움(?)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때 연만리가 묵운기 등을 향해 말했다.
“그대들은 속히 대운경으로 돌아가 창란도병과 흑염군 그리고 대운제국의 근위병들을 데리고 돌아오시오!”
“주군, 시간이 부족합니다!”
아좌가 소리쳤다.
“걱정할 것 없다. 본 왕이 시간을 벌어 볼 것이다!”
말과 동시에 연만리는 엽현을 껴안은 채로 깊은 산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도주하는 것을 보자 잠시 당황해 하던 흑의 노인을 향해 그의 곁에 있던 만법경 무인 하나가 소리쳤다.
“엽현은 중상을 입었소. 어떻게든 지금 죽여 후환을 없애야 하오!”
그 말에 노인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만약 엽현이 회복한다면 지금보다 더 골치 아파지리라!
이내 사도 가의 만법경 무인들을 필두로 수백 명의 무인들이 연만리와 엽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묵운기와 백택이 그들을 쫓으려 했으나, 아좌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대들의 실력으로는 짐이 될 뿐이오. 주군이 말한 대로 한시바삐 돌아가 도병들을 데리고 이 곳으로 오시오. 저들이 청주로 들어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하오!”
말을 끝낸 아좌가 순식간에 장내에서 모습을 감췄다.
묵운기가 고개를 돌려 엽현이 사라진 쪽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운기, 연 소저의 말대로 해야 해!”
백택의 말에 묵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안지가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운선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묵운기가 그녀의 뒤를 쫓으려 할 때, 갑자기 멈춰서더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소요, 너는 안가?”
“아니, 나는 중토신주로 갈 거야!”
척발소요의 말에 묵은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백택과 함께 운선을 향해 뛰었다.
척발소요가 고개를 들어 깊은 산 속을 바라보았다.
이때, 산 깊은 곳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척발소요가 시선을 거두고서 청주도를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검수, 조금만 버텨. 아버지, 큰아버지 그리고 큰 오빠를 데리고 돌아올게…… 아 근데 이렇게 돌아가긴 싫은데… 원래 계획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척발소요는 그렇게 흐느끼며 달리기 시작했다.
* * *
중토신주.
엽현이 청창계 수배 명단에 오른 일은 금세 중토신주 전역에 퍼져 나갔다. 경지가 낮은 수배자에게 엄청난 보수가 걸리니 많은 이들이 호기심 반,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 반으로 청주를 향했다.
어느 깊은 산 속, 웬 여인 하나가 뭔가를 쫓으며 입 안으로 쉴 새 없이 커다란 떡을 넣고 있다.
육반장이었다.
바로 이때, 그녀와 그녀를 따르는 무리의 머리 위에 커다란 두루마리가 펼쳐지며 붉은 글씨들이 나타났다.
그 글씨들 사이에서 엽현이란 두 글자를 발견한 여인은 씹던 떡을 뱉어내고 말았다.
육광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곁에 다가왔다.
“너, 바보 같은 짓 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라!”
육반장이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이때, 육광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이 녀석아, 너 미쳤어? 저게 창계 수배령인 거 몰라서 이러는 거야? 그를 도와주러 갔다가는 청창계 천체를 적으로 두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가문마저 타격을 입을 거라고!”
“…그럼 지금부터 난 육 가의 사람이 아닌 걸로 해 둬.”
육광이 떠나려는 육반장을 황급히 돌려 세웠다.
“너 정말 미친 게냐?”
“오빠, 만약 오빠의 형제가 누군가에게 죽게 됐다면 어떻게 할 거야?”
육광이 깊게 숨을 들이키며 대답했다.
“이 녀석아, 저건 창계 수배령이라고, 호계맹에서 발포한 수배령!”
“그래서 가야 하는 거야.”
말과 함께 육반장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이대로 가면 넌 우리 가문에서 제명이야, 제명!”
육광의 호통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 * *
능 가(凌家).
능가의 저택에서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나왔다. 길 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남자가 그대로 쏜 살같이 달음박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골목을 채 돌기도 전, 한 중년인이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이에 남자는 흠칫 놀라며 황급히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헤헤, 아버지, 출타하시는 길입니까?”
이 남자는 다름 아닌 능한이었다.
“청주로 가는 것이렷다?”
“청주?”
능한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웬 청주입니까? 혹시 청주에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
“하하, 아버지, 그냥 나가서 술이나 한 잔 하러 가는 길입니다. 정말입니다!”
“…너와 엽현이란 자 사이에 일은 나도 들어서 아는 바가 있다. 고집불통인 네 녀석이 형님으로 섬길 정도면 필시 보통 인물은 아닐 터! 그와 교류하는 것 까지는 막지 않겠다. 그러나!”
중년인이 깊게 한 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아들아, 이건 다름 아닌 창계 수배령이다. 까딱하다간 청창계 전체를 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비록 우리 능 가가 중토신주에서 약하진 않지만, 호계맹을 대적할 정도의 역량은 없다!”
능한이 침묵한 채 중년인의 말을 들었다.
“청창계의 혼란이 시작 된 이래로, 호계맹은 청주와 창란주의 호계자들을 모두 불러 들였다. 이 것은 호계맹이 두 주를 버리려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엽현이 사람을 모아 그것을 역행하려드니, 호계맹이 과연 그를 가만 두겠느냐?”
능한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아버지, 허나 그는 저의 형제입니다!”
“그리고 너와 나는 부자지간이다! 만약 이번 일로 네가 능 가에 누를 끼치게 된다면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느냐?”
능한이 오랫동안 침묵한 끝에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엽 형은 이미 창목학원과 암계의 연합에서도 살아남은 바 있습니다. 이런 자가 보통 사람이겠습니까? 게다가 듣자하니 그는 이미 검황에 올랐다고 합니다! 중토신주에서 이십 세가 되기도 전에 검황이 된 자를 보신 적 있습니까?”
중년인이 침묵하자 이번엔 능한이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 저는 능 가의 사람입니다. 이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가문의 이익의 관점에서 말씀하신다니 저도 그 점을 한 번 짚어 보겠습니다. 호계맹이 엽 형을 노린다는 것은 달리 보면 엽 형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들은 수배령을 내릴 것이 아니라 직접 엽 형을 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