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그대는 도대체 누구요?
‘기운을 숨긴다고? 공간 밖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이 능력을 어디에 쓰지?’
엽현이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그래! 이건 엄청난 거야!”
사실 이는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은둔술과는 완전 다른 것이었다. 정확히 말해 둘은 서로 다른 차원이라 할 수 있었다.
은둔술은 높은 경지의 고수에게 발각될 수도 있었다. 혼돈지기를 이용해 기운을 숨기면 설령 코앞에 진 어법경 강자가 서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마치 천녀처럼 말이다. 이 기술은 엽현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강자를 도망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혼돈지기로 공간 밖으로 사라진다면 누가 그를 찾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직 발견하진 못했지만, 혼돈지기의 용도는 이것 말고도 더 있을 수도 있었다. 물론 엽현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혼돈지기가 발이 달려 도망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엽현은 계옥탑 밖으로 나왔다. 바로 이때, 그의 이마 가운데 작은 글씨로 ‘空(공)’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공간도칙(空間道則)이었다.
이 도칙이 이마에 나타났을 때, 엽현은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그는 주변의 공간을 매우 또렷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공간은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물질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서 이뤄진 조직과 같았다. 이 물질들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았다. 너무나 복잡해서 엽현도 깊게 이해할 순 없었다.
그래도 엽현은 이 공간도칙을 통해서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거의 진 어법경 강자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진 어법경 강자가 그토록 강한 이유는 공간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공간에 있는 힘을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통상 검기(劍技)나 주술은 주변의 힘을 응집하는 반면, 진 어법경 강자는 그 힘을 역으로 분해하여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진 어법경 강자가 그토록 두려운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 엽현은 도칙의 힘을 통해, 진 어법경 강자들이 하는 일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엽현은 비로소 도칙의 힘이 얼마나 강대한지 깨닫게 되었다. 만약 도칙의 힘을 더 연구한다면 더욱 강한 힘을 얻을 것이 분명했다.
엽현이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오른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순간, 그의 오른쪽 공간에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가 계속해서 손을 회전시키자 공간이 기이한 형태의 소용돌이로 변했다.
바로 이때, 엽현의 손에 있던 검이 천천히 떠올라 순식간에 엽현을 찌르려 했다.
검과 미간의 거리가 약 반 촌(半寸)가량 남았을 때, 그의 검이 마치 벽에 막힌 것처럼 더 이상 나아가질 못했다. 그와 동시에 검 끝에 맺혀있던 검망 역시 조금씩 사라져갔다.
분해!
잠시 후, 검신에 맺혀있던 검망이 모두 사라지자, 검이 마치 폭발하기라도 할 듯이 격렬히 떨리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이 검을 거둬들이며 중얼거렸다.
“도칙… 실로 무서운 힘이로군…….”
아무리 진 어법경 강자라 해도, 그의 천계 검을 분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공간도칙의 힘은 충분히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만약 그가 힘을 거두지 않았더라면 천계 검은 결국 분해되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전투상황에서는 적이 그만한 시간을 줄 리도 없고, 엽현 역시 단숨에 천계 급 무기를 분해할만한 능력이 없으니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의 무기가 천계 급 이하라면 한 번 시도해 볼만은 할 것이다.
이때 엽현의 경지는 만법경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공간도칙의 힘까지 더하면 그는 진 어법경 강자와 겨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가 정말로 진 어법경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진 어법경 강자의 강점은 비단 공간의 힘을 통제하는 것에 있지 않았다. 전투력, 경험, 신통술과 현기의 운용 등 다양한 능력을 겸비해야 했다.
엽현은 자신이 진 어법경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공간 분해의 능력도 결국의 자신의 힘이 아닌, 도칙의 힘을 빌린 것뿐이었다.
무기나 외부의 힘을 사용할 순 있지만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이 평소 엽현의 지론이었다.
엽현은 도칙의 힘을 갈무리한 후 구덩이를 빠져나와 재빨리 남련산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방금 전 떠났던 그 남자가 다시 돌아올까 두려웠던 것이다. 엽현에게 도칙의 힘이 있긴 하지만, 그와 겨뤄서 이길 가능성은 일 할도 채 되지 않았다. 좀 더 힘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숲속으로 들어온 엽현은 본격적으로 공간도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도칙을 다양하게 사용해보는 한편, 도칙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초식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공간 분해의 능력이라….’
순간,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 * *
엽현이 한창 도칙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웬 중년인 하나가 중토신주 호계산을 방문했다.
그가 산 입구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여러 갈래의 강대한 기운들이 순식간에 그의 주위를 휘감았다.
중년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소매를 뿌리치자, 그 기운들은 순식간에 소멸되고 말았다.
“멈춰라!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이때, 성난 목소리가 호계산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잠시 후, 노인 한 명이 중년인 앞에 나타났다.
진 어법경 강자였다.
노인이 차가운 눈초리로 중년인을 훑기 시작했다.
“그대는 누구인데 겁도 없이 호계산에 발을 디디는 것이오? 목숨이 열 개쯤 되는 것이오?”
“내가 누구냐고?”
순간, 중년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잠시 후, 원래의 맑은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연연(連渊), 연연대제(連渊大帝)라고 불렸다…….”
“연연대제?”
순간 노인의 눈썹 끝이 꿈틀거렸다.
“노부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름인데……”
이때, 연연대제라 자신을 소개한 중년인이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쾅-!
그러자 그의 앞에 있던 노인이 순식간에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끄억…….”
“잔말 말고 육 존주란 자를 불러 오거라! 한 번만 더 말하게 하면 다 죽이겠다.”
바로 이때, 중년인 하나가 연연대제 앞에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육 존주였다.
“내가 바로 육 존주올시다. 귀하는 누구기에 호계맹의 구역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오?”
육 존주의 물음에 연연대제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누군지는 알 것 없다. 내가 너를 찾은 것은 말을 전하기 위함이다.”
“누구의 말을…?”
“엽현!”
‘엽현이라고!?’
그의 이름을 듣자 육 존주의 두 눈에 살기가 드리웠다.
“그가 무슨 말을 전했소!?”
“그가 말하길… 너는 빌어먹을 개자식이라 전해달라고 하더군.”
“건방진 놈!”
육 존주의 호통 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서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쏘아져 나와 연연대제의 몸을 짓눌렀다. 순간, 하늘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렸다.
연연대제는 육 존주의 위압 앞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오른손을 휘저었다. 순간, 그의 소매에서 한 줄기 은망(銀芒)이 나타나 육 존주의 힘을 가볍게 물리쳤다.
이때, 육 존주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보통 인물이 아니구나!’
“그대의 정체가 정녕 무엇이오!”
육 존주가 큰 소리로 묻자 연연대제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할 말은 전했으니, 이만 가 보도록 하겠다.”
연연대제가 몸을 돌려 떠나려는 순간, 육 존주가 어느새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연연대제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놈 실력이 나쁘진 않으나, 나를 막을 능력은 없다.”
“허면… 귀하와 엽현은 어떤……”
“아무 관계도 아니다. 그저 한 마디를 네게 전해 주기로 했을 뿐.”
말을 마친 연연대제는 육 존주에게 더 이상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구름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제자리에 남은 육 존주는 얼굴이 새파래져 있었다. 이렇게 심한 모욕은 난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원래 이길 수 없는 경지의 강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이내 원래의 얼굴색을 되찾았다.
“엽현은 어떻게 됐느냐?”
이때, 그의 앞에 한 흑의인이 나타나서 대답했다.
“강국을 떠난 이후로 행방이 묘연합니다!”
“반드시 찾아서 처리해야 한다! 헌데 그에게 여동생이 하나 있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엽령이란 이름의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까닭에 미리부터 북한종에서 그녀를 성녀로 봉했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 만법경에 이른 천재입니다. 지금처럼 계속 성장한다면 머지않아 엽현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흠… 둘의 사이는 어떤가?”
“매우 좋습니다! 두 남매는 어려서부터 서로 의지하며 자란 까닭에 그 관계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이 서로 의지하며 자라왔다고 하고 엽현은 동생 엽령을 위해 창목학원과의 전쟁도 불사할 정도였으니… 엽현에게 엽령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逆鱗)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육 존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엽령을 통제할 수 있으면, 엽현 또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로군.”
“하지만 존주! 북한종에서 성녀인 엽령을 호락호락하게 넘겨주진 않을 것입니다. 비록 북한종이 호계맹만 못하다 하더라도, 나름의 세력을 갖춘 조직입니다. 이런 시기에 적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최소한 주상의 대업을 이루기 전까진 자제하시는 것이…….”
“누가 북한종과 싸우자고 하더냐?”
“그, 그렇다면 어떤…….”
흑의인의 말에 육 존주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게 조카가 하나 있다. 놈이 비록 품행이 다소 방탕하긴 하지만, 보기 드문 인재인 것은 틀림없다. 그 아이 정도면 성녀의 짝이 되기에 부족하진 않을 것이다. 혼인을 하게 되면 우리 쪽 사람이 되는 거지.”
“저… 하지만, 북한종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흥! 만약 그들이 거절한다면 사람을 보내 누가 갑의 위치에 있는지 일깨워주면 될 것이다. 노부는 북한종이 감히 호계맹과 얼굴을 붉힐 배짱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일 너는 선물을 싸들고 북한종으로 가서 혼담을 꺼내 보거라. 그들의 태도가 어떤지 한 번 봐야겠다!”
* * *
남련산맥.
엽현은 여전히 공간도칙을 연구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공간운용(空間運用)!
엽현은 숲 한가운데서 커다란 고목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때, 그의 등 뒤에 검갑에서 한 자루 검이 튀어나와 번개처럼 고목을 향해 날아갔다.
비검과 고목간의 거리가 약 반 장도 남지 않았을 무렵, 엽현이 공간을 움켜쥐었다.
“수(囚)!”
순간, 그의 이마 가운데 있던 공간도칙이 가볍게 떨렸다. 막 고목을 베어 넘기려던 그의 검이 무언가에 막힌 듯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공간수롱(空間囚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