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제 말이 거짓이라면 벼락을 맞을 것입니다
엽현은 매우 어처구니가 없었다.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동명이인이라 해 줄 순 있겠지만, 자신을 창란학원 원장이라 소개한 것은 분명 사기였다.
‘나를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니!’
엽현은 뭔가 구린내가 나는 듯한 상황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때, 붉은 머리 남자의 말을 들은 남우가 깜짝 놀라며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네, 네가 바로 호계맹에서 지명수배에 올린 그 엽현!?”
붉은 머리 남자가 그 말에 씩 웃으며 남우를 향해 다가섰다. 순간, 그의 벌어진 입 사이로 시뻘건 이빨이 번뜩였다.
“왜, 못 믿겠나?”
“엽현, 너는 우리 창검종과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남자가 다시 시뻘건 이빨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그냥… 너희 창검종이 예전부터 맘에 안 들었어… 충분한가?”
“건방진 놈! 오만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구나!”
“하하하! 그래서 어쩔 텐가? 맘에 안 들면 덤벼 보거라!”
남우가 뭐라 소리치려 할 때, 뒤에 서 있던 ‘진짜’ 엽현이 끼어들었다.
“사저, 처음 보는 놈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어딨소! 내가 저 놈의 아버지라 해도 믿을 셈이오?”
이때, 멀찌감치 서 있던 붉은 머리의 남자가 마치 귀신처럼 순식간에 엽현의 앞에 나타났다. 남자가 음산한 미소를 보였다.
“너… 건방지구나…….”
엽현이 지지 않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맘에 안 들면 덤벼 보던가.”
“네놈 실력도 네놈 입처럼 날렵한지 한 번 보겠다!”
“잠깐!”
붉은 머리 남자가 엽현을 향해 막 손을 뻗치려 할 때, 엽현이 그를 멈춰 세웠다.
“왜, 유언이라도 있나?”
“내가 정말로 네 아버지면 어쩔 셈이냐? 혹시 진짜일 수도 있잖아?”
“너…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재주가……”
바로 이때, 엽현이 기습적으로 검을 날렸다.
쾅-!
엽현의 검이 떨어진 순간, 남자는 한 줌의 혈무(血霧)로 변해 유유히 빠져 나갔다. 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엽현에게서 십 장 떨어진 곳이었다.
붉은 머리 남자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못했다. 방금 전의 일격이 비록 그를 죽이진 못했지만,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감히 기습을 해!?”
엽현이 자신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남자를 무시한 채, 백리운 등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들은 빨리 가서 사람을 불러오시오!”
백리운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럴 순 없소! 그대를 두고 어찌 우리끼리 도망친단 말이오!”
이때, 그의 곁에 있던 남우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답답하긴! 지금 그런 의리를 따질 땐가?”
말과 함께 남우가 검을 타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바로 그때, 붉은 머리의 남자가 팔을 뻗자, 그의 소매에서 한 발의 혈전(血箭)이 남우에게 쏘아져 나갔다. 깜짝 놀란 남우가 검을 휘둘렀지만, 핏빛 화살은 검을 통과해 그대로 그녀의 가슴에 적중됐다.
쾅-!
순식간에 남우의 육신이 폭발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녀의 영혼은 불그스름한 빛에 감싸인 채, 공중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이를 본 붉은 머리 남자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호혼경(護魂鏡)! 그런 보물이 너 같은 쓰레기를 위해 쓰이다니. 돼지 목의 진주가 따로 없구나!”
이에 영혼만 남아 공중에 떠 있던 남우가 남자는 무시한 채, 엽현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왜 저자를 막지 않은 것이냐!”
“참내, 그대의 육신을 부순 것은 내가 아니라 저 자인데, 왜 애꿎은 나를 탓하는 것이오!”
남우가 여전히 죽일 듯한 눈빛으로 엽현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네 놈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우의 영혼은 붉은 빛의 인도 하에 구름 너머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안 될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올해는 재수가 없으려나 보다…….”
이때, 엽현이 백리운과 고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빨리 가시오. 그대들이 여기 남아있으면 오히려 방해만 되오!”
백리운이 고월과 잠시 눈을 마주친 후, 엽현에게 말했다.
“안 형, 그럼 사람을 데려올 때까지 버티고 계시오!”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이 검을 타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바로 이때, 붉은 머리의 남자가 또 다시 손을 뻗으니 두 발의 혈전이 공중의 백리운과 고월에게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 화살들은 곧바로 엽현이 날린 두 줄기 검광에 의해 파괴됐다.
가슴을 쓸어내린 백리운과 고월이 속도를 더하자, 이내 엽현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궁전 앞, 엽현이 붉은 머리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너는 엽현이 아니면서 어찌 남의 행세를 하는 것이냐!”
“음? 네가 그걸 어찌 알았느냐?”
“하! 그걸 누가 모르느냐! 엽현은 기품 있고, 고상한 외모에 학식까지 두루 갖춘 풍류남이라는데, 어찌 너와 같이 천박하게 생긴 놈이 엽현일 수 있겠느냐!”
엽현에 남자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의 초상화를 봤는데, 너의 말엔 과장이 조금… 아니 엄청 많이 섞인 것 같다?”
엽현이 발끈하며 남자를 향해 검을 겨눴다.
“더 이상 너와 잡담하지 않겠다! 말해라! 엽 공자와 같이 고귀하신 분을 사칭하고 다니는 목적이 무어냐!”
“흐흐… 내가 그걸 알려줄 성 싶으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죽어야지!”
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그의 오른발이 땅을 쿵 하고 굴렀다.
십장일살(十丈一殺)!
엽현의 일 검이 펼쳐지자, 남자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앞에 혈무를 응집했다. 그는 엽현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신형이 빠르게 밀려남과 동시에 혈무 역시 옅어져 있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의 손 안에 한 자루 천계 검이 나타났다. 그 다음 순간, 천계 검이 순식간에 그의 손바닥 안에서 사라졌다.
순공일검(瞬空一劍)!
순간, 엽현의 검이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이 남자의 앞에 나타나 혈무를 뚫고 그의 미간마저 노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타난 얇은 혈갑(血甲)이 엽현의 검을 가로막았다.
천계갑(天階甲)!
비록 혈갑은 뚫리진 않았지만, 검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했던 탓에, 갑옷을 오목하게 밀어 넣으며 남자의 미간을 압박했다.
남자가 검의 힘을 어떻게든 줄여보기 위해, 미친 듯이 뒷걸음질 쳐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바로 이때, 남자가 갑자기 오른발로 강하게 땅을 밟았다. 그러자 지면이 흔들리면서 그의 발을 통해 대지의 힘이 흘러 들어왔다. 그렇게 땅의 힘을 빌리고서야 남자는 겨우 검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혈갑과 함께 그의 이마는 거미줄처럼 갈라져 피를 쏟고 있었다.
남자가 겨우 한 숨 돌리려는 찰나, 엽현이 어느 새 그의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러자 남자가 질색하며 황망히 소리쳤다.
“이것 보시오, 자, 잠깐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나는 부시종(腐屍宗)의 소종주요. 내가 이렇게 나선 것은 모두 호계맹의 사주가 있었기 때문이오! 그들이 내게 엽현 행세를 하고 엽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라 시킨 것이란 말이오!”
바로 이때, 엽현의 검이 번뜩였다.
푹-!
엽현의 검에 머리를 관통당한 남자가 저주 섞인 눈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사, 사실대로 말했는데도 나를 죽이다니……”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이봐, 우리 알 만한 사람끼리 순진한 척하지 말자고. 내가 널 살려주면 나중에 찾아와서 귀찮게 할 것 아닌가!”
엽현이 손목을 비틀자 남자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바로 그 순간, 한 줄기 혈홍색 인장이 날아와 엽현의 미간 속에 들어갔다.
“이게 뭐지?”
잠시 후, 엽현은 그 인장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는 간단히 말해 엽현이 남자를 죽였다고 알려주는 표식으로, 훗날 남자의 배후가 이 인장을 통해 엽현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엽현이 제자리에 서서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계옥탑의 힘을 아주 조금 사용했다. 그러자 곧 붉은 인장이 계옥탑에 의해 그의 이마에서 밀려 나왔다.
이때, 엽현이 재빨리 손을 휘젓자, 한 줄기 검광이 붉은 인장을 감쌌다.
엽현이 그것을 손에 쥐고는 무슨 음흉한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히죽거리더니, 주변에 너부러져 있는 부시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붉은 머리의 남자가 죽었으니, 이 이십여 구의 부시들은 주인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엽현이 재빨리 남자의 시체에서 납계를 빼내, 그 안을 살펴보았다. 순간, 엽현의 눈이 희번덕였다. 납계 안에는 과연 이 부시들과 관련된 공법이 있었다. 공법서에는 어떻게 부시를 통제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상세히 적혀 있었다.
‘심봤다!’
엽현은 너무 기쁜 나머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이들 부시들은 최소 만법경 강자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으며, 웬만한 무기로는 상해를 가할 수 없는 강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만약 이들 부시들을 통제한 후, 어법경 정도로 배양해 낼 수만 있다면, 그에게는 무시무시한 부시 군단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전쟁은 머릿수로 하는 경우도 많으니, 부시들을 얻게 된 것은 엽현에게도 희소식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방금 전 붉은 머리 남자와의 일전은 그에게 잠시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호계맹!
호계맹은 여전히 그를 추적하고 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가짜 엽현들을 만들어서 자신의 명성을 떨어뜨리려는 작업까지 하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흐르게 된다면, 엽현은 청창계 전체를 적으로 맞아야 할지도 몰랐다.
순간, 엽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 역시, 그와 호계맹 간의 전쟁은 누구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의 힘의 격차를 고려할 때, 엽현이 지금 당장 호계맹과 정면 승부를 펼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엽현은 생각을 접어두고서 장내 정리를 시작했다. 잠시 후면 창검종의 강자들이 들이닥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붉은 머리 남자의 몸이 십여 조각으로 나뉘더니, ‘엽현’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한 일은 부시들을 숨기는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을 순식간에 마친 엽현은 창검종의 무인들이 오길 기다렸다.
그로부터 일 각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 먼 하늘에서 두 줄기 검광이 빠르게 날아왔다.
이내 엽현의 머리 위에 노인 한 명과 중년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엽현이 황급히 예를 갖췄다.
“두 분 장로님들을 뵙습니다!”
“모두 죽었느냐?”
중년인의 차가운 음성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했느냐?”
이번에는 노인이 묻자,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한 것이 아니고 엽현이 한 것입니다!”
엽현이 손가락으로 엽현이란 글씨가 새겨진 곳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사람이 글자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그 중 중년인이 엽현을 향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말했다.
“정녕 네가 한 짓이 아니란 말이냐!”
엽현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맹세컨대 엽현이 한 짓입니다! 만약 제 말에 거짓이 있다면 벼락을 맞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