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있는 힘껏 한번 쳐봐
엽현은 분명 창란학원을 향해 시비를 걸고 있었다.
순간, 엽현을 바라보는 구원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창란학원은 너희 창검종과 어떤 원한도 없는데 왜 시비를 거는 것이냐?”
구원의 차가운 음성에 엽현이 딱딱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만약 젊은 제자 중에 인물이 없다면 노부께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구원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창란학원 원장인 그에게 도전을 한다!?
엽현을 바라보는 구원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구원이 만약 비무에서 이기면 본전일 것이요, 지게 된다면 그보다 더한 망신이 없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원이 엽현을 상대로 완벽히 이길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엽현은 이미 진 어법경 강자 정도는 손쉽게 베어 넘긴다고 하지 않는가!
이 정도 실력은 젊은 무인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같은 기성세대들에게도 두려울 만한 것이었다.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네가 무슨 자격으로 원장께 비무를 신청한단 말이냐!”
이때, 노기 띤 음성과 함께 그들 앞에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은 약 이십여 세 정도로 보였다. 눈같이 하얀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등장에 구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너는 물러나 있거라!”
그러나 청년은 꿋꿋하게 구원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장, 저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하게 구는 꼴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창란학원을 대표하여 놈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겠습니다!”
구원이 차가운 눈으로 청년을 노려봤다.
“물러나란 말을 못 들은 것이냐!”
“원장… 저는 저놈이 결코 두렵지 않습니다. 제게 한 번 맡겨 주시면…….”
“그럼 말만 하지 말고 덤벼 보시지!”
엽현이 청년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청년이 눈에 불을 켜고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눈 깜빡할 사이 일어난 일에 구원이 대경실색하며 그를 막으려 했지만!
서걱-!
구원의 눈앞에 잘린 팔 한쪽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바로 자신 있게 달려들던 그 청년의 팔이었다.
구원이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엽현의 검 끝이 청년의 미간을 겨누고 있었다.
“이놈-! 엽현!”
구원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네가 사람을 지나치게 업신여기는구나!”
“음? 이게 업신여기는 건가?”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업신여긴 거 조금 더 해 봅시다!”
순간 엽현의 전신에서 강대한 검의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놈!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
구원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는 이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엽현의 실력에 대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의 뒤를 지키고 있는 창검종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도 강했던 창검종은 호계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로 중토신주 무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창검종에게 창란학원이 시비를 거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모두 멈추시오!”
이때, 그들이 서 있던 동굴 안쪽에서 회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러자 엽현이 검을 거두고 노인을 향해 돌아섰다.
어느덧 엽현 등의 앞에 다가선 노인이 모두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너희가 바로 기운의 제자라던 그 아이들인 게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기 원장의 사부……?”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엽현이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소리쳤다.
“모두 예를 갖추자!”
그러자 엽현과 묵운기를 포함한 네 명이 노인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구원과 청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동굴 주변엔 엽현이 일으킨 소동 때문에 창란학원의 무인들이 몰려든 상태였다. 이들 역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엽현 등에게 절을 받은 노인이 황급히 그들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일어나거라. 내게 이럴 필요 없다.”
이에 엽현이 노인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당시 기 원장은 제게 못난 제자가 되어 송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휴… 모두 지난 일인 것을, 송구할 것이 어디 있겠느냐.”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창란학원 학생으로의 신분을 회복시켜 달란 말이더냐?”
노인이 웃으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노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 없을 것이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엽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아는 그놈이라면, 애당초 학원에 대한 애정도 남겨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신분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기뻐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단지…….”
노인이 엽현 등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예전에 둘 사이에 어떤 은원이 있었든 간에 모두 바람에 날려버리는 것이 어떻겠느냐?”
엽현이 잠시 그 말을 생각해 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말에 노인이 가볍게 미소 지어 보였다.
“잘 됐구나.”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엽현 일행 네 사람은 노인에게 포권을 취해 보인 후, 그대로 뒤돌아 떠나려 했다.
“듣자 하니 청주에 창란학원을 건립했다고?”
“그렇습니다.”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노인이 더이상 아무 말이 없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중토신주 창란학원과 이름이 겹치는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엽현이 말했다.
“그 문제라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단지… 제가 앞으로 청주 창란학원을 청창계 제일의 학원으로 만들었을 때, 사람들에게 창란학원의 조사가 기 원장이라고 알릴 것이라는 사실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엽현은 묵운기를 데리고 장내를 떠나갔다.
동굴 입구에 남겨진 창란학원 무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훗날 청주 창란학원이 유명해지게 되면 자신들의 창란학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엽현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들도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뒤에는 그 대단한 창검종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엽현이 중토신주로 학원을 옮기라도 한다면 원조 창란학원에 가해지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구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곁으로 회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다가왔다.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 창란학원은 결코 호계맹이 아니니, 엽현의 주의를 끌어봐야 좋을 것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구원이 노인을 바라보자, 노인이 말을 이어갔다.
“당시 기운이 우리에게 도움을 구했을 때, 우리가 거절했기 때문에 엽현의 마음이 많이 상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나를 찾아온 것이 단지 기운의 말을 전하는 것 외에 아무 의도도 없다고 보십니까?”
노인이 아무 말도 없는 구원을 향해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간에, 우리 창란학원은 엽현과 절대 분쟁을 일으키면 안 되는 입장인 걸 아셔야 합니다.”
말을 마친 노인의 표정이 어딘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다.
사실 엽현을 포함한 네 사람은 원래 창란학원의 학생이어야 했다.
만약 당시 창란학원이 무인 몇 명만 청주로 파견했더라면, 기운의 성격상 저 네 명과 함께 중토신주 창란학원으로 돌아왔을 것이 분명했다.
모두 엽현만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 다른 세 명의 무인 역시 천재 중의 천재라 불릴 만한 재목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창란학원은 청주 창란학원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제 엽현은 창란학원이 담기에는 너무 과분한 인물이 되어 나타났다.
노인이 땅이 꺼져라 한숨 지으며 다시 동굴 안으로 사라졌다.
창란학원을 떠난 엽현 일행은 곧 창검종으로 돌아왔다. 이때 엽현은 세 사람을 청주로 돌려보내는 대신, 중토신주 운공성을 둘러보도록 했다.
운공성은 중토신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성이다.
훗날 청주 창란학원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중토신주로 지반을 옮기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공성은 엽현이 생각하기에 창란학원을 옮겨오기 최적의 장소였다.
물론 지금은 호계맹이 성을 통제하고 있지만, 엽현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언젠가 호계맹은 자신의 손에 의해 사라지게 될 테니까.
엽현은 세 사람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도 않았다.
세 사람의 주머니에는 각각 최상급 영석 오십억 개가 들어 있었다.
* * *
엽현은 세 사람과 헤어진 뒤, 고무족의 근거지로 향했다.
호계맹의 공세가 잠시 주춤한 이때, 엽현은 최대한 많은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도칙을 찾는 일이었다.
그는 이 층 존재에게도 꼭 도칙을 찾아, 자유를 주겠노라고 약속했었다.
엽현이 고무족의 부락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그를 맞이한 것은 고무족의 전대 부족장이었다. 그녀는 엽현에게 다소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간단히 인사만 하고 사라졌다.
엽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곧장 미영천의 거처로 향했다. 엽현이 돌아온 것을 본 미영천은 뛸 듯이 기뻐했다. 엽현의 손을 잡아끌고는 부락 이곳저곳을 구경시키기 시작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두 사람은 어떤 큰 나무 아래에 멈췄다. 그들의 앞에는 초승달 모양의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엽현이 미영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래, 이제 지낼 만하니?”
“음… 모두가 내게 잘 해 줘요. 근데, 나는 오빠가 나랑 같이 여기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하하… 지금은 조금 힘들 것 같구나. 하지만, 바쁜 일이 모두 끝나면 다시 널 찾아올게. 어때?”
호계맹은 여전히 호시탐탐 엽현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주상이라는 자도 머지않아 그의 앞에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엽현은 저리를 크게 흔들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이다.
이때 미영천이 엽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도와주면 안 돼요?”
엽현이 미영천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도와줄 건데?”
미영천이 자신의 주먹을 눈앞에 들어 보였다.
“사실 지금 나 예전보다 세졌거든요! 이 정도면 안 될까요?”
“하하하! 그래? 얼마나 세졌는데?”
미영천이 두 눈에 힘을 줬다.
“엄청, 엄청 많이!”
작은 주먹을 자신의 앞에 들이미는 미영천을 보며 엽현은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때, 그의 머릿속에 이 층 존재의 음성이 들려왔다.
[웃긴 뭘 웃어! 이 아이의 말은 진짜야! 자신 있으면 한 번 붙어 보든가!]‘미영천과 싸워 보라고?’
“왜 그래야 하지?”
[묻지 마! 싸워 보면 알 거 아냐!]엽현이 잠시 머뭇거리다, 미영천을 데리고 한적한 공터에 도착했다.
“자, 그럼 어디 얼마나 강한지 오빠가 한 번 볼까? 있는 힘껏 나를 공격해보렴!”
“왜, 왜요?”
미영천이 놀란 눈으로 묻자, 엽현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왜긴, 널 도와주려는 거지. 자, 걱정하지 말고 들어와 봐!”
“그, 그럼 공격할게요.”
“하하! 녀석도, 참. 봐주지 말고 쳐봐!”
미영천이 엽현을 바라보더니, 한 발을 내딛으며 엽현을 향해 일 권을 내밀었다.
과연 권망도, 권세도 없는 밋밋한 일 권이었다.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바닥을 들어 주먹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미영천의 주먹이 그의 손바닥에 닿는 순간,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쿠앙-!
미쳐 반응할 새도 없이, 엽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수백 장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끄… 끄억…….”
지면에 처박혀 잠시 몸을 부들대던 엽현이 그대로 길게 뻗어 버렸다.
엽현이 혼절한 후, 계옥탑에서는 탄식 가득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윤회지력(輪迴之力)… 겨우 사 할의 힘만 쓰다니. 만약 전력을 다했더라면 절명했을 것을, 아깝다… 아까워…….]이 목소리는 이 층 존재의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