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2
32화 네 주제에 무슨 체면을 따지는 게냐!
엽령은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골아 떨어졌다.
엽현이 그녀를 침대에 눕히자 엽령이 갑자기 몸을 둥글게 말고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엽현이 황급히 엽령의 몸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엽령은 계속 몸을 떨고 있었다. 엽현이 갑자기 엽령의 목에 걸려 있는 천화난옥을 살펴보았다. 그의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엽령의 한기를 막아주던 천화난옥에 하얗게 서리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천녀님!?”
엽현이 절박한 심정으로 천녀를 불렀다.
“천녀님, 이…….”
[그 물건을 내게 보내 보거라!]엽현이 즉시 계옥 안으로 천화난옥을 보냈다.잠시 후 천화난옥이 다시 엽현의 손에 돌아왔다. 천화난옥은 다시 예전의 기능을 회복한 상태였다.
엽현이 서둘러 그것을 엽령의 목에 걸어주니 엽령의 안색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엽현이 그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이때, 천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물건에 깃든 영력은 거의 소진되었다. 길어야 하루다. 그 후에는 그 효력을 완전히 상실 할 것이다.]‘천화난옥이 효력을 상실한다고!?’
엽현의 얼굴이 점점 돌처럼 굳어졌다. 만약 천화난옥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엽령의 한기는 무엇으로 다스린단 말인가!?
엽현이 그대로 방을 박차고 나섰다.
독채 안에 딸린 뜰에 나온 엽현이 하늘의 밝은 달을 바라보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일이면 창목학원이 신입생을 뽑는 날이다!
창목학원에 입학할 수만 있다면 엽령을 데리고 의원을 찾아 갈 수 있다. 그리하면 그의 여동생은 더 이상 지금과 같은 고통 속에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때, 문이 열리면서 육소연이 뜰 안으로 들어왔다. 엽현이 나와 있는 것을 본 육소연이 말을 걸었다.
“오늘 밤의 일은 미안하게 되었소.”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성주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그동안 대황자를 좋게 보아왔소. 오늘 겪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인물이 아니었소. 휴…, 이 황가의 사람들은 정말이지 사람을 속이는 재주가 아주 탁월하오.”
엽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성주님께서는 너무 성급히 줄을 서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그 위에 계신 분께서도 원하실 지는 모르겠습니다.”
육소연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역시 그 점은 잘 알고 있소. 단지, 지금 줄을 서 놓지 않으면 나중에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오.”
“제 생각에 성주님께서는 그저 황제 폐하에게만 충의를 다 하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 그 분이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육 가에는 아무 탈이 없을 것입니다.”
육소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태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 투쟁에 나의 가문이 휘말리게 하고 싶진 않소.”
엽현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육소연이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내일 드디어 창목학원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날이오. 그대가 청목학원에 입학하게 된다면 우리 변변치 않은 아들을 좀 돌봐줄 수 있겠소?”
“하하하, 저 역시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닙니다.단지 지원자일 뿐입니다.”
“겸손이 지나치시오, 만약 창목학원에서 그대 같은 인재를 놓친다면 그것은 그들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기록 될 것이오!”
육소연의 말에 엽현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그렇게 둘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졌고 엽현은 다시 계옥탑으로 들어갔다.
그가 막 발을 디딘 순간 위층으로부터 무슨 소리가 들렸다.
아주 미세한 소리였지만 엽현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천녀님, 저 것은…?”
[너도 알지 않느냐?]엽현이 쓴 웃음을 지었다.
“천녀님, 탑의 2층에 갇힌 자는 누구입니까?”
[확실한 건, 네게 호의가 있는 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창목학원에 입학한 후 영검을 찾아 경지를 올릴 수 있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계옥탑의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이는 엽현에게는 큰 걱정거리였다. 그가 느끼기에도 2층에 갇힌 존재는 그리 선한 존재가 아닌 것 같았다.
비록 어떤 근거도 없는 ‘느낌’일 뿐이었지만 문제는 이 것이 계옥탑에서 오는 일종의 경고처럼 여겨진다는 것이었다.천녀의 말대로 경지를 올리는 일을 서둘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장 첫 번째로 할 일은 창목학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 * *
창목학원 신입생 모집 당일 새벽.
붉은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가운데 엽현은 엽령을 데리고 대문을 나섰다. 문 밖에는 육소연 부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육소연은 엽현의 모습에 사뭇 놀랐다. 원래도 본판이 훌륭한 엽현인데 깔끔한 흰색 장포를 입은 그를 보니 확실히 품위가 돋보였다. 만약 그가 허리의 검을 차고 스스로 검수라는 것을 드러내고 다닌다면 황성의 적지 않은 소녀들의 마음을 홀릴 것이 분명했다.
엽령 또한 이에 뒤지지 않았다. 검은색과 녹색이 섞인 치마를 입고서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모습이 한없이 고와 보였다.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남심을 사로잡을 경국지색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육소연은 이들을 바라보며 그 집안의 내력이 결코 심상치 않을 것임을 느꼈다.
육소연이 잡념을 거둬들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출발 합시다!”
창목학원은 그들의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네 사람은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 날의 황성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의 열기가 넘쳐났다. 창목학원의 원생 모집일은 강국 최대의 행사였다. 누구든 출세하고 싶은 자라면 창목학원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창목학원은 젊은 무인들의 등용문이다. 학생을 모집할 때마다 강국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황성으로 몰려들었다. 자연히 그들의 가족들도 그들과 함께 황성을 방문했다.
이런 이유로 이 날 황성은 평소보다 많은 인파로 붐볐다.
사실 엽현은 이런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만약 육소연이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길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황성 내의 모든 숙박시설은 이미 한 달 전에 예약이 꽉 찼기 때문이었다.
엽령도 설레는 건 마찬가지였다. 엽현이 창목학원에 합격한다면 의지할 곳과 보장된 미래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설령 자신의 병이 낫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엽현은 더 이상 홀로 고독해하지 않을 것이다.
네 사람이 걸으면 걸을수록 길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곳은 모두 한 곳이었다.
창목학원!
황성 북편에는 창산(蒼山)이라는 산이 있었다. 창산은 그 높이가 약 천 장으로 산허리에만 올라도 황성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큰 산이었다.
이 창산이 바로 창목학원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길을 걷던 중 육소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황조가 이 곳에 나타나고 사라졌지만 저 창목학원 만큼은 그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창산 위에 있었소. 취선루와 함께 이 세상을 지탱하는 거대한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곳이오.”
“그럼 다른 나라에도 창목학원이 있습니까?”
엽현의 물음에 육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듣자하니 창목학원의 총본산은 중토(中土)의 신주(神洲)라는 곳에 있소. 강국에서 아득히 먼 곳이지!”
육소연이 엽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훗날 기회가 있거든 반드시 강국과 청주를 떠나 광활한 세상을 탐험 해 보시오.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요!”
“너무나 먼 이야기로군요. 우선 이 곳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하하하, 그도 그렇군요!”
그들은 어느덧 창산 입구에 도착했다. 위를 바라보니 까마득히 솟은 산이 들어왔다.
창산 아래에는 이미 창목학원에 도전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엽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저 많은 사람들의 경지가 최소 어기경이었고 나이도 모두 어렸기 때문이다.
육소연이 그의 생각을 읽은 듯이 웃으며 말했다.
“놀랄 필요 없소. 수천만의 강국 인구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천재들이 모인 것은 이상할 것 없지 않겠소?”
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성같이 작은 성에서 열여덟 이전에 어기경에 이르는 자는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큰 성에서는 그런 자들이 드물지 않을 것이다.
전체 강국으로 따진다면 그런 자들을 천재라 부르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때! 창산 꼭대기 부근에 선학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학이 순식간에 하강하여 사람들 머리 위에 도달하자 선학의 등에서 한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노부는 오늘 시험의 주관을 맡은 창목학원의 외원(外院) 장로, 창중(蒼重)이라 하오. 이번 신입생의 정원은 총 스무 명이오.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한 자가 그 자격을 얻을 수 있소. 만약 관문을 통과한 자들이 스물을 넘는다면 서로의 무예를 겨뤄 이긴 자가 최종적으로 합격하게 되오.”
스물!
그 숫자를 들은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대기 시작했다.
현장에 모인 사람만 얼추 천명 이상은 됐다. 그 중 겨우 스무 명이라니!
그 말은 이 중 대부분이 탈락한다는 말이었다.
엽현의 안색 역시 어두워졌다.
오늘의 경쟁은 그만큼 치열하고 혹독할 것이 분명했다!
이때, 노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첫 번째 관문은 산을 오르는 것이오. 산 중턱까지 오르지 못하는 자는 바로 실격 처리 될 것이오!”
‘산타기?’
엽현이 이상하다는 듯이 육소연을 향해 물었다.
“이렇게 간단하단 말입니까?”
그 말에 육소연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결코 간단하지 않네. 이 산은 진법으로 둘러싸여 있네. 오늘 모인 대부분은 어기경의 경지이긴 하지만 그 경지가 안정적이지 않은 자들이 많다네. 첫 번째 관문의 목적은 바로 기본기가 충실하지 않은 자들을 걸러내는 것일세.”
엽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육명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주님 그런데 육명은 어기경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물론 우리 명이는 어기경에 한참 모자라긴 하지만 다른 특수한 형태로 창목학원에 입학할걸세.”
‘특수한 형태?’
“어떤 형태 말입니까?”
육소연이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돈을 좀 썼네. 말하자면 기부입학 같은 것이지. 그러나 정식 학생이 아닌 저급반에 들어가게 될 걸세. 물론 저급반에도 훌륭한 스승이 지도를 하지만 정식 학생과는 큰 차이가 있네. 게다가 신분도 정식 학생이 아니고 말일세.”
“아부지! 굳이 그런 말을 해서 대형한테 제 체면을 깍아야겠습니까!”
육명이 불만을 나타내자 육소연이 노기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놈아! 네 주제에 무슨 체면을 따지는 게냐! 만약 네가 조금 더 열심히 노력 했더라면 이 아비가 널 입학시켜달라고 여기저기 애걸복걸 할 일도 없지 않았겠느냐!”
그 말에 육명이 입을 삐쭉거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엽현과 엽령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육소연이 엽현에게 말했다.
“우리 그럼 출발점으로 가 봅시다.”
엽현 일행은 다른 참가자들을 따라 창산을 오르는 오솔길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길옆에는 기다란 나무 말뚝이 박혀 있었고 말뚝 위에는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매달려 있었다.
그 남자를 보고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엽현이 육소연을 향해 물었다.
“성주님, 저 자는?”
“창란학원(蒼瀾學院)의 원생이오.”
“창란학원이요?”
엽현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그 것도 우리 강국에 있는 것입니까?”
“그렇소.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오. 창란학원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오. 사실 이전 황조까지만 해도 창란학원은 창목학원과 함께 쌍두마차로 여겨지곤 했소. 무슨 연유에서인지 두 학원은 삼년에 한 번씩 생사비무를 펼칠 정도로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로 지내고 있었소. 창목학원의 기세는 점점 강해진 반면 창란학원은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소. 그때부터 근 오십년간 창란학원의 원생들은 생사비무에서 줄곧 패배하게 되었소. 지금 보는 자는 비무에서 패배한 창란학원의 원생이오. 앞으로 산을 오르는 동안 더 많은 시체들을 보게 될 것이오.”
육소연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에휴, 듣자하니 창란학원이 이기면 시체들을 수습할 수 있도록 한다 하던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단 한 명의 학생도 창목학원생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