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나는 너 같은 여자가 발가벗고 누워있다고 해도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을 것이다
육소연은 엽현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취선루의 장로와 루주를 죽이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자였다!
엽현이 말수청을 자세히 쳐다보았다.척 보기에도 고고하고 눈이 높을 것 같은 그녀에게 다가갔다가 괜히 망신을 당하고 싶진 않았다.
엽현에게 있어 누구와 함께 하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감정과 성격이었다. 재능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돈이 있을 땐 사랑한다 하고, 돈이 없어지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어찌 사랑이라 할 수 있겠는가?
곧 연회가 시작됐다. 엽현 남매와 육소연 부자는 같은 탁자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각종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다.
엽현 남매와 육명은 눈앞의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엽현과 엽령은 워낙 고생을 하며 자라왔기에 산해진미는 입에도 대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육명은 그저 식탐이 많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교분을 나누거나 술을 청하는 반면에 엽현이 앉은 탁자는 음식 먹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모습에 육소연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들인 육명은 입에 발린 소리는 모르는 지라 남을 사귀는 데는 재주가 없었다. 오히려 상대를 불쾌하게 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육소연은 엽현이 눈이 높아 아무나 사귀지 않는 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엽현이 자신을 산수무인이라 소개할 때마다 상대가 자리를 피하기만 했다.
엽현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슨 사람을 사귀는데 먼저 집안이 어떻고 하는 것을 먼저 물어본단 말인가!?
잠시 후, 육소연이 누군가를 발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잠시 식사 하고 계시오. 나는 아는 사람들과 좀 인사를 나누고 올 테니.”
엽현과 육명은 먹느라 정신이 팔려 육소연의 말도 듣지 못했다. 입에 음식을 가득 품은 엽령만이 육소연을 보며 가볍게 목례를 할 뿐이었다.
엽령이 엽현에게 커다란 닭다리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오빠, 많이 먹어! 오빠는 영양을 많이 보충해야해!”
엽령은 이번에는 육명의 밥그릇에 야채를 넣어 주며 말했다.
“뚱보, 너는 살을 빼야 하니까 야채를 많이 먹어!”
자신의 그릇에 놓인 야채를 본 육명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엽령을 바라보았다.
“이거, 편애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엽령이 웃으며 엽현의 그릇에 돼지고기를 더 담아주었다.
“오빠, 이거 참 부드럽고 맛있네!”
육명은 그 모습에 기가 찰 뿐이었다.
“칫! 돌아가면 어머니한테 여동생 하나 나아달라고 할 테야, 아니, 두 명!”
그 말에 엽현 남매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니 웃기 시작했다.
한편, 말수청 옆에는 다른 한 명의 여인이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바로 방금 도착한 한향몽이었다. 한향몽은 말수청과 담소를 나누면서도 쉴 새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엽현을 곁눈질 했다. 설마 엽현이 연회에 참석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한향몽이 자꾸 다른 곳을 보자 말수청 역시 한향몽이 바라보고 있는 엽현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향몽, 아는 사람이야?”
한향몽이 고개를 끄덕이자 말수청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관심 가질 정도의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건데…. 말해 보렴, 도대체 어느 집안의 자제분이신지!”
“한두 번 대화를 나눴을 뿐, 잘 알지는 못해.”
말수청이 여우같은 미소를 지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계속 쳐다본단 말이야? 관심 있는 거 맞지? 어디보자…, 저 정도면 얼굴은 괜찮고 눈빛도 나쁘진 않네.”
한향몽이 고개를 내저었다.
“넘겨짚지 마. 정말 한두 번 마주친 것뿐이야. 단지 그가 이 곳에 온 것이 조금 의외여서 그래.”
말수청이 주위를 둘러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냐? 지금 이 곳엔 강국 각 성에서 몰려온 수재들로 가득하니만큼, 인맥을 만들러 온 것이겠지. 지금 시대는 실력 뿐 아니라 인맥도 중요하잖아. 안 그래?”
“너는 저 사람이 누구와 말하는 걸 본적 있어?”
말수청이 그녀의 말에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말수청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은 조금 특이한 것 같네.”
“됐어, 그만 말해. 우리랑은 상관없는 사람이야.”
“아니, 나는 좀 관심이 생겼는데? 가자! 가서 얘기나 좀 나눠보자!”
말수청이 팔을 잡아끌자 한향몽이 안색이 변하여 대답했다.
“수청, 그러지마! 저 사람을 건드리면 안 돼!”
“건드리면 안 된다고? 뭐야, 그렇게 말하니 더 수상한데? 도대체 뭐야, 저 사람이랑 무슨 일 있었어?”
한향몽이 뭐라 말하려는 순간 말수청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됐다. 이젠 궁금해서 참을 수 없게 됐어. 가자! 나랑 같이 가서 말이나 걸어보자!”
말수청은 억지로 한향몽을 잡아끌고서 엽현의 앞에 섰다.
말수청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쳐다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자연스레 엽현에게로 쏠렸다.
누구지?
사람들이 엽현의 신분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말수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여기 사람 있나요? 없으면 우리가 좀 앉고 싶은데.”
엽현이 고개를 들어 눈앞의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 눈에 한향몽을 알아보았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엽현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말수청이 한향몽을 끌어당겨 자리에 앉혔다. 자신도 그녀의 옆에 앉았다. 말수청이 엽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공자께서는 존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어느 세가에서 오셨나요?”
엽현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탁자에 내려놓고 포권을 취했다.
“엽현, 산수무인이오!”
산수무인?
말수청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그저 일개 산수란 말입니까?”
“일개 산수일 뿐이오.”
“하하, 산수무인은 이 곳에 올 자격이 없을 텐데요?”
“나는 그저 천산성 육소연 성주를 따라 밥이나 한 끼 얻어 먹으러 왔을 뿐이오.”
밥을 얻어먹으러 왔다고!?
엽현의 말에 장내는 곳 웃음바다가 됐다.
말수청 역시 웃음을 터트리며 엽현에게 말했다.
“이 곳에 밥 먹으러 왔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엽현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수청을 향해 말했다.
“말 소저, 별일 없으면 이만 가 주시오.”
엽현에게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는 까닭 없이 누구와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담소나 나누려 했을 뿐인데 안 되나요? 엽 공자의 눈에는 제가 그대와 함께 앉기에도 부족해 보이나요?”
말수청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때,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의 안색이 일순간에 변했다. 그 중 한 명의 남자가 그들의 탁자로 다가오더니 차가운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 소저, 이 자는 도대체 뭐하는 작자기에, 감히 말 소저와 겸상을 한단 말이오?”
딱-!
바로 이때, 육명이 탁자를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더니 노기 어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너는 어디서 굴러다니는 개뼉다구 같은 놈이기에 우리 대형에게 감히 그런 말을 한단 말이냐!”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죽고 싶은 게냐?”
육명이 막 남자에게 반격하려는 찰나 엽현이 그의 팔을 당기며 제지했다. 엽현이 말수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 소저, 혹시 내가 그대에게 무슨 죄라도 지었소? 아니면 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에게 원한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오?”
말수청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내가 원한을 불러일으킨다고요? 아니에요, 정말 억울합니다!”
말수청이 작게 한 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에휴, 나는 그저 공자가 범상치 않은 사람인 것 같기에 말을 건 것뿐인데 이리도 오해 하시다니…. 저와 친분을 맺는 게 싫으신가 보군요.”
“이보시오, 말 소저. 지금 그대가 하는 말들 때문에 내가 구설수에 오르게 생겼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오!?”
말수청이 씩 웃었다.
“그건 공자의 사정이지요. 안 그래요?”
말수청은 그저 시비를 걸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엽현이 엽령과 육명을 잡아끌어 일으켜 세웠다.
“가자!”
엽령이 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탁자에 있는 엽현이 좋아하는 사과 하나를 집어 냉큼 주머니에 넣었다.
세 사람이 떠나려는 것을 보자 말수청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엽 공자, 정말 무례하시군요! 말도 섞기 싫다는 건가요?”
말수청의 옆에 있던 남자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말 소저, 저런 자와 굳이 실랑이 할 가치가 있겠소?”
말을 마친 그는 엽령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비꼬듯이 말했다.
“밥을 얻어먹으러 온 것도 모자라서 나갈 때도 결코 빈손으로 떠나지 않는구나! 뭐, 천박한 자들이니 천박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겠지!”
이 말을 들은 엽령은 얼굴이 새하얘져서 급히 사과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얼굴이 창백해 진 것은 한향몽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선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모두 엽현의 동생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지 않는가!
그녀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엽현의 신형이 순간 흐릿해 지더니 순식간에 남자의 눈앞에 나타났다. 남자가 아직 반응하지 못한 사이 엽현의 주먹이 그의 입을 강타했다.
퍽-!
남자의 신형이 뒤쪽으로 수 장 날아감과 동시에 그의 입에선 이빨과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자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이 곳에서 사람을 치다니!
말수청 역시 설마 그가 손을 쓸 줄은 몰랐기에 엽현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같이 인내심이 없는 자는 처음입니다!”
주먹을 거둔 엽현이 말수청의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너처럼 외모만 믿고서 남들을 무시하고 존중할 줄도 모르고 그저 주위 남자들을 이용할 줄만 아는 여자를 증오한다. 저들이 너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죽고 사는 것을 보니 즐거운가? 나는 너 같은 여자가 발가벗고 누워있다고 해도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을 것이니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마라!”
말을 마친 엽현이 탁자 위의 사과를 집어 들고는 엽령과 육명을 데리고 돌아섰다.
엽현의 말에 연회장은 순간 고요해졌다.
말수청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한 것은 엽현이 처음이었다.
말수청은 황성의 사내라면 모두가 원하는 그런 여인 아닌가?
이때, 말수청이 손바닥으로 탁자 위를 때렸다.
퍽-!
순간, 탁자가 가루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말수청의 신형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엽현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살기가 가득했다.
“방금 한 말, 다시 한 번 뱉어 보아라.”
엽현이 물러서지 않고 한발 다가섰다. 그러자 그 둘의 사이가 서로의 숨결을 느낄 정도로 가까워졌다.
“나는 너처럼 외모만 믿고서 남들을 무시하고, 존중할 줄도 모르고, 그저 주위 남자들을 이용할 줄만 아는 여자를 증오한다. 저들이 너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죽고 사는 것을 보니 즐거운가? 나는 너 같은 여자가 발가벗고 누워있다고 해도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