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니 애비다!
그 이름에 창검종 전체가 들썩였다. 청창계 수배명단 두 번째 줄에 이름을 올린 엽현이 창검종에 도전하겠다니!
곧, 창검종 장로 한 명이 한 아래로 내려와 마의 남자 앞에 섰다.
장로가 무거운 표정으로 남자를 훑어보더니 말을 꺼냈다.
“네가 엽현인가?”
“그렇소! 청주에서 온 엽현이오!”
장로가 상대를 다시 한 번 유심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넌 절대 엽현이 아니다!”
그러자 마의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바로 그 엽현이오.”
“호계맹과 원수를 진 엽현이 이렇게 밝은 대낮에 창검종에 찾아와 결투를 신청한다고? 엽현이 무슨 바보 천치인 줄 아느냐!”
“훗, 혹시 창검종이 내게 겁먹고 이리저리 둘러대는 것 아니오? 창검종 젊은 제자 중에 사람이 그렇게 없소?”
장로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이는 누군가 창검종을 향해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바로 이때, 산 정상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싸우러 왔다하니, 소원대로 해 주거라. 우리 창검종은 예나 지금이나 결투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칠봉 제자 중에서 나서고 싶은 자가 있느냐?”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바로 이때, 한 줄기 검광이 마의 남 바로 앞에 떨어졌다. 검광이 흩어지고 나서 모습을 보인 것은 대략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였다.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날카로운 두 눈을 가진 그의 손엔 한 자루 검집이 들려 있었다.
“진도봉(陣道峰)의 진운(陳雲) 사형이다!”
어느 한 봉우리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진운이 먼저 장로에게 예를 갖춘 뒤, 마의를 입은 남자를 향해 섰다.
“덤비시오!”
“내가 출수하고 나면 네가 출수할 기회가 없을 텐데?”
마의남의 건방진 말투에 화가 난 진운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실력에 꽤나 자신이 있나 본데, 내가 한 수 가르쳐 주겠소!”
진운이 엄지를 튕기자 순식간에 그의 칼이 검집에서 올라왔다.
쉭-!
발검과 동시에 진운의 검이 매우 빠르게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검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마의남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검이 그의 얼굴 바로 앞에 날아왔을 때, 남자가 비로소 고개를 비스듬히 눕혀 검을 피한 후, 맨손으로 진운의 검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창검종 장로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상대에게 검을 잡힌 진운 역시 당황한 상태였다.
진운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발을 구르며 순식간에 진운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진운이 다급히 공격하려 했지만, 번개처럼 날아온 남자의 손이 진운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오른발이 진운의 무릎을 강하게 후려쳤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진운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순간, 장내에는 정적이 흘렀다.
완패였다. 그 것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자는 진운을 죽이지 않고 뒤로 몇 장 물러난 후, 무릎을 꿇고 있는 진운에게 차갑게 말했다.
“창검종 젊은 제자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이때, 남자가 검산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만약 자신이 없거든 시간낭비하지 말고 한 번에 덤비시오!”
그 말에 발끈한 창검종 제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검을 타고 산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의 남 앞에는 수십 명의 검수가 그를 향해 서 있었다.
바로 이때, 검수들 중 한 남자가 마의 남을 향해 걸어 나왔다.
“내가 상대해 주지!”
남자는 팔다리가 짧은 옷차림에 허리에는 두 자루 검을 차고 있었다.
“현검봉의 고린(顧麟) 사형이다!”
“고린 사형이 직접 나설 줄이야!”
“엽현이란 자가 감히 우리 창검종을 능멸하려 드니 고린 사형께서 참을 수 있었겠나!”
“혹시 창검봉의 남궁언(南宮彥) 사형께서는 출타 중이신가?”
“남궁언 사형까지 갈 것도 없이 고린 사형이면 충분할 걸세!”
“…….”
고린은 먼저 진운에게로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창검종 제자들이 달려와 진운을 부축했다.
진운이 고린을 스쳐 지나가며 그에게 속삭였다.
“조심하시오, 보통이 아니오!”
고린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마의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소문에 엽현은 검수, 그것도 청창계 최연소 검황이라던데 그대는 어찌 검을 쓰지 않는겐가?”
마의 남이 피식 웃었다.
“그대들은 내게 검을 뽑게 할 자격도 없소.”
그 말에 창검종 제자들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꽤나 오만하군. 그럼, 한 수 배워보겠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린이 상대를 향해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었다.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빠른 속도로 마의남을 향해 날아갔다.
마의남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검광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마지막 순간에 몸을 비틀어 고린의 검을 피해 냈다. 그와 동시에 마의 남의 발끝이 칼을 쥐고 있던 고린의 오른 손목을 강타했다.
퍽-!
고린의 오른팔이 날아갔지만, 그와 동시에 그가 왼팔로 다른 한 자루의 검을 잡고 맹렬히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검은 허무하게도 마의 남의 손가락 하나에 막히고 말았다. 고린의 일격을 간단히 막아낸 마의 남이 재빨리 고린의 품 안으로 파고들더니 그의 복부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퍽-!
고린의 신형이 순식간에 수십 장 밖으로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진 직후, 고린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가에서 선혈을 뿜어냈다.
또 다시 완패였다.
떠들썩하던 장내가 이내 다시 숙연해졌다.
이때, 마의 남자가 박수를 치며 장로를 향해 말했다.
“창검종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이오? 어떻게 하나 같이 이런 쓰레기들만 모아 놨소? 명성이 부끄러울 지경이구려.”
장로가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남자의 실력을 처음부터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자신의 무딘 눈을 책망했다.
분하지만 상대가 너무나 강했던 것이다.
장로가 갑자기 창검봉을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마의 남자를 향해 말했다.
“반 시진만 기다려 볼 텐가?”
“그러시오.”
장로가 주변의 창검종 제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누구나 내 명령 없이는 출수하지 마라, 알겠느냐!”
말을 마친 장로가 어검술을 펼쳐 하늘 높이 사라졌다.
그러자 마의 남자가 눈을 감고는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 * *
창검전 안. 세 사람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각각 창현, 진북한 그리고 창검종의 정보를 관장하는 이한(李寒) 장로였다.
창현이 이한을 향해 물었다.
“그 자의 정체를 알아보았소?”
이한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소.”
“엽현이란 자는 산 것이오. 아니면 죽은 것이오?”
“그는 북한종을 떠난 이후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소. 마치 이 세상에서 증발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오. 소문에 의하면 호계맹 외에도 운공성과 다른 세력들이 그를 쫓고 있다고 하오!”
“호계맹 조차 그를 찾지 못하고 있단 말이오?”
“그렇소. 은신 실력이 아주 대단한 모양이오.”
창현이 근엄한 표정으로 진북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북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하듯 말했다.
“우리 창검종이 한동안 잠잠하게 있으니, 감히 우리를 물로 보는 놈들이 나타나는구나!”
진북한이 이한을 향해 물었다.
“남궁 녀석은 언제쯤 도착하는 것이오?”
“길어야 반 시진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종주!”
“흠… 상월에게 지금 당장 돌아오라고 명을 내리시오.”
‘상월(商越)이라고?’
순간, 창현과 이한이 침묵에 빠졌다.
* * *
운검봉.
정오가 되자 어검술을 수련하고 있던 엽현이 검을 내려놓고 식사를 준비했다.
대전 내에서 엽현과 월기가 서로를 바라보고 앉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엽현은 말 못해 죽은 귀신이라도 들린 듯 쉴 새 없이 여러 가지 화제를 들고 떠들어댔다. 반면 월기는 마지못해 ‘응’ 한마디로 짧게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월기가 엽현을 향해 물었다.
“네 진짜 이름이 엽현이라 했던가?”
엽현이 젓가락질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산 아래 자기를 엽현이라는 놈이 소란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다. 창검종 젊은 제자와 겨뤄보고 싶다나 뭐라나.”
엽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또 다시 그의 이름을 사칭한 자가 나타난 것이다.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닐 것이었다.
호계맹이 분명했다.
그의 이름을 사칭하라고 사주한 자들은 호계맹이 틀림없었다.
엽현이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자신을 사칭하며 음모를 꾸미게 할 수 없었다.
“월 사부, 잠시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어떤 겁을 상실한 놈이기에 감히 우리 창검종에 시비를 거는 것인지 얼굴이라도 봐야겠습니다!”
“싸울 생각은 하지 말거라. 상당한 고수라한다! 네가 갔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월기가 엽현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지만, 엽현은 이미 대전 밖으로 사라진 후였다.
전에 홀로 남은 월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엽현? 유명한 놈이었나?”
월기가 고개를 갸웃 거리다가 다시 식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엽현이 산 아래로 내려오니 장내는 이미 이백 명이 넘는 창검종 무인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엽현은 그들의 어깨 너머로 마의를 입은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자 엽현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짜고짜 남자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마치 한 줄기 빛과 같이 빠르게 상대를 향해 접근한 엽현은 수많은 시선이 지켜보는 가운데 맹렬히 일 검을 내리쳤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마치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되는 듯한 강력한 힘이 검 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때, 남자가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눈앞에 다가온 강렬한 기운에 남자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곧바로 오른발을 살짝 옆으로 벌리면서 양손을 교차해 인을 맺었다. 순간, 남자의 손바닥 사이에서 기이한 파문이 터져 나갔다.
쾅-!
두 기운이 서로 맞부딪치자, 두 사람이 동시에 수십 장씩 밀려났다.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엔 순식간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이에 창검종 제자들이 깜짝 놀라 엽현을 바라보았다.
‘저 자는 도대체 누구지?’
엽현은 창검종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운봉산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았던 탓에 그를 알아보는 이는 백리운과 고월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이때, 마의를 입은 남자가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네 놈은 누구냐!”
“니 애비다 이 자식아!”
엽현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상대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감히 나를 사칭…… 아니. 감히 우리 창검종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내가 널 고기 다지듯이 다져버릴 것이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엽현이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창검종 제자 중 한 명이 멍한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중얼거렸다.
“우리 창검종에 막무가내인 제자가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