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난 있는데, 넌 없지?
모든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바로 이때, 엽현이 마의 남자를 향해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마의 남이 손가락을 들어 검 날을 막는 동시에 나머지 손을 엽현의 머리를 향해 뻗었다.
근접전이라면 엽현 역시 일가견이 있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남자의 주먹을 피해낸 엽현이 상대의 복부를 향해 무릎을 들어 올렸다. 이때, 마의 남자 역시 엽현을 향해 발을 뻗었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똑같이 삼십 여장 밀려났다.
이번 격돌에서도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마의 남자가 진중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창검종에 상월 이외에도 너 같은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 그러나 나 엽현은 아직……”
“엽현? 네가 엽현이라고? 하하하하하!”
엽현이 불현듯 큰 소리로 웃자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하하하, 엽현이 검황이라는 것 동네 개도 아는 사실 아니냐? 자, 이제 검을 꺼내 보거라! 네가 진짜 엽현이라면 검이 있을 게 아니냐? 아니면 혹시 남을 모함하려 일부러 엽현인 척 행세하는 것이냐?”
“그리고 내가 알기로 진짜 엽현은 너보다 훨씬 잘생겼다.”
남자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너는 내 검을 받을 자격이 없다!”
남자가 더 이상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엽현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서며 주먹을 내뻗었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에서 생성된 권인(拳印)이 대지를 찢으며 엽현에게 날아왔다.
이에 엽현이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정면을 향해 일 검을 내리쳤다.
쾅-!
그러자 엽현에게 날아오던 권인이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다.
일 검에 권인을 제거한 엽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
“너무 약해서 하품이 다 나오는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엽현의 검이 마치 번갯불처럼 상대를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그러자 남자가 다시 한 발을 내딛으며 날아오는 검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바로 앞 공간이 마치 물결이 치듯 일렁이더니, 엽현의 검을 거짓말처럼 막아 세웠다.
“어법경이다!”
장내 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공간의 힘을 운용할 수 있으려면 최소 어법경이여야만 한다는 것을 창검종의 제자들 역시 알고 있었다. 어법경의 강자가 창검종 제자들에게 결투를 신청하다니!
마의 남자의 앞 공간에 엽현의 검이 마치 무형의 힘에 사로잡힌 것처럼 잠잠해졌다.
바로 이때, 엽현이 빈 허공을 향해 손을 뻗더니, 강하게 움켜쥐었다.
콰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 정지해 있던 검이 다시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이를 본 남자가 이를 악물며 양 손바닥을 마주보게 합장했다.
쾅-!
그의 합장한 손바닥 가운데 끼인 엽현의 검이 부들부들 떨며 몸부림치고 있을 때, 한 자루의 검이 소리소문 없이 남자의 뒤통수에서 나타났다.
순공일검(瞬空一劍)!
순간 남자가 경악의 찬 표정을 지으며 오른발로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 그러자 남자의 신형이 ‘쉭’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다시 그가 나타난 곳은 원래 자리로부터 십여 장 뒤편이었다.
이때, 그의 머리 뒤편엔 깊은 검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곳으로 쉴 새 없이 붉은 선혈이 흘러 나왔다.
방금 전 일 검으로 하마터면 그의 머리가 날아갈 뻔했다.
마의 남자가 엽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창검종에 이런 실력을 가진 제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없는데, 네 놈의 정체가 뭐냐!”
엽현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이토록 계속해서 애원하니, 그 정성을 생각해서 내 정체를 말해주마. 나는 바로… 수년 전 집 나간 네 애비다!”
그 말에 장내 있던 무인들이 순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에 마의 남자가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만한 강자가 남을 존중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나?”
“존중이라고? 지금 존중이라고 했나?”
엽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처럼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소인배까지 존중할 필요가 있을까?”
바로 이때, 엽현이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마의 남의 머리 꼭대기에 나타난 엽현이 양손으로 검을 쥐고 남자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엽현은 더 이상 이 상황을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혹시 그의 검기나 검의 혹은 검세를 알아보는 이가 있다면, 그의 신분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아직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 엽현의 검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본 남자가 온몸의 현기를 모두 끌어 올려 위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쾅-!
순식간에 십여 장 거리를 날아간 남자 앞에 어느새 엽현이 나타나 또 다시 검을 휘둘렀다.
엽현의 이 공격은 검기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단조로웠다. 하지만, 그 파괴력과 효과만큼은 만점이었다.
그러자 남자가 재빨리 뒤로 십여 장 후퇴한 뒤 자신의 바로 앞 공간에 일 권을 뻗었다.
엽현이 남자를 추격하려 했지만, 바로 그때, 강대한 힘이 엽현의 눈앞에 불어 닥쳤다.
엽현이 황급히 검을 세워 다가오는 힘을 막았다.
쾅-!
엽현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엽현이 재빨리 오른발로 뒤로 뻗어 빠르게 멈춰 설 수 있었다.
엽현이 방금 전 타격으로 저릿한 손을 주무르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상당히 강했다. 만약 이대로 엽현이 끝까지 자신의 제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비록 이길 순 있더라도 상당히 고전할 것이 뻔했다.
바로 이때, 무거운 기색으로 엽현을 바라보고 있던 마의 남자가 무언가 결심한 듯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에 검은 색 도륜(刀輪) 한 자루가 나타났다.
순간, 창검종 제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도륜은 천계급 보물이었다.
천계지보(天階至寶)!
엽현의 안색이 방금 전보다 더욱 어두워졌다.
바로 이때, 남자가 오른손으로 도륜을 쥐고, 나머지 왼 손으로는 인을 맺었다. 그러자 남자의 모습이 순간 흐릿해지더니, 갑자기 엽현의 주변에서 철기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엽현의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수의 잔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 잔상마다 손에 도륜을 들고 엽현을 위협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잔상들이 하나같이 진짜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만약 상대가 보통 무인이었더라면 남자의 수법은 굉장히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엽현이었다. 엽현은 심안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자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엽현이 수많은 잔상들 사이에서 갑자기 오른쪽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땅-!
순간, 그 많았던 잔상들이 모두 사라지고, 장내에는 엽현과 마의 남자만이 남았다. 남자는 엽현의 공격을 도륜으로 막은 상태였다. 이때 도륜과 부딪친 엽현의 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계 검으로 상대의 천계 도륜을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엽현이 갑자기 검을 쥔 손을 비틀며 남자를 향해 내질렀다.
쿵-!
마의 남자가 십여 장 떠밀려 나갔지만, 엽현의 검엔 더 많은 금이 가 있었다.
엽현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진계 검으로 상대의 천계 무기를 상대하려면 검 위에 검의를 둘러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드러내야 한다. 여기서 천계 검을 꺼내게 된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 틀림없으니, 두 가지 모두 난처한 선택이었다.
엽현의 검이 상한 것을 발견한 창검종 제자들 역시 표정이 굳어갔다.
상황이 엽현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바로 이때, 마의 남자가 엽현의 머리 위로 향해 도륜을 던졌다. 도륜이 막 엽현의 머리 위에 도착했을 때, 돌연 도륜의 옆면에서 무수히 많은 수의 칼날이 튀어나와 폭우처럼 엽현을 덮쳤다.
이에 엽현이 검을 자신의 미간에 바짝 붙였다. 수많은 무인들의 시선 속에 검이 엽현의 손을 빠져나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러자 청아한 검명 소리가 하늘을 뒤덮는 동시에, 엽현의 검이 무수히 많은 잔상을 만들어내며 도륜에서 나온 검들을 빠르게 쳐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창검종의 제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무공이란 말인가?
바로 이때, 그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순공일검이다! 순공일검이 극성에 이르게 된 모습이다!”
그렇다. 순공일검을 극성으로 익히게 되면 한 자루의 검이 아닌 무수히 많은 검으로 변한다. 애당초 순공(瞬空)이라는 말은 지극히 빠름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한 자루의 검으로도 무수히 많은 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보통의 무공도 극성으로 펼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하물며 천계급 무공을 극성으로 단련하려면 얼마나 어려울지 제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만약 엽현에게 공간도칙이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이 빠른 시일에 순공일검을 이처럼 펼쳐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편, 자신의 비장의 한 수가 간단히 막혀 버리자, 마의 남자의 표정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마의 남자가 다시 출수하려는 순간, 엽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마의 남자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마의 남자가 이를 악물고 도륜을 휘두를 때, 엽현 역시 마찬가지로 마의 남자의 목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순간, 장내의 무인들이 모두 긴장했다.
‘막지 않고 오히려 반격하다니, 동귀어진이라도 할 속셈인가!’
마의 남자 역시 엽현이 이렇게 독하게 나올 줄은 미처 몰랐던 듯,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떡해야 하지!?’
찰나의 순간, 남자는 결단을 내렸다.
엽현이 원하는 대로 해 주기로!
서로의 목숨을 거는 상황에서 기세를 누그러뜨리면 반드시 죽고 만다.
겁내는 쪽이 먼저 죽는 것이다.
순간,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마의 남자의 도륜과 엽현의 검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 두 사람의 무기가 거의 동시에 상대방의 몸에 닿았다.
퍽!
푹!
이때, 하늘 높이 튕겨져 오른 그림자 하나. 이는 바로 엽현이었다. 반면 남자는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은 채, 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엽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때, 그의 입에서 마치 둑이 터진 것 마냥 핏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내상은 입었지만 엽현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멀리 마의 남자의 목에는 검 한 자루가 꽂혀 있었다.
마의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이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엽현이 자신의 가슴께를 툭툭 털어냈다. 그러자 얇디얇은 갑옷이 그의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뒤덮었다.
엽현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천계 갑옷이 있는데, 너는 없지? 너는 없지?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