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입 아파 죽겠다! 귀찮아 죽겠다!
세 사람이 성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양계성주가 그의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양계성주가 성난 음성으로 은갑녀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너는 누군데 감히…….”
이때, 성주의 눈에 은갑녀가 차고 있던 금도가 들어왔다.
금도를 바라본 성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성주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기 시작했다. 성주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구, 구 공주를 뵙습니다!”
구 공주(九公主)!
그 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화석처럼 굳어버렸다.
구 공주! 강국 역사상 가장 어린 통수권자!
안란수와 함께 강국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구 공주!
이때, 한향몽이 황급히 구 공주의 앞으로 달려왔다. 육소연 역시 경악에 찬 표정으로 구 공주에게로 달려와 예를 올렸다.
“천산성주 육소연, 구 공주를 뵈옵니다!”
구 공주가 육소연을 바라보고 얘기했다.
“육 성주, 비록 양계성이 그대의 관할은 아닐지라도 그대 역시 강국의 백성인 이상 외세의 침략을 막아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당신은 어찌 당국의 도발을 보고만 있었단 말인가! 내 그 죄를 물어 향후 오 년간의 봉록을 삭감하고 억울하게 죽은 자들과 그의 가족을 돌볼 것을 명령한다.”
“소인, 벌을 달게 받겠사옵니다!”
이번엔 한향몽이 구 공주에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취선루의 한향몽이 구 공주를 뵙습니다.”
구 공주가 한향몽에게 말했다.
“네가 일찍이 백성들을 위해 나섰더라면, 내가 취선루에서의 너의 지위를 공고히 해 주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너에겐 조국의 안녕이 중요한 것 같지 않구나. 너 같은 아이가 어찌 강국의 백성이라 할 수 있겠느냐? 오늘부로 너는 강국의 사람이 아니다. 또한, 너는 강국에서 더 이상 취선루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없다!”
구 공주의 말에 한향몽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일전에 삼 루주가 한향몽을 황성에서 근신케 한 것은 그녀에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런데 구 공주의 한 마디로 인해 그 기회마저 날아간 것이다!
취선루가 한향몽을 구하기 위해서 구 공주와 같은 권력자와 맞설 리는 만무했다.
구 공주가 무릎을 꿇고 있는 성주와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국의 병사들이 성 안에 쳐들어와 백성들을 죽이고 약탈을 자행하는데도 성주란 자가 되어 죽음이 두려워 나서지 않았다. 그런 고로, 나는 성주의 능지처참을 명한다. 나머지 병사들은 일률적으로 곤장 오십대에 처한 후 결사대로 편입한다. 훗날 당국과의 교전에서 공을 세운 자만이 오늘의 죄를 사면 받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양계성주가 그대로 까무러쳤다.
이때, 어디선가 검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나타나 성주와 병사들을 끌고 갔다.
이제 구 공주의 시선은 엽현에게로 향했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너는 홀로 적과 맞섰다. 이유가 무엇이냐?”
엽현이 구 공주를 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저는 비록 양계성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강국 사람들이 수모를 당하는 것을 지나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선 것뿐입니다.”
구 공주가 가상하다는 눈빛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강국의 사내들이 다 너와 같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나와 함께 가자! 내 너에게 참장(參将)의 자리를 내어주마.”
그 말에 한향몽과 육소연이 깜짝 놀랐다.
구 공주는 엽현이 상당히 맘에 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일개 병사가 아닌 참장으로 지위를 받는 것은 엄청난 보상이라 할 수 있었다. 참장은 백 명의 병사를 거느리는 계급이 아닌가!
‘종군(從軍)을 하라고?’
엽현은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육소연은 엽현이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만약 공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의 배후에는 강국의 공주라는 막강한 권력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이와 같은 기연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거절을 한다고?
한향몽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엽현의 뒤에 있는 검선의 존재를 생각하니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검선과 함께하는 자가 겨우 참장 정도로 만족 하겠는가?
엽현이 거절하자 구 공주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싫으냐?”
“저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군에 몸을 담기에 좋은 시기가 아닌 듯합니다.”
구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요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로는 공로이니 참장의 자리는 너를 위해 앞으로도 비워 두도록 하겠다. 마음이 변하거든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너라.”
말을 마친 그녀가 막 떠나려는 때 한 쪽에 있던 옥어가 달려와 공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공주님,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병사가 되고 싶습니다!”
구 공주가 옥어를 바라봤다.
“군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 줄 알고 있느냐?”
옥어가 두 손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구 공주가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옥어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따라 오너라!”
말을 마친 구 공주가 말 머리를 돌려 성을 빠져 나갔다.
옥어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옥어입니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옥어가 공주의 뒤를 쫒았다.
“오빠-!”
이때, 엽령이 엽현에게 달려가 그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엽현이 장난스럽게 엽령의 손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별일도 아닌데 호들갑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엽령을 바라보던 엽현이 육소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주님! 방금 그 사람이 강국의 구 공주가 맞습니까?”
“그렇소.”
그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돌려 성 밖을 바라보았다.
‘구 공주…, 안란수와 함께 강국의 절대쌍교라는…….’
“성주님, 이 곳이 그렇게 중요한 곳이라면 강국에선 왜 병사들을 더 보내지 않는 것입니까?”
엽현의 질문에 육소연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강국과 당국은 충돌을 줄이기 위해 평화협정을 맺고 있소. 때문에 이 곳에 군대를 파견할 수 없던 것이오. 만약 양계성에 군대를 보낸다면 그것은 곧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니 말이오.
강국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오히려 탐욕을 감추지 않았소. 이제 구 공주가 왔으니 조만간 저들과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오.”
‘전쟁?’
엽현은 국가 간의 전쟁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란 것은 알 수 있었다. 가능하다면 그런 전쟁은 막고 싶었다.
반 시진 후, 비행 준비가 된 운선에 사람들이 다시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내 운선은 하늘 높이 떠올랐고 양계성은 점점 멀어져 갔다.
운선은 점차 황성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운선에서의 나날들은 무료하기 그지없었다. 하늘 위에선 딱히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엽현은 가끔 엽령과 놀아주는 시간 외에는 미친 듯이 수련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현재 전의를 몸에 품은 엽현은 그림자를 가볍게 격파할 수 있었다.
엽현은 아직 이 새로운 깨달음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단지, 전의를 사용하면 일신상의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싸움을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졌다.
이 점은 엽현을 상당히 흥분하게 만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가 깨달은 것이 검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만약 검의를 깨닫는다면, 그는 준(準) 검도종사가 아닌 진정한 검도종사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그는 전의를 깨닫긴 했지만 아직 무도종사라 할 수도 없었다.
아직 무도(武道)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검의나 전의를 깨닫는 것은 종사가 되는 필수적인 요소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종사가 될 수는 없다,
그 중간에 더욱 많은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전의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의경에 통달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진정으로 의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있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물론 그가 무도종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었다. 혹은, 그가 어기경에 도달해 기를 다스릴 수 있는 때가 오면 무도종사라 불리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단, 그 때가 되면 무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으냐에 따라 그 실력이 결정 될 것이다.
어쨌거나, 엽현에게 있어 현재 상황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검심징철과 전의.
이 두 가지를 가진 엽현은 안란수와 다시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
[너는 아직 그 아이의 상대가 아니다!]천녀가 엽현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말했다.
[당시 너와의 일전에서 그녀는 자신의 경지를 제한했고 일부 능력에 금제를 가한 상태였다. 그 정도로 쓸 만한 아이였지.]쓸만한?
“천녀님의 눈엔 그녀가 겨우 ‘쓸만한’ 입니까?”
[당대의 천재들 정도의 수준이 내 기준에서는 ‘쓸만하다’는 수준이다.]엽현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천녀님은 예전에 얼마나 대단했습니까?”
[알아서 추측해 보거라.]“…….”
[좋다! 네가 좋은 오빠인 것이 기특하니 공짜로 몇 마디 더 해주마. 흔히 말하는 재능, 체질 이런 것들은 모두 뜬구름이나 다름없다. 재능 없이도 평범하게 태어나서 고수가 된 수 많은 무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재능이나 체질이 좋으면 남들보다 조금 유리할 순 있겠지만 결국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람의 끈기와 심성이다.]‘끈기? 심성?’
엽현은 끈기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엽현 남매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강한 끈기에 의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심성에 대해서는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그는 언제나 일을 처리할 때 앞뒤 가리지 않고 전력으로 돌진하는 것이 심성이라면 심성이었다.
옳다고 생각하면 하고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
세상 일의 대부분은 사람의 손으로 통제할 수 없다. 다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면 될 일이었다!
[너는 전의를 얻었으니 이제 무도에 대해 더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는 네 스스로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엽현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혹시 그 방법에 대해서 잘 모르십니까?”
[알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탈이다. 그러나 검도가 됐든 무도가 됐든, 모두 스스로가 연구하고 발견해야만 한다. 나는 단지 너에게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천녀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말했다.
[다른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 봐야 그 것은 결국 남의 것일 뿐이다. 남을 모방하지 말고 너의 길을 찾아라. 그래야만 그 곳에서 얻은 깨달음들이 온전히 너의 것이 될 수 있다. 네가 전의를 깨달은 것은 순전히 너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었다. 내가 가르쳐 주었다면, 너는 결코 전의를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자들이 그저 요행만 바라는 경우가 많은데…, 에구구, 입 아파 죽겠다! 빨리 저기 어디 창목학원인가로 가버려라! 귀찮아 죽겠다!]“…….”
엽현은 천녀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다고 하지만 스스로 올라보기 전에는 그 말이 와 닿지 않는다.
무도와 검도 역시 이와 같다. 스스로 부딪쳐야만 어디가 어려운지 어디가 힘든지 알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