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우리 둘이 저 놈을 죽일 수 있었을까?
진북한이 상석의 배치된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창검종과 호계맹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선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너희가 우리 창검종을 대표해 만수산맥(萬獸山脈), 천음종(天音宗), 그리고 고무족(古巫族)에 다녀와 주었으면 한다!”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엽현의 질문에 진북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하다! 그들과 동맹을 맺고 오너라!”
다른 세력과 동맹을 맺는 큰일에 달랑 젊은 무인 셋만 보낸다는 것인가!
이때, 진북한이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듯, 손을 저어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준비되는 대로 떠나거라!”
엽현을 포함한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 뒤, 자리를 빠져나왔다.
대전 밖으로 나온 남궁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우리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하시는 걸까?”
상월이 가볍게 대답했다.
“내 생각엔 그것 말고도 만수산맥과 천음종, 그리고 고무족에게 우리 창검종의 다음 세대를 인사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어째서 말입니까?”
남궁언의 질문에 상월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나의 종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당시의 실력뿐 아니라, 새로운 피의 수혈이라 할 수 있다. 만약 후대를 양성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강한 세력이라 할지라도 한 세대도 못 가 무너지고 말겠지. 종주께서 우리들을 보내시는 이유는 다른 세력들에게 우리 창검종이 다음 세대에도 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 말에 남궁언과 엽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생각대로, 세 사람이 창검종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많은 위험이 뒤따를 것이다. 이는 자연히 실전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창검종에서 가장 강하다는 세 사람을 굳이 뽑은 이유는 다른 세력들에게 창검종의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한 까닭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 세 사람의 임무는 막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월의 말에 엽현과 남궁언이 결연한 표정으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세 사람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만수산맥 등과의 동맹 역시 불발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어떻게 찢어질 것인지 정하도록 하자!”
상월의 말에 남궁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따로 가야 합니까?”
“하하, 그래야 더 빠르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목표도 셋, 우리도 셋이니 하나씩 맡으면 되겠구나. 둘째, 세 명이서 한꺼번에 움직이다가 호계맹에게 기습을 당하게 되면, 한 번에 몰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월이 크게 숨을 들이키며 말했다.
“셋으로 찢어지게 되면 최악의 경우를 맞더라도, 셋 중 둘은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이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상월 사형, 너무 비관적이신 것 아닙니까? 아무리 호계맹이라 할지라도 우리 셋을 어쩌진 못할 것입니다.”
상월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네가 아직 호계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까닭이다. 저들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청창계를 지배해 왔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
엽현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까지 그는 육 존주 등 호계맹의 몇몇 무인들과 맞닥뜨리긴 했지만, 그들의 전체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호계맹의 실체는 여전히 수수께끼인 것이다.
상월이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일전에 만수산맥 근처에서 수련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 만수산맥은 내가 맡겠다. 괜찮겠지?”
뒤이어 남궁언이 말했다.
“그럼 저는 천음종으로 가겠습니다. 제 친 누이가 천음종에 있으니, 겸사겸사 얼굴도 보고 오면 될 것 같군요.”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전 어쩔 수 없이 고무족에게로 가야겠군요!”
이때, 상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엽현에게 말했다.
“안엽, 이 고무족은 굉장히 신비하고 기이한 족속이다. 아니면 나랑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
“하하, 괜찮습니다! 저 역시 성격이 괴팍하니, 그들과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안심이군! 그럼 사제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음석으로 연락하기로 하고, 이쯤에서 해어지세나!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한 것처럼, 조만간 무사히 만나기를!”
말을 마친 상월이 검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다.
검황!
상월은 검황의 경지였다.
검광을 뿌리며 멀리 날아가는 상월을 보며 남궁언이 미소 지었다.
“그래도 날 생각해 주는 건 사형밖에 없구나!”
엽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남궁언을 바라보자, 남궁언이 말했다.
“고무족, 만수산맥, 천음종, 이 셋 중에서 천음종의 세력이 가장 약하오. 그러니 동맹을 맺기 위한 요구 조건 또한 낮을 수밖에! 검황도 되지 못한 내가 만약 만수산맥이나 고무족에게로 갔다면 그들의 얼굴도 못 보고 쫓겨났을 것이오!”
그러자 엽현이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남궁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우리 검수들은 무엇보다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오. 상월 사형께서 남궁 사형의 상황을 다 고려한 것이니 그 점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소.”
“그 말이 맞소!”
“돌아와서 봅시다!”
엽현이 남궁언에게 미소를 보인 후, 어검술로 순식간에 구름 너머로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남궁언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더 노력하자!”
그 말을 뱉은 후, 남궁언 역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세 사람이 떠난 후, 대전 밖으로 나온 진북한이 그들이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알 수 없는 수심이 가득했다.
한편, 엽현은 검을 타고 구름 속을 지나고 있었다. 그가 빠르게 지나갈 때마다 눈앞의 구름들이 층층이 물결치며 밀려났다.
어검비행을 하며 천지를 굽어보는 것. 그의 오래된 꿈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의 곁에 엽령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있었더라면 분명 매우 감격했을 것이다.
엽현은 이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현문에 있는 엽령을 찾아가겠노라고 다짐했다.
엽현이 품속에서 두루마리 책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책자 안에는 고무족과 그들이 사는 땅에 대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고무족은 창검종과 달리 사람들과 왕래가 많지 않은 신비로운 세력이었다. 자연히 알려진 것도 적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실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엄청 강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검을 멈추더니 발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나와! 이미 다 알고 있다!”
아무런 반응도 없자, 엽현이 다시 전진했다.
그리고 반 사진쯤 지났을 때 다시 말했다.
“나와라! 너희들이 와 있는 것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엽현은 매 반 시진마다 이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소리쳤을 때 마침내 누군가 대답했다.
“우리가 있는 줄 어떻게 알았느냐!?”
순간, 엽현의 앞에 두 명의 노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엽현도 아는 얼굴이었다.
호계맹 막수였다.
“대답해라! 우리를 어떻게 발견한 것이냐!”
“…….”
‘어떻게 알았냐고? 때려 맞춘 거라고 사실대로 말 해 줘야 하나?’
엽현은 창검종을 떠난 직후부터 호계맹이라면 반드시 자신을 쫓으리란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대의 기척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일정 간격을 두고 계속 허공에 소리를 질러댔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쌍한 막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자신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
“흥! 음흉한 늙은이가 생각하는 게 뻔하지!”
“건방진 놈! 엽현, 정녕 창검종이 끝까지 너를 보호해 줄 거라 생각하느냐?”
“하하하! 아니면 나를 보호해 줄만한 세력을 하나 소개시켜 주겠는가?”
막수가 엽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항복하고 우리 호계맹으로 들어오거라!”
‘뭐라고?’
예상치 못한 막수의 제안에 엽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호계맹으로 들어오라고?’
“그 말, 진심인가?”
“물론이다. 만약 호계맹에 들어온다면 평생 섭섭지 않게 대우해 줄 것이다!”
순간, 엽현이 침묵한 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포착한 막수가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창검종도 큰 타격을 입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너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넌 어디로든 도망갈 수 없다.”
“음… 이거 너무 갑작스런 제안이라… 내게 결정할 시간을 좀 주겠소? 며칠 동안 생각을 좀 해보겠소!”
“그저 시간을 끄려는 속셈이 아니라?”
막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하하하! 진심이오. 나 역시 그대들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으니, 신중을 기하려는 것뿐이오. 그것도 싫다면 이 자리에서 나를 죽여 보시던가! 물론 지금의 그대에겐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오!”
“흥! 꽤나 자신이 있는가 보구나?”
“한 번 해보겠소?”
“하하하하!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막수가 허공에 일 장을 날렸다. 그러자 강대한 공간의 힘이 물결을 치며 엽현에게 날아들었다.
공간지력!
“수(囚)!”
엽현이 공간을 쥐어 잡으며 외치자, 요동치던 공간이 일순간 잠잠해졌다. 막수의 공간지력은 소멸된 것이 아니라, 엽현이 만든 공간에 갇힌 채 그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막수가 미간을 크게 찌푸렸다.
“어법경! 아니야, 단순한 어법경의 힘으로는 내 공간지력을 막을 수 없을 텐데!”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나는 이미 진 어법경이오!”
“건방진 놈! 어디서 노부를 기만하려 드느냐! 너의 경지는 진 어법경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내 공격을 막은 것은 네가 기이한 술수를 썼기 때문이다!”
“하하하! 눈치가 빠르군! 그렇소! 아는 아직 진 어법경은 아니오. 하지만 이미 어법경이 되었으니 진 어법경까지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지 않소?”
그 말에 막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어법경이 경지를 뚫는 속도가 어찌 이리도 빠를 수 있단 말인가!’
막수는 지금도 눈앞의 있는 엽현과 싸워 이길 수 있을지 완전히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진 어법경에 이르게 된다면 그땐…….
이때, 막수가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틀의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봐라. 총명한 놈이니만큼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네게 유리한지 잘 알 거라고 본다!”
말을 마치자, 막수와 다른 한 명의 노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가볍게 한 번 웃어 보이더니, 이내 검을 타고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호계맹으로 돌아가는 길. 막수의 곁에 있던 노인이 물었다.
“놈은 결코 호계맹에 귀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막수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나도 알고 있소!”
노인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막수가 말했다.
“그대는 우리 둘이서 놈을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오?”
“창검종이 관여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창검종이 과연 보고만 있을까?”
막수의 말에 노인이 입을 다물었다.
싸움이 벌어진다면 창검종은 반드시 엽현을 구하러 올 것이다.
“후… 그때 기회가 있었을 때, 존주께서 확실히 끝내셨어야 하는데…….”
막수의 말대로 육 존주에게는 엽현을 죽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 기회를 놓치니 엽현은 어느새 순식간에 어법경 강자가 되었고, 게다가 창검종이라는 날개까지 달아 버리게 되었다.
막수 곁에 있던 노인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존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놈 뒤에는 단 일검으로 주상께서 청창계에 설치하신 진법을 부숴버린 여인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자에게 공포를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막수가 고개를 저었다.
“애당초 놈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소. 엽현도 처음부터 우리와 이렇게 원수를 진 것은 아니었단 말이오.”
“놈이 이렇게나 빠르게 성장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금에 와서 그런 이야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놈과 창검종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는 일입니다. 특히, 창검종이 공공연히 우리 호계맹을 도발하고 있으니,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창계에서 우리 호계맹의 존엄이 손상을 입을 것입니다!”
창검종을 생각하자 막수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창검종, 너희는 스스로 멸망을 자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