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4
24화 어검을 펼칠 수는 있다. 꿈에서라면!
육소연이 운선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음…, 곧 양계성(兩界城)에 도착하겠군.”
“양계성이라고요?”
궁금해하는 엽현에게 육소연이 설명을 시작했다.
“양계성은 강국과 북쪽의 당국(唐國)의 경계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대가 높고 양쪽엔 화산을 낀 천혜의 요새라 차지하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전략적 요충지라 할 수 있소. 양계성은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다가 현재는 강국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소. 지금은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엽현이 물었다.
“그럼 우리는 그 곳에 정차하게 됩니까?”
“물자를 조달해야하니 한 나절 정도는 정선해야 할 것이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염려 되십니까?”
엽현의 질문에 육소연이 웃으며 답했다.
“별 일이야 있겠소만, 조금 불안한 것은 사실이오.양계성엔 여전히 당국 사람들이 마음대로 출입하면서 가끔씩 분란을 일으키기도 하니 아무래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소.”
엽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은 육소연과 조금 더 담소를 나눈 후 엽령과 함께 뱃머리로 다가갔다. 엽현은 굽이쳐 흐르는 웅장한 산맥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언젠가는, 검을 타고서 이 천하를 굽어보리라!”
엽현이 문득 천녀에게 물었다.
“천녀님, 현재 저의 실력으로 어검(禦劍)을 펼칠 수 있습니까?”
[당연하다!]순간 화색이 돋은 엽현의 얼굴에 천녀가 찬물을 끼얹었다.
[꿈속에서라면!]“…….”
약 한 시진 후, 운선이 거대한 산맥을 넘자 눈앞에 성 하나가 나타났다.
거대한 두 개의 봉우리 사이에 위치한 성은 멀리서 보면 마치 두 산의 관문처럼 보였다. 성 밖으로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고 그 끝자락에 희미하게 또 다른 성이 보였다.
그것이 바로 강국과 인접해 있는 당국이었다.
이때, 한 선원이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여러분, 우리 배는 물자를 보충하기 위해 잠시 양계성에 정박하겠습니다. 두시진 후에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오니 제 시간에 맞춰 등선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양계성 안은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동을 삼가 주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 운선이 크게 한 번 흔들리더니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운선이 떨리자 엽령이 엽현의 팔을 잽싸게 끌어안았다.
배가 지면에 가까이 갈수록 양계성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위에서 바라본 양계성은 천산성에 비하면 확실히 낙후되어 있었다. 사람의 왕래도 적어 황량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운선이 강 위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엽현 남매 역시 그들과 함께 내렸지만, 달리 이동하지는 않고 취선루에서 제공한 휴식장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휴식장소는 성문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커다란 광장이었다.
광장 안에는 여러 가지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해있었다. 마침 시장기가 돌았던 엽현 남매는 그중 한 노점으로 향했다.
“어르신, 여기 국수 두 그릇만 말아 주십시오.”
“국수 두 그릇!”
잠시 후, 엽현과 엽령 앞에 뜨끈한 국수 두 그릇이 놓였다. 그 안에는 삶은 계란과 고기까지 고명으로 올라 있었다.
엽현이 자신의 계란을 덜어 엽령의 그릇에 넣어 주었다. 엽령이 엽현을 째려보더니 다시 계란을 돌려놓았다.
“오빠, 계란 싫어한다고 거짓말 할 생각 하지마! 이제 안 속으니까!”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없었던 어렸을 적 엽현은 종종 음식을 싫어한다는 핑계를 대며 엽령의 입에 자신의 음식을 넣어주곤 했다. 당시 너무 어렸던 엽령은 그 말을 믿었었다. 이제 그녀는 엽현이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엽현이 웃으며 엽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르신, 계란 두 개만 추가해 주십시오.”
“계란 두 개 추가요!”
한편, 한향몽은 엽현 남매가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저 두 남매는 요즘 보기 드물게도 우애가 좋군요.”
그녀의 옆에 있던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저 자는 여동생을 끔찍이도 아끼는군요. 하지만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훗날 이것이 그의 큰 약점이 될 것입니다.”
한향몽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엽령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계집애는 참 행복하겠구나….”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엽현이 계산을 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인장, 여기 얼마입니까?”
“넉 냥일세 젊은이.”
엽현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금화 네 냥 이라고요?”
“더도 말고 딱 네 냥!”
그 말에 국물을 들이 마시고 있던 엽령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금화 네 개? 청성에서는 국수 하나에 은자 네 개면 충분한데!?
엽현이 엽령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 뒤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인장, 국수 두 그릇, 계란 두 개가 금화 네 냥이라구요? 화, 확실합니까?”
그 말을 들은 주인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어이, 손님. 설마 잘 먹어놓고 도망가려는 건 아니겠지?”
“이, 이런 날강도 같은 가게가 어디 있소!”
“무슨 소리야! 내가 여기서 몇 년 동안 장사하면서 항상 이 가격이었는데! 음식을 날로 먹으려는 네 놈이 날강도가 아니더냐!”
엽현이 억울한 표정으로 계속 따지려는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형! 내가 계산 하겠소.”
엽현이 뒤를 돌아보니, 육명이 육소연과 함께 서 있었다.
노점 주인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간 육명이 지갑에서 금화 네 개를 꺼내어 건네주며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대형께서 설마 금화 네 개도 지불하지 못할 거.렁.뱅.이. 처럼 보이시오!?”
노점 주인은 아무 말 없이 돈을 챙겨서 자리로 돌아갔다.
육명이 돌아서서 엽현을 보며 씨익 웃었다.
“대형,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시지요. 이 정도는 제가 해드릴 수 있습니다.”
엽현은 당황스러웠지만 그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육명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나에게 검을 배우고 싶어서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건가?”
바로 이때, 성문 근처에서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십여 명의 검은 갑옷을 입은 기병들이 성문을 향해 돌진 해 왔다.
“당국인(唐國人) 이다!”
육소연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당국의 흑갑기병(黑甲骑兵)이 왜 이 곳에…. 설마 전쟁이라도 일으키려는 것인가?”
흑갑기병(黑甲騎兵)?
엽현이 말을 탄 자들을 주시했다. 성문을 통과한 그들은 자신의 앞을 막는 사람마다 칼질을 하고 노점들을 부수고 있었다.
순간,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아무도 막지 않는 것입니까?”
“막긴 뭘 막아?”
갑자기 그의 옆에 나타난 노점 주인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성을 지키는 보위라는 것들은 다들 겁에 질려서 지하실에나 숨어있을 것이오.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절대로 취선루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마시오. 만약 여기서 벗어났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소!”
엽현이 그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그들의 앞으로 흑갑기병들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들이 탄 말에는 약탈한 재물과 심지어 흐느끼는 아녀자도 있었다.
“하하하!!”
“강국의 사내 중에 불알달린 자들은 모두 죽었느냐! 어찌 폐물들만 득실득실 하는구나!”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미친듯이 웃으며 자신의 손에 잡힌 한 여인의 옷을 거칠게 잡아 뜯었다. 그러자 여인은 속옷만 남은 채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속으로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하하하하! 강국 사내놈들은 똑똑히 듣거라! 너희들의 재물은 모두 내 것이고, 여인들은 모두 내 수발을 들게 될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이 육소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잠시 제 여동생을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과 동시에, 엽현은 옆에 있던 나무 의자를 집어 들고 뛰쳐나갔다.
이에 사람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겁도 없이 참견하려는 것인가!’
엽현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설마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엽현이 흑갑기병들을 향해 걸어 나가는 순간 그 생각은 사실로 확인 되었다.
‘젊은 청년이 목숨 아낄 줄 모르는구나!’
현재 양계성은 강국의 영토이긴 하지만 당국의 세력이 마음껏 휘젓고 있었다. 설령 육소연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많은 수에 흑갑기병에 대항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린 소년 하나가 홀몸으로 저들에 맞서려 하다니!
엽현에게로 사람들의 원망의 시선이 쏟아졌다. 만약 흑갑기병들의 심기를 잘 못 건드린다면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향몽이 엽현의 행동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앞뒤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다간 언젠가 화를 입을 것이다.”
“결코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도 없을뿐더러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요.”
노인의 말에 한향몽이 고개를 끄덕이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성문 앞에 도달해 있었다.
흑갑기병들은 볼일을 마치고 막 성문 밖으로 나가려는 참이었다. 이때, 그들의 우두머리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나무 의자 하나가 그의 안면을 향해 날아왔다.
이에 그는 당황하며 손을 들어 앞을 막았다 .
퍽-!
나무 의자가 산산조각 나면서 그 우두머리가 말 아래로 떨어졌다.
엽현은 놀란 말을 끌어 당겨 진정시킨 후 말 위에 있던 여인에게 손을 내밀어 내리도록 도와주었다. 엽현은 그녀에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덮어주고는 엽령 등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곳에 가 있으면 안전할 것이오.”
여인이 말없이 엽현의 눈을 응시했다.
이에 엽현이 그녀의 뺨을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정신 차리시오. 목숨을 포기하는 것은 무능한 자들이나 하는 짓이오.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어떻게든 붙잡아야 하오!”
말을 마친 엽현은 반쯤 부서진 의자를 다시 집어 들고 기병들을 향해 돌진했다.
엽현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자 기병들 역시 엽현을 향해 달려갔다.
이때 막 넘어졌다가 일어난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저 건방진 놈을 당장 죽여 버려!”
가장 선두에 있던 기병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을 때 엽현의 신형이 순간 솟구쳤다. 동시의 그의 손에 들린 의자가 그 기병의 머리를 강타했다.
퍽-!
기병의 몸이 하늘을 날았다. 엽현은 이제 다 부서져 파편만 남은 나무 의자를 공중에 떠 있는 기병을 향해 던졌다.
푸욱-!
날카로운 나무 파편이 목을 관통했고 기병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나머지 기병들도 엽현의 앞을 막아섰다. 엽현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엽현의 신형이 번개처럼 움직이자, 십여 명의 기병들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이제 그들의 우두머리인 흑갑기사(黑甲騎士)만이 남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오랜 세월 전투로 단련된 쓸 만한 무인들이긴 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전쟁터에서 살다시피 한 엽현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실력은 기껏해야 오품 부식경(不息境)에 지나지 않았다. 결코 엽현의 적수가 될 수 없던 것이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수하들을 모두 잃은 흑갑기사는 당황하여 도망가 보려 했지만 엽현의 동작이 더 빨랐다.
질풍처럼 돌진하는 엽현을 보며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흑갑기사가 이를 악물며 엽현을 향해 손에 있던 장창을 내밀었다.
기변경!
상대의 경지를 간파한 엽현은 창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향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퍽-!
엽현의 신형이 뒤로 반 보 밀려났지만 장창은 그의 몸을 뚫지 못했다.
금신경!
금신경을 수련한 엽현의 육체는 일반 무인보다 몇 배나 단단했다!
흑갑기사가 안색이 크게 변하며 창을 회수하는 순간 엽현이 창의 흐름에 따라 뛰어 오르며 상대의 머리를 향해 발을 뻗었다.
퍽-!
흑갑기사의 신형이 성벽까지 밀려가 처박혔다.
그가 급히 발버둥 치며 몸을 가눠보려 했지만 어느 순간 그의 가슴팍엔 엽현의 발이 올라와 있었다. 이에 흑갑기사가 독기어린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는 곧 죽은 목숨이다! 알고 있느냐!”
엽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의 숨을 끊으려 할 때 등 뒤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죽이게 해 주세요!”
엽현이 돌아보니 그 곳엔 방금 그가 구해준 여인이 서 있었다.
열여덟이나 되었을까? 청초한 용모에 빼어난 몸매를 지닌 그녀는 지독히도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흑갑기사의 허리춤에 있던 한 자루 도를 빼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여인이 엽현과 도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도를 잡고 휘두르려 했다.
바로 이때! 노기 어린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