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나는 아무말도 안했소
욕심이 너무 과하다고?
이때의 엽현은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사도 가와 다른 세력들이 그를 이용해서 호계맹과 대적하려 하고 있었다. 가장 앞에서 그 모든 위험을 받아내고 있는 엽현으로서는 당연히 최대한 많은 것을 요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챙길 수 있을 때 챙기지 않으면, 그저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질 수 있었다.
진정한 친구에게는 진심을 다해 대우하고,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는 이익만 얻어내면 될 뿐이다.
엽현은 수련을 하는 대신 오랜만에 깊은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 사도명이 엽현을 찾아왔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것은 오십 점의 진계 상품 무기들이었다. 그 외에도 수련을 위한 진귀한 단약도 있었다. 이는 신합경 무인들이 복용하기 딱 좋은 것이었다.
납계를 탁자 위에 내려놓은 사도명은 가타부타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사라졌다.
엽현은 납계를 품 안에 넣고서 싱글벙글 웃었다.
드디어 창란도병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계 장비로 무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토신주에서도 가장 부유한 세력만이 이 정도 장비를 갖춘 도병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창란도병을 이끌고 당장 중토신주로 향한다 하더라도 그들보다 강한 도병들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잠시 흥분에 휩싸였던 엽현은 이내 납계를 갈무리하고서 자신을 위한 수련실로 이동했다.
이번에 그가 수련할 검기(劍技)는 바로 일검정혼(一劍定魂)이었다.
이는 천녀가 그에게 남겨준 것으로, 당시 통유경의 경지였던 그가 익히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지금까지 썩혀왔던 기술이었다.
현재 그는 그때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데다 검도에 대한 조예 역시 깊어졌으니, 이제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 *
한편, 창란학원에서 사라진 사도명은 구름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구름을 뚫고 날아오르던 그는 어느 두터운 구름층에 이르자 비행을 멈췄다.
바로 이때, 그의 왼편에 자욱이 뻗어있던 구름 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놈의 욕심이 한도 끝도 없으니, 이쯤에서 강경하게 나가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점점 우리를 금고 취급해 버릴 것이오.”
이때, 오른편의 구름 속에서 또 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확실히 그 말이 맞소. 게다가 그 나이에 벌써 검황에 이르렀으니, 그 자질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놈이오. 지금 우리가 과연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엽려스럽소…….”
사도명이 양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운을 뗐다.
“대화에 끼어들어서 미안하오만, 만약 우리가 어느 정도 지출을 감안하지 않으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오. 알다시피, 우리의 적은 바로 저 호계맹이 아니오? 만약 엽현이 아니라면 이 청주에서 중토신주 무인들을 막을 자가 누가 있겠소? 혹은 두 분께서 직접 나서려 하는 것이오?”
그 말에 구름속이 잠잠해졌다.
이에 사도명이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그가 욕심을 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것이오. 놈의 주장대로 혼자서 그 많은 중토신주 무인들을 모두 감당할 순 없는 것이니 말이오. 그가 요구하는 영석이나 장비들은 우리 모두가 조금씩 분담하면 그리 부담되는 것도 아니오. 게다가 모든 일이 끝나면 그를 죽이고 물건들을 다시 회수하면 되지 않겠소?”
“흠… 그래도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것이 심히 염려되오.”
오른쪽 구름 속에서 음성이 들려오자, 사도명이 그쪽을 향해 말했다.
“엽현과 호계맹 중 누가 더 두렵소?”
“그건 물론 호계맹이오.”
그 말에 사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의 적은 엽현이 아니라 바로 호계맹이오. 우리는 한시바삐 호계맹의 음모를 밝히고 더 많은 세력들을 우리 쪽에 끌어 들어야만 하오. 상계의 몇 몇 세력들, 하계의 강자들, 그리고 호계맹에 핍박을 받은 적이 있던 자들은 흔쾌히 우리의 뜻에 동참할 것이오. 누구도 언제까지나 호계맹의 그늘에서 그들의 배를 불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진 않을 테니…….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엽현을 잘 달래서 우리의 목적을 이뤄줄 개로 삼아야 하오. 나중에 잡아먹는 한이 있더라도…….”
* * *
수련실 안.
엽현은 검을 자신의 미간에 바짝 붙여 놓은 자세로 서 있었다. 이때, 그에게는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검정혼(一劍定魂)!
이 기술은 상대의 영혼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일반 검술이라 볼 수는 없었다.특히 영혼체(靈魂體)에 대해서는 극강의 효과를 자랑한다.
단, 보통 무인을 상대로는 십장일살이나 일검정생사만큼의 살상력을 보이진 못할 것이다.
그가 이 기술을 연마하려는 까닭은 현재가 아닌 훗날 영혼체를 만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미친 듯 수련에 임하고 있을 때, 청주의 정세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엽현과 연만리가 청주로 돌아온 후, 중토신주 무인들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이 마음대로 활개 치지 못하고 있었다.
대운경에서는 연만리가, 대운경 밖은 엽현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주의 외곽 지역은 이미 오래 전 그들이 휩쓸고 지나갔으니, 중토신주의 무인들이 노릴만한 곳은 대운경과 엽현이 지키고 있는 지역뿐이라 할 수 있었다.
현재 대운경과 창란학원은 청주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두 축이었다.
특히 창란학원엔 천문학적 액수의 현상금과 호계령을 목에 달고 있는 엽현이 있었으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엽현만 제거한다면 강국, 저국 그리고 강국을 마음껏 휘저을 수 있었다. 창란학원의 재산 또한 그들이 노려볼 수 있게 된다. 창란학원이 소유하고 있는 최상급 영맥은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엽현을 노리는 자가 수도 없이 많은 상황이었다. 다만 웬만한 강자가 아니고서는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강국 외곽 지역의 한 평원.
세 개의 용병단이 빠른 속도로 강국 황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중토신주에는 모두 열 개의 거대 용병단이 존재했다. 이들은 바로 그들 중 가장 강한 세 용병단이었다.
이들은 각각 황천(黄泉) 용병단, 왕자(王者) 용병단, 그리고 광사(狂狮) 용병단이었다.
세 명의 단장을 제외하고, 세 용병단의 총 인원을 합치면 모두 서른 명이었다. 가장 좌측에 있는 열두 명의 무인들이 바로 광사 용병단이었다. 그들은 모두 신합경 절정의 강자들로 모두 농후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이미 신합경의 기운을 벗어난 자 역시 더러 있었다.
광사 용병단은 번쩍이는 검은 갑옷을 걸치고, 허리에는 검은 장도를 착용한 상태였다. 약 사 척 정도 되는 도는 하나같이 날이 시퍼렇게 서 있었다.
또한, 그들의 등에는 둥그런 검은 방패가 달려 있었는데, 무슨 비늘로 만들었는지, 표면이 마치 칼날과 같이 삐죽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진계 상품이었다.
열두 명의 무인이 착용한 장비는 하나 같이 진계 상품 급의 보물이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은 얼핏 보면 창란도병이 사용하는 흑염마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면 그 덩치가 더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광사 용병단의 단장은 광사라고 불리는 자였다. 거의 삼백 근은 나가 보이는 거구의 몸집을 자랑하고 있었고, 상의를 입지 않아 노출 된 그의 가슴팍에는 막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사자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오른쪽에 위치한 것은 왕자 용병단이었다. 그들의 수는 단 열이었지만, 개개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광사 용병단의 그것보다 더 강했다.
금색 갑옷을 입은 그들은 손에는 금색 창을, 등에는 금색 장궁을 달고 있었다. 양쪽 손목에는 작고 날렵한 금색 화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역시 진계 상품의 장비들이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늑대처럼 생긴 요수였다. 튼튼한 네 다리로 땅을 디딜 때마다 깊은 자국을 남기곤 했다.
그들의 이름은 질풍랑(疾風狼)이었다.
질풍처럼 빠른 속도로 달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질풍랑이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하면 흑염마라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왕자 용병단의 단장은 왕자라는 젊은 남자로, 이제 갓 스물이 된 청년이었다.
왕자(王者)는 중토신주에서 요얼방 삼위였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그는 입버릇처럼 자신이 왕자가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말하곤 했다.
두 용병단 사이로 보이는 것이 바로 중토신주 용병단 중 가장 강한 황천 용병단이었다.
인원수는 단장을 포함해 겨우 아홉 명. 하지만 그들의 위명은 정상급 세력들마저 쉽게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소문에 의하면 호계맹이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조용히 접근했을 정도라니…….
남녀 혼성으로 이뤄진 황천 용병단은 소복차림에 머리에는 갓을 썼고, 회백색 망토를 착용한 상태였다.
특이한 점은, 이들 아홉에게서는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통 경지를 알 수 없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보통의 말이었다.
황천 용병단의 단장은 한 명의 여인이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얼굴조차 하얀 면사로 가려 용모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쓸데없는 말은 삼간 채, 빠르게 목표물이 있는 강국 황성으로 접근했다. 물론 그들의 목표는 엽현이었다.
강국 황성까지 약 백 리가량 남은 지점, 황천 용병단장이 갑자기 말을 멈춰 세웠다. 그러자 그녀의 뒤로 나머지 단원들이 멈췄다.
이에 광사 용병단과 왕자 용병단이 급히 걸음을 멈추며 황천 용병단을 돌아보았다.
황천 용병단장이 손을 펼치자, 구름 너머에서 두루마리 한 권이 그녀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그녀가 두루마리를 펼치자, 그 안에서 엽현의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꽤나 자세한 정보들이었다. 엽현의 일과나 좋아하는 음식까지 두루마리 안에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다.
빠른 눈으로 내용을 읽어 내려간 여인이 두루마리를 접고서, 강국 황성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십구 세, 검황, 두 자루의 천계 검을 사용하고, 천계 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검기를 사용함. 두 가지 형태의 검의를 사용하는데, 하나는 공격용, 다른 하나는 수비를 위해 사용…….”
순간, 여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무슨 문제라도?”
왕자가 의아한 듯 묻자 여인이 두루마리를 갈무리하며 대답했다.
“이런 자에게 그런 엄청난 현상금을 걸다니… 뭔가 석연치 않아.”
“호계맹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뜻인가?”
여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한 편에 있던 광사가 소리쳤다.
“숨기는 게 있으면 또 어때? 어쨌든 엽현이란 놈의 목만 따면 되는 거 아닌가? 설마 떼먹기야 하겠어?”
여인이 광사의 말을 무시한 채, 한 곳을 응시했다. 그러자 다른 자들 역시 그녀의 시선이 끝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멀리서 한 남자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남자의 등에는 검갑이, 손에는 한 자루의 칼이 들려 있었다.
어느새 용병단 앞에 남자가 멈춰섰다. 그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소개를 하겠소, 엽현이라 하오.”
그 말을 들은 광사가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의 눈에서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엽현이 그들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서며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들은 내 목에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현상금이 걸린 줄 알고 있소?”
“나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네 놈만 죽이면…….”
“말하게 내버려 둬!”
광사가 엽현을 향해 달려들려 할 때, 여인이 그를 제지했다.
이에 광사가 여인의 말에 겁을 먹은 듯 주저하며 주먹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엽현을 향한 살기는 점점 짙어져 갔다.
엽현이 광사의 눈빛을 무시한 채,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호계맹 정도의 세력이 마음만 먹는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나 하나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소?”
“혹시 그들이 너를 훈련시키고 있는 건가?”
왕자가 되물었다.
그러자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소. 음… 절대로, 나는 호계맹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니…….”
엽현이 갑자기 검을 들어 용병단을 가리켰다.
“어쨌든, 황성 밖에서 그대들을 기다릴 테니, 그곳에서 결판을 냅시다!”
할 말을 마친 엽현이 그대로 등을 보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러자 용병단 무인들이 다소 당황스러운 눈초리로 엽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