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우리 오빠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요?
엽현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는 바로 영검(靈劍)을 찾는 일이었다.
검으로 단전을 대체한 엽현은 경지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영검을 찾아서 흡수해야 했다. 하지만, 영검이 보통 귀한 것인가?
지금은 엽현의 모든 것을 판다 해도 영검의 칼자루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영검은 값비싼 것이었다. 엽현은 보통 사람이 무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엽현은 더 이상 그림자와 대련을 하지 않았다. 그림자는 더 이상 엽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여전히 모호하기만 한 전의를 완전히 장악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창목학원의 지원일까지 단, 이틀이 남았다.
엽현은 계옥탑 내에 서서 두 주먹을 말아 쥐고 있었다. 그의 주먹에선 무형의 힘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전의!
이제 엽현은 일검정생사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전의를 활용해서 능공경 강자와 겨룰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비록 승리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가 아직 검의를 깨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검의가 있다면 능공경 강자를 능히 이길 수 있었다.
반 시진 후 엽현은 계옥탑을 빠져 나왔다.육소연이 마침 그들을 방문했다. 엽현을 마주한 육소연이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이제 집이 좀 편안해졌소?”
“하하, 사실 저희 남매는 이런 좋은 집이 처음이라 말입니다…….”
“하하하, 이해하오. 참, 오늘 밤에 연회가 있을 것이니 시간이 맞으면 동생과 함께 함께 방문하는 것이 어떻겠소?”
“연회? 무슨 연회 말입니까?”
육소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황성의 황자가 주최하는 연회요. 매번 창목학원이 신입생을 받을 때마다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황성을 방문하오. 강국의 황실에서는 결코 그들을 경시할 수 없으니 국주(國主)가 황자를 보내 그들을 대접하는 것이오.”
“그, 그런데…, 그런 곳에 아무나 갈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아무나 갈 순 없소. 연회에 참석하려면 그에 걸맞은 신분이나 실력이 있어야 하오. 연회의 초대받는 자들은 거의 창목학원에 들어갈 실력이 있다고 보면 되오.”
“하하하! 저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만.”
“걱정하지 마시오. 나와 함께 간다면 문제없이 입장할 수 있소. 괜찮다면, 한 번 가보는 것을 권하는 바이오. 연회에는 온 나라의 천재들이 다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 곳에서 다른 이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면, 분명 그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어떻소?”
엽현이 잠시 생각을 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육소연의 말대로 이번 기회에 인맥을 좀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검수라고 해서 굳이 혼자여야만 한다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강국의 천재들이 어떠한 자들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하, 그럼 준비 되는대로 출발하도록 합시다!”
육소연이 돌아간 후 엽현은 방으로 돌아왔다. 이때, 엽령이 눈을 떴다.
엽현이 그녀에게로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령아, 잠은 이따가 자고 일어나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엽령이 눈을 깜빡 거리더니 이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우선 빨리 눈곱부터 떼자, 조금 있으면 출발해야해!”
반 시진 후, 대문을 나선 육소연 부자와 엽현 남매는 성 중심에 있는 어느 주루(酒樓)에 도착했다.
선객루(仙客樓)
황성 최고의 주루인 선객루는 천 평방미터의 규모에 6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외부는 온통 금으로 도금 된 그야말로 초호화 주루였다. 이 선객루의 주인은 바로 취선루였다.
엽현 남매는 선객루를 올려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화려한 건물은 생전 처음이었던 것이다!
육명 역시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천산성에도 이 만한 규모의 건물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세 사람의 턱이 빠질 까 두려웠던 육소연이 웃으며 말했다.
“이 건물도 가장 크다고 할 순 없소. 그대들이 조금 더 돌아다니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될 것이오.”
엽현은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청성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영영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선객루 안으로 들어서자 용모가 수려한 한 여인이 그들을 맞았다.
“육 성주님 되시는지요?”
육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연회까지는 아직 반 시진 가량 남아있습니다. 황자께서 성주님을 위해 특별히 ‘오락’ 활동을 준비하셨는데 어쩌시겠습니까?”
순간 육소연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는 괜찮소. 우선 황자가 계신 곳으로 데려가 주시오.”
여인이 고개를 끄덕인 후 그들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 네 번째 층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엽현과 엽령은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루 4층은 엽가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넓었고 으리으리한 장식들로 채워져 있었다. 심지어 그들의 발밑에는 부드럽고 푹신한 짐승의 가죽들이 넓게 깔려 있었다.
“우와!”
육명이 가죽을 이리저리 밟아보더니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부지, 이것은 적호의 가죽 아닙니까! 이것 한 장만 해도 족히 금화 수백 냥은 할 텐데, 이런 가죽이 엄청나게 깔려 있으니까……. 제길! 취선루가 우리보다 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엽현이 엽령과 시선을 마주친 후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령아, 이건 정말 상상 이상이구나.”
육소연이 웃으며 말했다.
“취선루의 부는 한 국가와 맞먹소. 황실이라 해도 취선루 앞에서는 한 수 접어주어야 하오.”
육소연이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엽현에게 말했다.
“여기서 좀 기다리고 계시오. 금방 다녀오겠소!”
육소연이 사라진 그때, 한 명의 청년이 엽현 앞에 멈춰서 포권을 취했다.
“공자님께서는 방금 도착 하신 것입니까?”
“그렇소!”
엽현이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청년이 웃으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소인은 천성(川城) 여가(余家)의 세자, 여불이(余不二)라고 합니다. 공자께서는?”
“청성의 엽현, 홀로 수련중인 산수무인(散修武人)입니다.”
“산수무인이라고요?”
청년이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엽현을 훑어보았다.
“정녕 산수무인이십니까?”
“그렇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실례가 많았소.”
“…….”
그렇게 엽현에게서 발걸음을 돌린 청년은 이내 다른 남자에게로 가서 포권을 취했다.
“소인은 천성 여가의 세자, 여불이라고 합니다. 공자께서는?”
“월성(越城) 막가(莫家)의 세자, 막소(莫蕭)라 합니다.”
그 말에 청년이 깜짝 놀라 화답했다.
“바로 금광을 수십 개나 소유하고 있다는 그 막가 말입니까?”
“그렇소!”
그러자 청년이 막소라는 자에게 친한 척을 하며 팔을 잡아끌었다.
“막형, 비록 처음 만났지만 어쩐지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리 와서 한잔 하시지요!”
엽현과 엽령은 벙 찐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엽현은 이내 웃으며 고개를 지었다.
“뭐, 이런 건 익숙하지!”
사실, 청성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벌어지는 행태였다. 누구나 돈 있는 자들을 사귀고 싶어 했고 권력 있는 자들은 권력 있는 자들을 찾는 것이 정상이었다.
이때, 옆에 있던 육명이 분통을 터트렸다.
“대형, 저 녀석은 사람 보는 눈이 한참 낮군요! 제가 가서 손 좀 봐줄까요?”
엽현이 그런 육명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은 아주 정상이지 않느냐?”
이때, 육소연이 황포를 입은 한 남자를 데리고 그들에게로 왔다. 대략 스무 대여섯으로 보이는 남자는 수려한 용모에 온몸에 기품이 넘쳐흘렀다.
엽현 앞에 멈춰선 남자가 엽현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 자가 엽현이요?”
엽현이 육소연을 바라보자 육소연이 다급히 남자를 소개했다.
“이 분은 우리 강국의 대황자(大皇子), 강념생(姜念生) 황자시오.”
‘대황자!?’
엽현이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대황자에게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청성의 엽현 이옵니다!”
엽현의 비굴하지도 무례하지도 않은 절제된 모습에 대황자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육 성주가 그렇게 맘에 들었다는 엽 공자로군.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엽현이 뭐라 대답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말수청(沫隋青)이 왔다!”
말수청(沫隋青)!
그 말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계단으로 향했다.
대황자 역시 서둘러 옷매무새를 고치며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육소연은 엽현에서 뭔가를 말하려다 참았다. 그는 원래 대황자에게 엽현을 천거하고자 둘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었다. 육소연은 엽현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대황자에게 그에 대한 배경과 실력을 미리 설명하진 않았다.
엽현을 만난 대황자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육소연은 엽현에게 대황자님이 맘에 들어할 만한 말을 하라고 언질을 주려다 참았다. 엽현의 성격상 그런 입바른 말을 할리 없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을 했다가 오히려 엽현의 반감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반감을 사는 것보다야 차라리 대황자의 천거가 성사되지 않는 게 나았다.
이때, 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 한 명의 여인이 4층 계단 위에 올라섰다. 약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붉은 치마를 입고서 늘씬한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세련된 이목구비에 옥 같이 흰 피부를 가진 그녀는 특히 별과 같이 빛나는 큰 눈이 매력적이었다. 누구라도 그 눈을 바라보면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이었다.
‘아름답군!’
엽현은 몇 번 그녀를 쳐다보았다. 목석 같은 엽현은 아름다움에 어떤 감흥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 역시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 알고는 있었다. 단지 호기심의 감정에 불과할 뿐이지만.
엽현이 곁에 있던 육소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주님, 저 여인은…?”
“말수청, 황성제일미(皇城第一美)라고 할 수 있죠!”
황성제일미(皇城第一美)!
“그럼 안란수는?”
엽현도 저 여인이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했다.그래도 안란수보다 아름답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엽현의 표정을 본 육소연이 웃으며 설명했다.
“안 국사가 명성을 떨치는 것은 그녀의 용모 때문이 아니오. 다른 사람들 또한 그녀를 그저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하진 않소.”
그 말에 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수청이 도착하자 모든 이들의 눈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 중 몇몇은 말수청에 달려들어 그녀를 애워쌌다.
육소연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말수청은 외모도 뛰어나지만 그녀의 배경도 보통은 아니오. 그녀의 말가(沫家)는 강국에서 오래 된 세가로 황실이라 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거대 세력이오. 현재 강국은 두 명의 황자가 태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중이오. 만약 그들 중 누구라도 말수청과 혼인할 수 있다면 태자에 자리에 오르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오. 다만, 그녀의 눈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다는 것이 문제요. 애초에 그녀는 강국에선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자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다니곤 했소.”
이때, 옆에 있던 엽령이 말했다.
“우리 오빠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요!?”
엽현이 말했다.
“물론 네 눈엔 내가 옥보다 귀한 존재겠지만, 남들 눈에는 잡초만도 못할 수도 있어!”
엽령이 귀엽게 웃으며 엽현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의 오라비는 세상 어느 누구와 함께 있어도 빠지지 않는 존재였다.
육소연이 웃으며 말했다.
“겸손이 지나치시구려. 그대는 젊고 장래가 촉망되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찌 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