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엽현은 엽령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녀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녀는 엽현 곁에 남고 싶었지만, 그의 짐이 될 수 없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엽현의 곁을 떠나야만 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게다가 현문에 가게 되면 자신의 실력도 늘게 될 테니, 훗날 엽현을 도와줄 수도 있을 터였다.
그래도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엽현의 얼굴을 돌아보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 것이다.
혹여 엽현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까봐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때, 모소능이 가볍게 엽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별은 더 좋은 만남을 위한 것이다. 열심히 수련하거라. 강한 자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으니까.”
모소능이 다시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실 엽현은 현문에 들어오기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적이 너무 많았다.
만약 현문이 그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방에 있는 그의 적들을 막아 주어야만 한다.
현문은 그 어떤 상대라도 두렵진 않았지만, 굳이 엽현 하나를 얻고자 호계맹과 적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모소능은 아쉬웠다. 엽현과 같은 기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소능이 옅게 한 숨을 뱉은 뒤, 빠르게 이동했다.
* * *
호계맹.
대전 내에는 막수와 육 존주 단 두 사람 뿐이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육 존주였다.
“놈에게 잘도 속아 넘어갔군! 만약 그 자가 정말로 창계검주였더라면, 그대는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오!”
막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창계검주가 아니면 누구란 말입니까? 나는 그 자에게서 아무 기운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흥! 누구든 간에, 호계맹을 대적하는 것을 보면 결코 보통 놈은 아닐 것이오!”
육 존주가 막수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함께 갑시다! 가서 직접 내 눈으로 도대체 어떤 놈인지 확인해야겠소!”
잠시 후, 막수와 육 존주는 어느 산 속에 자리한 오두막을 찾았다.
오두막 문 앞에 멈춰선 육 존주가 포권을 취했다.
“귀하의 존성대명(尊姓大名)을 여쭙겠소!”
방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육 존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귀하께서는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 것이오?”
여전히 조용하기만 한 오두막.
참다못한 육 존주가 성난 표정으로 오두막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한 줄기 강대한 힘이 집 전체를 휘감았다.
쾅-!
오두막은 완전히 박살났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당황했다.
‘아무 것도 없다고?’
막수의 눈을 마주친 육 존주가 음험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산문(神算門)에 의뢰를 넣으시오.”
“그들은 적지 않은 대가를 요구할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지불하시오. 청주 본원이 막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참인데, 엽현이 초를 치게 놔 둘 순 없소!”
막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호계맹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청주의 본원이었다.
곧 막수가 떠나고, 육 존주 역시 장내를 한 번 훑어본 뒤 신형을 날렸다. 그러나 잠시 후, 육 존주는 그 자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장내를 꼼꼼히 둘러봤다. 하지만 장내는 여전히 텅텅 비어있었다.
“내가 잘못 느꼈나?”
고개를 두어 번 갸웃거린 육 존주가 이내 장내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반 시진 후, 검은 그림자 하나가 육 존주가 서 있던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후… 까딱하면 들킬뻔 했어……”
방금 전, 육 존주는 잠시나마 엽현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엽현을 발견하지 못하고 떠났지만, 엽현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만약 발각 당했더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이 곳에 뼈를 묻었으리라.
엽현은 계옥탑의 힘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육 존주를 해치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육 존주는 진 어법경을 뛰어 넘은 자였다.
엽현은 앞으로 이런 강자들과 부딪치지 않게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두막의 잔해가 있는 곳을 떠난 엽현은 곧 깊은 산맥에 들어섰다.
반 시진이 지난 후, 엽현은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 속에 도착했다. 나무들의 키가 적어도 십여 장에 이르는 까닭에, 대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햇볕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두운 숲 한가운데, 엽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순간, 그의 이마에서 ‘土(토)’라는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이 하려고 하는 것은 천녀가 말한 도칙지검(道則之劍)을 발현해내는 것이었다. 비록 그는 이 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천녀의 명령에는 반드시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엽현이 도칙을 운용하자, 주변의 대지가 요동쳤다. 땅 밑으로부터 무수한 힘이 몰려와 엽현의 몸속으로 끊임없이 유입됐다.
그가 대지지력을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그의 이마에 새겨진 ‘土(토)’자가 더욱 선명해졌다.
엽현의 이마에선 점점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해고, 그의 몸은 계속해서 떨려왔다.
마침내, 엽현은 더 이상 대지지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때, 엽현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모여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 그의 이마 위에 도칙이 격렬히 흔들리더니, 대지지력이 도칙 안으로 몰려갔다. 그리고 점점 무언가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약 반시 진이 지난 후, 도칙은 일부분이긴 하지만 검의 형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를 본 엽현의 표정엔 희열이 느껴졌다. 정말로 도칙으로 검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도칙이 그의 통제를 벗어나 격렬하게 요동쳤다.
쾅-!
순간, 엄청난 양의 대지지력이 사방에 흩어지는 동시에, 엽현 또한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빽빽했던 숲은 이내 아무것도 없는 평지로 변했다.
엽현은 땅에 쓰러져 잠시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엽현이 겨우 몸을 일으키자, 그의 입가에 고여 있던 붉은 피가 왈칵 쏟아져 내렸다.
엽현이 피를 닦아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젠장, 한 번에 되는 일이 없구나……”
엽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상처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난 후, 엽현은 다시 대지지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대지도칙으로 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최소 천계 상품 이상일 것이며, 대지지력까지 더한다면 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엽현은 다시 대지지력을 응집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마음처럼 쉽진 않았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검신(劍身)까지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직 완벽한 성공까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었다.
언제나 두려운 것은 실패가 아닌 포기다. 엽현은 끝까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엽현은 이를 악물고 다시 대지지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엽현은 천천히 요령을 터득해 나갔다.
그는 대지지력을 억지로 모으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억지로 하려다 보면 대지지력은 물론 도칙마저 거세게 반항했다.
대지도칙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자 하면, 도칙이 그의 호흡에 보조를 맞췄다. 그렇게 되면 도칙은 저절로 대지지력을 끌어당겼다.
처음엔 도칙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도칙이란 놈이 생각보다 도도한지라, 엽현을 자꾸 밀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엽현이 계옥탑의 힘을 흘려보내자, 도칙이 마침내 그와의 소통을 받아들였다.
도칙이 계옥탑의 체면을 봐 주는 듯했다.
그렇게 도칙과 소통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 그의 앞의 도칙이 제자리에서 빠르게 돌더니 주변의 대지지력을 빨아들이며, 검 끝의 형태로 변했다.
엽현이 계속해서 부드럽게 도칙과 소통해 나갔다. 그러자 이내 검신이 나타났다.
이때부터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엽현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가 항상 실패하던 부분이 바로 이 손잡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엽현이 온 정신을 집중하여 더 많은 대지지력을 불러 모았다. 그와 동시에 손잡이 부분이 점점 모양을 갖춰갔다.
일 각이 지났다.
윙-!
청명한 검명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성공, 성공이다!’
녹토가 된 엽현의 앞에 과연 한 자루 담황색 검이 부유해 있었다. 검은 삼척 정도의 길이에 손가락 두 마디의 두께였고, 검 전체에 황토색 기운이 감돌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엽현이 검 앞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쥐었다.
쾅-!
순간 강력한 힘이 검으로부터 불어와 주변의 대지를 초토화시켰다.
천지지위(天地之威)!
이는 순수한 천지의 힘, 정확히 말해 대지의 힘이었다.
검의 거대한 역량을 느낀 엽현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힘은 천계 검에 비해서도 훨씬 더 강력했다.
엽현이 불현 듯 검을 들고 전방에 일획을 그었다.
검 끝에서 하늘도 무너뜨릴만한 패도 넘치는 대지지력이 검기를 통해 쏘아져 나갔다. 이 검기와 대지지력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 위력은 무려 백장이 훨씬 넘는 거리까지 휘몰아쳐 나갔다.
잠시 후, 엽현 앞에는 약 십장 넓이의 깊게 패인 길이 나타났다.
단, 일검의 위력으로 이만한 위력을 낸 것이다.
엽현은 뛸 뜻이 기뻤다. 만약 이 검에 대지지력까지 덧입힌다면, 진 어법경 강자라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 엽현은 완전히 진 어법경 강자와 대항할 힘이 생긴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 대지검(大地劍)을 만들어 내는데 너무나 많은 현기가 소모된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하루 한두 번 사용하는 것이 고작일 듯 싶었다.
엽현이 검을 거두자, 그의 미간 사이에 이번에는 ‘空(공)’자가 나타났다.
공간도칙(空间道则)!
공간도칙의 위력은 대지도칙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활용도 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만약 공간도칙으로 검을 만들어내면 어떻게 될까?’
공간지검(空間之劍)!
한껏 기대에 부푼 엽현이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곧, 그의 이마 사이에 있던 공간도칙이 빛을 발하더니, 격렬히 떨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 공간이 떨렸다.
엽현이 속으로 깜짝 놀랐다. 공간의 떨림이 너무나도 심했던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엽현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간의 힘에 집중했다. 곧, 공간이 떨리며 순간, 그의 주변 공간이 미친 듯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강대한 공간의 힘이 그의 전신에 휘몰아쳤다.
얼마나 지났을까. 공간의 진동 속에서 한 자루의 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