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만수산맥은 요족으로 이루어진 세력이다. 인간과는 상호불가침 관계에 있어 왔다. 때문에 만수산맥의 진짜 실력은 현문과 마찬가지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다음 날, 엽현은 드디어 만수산맥 초입에 들어설 수 있었다. 산맥은 수십만 리는 될 듯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산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들어 서 있었다.
산의 초입에서 엽현은 인간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 문구를 여럿 볼 수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인간에 대한 만수산맥의 태도가 크게 우호적이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엽현이 걸음을 빨리하여 한 협곡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커다란 덩치의 요족이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진 어법경의 기운이었다.
엽현을 보며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엽현이 공손한 자세로 포권을 취했다.
“창검종에서 온 엽현이라 하오!”
‘엽현이라고?’
그의 이름을 듣자,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네가 호계맹에서 수배령을 내린 바로 그 엽현인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만수산맥엔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사실 며칠 전, 창검종의 제자 하나가 수왕(獸王)을 만나겠다고 이리로 떠났소.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걱정이 되어 와 본 것이오.”
“그놈이라면 언행이 불손한 까닭에 수왕께서 옥에 가둬 놓으셨다. 놈을 데려가고 싶다면, 최상급 영석 백억 개를 내놓거라!”
순간 엽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가 우려하던 대로 만수산맥은 이미 호계맹과 한패가 된 것이 틀림없었다.
“알겠소!”
엽현이 뭔가 생각이 있는 듯 짧게 대답하고 돌아서려 했다.
이때, 요족은 그를 불러 세웠다.
“멈춰라!”
엽현이 걸음을 멈추자, 그는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창검종 놈들은 하나같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여기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았더냐?”
“나까지 잡아 두겠다는 속셈이오?”
“하하하! 눈치 하난 빠르군! 반항하지 않고 말을 잘 들으면 네 목숨 만은……”
바로 이때, 엽현이 몸을 돌림과 동시에 상대를 향해 검을 날렸다.
쉭-!
그가 반응하기도 전의 그의 머리가 공중을 날았다.
“건방진!”
그가 죽임을 당함과 동시에 협곡 안쪽에서 엄청난 기운을 담은 음성이 천지를 뒤흔들며 날아들었다.
그러자 엽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순간, 그의 기운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라졌다.
엽현이 사라진 직후, 그가 있던 자리에 웬 수염이 덥수룩한 장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시신을 발견하자, 장한이 매우 공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이 쳐죽일 놈들!”
말과 동시에 그가 강하게 땅을 밟았다.
쾅-!
온 산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한편, 엽현은 산을 떠나는 대신, 오히려 산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혼돈지기로 자신의 기운을 감춘 상태였다. 이는 설령 진 어법경 강자라 해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약 한 시진 가량 전진하던 엽현 앞에 떡 하니 거대한 성 하나가 나타났다.
만수성(萬獸城)!
만수성은 청창계에서 가장 큰 성이었다. 중토신주의 운공성과 비교해도 훨씬 더 웅장했다. 성의 높이만 해도 족히 백여 장에 이르렀다. 사람에 성벽에 서 있으면, 마치 개미새끼로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 성이 인간이 아닌 요수들을 위해 지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갈만했다.
엽현은 몰래 성안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거대한 규모에 비해 성안의 건축물은 그리 많다고 할 순 없었다. 길가에는 각양각색의 요수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는데, 더러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요수들도 있었다.
성벽 한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있는 엽현은 다소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렇게나 넓은 성에서 사람 하나를 찾는 일은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전음석!
하지만 엽현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접었다. 요수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상월의 몸에서 전음석을 제거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아하-!”
엽현은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자신의 무릎을 치더니, 곧장 성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한 줄기 검광이 만수성 성벽 위에 번뜩였다.
쾅-!
성벽이 갑자기 무너지자, 요수들이 괴성을 질러댔다.
적이라도 쳐들어온 것인가!?
수많은 요수들이 성벽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그러자 성벽 뒤에서 엽현이 장검을 땅에 질질 끌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창검종의 엽현이오, 만수성 젊은 요수들의 실력이 과연 어떠한지 겨뤄 보고자 찾아왔소.”
그의 목소리가 현기를 타고 사방으로 퍼지니, 이내 만수성 요수들의 절반에 달하는 수가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만수성의 젊은 요수들에게 대결을 청한다고?
이때, 성벽 위에서 짐승의 포효소리가 들리더니, 한 마리의 요수가 엽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엽현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상대 요수가 접근하기도 전에, 엽현의 검을 맞고서 수십여 장 밖으로 날아갔다.
성 밖에서 엽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너무 약해! 좀 더 강한 놈이 나오거라!”
그러자 또 다른 요수 하나가 달려들었다. 그러나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엽현의 일 검에 그대로 날아갔다.
이렇게 수십의 요수들이 모두 패배하자, 더 이상 나서는 요수가 없었다.
“만수산맥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바로 이때, 돌연 대지가 심하게 요동치더니, 이내 빛나는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한 마리가 성 밖으로 뛰쳐나왔다. 작은 산만한 체구를 지닌 사자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땅이 크게 흔들렸다.
사자가 점점 엽현을 향해 가깝게 다가올수록, 엽현이 서 있던 자리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엽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오히려 정면으로 뛰어가 일 검을 휘둘렀다.
쾅-!
무수히 많은 시선 속에 사자가 무려 이십여 장 뒤로 미끄러지듯 뒷걸음질 쳤다!
사자의 경지는 최소 어법경이었다. 그 육신의 강도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엽현의 검을 견디기에는 부족했다.
사자가 살기 넘치는 눈빛을 쏘아내며, 다시 엽현을 향해 달려들려 할 때, 누군가의 음성이 성안에서 울려 퍼졌다.
“물러서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거인 하나가 엽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 어법경이었다.
거인이 엽현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네 놈이 엽현인가?”
“그렇다!”
“그래, 우리 요족에게 도전하러 왔다고?”
“왜, 문제라도 있나?”
거인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지! 그럼 기왕 왔으니 어디 한 번 신나게 놀아 보거라! 이참에 호계맹을 골탕 먹이는 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구경도 해보고!”
거인이 순식간에 성벽 위로 물러났다. 바로 이때, 성안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엽현을 향해 폭발적으로 달려들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잔상이 지나칠 때마다 공간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순수한 육신의 힘의 강도가 그 정도였다.
엽현은 직감적으로 결코 얕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엽현이 진중한 표정으로 한 발 전진하며 번개 같은 속도로 검을 찔러 넣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빠르게 날아가는 검 사이로 악념검의마저 흘러나왔다.
바로 이때, 주먹 하나가 맹렬히 날아와 엽현의 검 끝을 후려쳤다.
쾅-!
엽현이 족히 십여 장 뒤로 밀려났다. 그의 앞엔 기골이 장대한 근육질의 남자가 엽현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았다간 뼈도 추리지 못할 듯했다.
차가운 시선으로 엽현을 바라보던 남자가 갑자기 발을 굴렀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면서 엽현의 발밑으로 강대한 힘이 다가왔다.
순간, 엽현이 지면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쾅-!
그러자 지면을 가르고 다가오던 힘이 소멸됐다. 사방으로 땅이 부서진 잔해들이 튀어 나왔다.
바로 이때, 어느새 엽현의 앞에 나타난 남자가 통렬한 일 권을 엽현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주먹이 스쳐 간 공간이 뒤틀렸다.
엽현은 남자의 주먹을 몸을 비틀어 피해내는 동시에 손목을 비틀어 상대의 복부를 향해 검을 쑤셔 넣었다.
쿵-!
분명 검이 상대의 복부에 닿았건만, 마치 바위에 검을 휘두른 것처럼 팔 전체가 저려왔다.
‘좋지 않다!’
엽현이 헛숨을 들이키며 재빨리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남자의 주먹이 그의 복부에 도달하는 것이 더 빨랐다.
퍽-!
엽현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수십 장 밖으로 날아갔다.
엽현이 땅에 착지하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남자의 주먹이 정수리를 노렸다.
남자는 어떠한 기교도 없이 단순한 육체의 힘만으로 엽현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엽현이 입술을 질끈 깨무는 동시에 오른발로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십장일살(十丈一殺)!
쾅-!
큰 폭발음과 함께 남자의 신형이 원래 있던 자리까지 날아갔다. 이때, 그의 주먹에는 엽현의 칼이 꽂혀있었다.
남자의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 엽현이 메고 있던 검갑에서 한 자루의 검이 튀어나왔다.
번개처럼 쏘아진 비검은 번개보다도 빠른 속도로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남자는 눈으로 보고도 감히 반응할 수 없었다. 검에 의해 어깨를 관통당한 남자는 성벽까지 밀려나고서야 자리에 멈출 수 있었다.
엽현의 승리였다. 성벽 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거인의 표정이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
한편, 손을 내밀어 남자의 주먹과 어깨에 박혀 있던 두 개의 검을 회수한 엽현이 거인을 향해 소리쳤다.
“다음!”
‘다음이라고?’
적막이 감도는 순간, 장내에 있던 수많은 요수들이 동시에 엽현을 향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엽현을 향해 날아드는 수천 쌍의 흉악한 눈빛들은 보통 사람이었더라면 이미 오줌을 지렸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이들은 적개심을 드러내긴 했어도 결코 한 번에 덤비진 않았다.
요족은 인간들보다 더욱 힘을 숭배하는 종족이었다. 일대일 비무를 하기로 해놓고, 한 번에 공격하는 비겁한 일은 결코 할 수 없었다.
거인이 차가운 눈으로 엽현을 노리며 소리쳤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나와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안에서 웬 그림자 하나가 솟구쳐 올랐다. 그는 그대로 엽현을 향해 떨어졌다.
가공할 만한 속도였다. 엽현의 비검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
이에 엽현이 발로 지면을 쿵 하고 밟자, 체내로부터 한 줄기 강대한 검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황지세(劍皇之勢)!
엽현의 검황지세가 폭발적으로 그의 검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검이 한순간에 칠흑과 같은 검은색으로 변했다.
악념검의(惡念劍意)!
윙-
청명한 검명이 하늘을 채우는 순간, 그의 검이 다가오는 그림자를 향했다.
바로 이때, 그림자가 뻗은 주먹이 엽현의 검 끝에 부딪쳤다.
쿵!
엽현이 서 있던 자리가 순간 푹 꺼지면서, 검 날이 완만한 각도로 휘어져 갔다.
바로 이때, 엽현의 등 뒤에서 한 자루 비도가 튀어 나갔다.
순간 상대가 헛숨을 들이키더니, 주먹을 회수하는 동시에 손을 합장하여 날아오는 비검을 막아냈다.
바로 이때, 비어있는 복부를 향해 엽현의 검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