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너를 괴롭히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
학살!
종주의 입에서 이 한마디가 나오자, 혈종의 제자들은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마도(魔道)!
비록 그들은 중토신주 안에서 생존해 오고 있었지만, 그렇게 환영받는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세력들의 공분을 살까 두려워서 몇몇 극단적인 마공은 감히 수련조차 하지 못했다. 이렇듯, 중토신주에서 마도 일맥은 손발이 묶인 채,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 청주에서만큼은 아무것도 꺼릴 것이 없었다.
호계자의 감시도, 자신들을 견제할 만한 세력도 없으니 하고 싶은 것은 뭐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강자는 약자를 마음대로 처리해도 상관없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바로 약한 것이라지 않는가!
살(殺)!
성 안에 들이닥친 혈종의 제자들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황급히 달려와 막으려 했지만 일반 병사들은 그저 속절없이 쓰러져갈 뿐이었다.
합환종과 환소문은 살육에 참여하지 않고 곧장 황궁으로 뛰어갔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미지체를 손에 얻는 것이었다.
* * *
저국 황궁 앞.
이미 수만의 병사가 빼곡히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척발언이 서 있었고, 두 명의 만법경 강자가 그녀를 곁에서 호위했다.
이윽고, 무수히 많은 시선 속에 합환종주와 환소문주를 위시한 무인들이 황궁 앞으로 집결했다.
척발언의 모습을 발견한 합환종주와 환소문주는 순간, 두 눈이 불타올랐다.
그때였다.
“쏴라!”
척발언의 고함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화살비가 날아와 합환종과 환소문 무인들을 뒤덮었다.
이에 합환종주가 차갑게 웃으며 오른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한 줄기 기운이 쏟아지면서, 태양을 가리고 있던 화살비를 말끔히 걷어냈다.
이 모습에 저국 병사들의 안색이 일순간 창백해졌다!
그는 어법경 강자였기 때문이다.
일반 병사들로는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어법경 강자를 대적할 수 없다. 어법경 강자는 이미 일반 무인의 범주를 벗어난 자였다.
이때, 합환종주가 병사들 사이로 보이는 척발언을 향해 소리쳤다.
“이번에는 아무도 너를 지켜줄 사람이 없구나! 혹여 딴 맘을 품을 생각은 하지 말거라. 만약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병사들을 너와 함께 순장시켜 줄 테니!”
“내가 순순히 잡힌다 하더라도 너희들은 내 병사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 더 이상 말 섞을 필요 없다. 우리 저국이 힘이 약해 망할 순 있어도, 그 기개만큼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말을 마친 척발언이 소매 틈에서 두 장의 염폭부를 꺼내 들었다.
순간, 염폭부가 미친 듯이 떨리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바로 이때,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의 양쪽 어깨에 손을 놓았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척발언이 뒤를 돌아보자 자신들을 호위하던 두 노인이 미안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고개를 떨구고 척발언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전하, 용서하소서!”
노인의 말에 척발언의 두 눈에는 불신의 기색이 드러났다.
“강이, 약노…… 그대들이 어떻게…….”
“합환종과 이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일이 끝난 후, 우리 두 사람은 저들과 함께 중토신주로 갈 것입니다. 청주도, 저국도 끝난 마당이니, 우리 두 사람도 살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하하하하…… 다른 자들은 몰라도, 그대들이 배신을 하다니… 이건 꿈에도 몰랐군…….”
척발언은 두 사람을 어려서부터 봐오며 자라왔다. 두 노인은 그녀에게 있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혈육만큼 가깝다고 여겼던 자들에게 가장 중요할 때 배신을 당할 줄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노부가 척발언의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니,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누구나 이기적이라고? 누가 그러던가!?”
이때, 누군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순간, 무인들이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긴 적삼을 입고 손에는 칼을 들고 등에는 검갑을 짊어진 남자.
엽현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모두의 표정이 마치 귀신에 홀린 것만 같았다.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엽현을 바라보는 척발언 역시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엽현이 척발언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병사들이 다급히 길을 열어 주었다. 코앞에서 그를 바라보는 병사들의 표정에선 흥분을 감출 길이 없었다.
엽현은 비록 강국인이지만, 저국의 국사였다. 게다가 엽현과 척발언의 관계가 깊다는 사실은 맹인도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한편, 합환종과 환소문의 인물들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주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검황이 된 자가 바로 엽현이었다.
그들은 모두 엽현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두 명의 어법경 강자, 십여 명의 만법경 강자, 그리고 수백 명의 정예 무인들마저 엽현을 죽이지 못했단 말인가…….
이에 생각이 미치자, 합환종주와 환소문주의 낯빛이 어둡게 바뀌었다.
엽현은 어느새 척발언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두 노인은 여전히 척발언의 어깨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언제 왔어?”
척발언이 담담히 물었다.
“일 각쯤 됐나?”
엽현이 능글맞게 웃었다.
“사실 제일 중요할 때, 영웅처럼 등장하려 했는데, 너를 이렇게 괴롭히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
이때, 그의 검갑이 움찔거리더니 한 자루의 검이 튀어 나왔다.
서걱-!
스산한 소리와 함께, 척발언의 어깨를 잡고 있던 노인의 팔이 잘려 나갔다. 이때, 그의 곁에 있던 노부가 깜짝 놀라며, 황급히 척발언을 끌어당겨 자신의 방패로 삼고자 했다. 이때, 한 자루의 검이 그녀의 미간을 꿰뚫었다.
“빠… 빠르다…….”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만법경 강자를 단 일격에 죽이다니!
합환종과 환소문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만약 만법경와 혈전 끝에 승리했다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법경 강자를 단 일격에 죽인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척발언은 죽은 노부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매우 복잡했다.
바로 이때, 그녀의 뒤에 있던 노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엽현이 출수하려는 찰나, 척발언이 손을 들어 그를 만류했다.
“보내 줘.”
척발언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엽현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마지막에 배신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야. 이걸로 저자에게 빚진 것은 없어!”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
엽현이 그대로 몸을 돌려 상대 무인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에 합환종주가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을 걸어왔다.
“엽현, 더 이상 우리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게다. 그렇지 않으면…….”
엽현이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동시에, 한 자루 검이 합환종주를 향해 날아들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이때, 엽현의 검은 이미 악념검의로 검게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그의 검은 이미 천지의 기운까지 머금은 상태였다.
이 일 검의 화려한 등장에, 모든 이들의 표정이 떨려왔다.
엽현의 검에 담긴 위력을 느낀 합환종주가 엄숙한 표정으로 재빨리 양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 공간이 기이하게 왜곡되기 시작했다.
공간왜곡!
이는 어법경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 어법경이 아니었기에, 공간의 구조는 바꾸지 못한 채, 단순히 공간을 왜곡할 뿐이었다.
바꾸는 것과 왜곡하는 것, 이 두 능력 사이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엽현의 검은 이 왜곡된 공간에 갇히지 않은 채, 그대로 합환종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쾅-!
모두의 시선 속에, 그림자 하나가 튕겨져 나갔다. 그는 바로 합환종주였다.
합환종주가 수십 장을 날아가 자리에 멈춰 선 순간, 엽현이 다시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찰나의 순간, 합환종주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쾅-!
합환종주는 다시 한번 튕겨져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의 이번엔 그의 몸이 채 땅에 닿기 전에, 한 자루 검이 날아와 그의 미간 사이에 꽂혔다.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어법경 강자가 죽었다.
그 것도 단 삼 합 만에……!
엽현이 검을 휘두른 것은 단, 세 차례였다. 하지만 이 세 번의 공격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악념검의와 천지지세(天地之勢), 일검정생사라는 강력한 검기(劍技)까지!
마지막으로 그가 사용한 검은 천계 급 명검이었다.
그가 검황이 된 이후, 그의 경지는 만법경에 준한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 강대한 검기와 검의, 그리고 천계 검까지 더해지니, 어법경 강자를 능히 죽일 수 있는 정도가 된 것이다.
단순한 공간왜곡 정도로는 더 이상 엽현의 검을 막을 수 없었다. 그의 검을 막으려면 진 어법경에 이른 자가 공간 구조를 바꾸는 방식을 사용해야 만이 검의 힘을 상쇄할 수 있었다.
방금 죽은 합환종주는 진 어법경이 아니었다.
세 번의 칼질로 합환종주를 죽인 엽현이 이번에는 환소문주를 바라보았다. 이에 환소문주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철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모든 무인들이 앞 다투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실 환소문주는 처음부터 발을 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두 명의 진 어법경 강자와 맞닥뜨리고도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합환종주를 죽인 엽현의 실력을 보자마자, 그는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벗어 던졌다.
저 정도 천재의 배후에 강력한 세력이 없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합환종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퇴각을 선택했다.
엽현은 그를 순순히 도망치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도망친 적이 다음번에 더 강한 무인들을 데리고 돌아오면 더 큰 화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적이 된 이상, 반드시 목숨을 끊어 놔야 후환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때, 도망치던 환소문주가 뭔가 싸늘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엽현의 검갑에서 한 자루 검이 튀어 나와 빛과 같은 속도로 환소문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환소문주가 이를 악물며 몸을 돌려 세웠다. 동시에 그가 오른발로 지면을 강하게 밟았다.
쿵-!
그러자 지면이 흔들리며, 거대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솟구쳤다. 동시에 그가 기이한 방식으로 수인을 맺더니, 양손을 자신의 앞으로 쭉 뻗었다.
“지수인(地守印)!”
순간, 그의 발밑에서부터 강대한 기운이 생성되더니, 전신을 훑고서 그의 양손에 모여 들었다. 그 기운이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그의 앞에 황금빛 방패가 생성됐다.
바로 이때, 엽현의 검이 방패 위에 꽂혔다.
쾅-!
검이 타격을 가한 순간, 방패에 균열이 가면서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악념검의!
환소문주가 기겁하며 황급히 발을 빼려는 순간, 엽현이 이미 그의 머리 위에 도착해 있었다.
쉭-!
엽현이 검을 내리치자, 환소문주가 재빨리 양손을 합장해 칼끝을 막아냈다. 검의 힘에 그의 다리가 휘청거리며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이 틈을 타, 엽현의 검갑에서 다시 한 자루의 검이 튀어 나갔다.
푹-!
한 줄기 검광이 환소문주의 미간 사이를 갈랐다. 잠시 소란스럽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