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내가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이때까지 계옥탑이 흡수한 최상품 영석의 수는 대략 이억 개. 하지만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최상급 영석 이억 개는 중토신주의 일류 세가들이라 할지라도 한 번에 마련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이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앞으로 얼마나 영석을 더 바쳐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엽현은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간 끼니도 조만간 끼니도 때우기 힘들어질 것이 자명했다.
이건 도병들을 기르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상황이었다.
잠시 후, 엽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궁 내의 수련실로 향했다. 이곳은 척발언이 평소 수련하는 곳으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엽현은 자리를 잡고 앉아 검갑과 검들을 모두 꺼내 놓았다.
‘무언가 어수선해’
엽현은 자신의 상태가 매우 혼잡스럽다고 느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의, 검도, 심득 그리고 검기가 매우 혼란스럽게 섞여 있었다.
엽현은 여전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가 이제 하려는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자신을 제대로 ‘인식’ 하는 것이었다.
검의(劍意)!
시작은 ‘검의’ 부터였다.
그의 검의는 크게 선념검의와 악념검의로 나뉘었다. 선념검의는 주로 방어, 악념검의는 공격을 위해 사용됐다.
선념검의는 살상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그만큼 방어력이 뛰어났다. 선념검의로 만든 방패는 진계 상품 영기 정도의 효과를 보여줬다. 이는 만법경 강자조차 쉽게 파괴하지 못할 정도였다.
문제는 그가 상대하게 될 자들이 만법경이 아닌 어법경이나 진 어법경 강자라는 것이다.
만약 선념검의의 위력을 더욱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엽현은 악념검의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악념검의의 살상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악념검의는 그의 공력의 약 삼 할 정도를 끌어올려 주었다. 악념검의가 없다면 어법경 강자를 죽이기는 힘들었다.
악념검의는 부식성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악념검의에 닿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순식간에 부식되어 사라졌다. 이 강력한 성질은 심지어 어법경 강자라 할지라도 위협으로 느낄만했다.
그 다음은 검세(劍勢).
검황인 엽현은 이미 천지지세(天地之勢)를 빌려 쓸 수 있었다. 아직은 완전히 천지지세를 쓸 수 있다고 할 순 없었다. 천지지세를 완전히 다룰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땐 어법경 강자 역시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이제 갓 문턱을 넘은 그로서는 아직 갈 길이 요원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 다음은 검.
엽현은 두 자루의 천계 검, 일곱 자루의 진계 검을 소유 중이었다. 그 중 한 자루는 진계 상품 영수검이었다. 남은 것들은 진계 중품과 하품이었다. 그 외에 그는 진계 검갑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전, 단 삼검으로 어법경 강자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두 자루의 천계 검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두 자루의 천계 검은 공력의 삼할 이상을 올려주었다.
다음은 검기(劍技)!
일검정생사(一剑定生死)!
일검정생사는 엽현이 유일하게 펼칠 수 있는 검기였다. 이 검기로 인해 그는 어법경 강자를 죽일 수 있었다. 만약 검기 없이 단순히 검의와 검세 그리고 천계 검으로만 싸웠더라면, 어법경 강자를 죽일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때, 엽현은 자신에게 생각보다 허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먼저, 자신의 공력의 삼 할은 천계 검으로 이뤄내고 있었다. 만약 천계 검이 사라지게 되면 전투력의 삼 할이나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그는 어느 정도 외부의 힘에 의지하고 있던 것이다. 천계 검 없이 영수검만으로 어법경 강자를 죽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의지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었다.
검의, 검세, 검기 그리고 검도지심(劍道之心).
이것들이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자산이었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비장의 무기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계옥탑이었다.
계옥탑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첫째는 계옥탑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진다는 것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누가 그를 해하려 한다 해도 대항할 수 없게 된다.
둘째로, 계옥탑을 사용한 후에는 엄청난 양의 최상품 영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필요한 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탑의 힘을 사용할수록 계옥탑의 봉인이 더욱 느슨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그의 목숨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라 할 수 있었다.
탑 안에 무엇이 갇혀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코 엽현에게 이로운 존재들은 아닌 듯했다.
더욱이 천녀도 사라진 마당에 봉인까지 풀리게 되면 그땐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계옥탑이라는 패는 결코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목숨이 정말로 경각에 달린 상황이 온다면 일단 쓰고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생각을 마친 엽현은 자신의 눈앞으로 한 자루 검을 치켜세웠다. 순간,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검안으로부터 흘러 나왔다.
검세(劍勢)!
이는 온전히 그의 역량이었다.
순간, 검세가 갑자기 강물처럼 불어났다. 수련장 바닥이 떨리는 동시에 수십 갈래로 갈라져 나갔다.
천지지세(天地之勢)!
엽현은 천지에 흐르는 기운을 자신의 검안으로 빌려 왔다.
검세와 천지지세의 기운이 한 데 모이자, 그 기운은 순식간에 배가됐다.
정적이 흐르는 순간, 엽현의 손에 있던 검이 갑자기 뻗어 나갔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검세와 천지지세, 그리고 검기(劍技) 자체에 깃든 기운까지!
검이 지나간 공간은 마치 파도와 같이 일렁였고, 수련실 사방에 조금씩 균열이 일더니, 이내 폭삭 주저앉았다.
그의 방금 일 검은 이미 천계 무기의 위력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크게 숨을 들이켠 엽현이 한 손을 뻗자, 검이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천 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수련실은 이미 먼지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엽현은 아직 뭔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의 검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 가지 세(勢)를 완벽하게 융합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 중요한 것은, 방금 전의 일 검엔 악념검의가 빠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멈추지 말고 수련해야 한다!’
엽현이 다시 출수하려는 때, 한 음성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황궁을 다 부수기라도 할 작정이야?”
엽현이 돌아보니, 척발언이 자신을 향해 서 있었다.
척발언은 평소 입던 용포 대신, 긴 담황색 치마를 착용하고 있었다. 치마는 옆구리가 트여 있어 매끈한 두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척발언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그녀의 용모는 마치 화폭에서 갓 나온 선녀 같았으며, 피부는 눈과 같이 환했다. 게다가 한 나라의 지배자로서의 위엄까지 갖추고 있으니, 뭇 사내들의 정복욕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여인이라 할 수 있었다.
척발언이 다가오자 엽현은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향내를 맡을 수 있었다. 여기엔 비단 향수 냄새 뿐 아니라,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체향도 섞여 있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막 목욕을 마친 듯했다.
엽현 안에서 남자의 정욕이 들끓는 듯했으나, 재빨리 평정을 되찾았다. 마음을 수련하는 검수라면 이 정도 덕목은 갖추고 있어야 했다.
척발언이 사방을 둘러봤다.
“네가 그런 거야?”
“하하… 미안해. 수련에 열중한 나머지 내가 어디 있는지도 잊고 있었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그저 약해빠진 남자일 따름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무인이 됐네.”
“그래… 그날, 거의 네 손에 죽을 뻔했지…….”
그러자 척발언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특수한 체질 덕에 척발언은 항상 춘약을 복용해야 했다. 그녀는 그날, 자신의 춘약이 그렇게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챈 엽현은 그 때 그 장면을 떠올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하반신이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매우 어색해졌다.
엽현의 분위기가 묘해진 것을 감지한 척발언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가슴께의 앞섬을 풀어헤쳤다. 순간, 그녀의 옥과 같이 매끈한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뭐, 뭐하는 거야!?”
“너는 두 번이나 저국을 구해주었는데, 나는 네게 뭐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만약 이 몸이라도 좋다면…….”
“네 몸?”
이때, 뜨겁게 달아오르던 엽현의 몸뚱이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내가 너와 저국을 구한 것이 다 네 몸을 차지하기 위해서란 말이야?”
척발언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척발 국주, 지금까지 나를 고작 그런 놈으로 생각했단말야? 너…… 하… 됐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이만 가 볼게. 몸조심해.”
말을 마친 엽현이 거칠게 검을 회수하고는 그대로 장내를 떠났다.
척발언이 당황해하며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엽현은 이미 그녀에게서 멀어진 상태였다. 척발언이 부랴부랴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서 엽현을 쫓았지만 그를 찾을 수는 없었다.
척발언은 그렇게 제자리에서 한동안 멍청하니 서 있었다.
한편, 황궁을 나선 엽현은 더 이상 저국에 머물지 않고, 수련을 위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고자 하는 것은 악념검의, 검세, 검기 그리고 일검정생사의 완전한 융합이었다. 다시 말해, 이를 통해 자신의 검의 위력을 극한으로 끌어내려는 것이었다.
성 밖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의 눈에 마침 커다란 산맥이 들어왔다. 엽현이 그리로 막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한 노인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어법경이었다.
노인이 거두절미하고 엽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우리 사도 가의 열 명의 만법경 강자, 진 어법경 강자 그리고 사도가의 가주, 이들은 지금 어디 있느냐!”
엽현이 아무 대꾸도 없자, 노인이 다시 소리쳤다.
“네가 죽인 것 아니냐!?”
“그대가 보기에 내가 그들을 죽일 능력이 있을 것 같소?”
노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렇다면… 검선?”
“한 명의 검선이 그들 전부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소? 그것도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노인의 미간 사이가 깊게 패였다.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이냐!”
“말하지 않겠소. 어차피 말해봐야 믿지도 않을 테니.”
“만약 말하지 않으면 우리 사도 가의 전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입을 열게 하겠다!”
“후… 말해도 죽고, 말 안 해도 죽이려고 할 테니… 역시 말하지 않겠소.”
이때, 노인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호계맹은 아니겠지…….”
순간, 엽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무, 무슨 호계맹? 나는 모르는 일이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아무것도 모르니 더, 더 이상 묻지 마시오…….”
대답하는 엽현의 목소리가 가면 갈수록 떨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