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빨리 떠나야 한다
임종운의 두 눈이 집채만큼 커지더니 제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의 시선은 오직 단 한 사람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엽현이었다.
임종운의 시선을 쫓아간 진진 역시 엽현을 발견하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임종운은 순식간에 엽현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자신을 앞에 두고 엽현에게로 간 임종운을 향해 검현이 출수하려는 찰나였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임종운은 뜻밖에도 엽현을 공격하고 있던 금색 장포인 하나를 멀리 날려버린 것이다.
이 모습에 장내 모든 무인들이 깜짝 놀랐다.
좌호법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듯 연신 눈썹을 치켜세웠다.
임종운은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품 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펼쳐 들었다. 두루마리 안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엽현이었다.
순간, 임종운이 엽현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귀하께선 혹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소복을 입은 여자?’
엽현이 경계의 눈빛으로 임종운을 바라보았다.
‘이 자는 누구기에 천녀를 찾는 것일까?’
이 모습을 본 임종운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자. 우리는 그녀의 부탁으로 공자를 찾으러 온 사람들입니다.”
“나, 나를 찾는다고…?”
엽현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는 지금 어디 있소?”
그 말에 임종운과 진진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엽현의 태도는 이미 그녀와 아는 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임종운의 입가에 미소가 넘쳐났다.
“그녀는 현재 우리 영허성궁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엽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임종운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오…….”
엽현이 말끝을 흐리며 막수 일행을 바라보았다.
“호계맹이 결코 나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오!”
그러자 임종운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하! 공자,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온 이상 저들은 감히 공자를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임종운은 마치 일부러 저들이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물론 호계맹의 무인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똑똑히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호계맹 좌호법이 임종운을 향해 소리쳤다.
“이보시오! 저 엽현은 우리 호계맹이 반드시 죽여야 하는 놈이란 말이오!”
“죽여야 한다고?”
순간 임종운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방금 이 공자를 죽여야 한다고 했소?”
“그렇소!”
좌호법의 대답에 임종운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쯧쯧…. 어찌 이리 무지한지고. 경고하는데, 그대들은 공자의 털끝 하나도 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바로 이때, 육 존주가 임종운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진북한 역시 엽현의 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육 존주와 진북한의 실력은 백중세였다. 삼일 밤낮을 싸운다고 하더라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기에 싸움을 중단했던 것이다.
육 존주가 임종운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저놈은 이미 우리 호계맹에서 죽이기로 했으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건방지군!”
임종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먼지마냥 보잘것없는 세력 주제에 하늘 높은 줄도 모르는구나! 만약 공자를 해하려는 자가 있거든 우리 영허성궁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영허성궁?”
욕 존주가 눈썹 끝을 치켜세우더니, 좌호법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좌호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쪽 성역의 사람이 아니로군.”
육 존주가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임종운을 향해 말했다.
“우리 호계맹은 그대 영허성궁과 원한을 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소. 하지만 엽현은 우리가 반드시 죽여야 하니, 부디 그대들이 양보해 주시기 바라오.”
임종운이 육 존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말하지 않았나, 누구도 못 건드린다고!”
그 말에 육 존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엽현이 임종운을 향해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 저기… 그녀가 정말 날 데리고 오라고 시켰단 말이오?”
임종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공자. 지금 부지런히 출발한다면 못해도 한 달 안에 그녀가 있는 영허성궁에 도달할 것입니다.”
“지금 그녀와 이야기할 수 없겠소?”
임종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역을 뛰어넘어 전음을 보내는 것은 우리의 능력 밖의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와 함께 가서 직접 그녀를 만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임종운은 한시라도 빨리 엽현을 데리고 영허성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참을성 없는 여인이 갑자기 발작이라도 일으킨다면 영허성궁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이대로 갈 수 없소. 내게는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 있는 데다, 설령 원한다고 하더라도 호계맹이 날 놓아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엽현의 결심은 단호했다. 창검종이 이와 같은 큰 위기에 빠져 있는데 어찌 홀로 몸을 뺄 수 있단 말인가?
잠시 뭔가 고민하던 임종운이 물었다.
“그럼 언제 갈 수 있습니까?”
그러자 엽현이 손으로 육 존주를 가리켰다.
“그 질문의 답은 바로 저자가 가지고 있소!”
임종운이 육 존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는 정녕 공자를 놓아주지 않을 생각인가?”
육 존주가 단호히 외쳤다.
“놈은 절대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소!”
이에 임종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모양이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종운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자 돌연 강대한 기운이 육 존주를 감싸더니, 거대한 힘이 육존주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임종운이 출수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육 존주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장내의 모든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육 존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을 짓이기듯 떨어지는 힘을 향해 일 권을 뻗었다.
쾅-!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육 존주의 반경 수백 장의 공간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임종운의 모습이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육 존주의 앞에 나타났다. 육 존주가 깜짝 놀라며 재차 주먹을 뻗어냈다.
쿵!
놀랍게도 육 존주의 신형이 백 장 밖으로 밀려 나갔다.
심지어 그의 입가에선 한 줄기 선혈마저 흘러내렸다.
육 존주가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거칠게 소리쳤다.
“정녕 엽현을 위해 호계맹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것이오?”
“적?”
임종운이 차갑게 웃었다.
“너희 같은 삼류 세력이 우리 영허성궁의 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말에 육 존주 등 호계맹의 모든 무인들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이는 지금까지 받아본 적 없는 모욕이었던 것이다.
이때, 육 존주가 흉악하게 웃었다.
“그 말을 한 걸 곧 후회하게 될 것이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육 존주가 양손으로 합장을 한 후, 앞쪽으로 쭉 내밀었다.
“멸(滅)!”
순간 육 존주의 머리 위 공간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하나의 장인(掌印)이 튀어나와 임종운을 향해 날아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임종운이 아무 감흥 없는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일 권을 뻗었다.
순간, 그의 주먹에서 우산 모양의 권망(拳芒)이 쏟아져 나왔다.
쾅-!
두 기운이 서로 부딪치자, 강대한 기의 폭발이 마치 파도와 같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온 하늘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육 존주는 이 한 번의 격돌로 인해 거의 창검종의 경계 끝까지 밀려났다.
‘강하다!’
엽현은 임종운의 실력이 어쩌면 검현보다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속단할 순 없었다. 왜냐하면 임종운이든 검현이든 자신의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편, 공중에서는 임종운이 멀리 있는 육 존주를 향해 차갑게 소리쳤다.
“영허성궁은 누구라도 감히 공자에게 손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호계맹이 그의 목숨을 원하거든, 우리 영허성궁은 호계맹을 멸하도록 하겠다.”
“헛소리!”
근처에 있던 좌호법이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호계맹을 멸한다고? 영허성궁이 도대체 어디 달려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소!?”
임종운이 뭐라 대꾸하려는 순간, 진진이 그를 향해 고개 저으며 말했다.
“더이상 힘 뺄 필요 없소. 이들은 이 성역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는 자들이니,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오.”
진진이 이번에는 좌호법을 바라보았다.
“그저 실력으로 말하는 수밖에!”
이 말에 월기를 포함한 창검종의 무인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대체 저 두 사람은 누구이기에, 이토록 엽현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인가?
한편, 임종운과 진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엽현을 안전하게 그녀에게로 데려가야만 했다. 그녀의 원대로 엽현을 찾아 준다면, 영허성궁의 위기도 곧장 해결되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여인의 인내심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지체하게 되면 그녀의 일 검에 영허성궁이 그대로 반으로 쪼개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임종운과 진진의 머릿속에는 오직 엽현을 데리고 빨리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이때, 좌호법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대관절 엽현이 무엇이기에 그대들이 이처럼 나서려는 것이오?”
임종운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한마디로 말해 누구도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이다!”
엽현은 곧 그 말을 이해했다. 임종운이 그렇게 말한 까닭은 분명 천녀의 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당시 천녀는 엽현에게 자신을 찾아오라 했었다. 엽현은 아직까지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녀가 있는 곳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엽현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수께끼투성이군!’
엽현은 곧 고개를 흔들어 궁금증을 떨쳐냈다. 어차피 천녀는 자신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 좌호법이 엽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놈이 누구이든 간에 우리는 반드시 놈을 죽일 것이오!”
좌호법이 육 존주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육 존주가 손을 펼쳤다.
그러자 하늘 높이 한 줄기 하얀빛이 번뜩이더니, 엄청난 양의 빛을 뿜어내며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장내에 알 수 없는 압력이 밀려들었다.
쾅!
알 수 없는 거대한 압력에 창검종을 둘러싸고 있던 봉우리들이 돌연 하나둘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창검종 무인들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점점 구체화 되는 사람의 형상을 보던 임종운이 고개를 돌려 엽현에게 소리쳤다.
“빨리 떠나야 합니다!”
엽현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검현 역시 그에게 소리쳤다.
“그의 말을 들어라! 어서 떠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