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하늘이 나를 도와주는구나
엽현은 잔머리를 재빠르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가 한 발 전진하며 말했다.
“창계검주를 만난 적이 있다니, 그대도 분명 보통 존재가 아니겠구려! 마침 내가 한 가지 무공을 고안해 냈는데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면 감사하겠소.”
말을 마친 엽현이 손을 펼치니 그의 손안에 한 자루 검이 들어왔다. 찰나의 순간, 강대한 검세가 검을 타고 솟구쳐 나왔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이… 이것은…!?”
순간, 어둠을 뚫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악과 불신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지면에 길게 늘어뜨린 엽현의 검에서 가늠할 수 없는 검세가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이 자는 분명 안목이 있는 자였다. 엽현의 일 검을 감상한 후, 그의 목소리엔 다소 떨림이 느껴졌다.
“이 검기…… 네가 만든 창안한 것이 확실한가?”
“물론이오!”
“…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창계검주는 너보다 한참 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엽현이 검을 다시 집어넣은 후, 웃으며 말했다.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오. 사실 내 실력은 창계검주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할 수 있소. 물론 나 역시 이제 막 검도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조급해할 것 없이, 천천히 걸음을 떼면 될 일이오.”
“자만하지도, 그렇다고 열등감을 가지지도 않는다니. 네가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을 견지한다면 훗날 너의 경지는 상상도 못 할 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이 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무슨 연유로 이곳에 발을 디뎠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곳은 네가 수련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니 속히 떠나도록 하거라!”
엽현이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 피비린내 나는 땅에 머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떠날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도칙을 찾아야 했다.
“그럼 그대는 이곳에서 천년이나 있었던 것이오?”
“그 이상!”
엽현이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질문했다.
“어찌하여 이렇게 긴 세월을 여기서 보내게 된 것이오? 혹시 자발적으로 머무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가 좀 도와줄 수도 있소.”
이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엽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보아하니, 이 자는 자신이 원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 듯했다. 이런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때, 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네 능력으로는 나를 도울 수 없다. 그러니 빨리 이 곳을 떠나 목숨을 보전하도록 하여라.”
“흠… 그래도 한 번 들어나 봅시다. 혹시 제가 도울 수 있을지 아시오? 들어보고 정 어렵다고 생각되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고 이 곳을 떠나겠소.”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앞으로 걸어 오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만약 이 층의 존재가 그와 함께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더 이상의 모험을 중단하고 돌아섰을 것이다. 엽현은 자신의 실력으로는 결코 이 자를 상대하지 못할 것임을 느끼고 있었다.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면 어떠한 계략도 무용지물이다.
약 일각 정도 걸었을까. 엽현의 앞에 절벽이 나타났다. 절벽 아래에는 다 해진 장포를 입은 한 남자가 긴 머리를 땅에 길게 늘어뜨려 놓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장발이 얼굴 전체를 뒤덮은 까닭에 엽현은 그의 용모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비록 남자의 손과 발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쩐지 무언가에 속박당한 듯했다. 남자에게서 십여 장 떨어진 곳에 멈춰선 엽현은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때,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린 나이에 이 정도 성취를 일궈낸 것은 분명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너의 실력으로는 절대 나의 포박을 풀어낼 수 없으니 안타깝구나.”
“겉으로 보기엔 전혀 결박되어 있지 않아 보이는데, 무엇이 몸을 속박하고 있는 것이오?”
이때, 엽현의 눈앞에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이마 중간에 ‘空’(공)’자라고 쓰인 글씨가 드러났다.
‘공(空)?!’
바로 이때, 엽현의 몸 주위 공간에서 잔잔한 진동이 느껴졌다.
도칙이었다. 엽현이 찾던 도칙은 바로 이 자의 몸에 있었다. 그리고 이 도칙은 보아하니 공간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뭔지 알고 있느냐?”
그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소.”
“이것은 신력(神力)을 가진 신물(神物)이다. 당시 이것을 얻었을 때,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 힘을 통제할 수 없었다. 오히려 신력에 의해 천 년 동안 이곳에 갇히게 되었지. 그 천 년 동안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당신같은 고수마저 속박하는 강력한 힘이라니……. 혹시 그 힘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소?”
“있다! 특수한 체질을 지닌 자가 나타나면, 이 힘은 저절로 그에게 옮겨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곳에 흐르는 피들은……?”
“그렇다! 모두 내가 유인한 자들이지! 천 년 동안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마치 이곳에 진귀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소문을 퍼트렸다. 그렇게 수많은 무인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지.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이 신물이 원하는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 자의 외침에 엽현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한 줄기 신비한 힘이 나타나 그의 전신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하하! 네가 이곳에 나타났을 때,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아느냐? 네가 발을 들이자마자 신물이 반응했다! 천 년! 천 년 동안 누구에게도 반응하지 않았던 놈이 말이다!”
그의 음성에서는 격한 흥분이 묻어났다.
“그런데 처음에 그대는 내게 떠나라고 하지 않았소? 왜 그런 것이오?”
“하하하! 그것은 네가 혹시나 의심을 품고 도망갈까 싶어 그랬던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거꾸로 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 아니겠느냐?”
엽현이 검을 준 손에 힘을 주니 검이 떨려왔다. 그는 다시 말했다.
“확실히 나이에 비해 많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네 실력으로는 내게 검 한번 휘두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괜한 힘 빼지 말거라.”
“우리 엽 가가 두렵지도 않소?”
“네 말대로 네 집안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게냐? 밖에 나가서 좀 귀찮은 일을 겪는 것이 여기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보다는 백 배 낮지 않겠느냐?”
엽현이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대 말이 맞소.”
“예전의 나는 그렇게까지 악인은 아니었지만, 천년 넘게 갇혀 있다 보니 이제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오직 자유뿐이다.”
이때, 엽현을 감싸고 있던 힘이 엽현을 속박되어 있는 자의 앞까지 끌어다 놓았다.
엽현은 그 힘에 결코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설령 자신의 두 가지 검의를 모두 펼친다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두 사람 간의 차이가 너무나도 거대했던 것이다.
설령 이 층의 존재가 나선다고 하더라도 눈앞의 남자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애초에 이 층 존재가 신비인보다 강했다면 엽현을 이곳에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도칙을 회수했을 것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있었다. 이 층 존재가 왜 스스로도 할 수 없는 일을 그보다도 약한 엽현에게 하게 했느냐는 것이었다.
‘설마 이 층의 존재는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
엽현과 이 남자와의 거리는 약 반 장(丈). 바로 이때, 이 남자의 이마에 있던 글자가 태양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몸에 전율이 일었다.
남자는 매우 흥분된 상태였다. 천 년 동안이나 그를 속박하고 있던 힘이 마침내 자신의 몸을 떠나가려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이때, 엽현의 표정은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엽현의 속마음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그는 도칙에 관해서는 전혀 두려운 마음이 없었다.
그의 몸속에 계옥탑이 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두 사람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을 때, 남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머리에 있던 ‘空(공)’ 자가 밖으로 빠져나와 그대로 엽현의 이마 속으로 들어갔다.
엽현이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전신을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남자는 마치 바람 빠진 공처럼 녹초가 되었다. 엽현은 온몸이 굳은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크크크… 하하… 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남자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동굴 전체를 가득 메웠다. 거의 일각의 시간 가량 웃어젖히던 남자는 돌연 웃음을 딱 그치고 엽현을 향해 말했다.
“당시 나는 십 년을 추적한 끝에 이 신물을 찾게 되었으나, 도리어 이곳에 갇히고야 말았지. 만약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벌써 무상지경(無上之境)에 이르렀을 텐데…….”
이때, 엽현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날 차라리 죽여주시오. 나는 그대와 같은 고통을 겪고 싶진 않소!”
“널 죽여 달라고? 만약 널 죽였다가 그 신물이 다시 내 몸에 들어오면 어떡하란 말이냐! 천년이다! 넌 그 시간 동안 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
남자의 표정이 흉악해졌다.
“만약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었더라면 몇 번이라도 끊었을 것이다. 나는 너도 내가 어둠 속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고통을 느껴보길 원한다.”
남자는 엽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후, 웃으며 말했다.
“너 정도의 경지라면 백 년 정도는 너끈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백 년 후에 내, 너를 다시 찾아오마. 하하하!”
막 떠나려던 남자는 뭔가 생각났는지 걸음을 멈췄다.
“기분이다! 혹시 내게 할 말이 있느냐? 유언이라도 있으면 너 대신 전해 주도록 하마!”
그 말에 엽현이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 대신 호계맹의 육 존주를 찾아가 이 말을 전해 주시오. ‘빌어먹을 개자식!’이라고!”
“음… 정말 그렇게 전해 주면 되겠느냐?”
“그렇게만 전해 주시오. 그러나 육 존주는 진 어법경의 강자이니, 만약 당신이 자신이 없다면 가지 않아도 좋소!”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
“감히 나를 도발하려 하다니. 하지만 네 뜻대로 해주마. 참, 네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네가 나의 실력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이만 가 볼 테니, 잘 지내거라. 백 년 후에 보러 오마!”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사라졌다. 잠시 후, 동굴 밖으로부터 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여왔다.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좋으냐… 내가 너무 잘나서 하늘이 날 도와주시는 것을…… 하하…하하하… 하하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