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너처럼 얼굴 두꺼운 놈은 처음 본다!
모든 무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 어법경의 강자인 그가 정녕 엽현에게 졌다고?
모든 이들의 눈이 고명허의 입으로 향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던 것이다.
한편, 고명허는 엽현을 노려보며 미친 듯이 전음을 날리고 있었다.
“내 살다 살다 너처럼 낯가죽이 두꺼운 놈은 처음이다!”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법이오. 이제 마종 무인들을 데리고 떠나면 될 것이오. 참, 절대 청주를 떠난다고 말하면 안 되오! ‘다음에 다시 보자!’ 이런 식으로 대사를 쳐야 할 것이오!”
고명허가 쌀쌀맞은 눈초리로 엽현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종주님! 마지막 대사!”
순간, 고명허의 입가가 씰룩였다. 필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었다. 고명허가 신형을 돌려세우며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외쳤다.
“너의 재주에 노부는 탄복했다! 허나, 오늘은 날이 늦었으니 다른 날 다시 승부를 보도록 하자!”
말을 마친 고명허가 순간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운선 위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고명허가 부하들에게 명령하자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렇게 간다고?
마종과 귀종이 정말로 떠나려 하자, 남아있는 중토신주의 무인들은 곧 머리가 백지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마종과 귀종의 운선들이 사라졌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무인들이 다급히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엽현이었다.
엽현을 앞에 둔 중토신주 무인들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이때, 엽현이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이걸 어쩐다…. 너희는 보내줄 생각은 없는데?”
이때, 엽현 정면에 있던 한 노인이 갑자기 소리쳤다.
“웃기지 마라! 우리를 무시하나 본데, 여기 있는 수만 명의 무인들이 출수하면…….”
순간, 엽현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서걱-!
그와 거의 동시에 말을 하던 노인의 목이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나갔다.
이에 겁에 질린 중토신주 무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죽여!”
엽현의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 대기하고 있던 창란도병들이 일제히 활을 당겼다. 순식간에 백 명에 달하는 중토신주 무인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때, 성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광사 용병단과 왕자 용병단이 쏟아져 나왔다. 그 뒤에 있던 면사녀는 잠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아홉 명의 용병단원을 이끌고 성문을 나섰다.
물론 육반장 일행은 이미 멀찌감치 앞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엽현 측의 무인들은 채 이백도 되지 않았다. 그 기세에 있어서만큼은 수만의 중토신주 무인들을 압도했다.
물론 이는 마종과 귀종이 떠난 이후, 남은 무인들이 서로 우왕좌왕했던 탓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대학살이었다.
곧, 장내는 학살의 현장이 벌어졌다. 특히 엽현이 지나가는 곳은 시체들이 즐비했다.
그 누구도 엽현의 일 검을 막아낼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자들은 광사, 왕좌, 면사녀, 그리고 육반장이었다. 천하의 기재라 할 수 있는 이들의 공격은 웬만한 만법경 강자가 와도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만법경 이하의 무인들은 그야말로 학살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 외에도 면사녀가 이끄는 아홉 명의 무인들 역시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고, 장내에 서 있는 중토신주 무인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물론 대다수는 이미 도망친 후였다.
그렇게 잔인했던 살육의 현장은 장장 한 시진이나 흐르고 나서야 막을 내렸다.
이때, 강국 황성 밖에 누워있는 시신들은 족히 일만여 구였다.
성문 앞으로 걸어간 엽현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성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자들을 죽였는지 알진 못했지만, 엄청나게 많이 죽였다는 것은 확실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무인들의 세계에서 항상 통용되는 말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힘의 논리만이 인정되는 것이 바로 이 세상인 것이다.
이때, 묵운기가 지친 몸을 이끌고 엽현의 곁에 털썩 주저앉더니, 단약 한 알을 삼키며 말했다.
“더 죽이다간 내가 먼저 쓰러지겠다.”
엽현이 말없이 묵운기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이때 마침 면사녀와 왕자 그리고 광사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종과 귀종이 떠나버리니 그저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소.”
광사가 문득 엽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그대는 마종과 귀종을 어떻게 쫓아낸 것이오?”
“하하, 한 번 알아맞혀 보시오.”
“에휴, 됐소. 물어본다고 알려줄 것 같지도 않으니…….”
광사가 엽현 옆에 털썩 자리를 깔고 누웠다.
“피해는?”
엽현의 물음에 묵운기가 대답했다.
“창란도병 열한 명이 전사했다.”
‘열한 명이나?’
“후… 그들 가족에게 연락하고 가능한 지원을 해 주도록 하자. 그리고 친지 중 창란학원에 입학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최대한 배려하도록 하고.”
“그래, 육 군사에게 일러 놓도록 하지.”
엽현이 이번에는 육반장을 바라보자, 육반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쪽은 사망자 없어.”
그 말에 엽현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 숫자를 세 본 결과, 총 사망자는 열다섯이었다. 창란도병이 열하나, 그리고 광사 용병단에서 네 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왕자 용병단과 황천 용병단은 전원이 무사했다.
반면 그들이 죽인 적의 숫자는 무려 일만에 달했다.
사실, 중토신주 무인들이 마음을 먹고 달려들었더라면, 패배하는 쪽은 엽현 등이었을 것이다.
중토신주의 무인들 하나하나는 모두 보통 무인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종종주가 엽현에게 패하고 마종과 귀종 세력들이 떠나버리자 그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전의를 잃은 무인들은 그저 한 무리의 양과 다름없다. 그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늑대 이빨 앞에 토끼 떼들에 불과한 것이다!
이때, 엽현이 몸을 일으키며 묵운기에게 물었다.
“전리품은 어떻게 됐어?”
그러자 묵운기는 씩 웃어 보였다.
“최상급 영석 십이억 개!”
묵운기가 말과 동시에 손가락을 튕겨 엽현에게 납계 하나를 날렸다.
이 말을 들은 모두의 얼굴이 환희로 가득 찼다. 십이억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엽현이 품 안에서 빈 납계 세 개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 영석을 삼 등분 해서 담았다. 납계 세 개는 곧 면사녀, 광사 그리고 왕자에게로 날아갔다.
“각각 삼억 개씩 담았소. 그 외에 잡다한 물건들은 우선 경매에 붙인 후, 후에 분배해 주도록 하겠소.”
광사와 왕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시기에 최상급 영석 삼억 개라니, 이는 횡재나 다름없었다.
한쪽에 있던 면사녀 역시 엽현을 한 번 바라보더니 납계를 품 안에 넣었다.
다시 엽현이 먼 곳을 바라보며 운을 뗐다.
“저들은 이미 사기가 한풀 꺾인 상태이니 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않소. 반대로 우리는 이 기세를 몰아 저들을 끝까지 추격해야 하오. 지금부터 각자 자유롭게 움직이기로 합시다. 얼마나 벌어들일지는 모두 각자에게 달렸소.”
그러자 왕자와 광사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한 후, 용병단을 이끌고 중토신주 무인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엽현은 육반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육반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능한 등을 이끌고 추격에 나섰다.
엽현이 이번에는 묵운기, 기안지 그리고 백택을 향해 말했다.
“너희 세 사람은 각각 창란도병 서른 명씩을 데리고 가도록 해. 절대 욕심부리면 안 돼. 만약 위험에 닥치면 언제든지 연락해!”
묵운기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하제일 묵운기를 뭐로 보는 거야? 절대 아무 일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곧, 묵운기 등 삼인은 창란도병들과 함께 빠르게 사라졌다.
엽현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더욱 실전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 창란도병들과 묵운기 등의 전투력은 세 용병단에 비하면 아직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면사녀의 아홉 용병들은 각자의 경지가 묵운기 등보다 더 높았을 뿐 아니라, 전투력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이는 모두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창란도병들 또한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수련과 더 강한 무기들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끊임없는 실전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엽현의 곁에 남은 면사녀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대는 결코 마종 종주를 싸워 이긴 것이 아니었소.”
“그게 그리 중요하오?”
면사녀가 엽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허풍만 떨다간 언젠가 큰코다치게 될…….”
“틀렸소!”
엽현이 목소리를 높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적의 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목소리를 크게 하는 것이 중요한 법이오. 오늘 이후로 청창계의 모든 사람이 신합경인 엽현이 진 어법경 강자를 격퇴했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이후로 감히 나에게 덤비려 하는 자들이 줄어들 것이니, 이 어찌 단순한 허풍이라 할 수 있단 말이오?”
그 말에 면사녀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기지도 않은 상대를 이겼다고 떠벌리는 것은 좀 창피한 일이 아닌가?”
“창피할 것이 뭐가 있겠소? 내가 볼 때 나의 행동엔 아무런 문제가 없소!”
면사녀가 계속해서 엽현을 몰아붙이려 할 때, 갑자기 먼 하늘이 길게 찢어지더니, 그 사이로 하얀 그림자 하나가 튀어 나왔다. 하얀 그림자는 마치 한 줄기의 빛처럼 눈 깜빡할 사이에 엽현과 면사녀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요수였다.
요수의 형상은 고양이와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짙은 남색인 요수는 커다란 꼬리를 지니고 있었다. 꼬리는 불그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또한, 둥근 얼굴에 박힌 두 눈은 밝은 파란 색이었다. 주둥이 사이로 이빨 하나가 튀어나와 있으니, 겉으로 봤을 때 꽤나 귀여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수의 입가를 보니 붉게 물든 것이 마치 상처를 입은 듯했다.
엽현이 어리둥절해 하며 요수에게 말을 걸려는 찰나, 요수가 나타난 하늘에서 한 중년인이 튀어 나왔다.
육 존주!
중년인은 다름 아닌 호계맹의 육 존주였다.
중년인이 막 요수를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 엽현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소리쳤다.
“너로구나!”
순간 엽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육 존주를 만난 적은 없었지만, 호계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왔던 까닭에 상대가 호계맹의 육 존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어떻게 이곳에? 결국 직접 출수하려는 것인가!?’
엽현이 천천히 주먹을 감아쥐는 동시에, 언제든 계옥탑의 힘을 방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이때, 육 존주가 엽현 앞에 있는 요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놈을 내놓거라!”
엽현이 문득 작고 귀여운 요수를 바라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존재였다. 엽현이 육 존주를 향해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작은 요수가 한 줄기 푸른빛으로 변해 순식간에 엽현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엽현은 순간 당황했다.
‘설마, 이 요수가 계옥탑 이 층의 그놈?’
‘그래, 이 빌어먹을 요수의 정체는 이 층의 그놈이었던 거야!’
요수가 엽현의 몸속에 들어간 것을 지켜본 육 준주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엽현, 놈은 우리 호계맹 어법경 강자 열한 명과 진 어법경 강자 둘을 죽이고 중요한 보물을 훔쳐 달아났다. 만약 놈을 당장 내놓지 않으면 본좌가 너의 육신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엽현이 뭐가 반응하려는 순간, 계옥탑 안에서 한 장의 종이가 흘러나왔다. 종이에는 먼저 사람의 형상이 있었고, 그의 머리 위에 주먹이 그려져 있었다. 종이를 잠시 바라보던 엽현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육 존주를 공격하라는 의미였다.
엽현이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봐… 저놈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잠시 후, 계옥탑 이 층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엽현이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엽현이 깜짝 놀라 황급히 소리쳤다.
“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게! 그러니까 제발 좀 멈춰!”
엽현의 그 말에 그제야 계옥탑이 다시 잠잠해졌다. 이때, 목청을 한 번 가다듬은 엽현이 육 존주를 향해 말했다.
“저… 육 존주… 흠흠. 시간 있으면, 저기, 가볍게 한번 뒹굴어 보겠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