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총력전이 될 것이오
계옥탑 안.
탑 바닥에 가부좌를 튼 엽현이 진계 상품 검을 꺼내 들었다. 순간, 그가 갑자기 검을 자신의 가슴에 꽂아 넣었다.
쿵!
한 줄기 거대한 기운이 그의 몸 안에서 솟구쳤다.
현재 엽현은 신합경이었다. 그가 만약 만법경에 이르게 된다 하더라도 진 어법경 강자와 마주치면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진 만법경이 된다면 그땐 진 어법경 강자와도 겨뤄볼 만하다.
깨달음을 마친 엽현은 미친 듯이 진계 검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수검을 제외한 진계 검들이 모두 엽현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세 자루!
두 자루의 천계검과 영수검이었다.
한동안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던 엽현이 마침내 영수검을 꺼내 들었다. 검을 들여다보는 엽현의 표정이 다소 착잡했다.
이렇게나 많은 수의 진계 검을 흡수했으나, 영수검은 여전히 천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영수검은 이미 진계 상품 끝자락에 이른 상태였다.
아마도 어떤 기연을 만나지 않고서, 단순히 검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는 천계에 이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천계 검을 흡수한다면 만법경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 않겠으나, 그렇게 되면 영수검을 잃게 된다.
영수검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곁을 지켜주던 검이었으니, 엽현은 그런 영수검을 흡수하고 싶지 않았다.
이때, 영수검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가볍게 떨려왔다.
엽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천계 검을 내 새로운 단전으로 하란 말이냐?”
영수검이 대답하듯 짧게 진동했다.
“그래도 되긴 할 텐데…….”
말을 하던 엽현의 표정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었다.
단전을 바꾼다는 의미는 처음에 단전을 생성할 때 느꼈던 그 고통을 다시 한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고통은 여전히 엽현의 머릿속에 생생히 살아 있었다.
그러나 마땅히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엽현은 뇌소검을 꺼내 들었다.
“네가 선택해. 만약 내 단전이 되고 싶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원하지 않으면 고개를 흔들어.”
물론 뇌소검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고개를 흔들겠는가!
엽현이 다시 말했다.
“만약 내 단전이 되면 네게 수많은 검을 흡수하게 해 줄 테니, 너에게도 좋은 일이야. 그리고 훗날 다른 검을 얻더라도 결코 널 흡수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뇌소검이 짧게 진동했다. 이는 승낙의 표시이리라!
엽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검이 동의하지 않는데 강제로 단전으로 삼으려 한다면 죽음에 이르는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뇌소검의 동의를 얻은 엽현은 검을 즉시 자신의 가슴에 꽂아 넣었다.
쿵!
순간 엽현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더니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목의 혈관이 크게 부풀어 올라 마치 작은 뱀처럼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엽현은 비로소 천계 검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천계 검이 내뿜는 기운은 당시 영수검을 받아들일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검이 완전히 들어갔을 때, 엽현의 육신은 그 충격에 거의 터질 뻔했다.
쾅-!
순간, 한 줄기 검의가 홀연히 그의 전신을 덮었다.
선념검의!
선념검의가 그의 몸을 휘감자 그는 고통이 한결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극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엽현이 재빨리 무적검체결(無敵劍體決)을 외우자 뇌소검이 천천히 안정을 찾아갔다.
이렇게 천천히 엽현의 몸은 다시 한번 변하고 있었다.
* * *
창란전.
전 안에는 육구가, 봉남 그리고 묵원이 서로를 향해 앉아 있었다.
육구가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음미한 후에 먼저 운을 뗐다.
“현재 상황을 어찌들 보시는지요?”
“복잡하오.”
묵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봉남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다소 복잡해 보이오. 호계맹이 직접 나서는 대신 엽현을 수배자 명단에 올린 것은 다소 의외라 할 수 있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오. 첫째는 호계맹이 엽현에게 겁을 먹고 있다는 것, 둘째는 호계맹이 엽현의 이름을 이용해 중토신주 무인들을 청주로 불러 모으고 있다는…….”
순간, 세 사람이 깜짝 놀라며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잠시 후, 육구가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호계맹은 청주의 본원을 얻고자 하려는 모양인데, 무슨 목적으로 본원을 노리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군요.”
“결코 좋은 일을 위함은 아닐 것이오. 호계맹은 겉보기에 청창계의 수호자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뜻을 품고 있소. 이번에 두 주(州)에서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킨 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 수 있지 않소!”
“잔인하다고 했습니까?”
봉남의 말에 육구가가 웃으며 받아쳤다.
“저 하늘 위의 신선 같은 자들에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은 개미만도 못한 것일 테지요.”
봉남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 것 아니겠소? 호계맹은 청주를 망하게 하려 하고 엽현은 청주를 수호하려 하니, 그 둘이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보아하니 그는 이미 호계맹과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한 듯합니다.”
이때, 육구가가 봉남과 묵원을 향해 물었다.
“두 분께서는 어찌 보시는지요?”
묵원이 쓴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우리야 엽현에게 모든 희망을 건 상태니, 볼 것도 없이 엽현의 편에 서야겠지요.”
육구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모두 비장의 패들을 선보일 때가 된 것 같군요.”
묵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쪽은 이미 준비가 되었소. 하지만 그 아이 배후에 있는 여인이 호계맹을 막아주지 않으면 우리가 어떤 패를 꺼낸다 한들 실패로 돌아갈 것이오.”
“그렇게 되기만을 바래야겠지요.”
육구가가 대전 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우리 병도(兵道)와 유도(儒道)가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는 이번 일에 달렸군요…….”
묵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총력전이 될 것이오.”
“총력전이라…….”
육구가의 입꼬리가 살짝 들렸다.
* * *
만구산.
만구산은 이미 오만 명이 넘는 중토신주 무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 중엔 청주에서 도망쳐 온 이들도 있었고, 이제 막 중토신주에서 넘어온 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모인 목적은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엽현의 죽음이었다.
이곳의 무인들은 하나 같이 엽현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원래 청주에 침입해서 수많은 보물을 강탈해 나올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엽현이 그들을 막으면서 그런 계획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였던 것이다.
오히려 엽현에게 원래 있던 재물들마저 털리는 일이 허다했으니…….
오만이 넘는 무인들은 청주로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렸다.
마종과 귀종!
그 두 세력이 도착하기 전에는 누구도 감히 청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엽현과 창란도병이 두려웠던 것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황혼녘에 가까워진 무렵, 구름너머로 마침내 백 대가 넘는 운선들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가장 앞에 있는 거대한 운선 꼭대기에 족히 십여 장이 넘는 검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깃발에는 검은색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마종(魔宗)
그리고 그 왼편에 마찬가지로 깃발을 달고 있는 거대한 운선 한 대가 보였는데, 깃발엔 붉은 색 글씨로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귀종(鬼宗)
수많은 눈이 운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운선 위에서 장장 오천 명이 넘는 무인이 뛰어내렸다.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한 중년 남자와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었다.
이 두 사람이 각각 마종의 종주 고명허(枯明虛), 그리고 귀종의 종주 기언노(紀嫣奴)였다.
두 사람 모두 진 어법경의 강자들이었다.
고명허의 눈빛이 멀리 청주 쪽을 향했다. 곧, 그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흘렀다.
“청주…… 우리에게 있어 이 땅은 마음껏 수련을 할 수 있는 천국이라 할 수 있소.”
“고 종주의 말이 맞소. 하지만 청주는 아직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이 아니란 것을 명심해야 하오.”
순간, 고명허의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엽현이란 놈은 필시 보통이 아닐 것이오. 당시 사도 가의 진 어법경 강자와 암계의 암존(暗尊)이 함께 나섰는데도 놈을 죽이기는커녕 생사조차 알 수 없으니…….”
기언노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놈의 뒤에 버티고 있는 그 검선이라는 여인……, 그리고 호계맹이 직접 나서지 않고 우리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을 봤을 때, 분명 정상은 아니오.”
“그들이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그들이 내건 조건을 거부할 수 없지 않소.”
기언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왜냐하면 호계맹이 내건 조건은 청주 전체에 대한 마종과 귀종의 통제권이었기 때문이다.
청주 전체에 대한 주권 행사라는 조건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들로서는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일단 청주를 손에 넣게 되면 호계맹에서 간섭하지 않는 한, 마도인들은 청주인들을 상대로 그들의 마공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청주는 마도인들의 성지가 되는 것이다.
“엽현의 배후란 여인… 아직 알아낸 것이 없소?”
고명호가 물었다.
“없소. 내가 직접 창목학원 원장 여경까지 만나 보았지만, 그는 굳게 입을 다물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소.”
“입을 열지 않는다…?”
고명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엇 때문에?”
고명허의 물음에 기언노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알 수 없소. 그에게 함께 엽현을 치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소. 무언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소.”
“흠… 역시나 그 여인이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지……. 하지만 상관없소. 만약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우리 마종이 그녀를 잡아다가 마종 산문에 매달아 버릴 것이오. 이 청주는 이미 마종이 차지하기로 결정했으니 말이오!”
그러자 기언노가 여우같은 미소를 지었다.
“귀종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하하, 좋소. 어서 갑시다. 가서 검선이란 여인이 소문대로 머리가 세 개인지 직접 확인 해야겠소!”
고명허가 손을 높이 치켜들자, 수천 명의 무인들이 살기등등한 기세와 함께 청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수만의 중토신주 무인들이 따랐다.
마종과 귀종을 위시한 중토신주의 무인들은 청주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메뚜기 떼처럼 모든 것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 청주는 다시 한번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