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내가 이거 가져도 돼?
후…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한 엽현은 이 층 존재의 인신공격을 잘 방어해 냈다.
[뭐해? 한 번 해보라니까?]“탑의 힘으로 제압하면 안 되는 거야?”
엽현의 질문에 이 층 존재가 대답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라면 모르지만, 깨어난 놈을 상대로 강하게 밀어붙이면 넌 죽어.]“왜?”
[그야, 네가 약하니까.]“…….”
엽현은 곧 대전 안을 이리저리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떻게 깐죽거리라는 거지? 소령이처럼 일단 시끄럽게 쫑알거려 볼까?’
이때, 엽현의 모습을 의아하게 여긴 노인이 말했다.
“뭐 하는 것이냐?”
엽현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머리 아프니까 저리 가 있으시오!”
“…….”
“잠깐… 영감…….”
엽현이 갑자기 노인을 향해 다가왔다.
“혹시 그놈을 본 적 있소?”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없다. 하지만 놈이 이곳에 숨어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도대체 이 도칙은 어떤 도칙일까?
상대를 도발하려면 기본적인 정보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 층 존재의 말대로 계옥탑의 힘을 꺼내 들었다간, 상대가 놀라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릴 수도 있다. 혹은 화가 난 놈이 진심으로 달려들기라도 한다면 굉장히 번거로워질 것이 뻔했다.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던 엽현의 미간 사이에 ‘土’자 문양이 떠올랐다.
대지도칙!
‘같은 도칙끼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겠지!?’
바로 이때,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불어와 엽현을 강타했다. 기습을 당한 엽현이 그대로 한쪽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쿵!
쓰러진 엽현이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다시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순간 온몸이 노곤해 지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멍청아! 일어나!]이 층 존재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엽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순간, 그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방금 전 상황에서 잠이 들었다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방금 그는 갑자기 온몸에서 모든 기운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무슨 힘이지!?”
엽현의 물음에 이 층 존재가 대답했다.
[나중에 차차 알게 되겠지.]“놈이 나를 공격했던 건, 대지도칙 때문이었을까?”
[탑 안에 있던 아홉 개 도칙은 각각 의식을 가지고 공존했다. 자연히 그들끼리도 호의적이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었지. 아마도 놈은 대지도칙과 적대적인 위치에 있던 것 같군.]엽현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염병할, 이젠 하다하다 도칙끼리도 은원이 있다고? 그럼 나중에 아홉 개 도칙을 다 모으면 탑에서 매일매일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
엽현이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음… 그럼 공간도칙과도 사이가 나쁠까?”
“모른다. 궁금하면 직접 시도해 보던가.”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던 엽현이 결국 그 말대로 시도해보기로 결심했다. 이내 주변으로부터 공간의 힘이 몰려들더니, 엽현의 이마에 공간도칙의 문양이 나타났다.
엽현이 자세를 낮추며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보아하니 놈은 공간도칙과는 아무런 원한이 없는 듯했다.
엽현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대전 안이 환해지며 그의 눈앞에 한 줄기 하얀빛의 구체가 나타났다. 구체 속에는 어렴풋이 무슨 글자가 적혀 있었지만, 너무 희미한 나머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도칙!
빛의 구체와 마주한 엽현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쪽에 있던 노인 역시 경악에 찬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았다.
엽현 앞에 잠시 머물러 있던 구체는 엽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그를 관찬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들리는 이 층 존재의 목소리.
[얼른 깐죽거려보라니까!]“…….”
바로 이때, 뜻하지 않게 소령이 엽현의 앞에 나타났다. 이에 엽현이 안색이 새파래져 소리쳤다.
“왜 나왔어! 어서 들어가!”
소령은 엽현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흥분에 찬 얼굴로 구체를 바라보았다.
“어머, 이게 뭐야?”
엽현이 말릴 틈도 없이 소령은 두 팔을 벌려 구체를 끌어안아 버렸다. 바로 이때, 빛으로부터 강한 기운이 뻗어 나와 소령을 날려버렸다.
엽현이 깜짝 놀라 바닥에 너부러진 소령을 일으켜 세웠다. 이 순간, 소령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너… 죽인다…….”
순식간에 소령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 구체를 향해 그대로 들이박았다.
쾅-!
이번에는 구체가 튕기듯 날아가 한쪽 벽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내 구체가 다시 소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를 본 소령이 표독한 표정을 지으며 구체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순간 그녀의 손바닥 안에 강대한 기운이 응집되더니 그대로 구체를 향해 맹렬히 쏘아져 나갔다.
“죽어!”
쾅-!
구체가 다시 튕기듯 날아갔다. 이번에는 대전의 절반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엽현과 노인은 이 장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이 넋을 잃고 있는 사이, 두 조그맣고 강한 존재들은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시종일관 압도하는 쪽은 소령이었다. 소령과 몇 번 겨뤄본 구체가 안 되겠는지, 그녀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소령이 바짝 쫓았다.
“이 층 주민… 이게… 소령이 저렇게 강한 게 정상인가?”
[당연히 정상이다.]이 층 존재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세계의 본원씩이나 되는 존재가 어떻게 약할 수가 있겠나? 단지, 그녀는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모르니, 절대 그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안 되지! 암! 안 되고 말고!”
엽현이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소령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엽현은 물론 청창계 전체가 큰 곤란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바로 이때, 소령이 하얀 구체를 안고 나타났다. 이때 구체는 어딘지 모르게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게다가 여기저기 푸르스름한 것이 많이도 쥐어 터진 듯했다.
소령이 엽현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나 이거 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탑에 들어가서 얌전하게 가지고 놀아!”
“정말!? 아이 신난다! 고마워!”
그렇게 소령은 매우 기쁜 표정을 지으며 구체와 함께 계옥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사라진 후, 엽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도칙이 소령에게 상대가 안 되는 거지?”
그러자 이 층 존재가 대답했다.
[만물에겐 특성이란 것이 존재한다. 상대와의 상성에 따라 무적이 될 수도 있고, 한없이 약해질 수도 있지. 아마도 저 도칙은 소령과 같은 영체(靈體)에게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그 말에 엽현은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반대로 말하면 소령은 세 번째 도칙에는 강할 수 있지만, 대지도칙이나 공간도칙에는 약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도 다소 행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엽현은 세 번째 도칙을 얻는데 성공했다.
목표를 완료한 엽현이 막 대전을 떠나가려 할 때, 근처에 있던 노인이 그에게 말했다.
“설마, 놈을 차지한 건가?”
엽현이 고개만 돌려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것뿐이오.”
엽현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때였다.
“잠깐 멈추거라!”
노인의 외침에 엽현이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오?”
“그것이…….”
노인이 복잡한 눈빛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렸건만, 노부는 놈의 정체조차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무슨 물건인지 알려줄 수 있겠느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는 일종의 신물(神物)이오. 그 정체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 아는 바가 없소.”
“음… 과연 그랬군…….”
“그럼, 나는 이만.”
엽현이 막 문을 나서려는 찰나, 노인이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
“이 궁전을 빠져나가 뒤편으로 가면, 오래전 멸망한 천유종(闡幽宗)이 있던 곳이 나온다. 이미 멸망했지만, 그들이 남겨 놓은 유산은 그대로 존재한다. 단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그들이 설치해 놓은 진법을 파괴해야만 하는데, 만약 네가 할 수 있다면 그들의 보물은 모두 네 차지가 될 것이다.”
“천유종?”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 없소만?”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종문이니 그럴 수밖에.”
“음… 그 천유종의 실력은 어떠했소?”
엽현은 입버릇처럼 가난하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 그가 지금까지 얻어 온 부는 적은 것이 아니었다. 만약 천유종이 단지 그저 그런 소종문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이때,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천유종은 당시 호계맹, 창검종 그리고 현문을 제외하면 청창계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었다. 특히 절정기에 있을 땐, 능히 호계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지.”
그 순간, 엽현의 마음이 움직였다.
엽현은 호계맹의 부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창검종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검총에 존재하는 수많은 검들만 보더라도 이미 경외심을 갖기에 충분하지 않던가!
그런데 호계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면 결코 만만한 세력이 아니었을 것이 분명했다.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내를 좀 부탁해도 되겠소?”
그렇게 엽현은 노인의 뒤를 따라나섰다. 막 궁전을 나선 노인은 눈앞에 쌓인 시체들을 보자,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없이 궁전 뒤로 향했다.
잠시 후, 노인과 엽현은 거대한 산문(山門) 앞에 멈췄다. 이는 창검종의 산문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산문을 지나친 엽현의 시선은 이윽고 그 뒤에 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기백(氣魄)!
대전에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백 같은 것이 느껴졌다.
엽현은 비로소 노인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천유종은 평범한 세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엽현은 그대로 산문을 향해 걸어갔다. 바로 이때,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그를 제지했다.
“이 앞에 진법이 있다.”
노인이 발밑에 있던 돌멩이를 차 날렸다. 그러자 돌멩이가 산문에 이르기도 전에 그대로 소멸됐다.
그 모습을 본 엽현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잠시 무언가 고민하던 엽현이 검을 들고 산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노인이 다급히 소리쳤다.
“결코 강제로 파괴하려 해선 안 된다! 힘을 사용하면 진법이 발동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모두 죽은 목숨이다!”
이에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힘으로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라도 있소?”
“멍청한 놈!”
이때, 이 층 존재가 엽현에게 소리쳤다.
[공간도칙을 사용해서 잠입해!]“공간도칙? 그게 가능할까?”
이 층 존재가 아무 대꾸도 없자, 엽현은 그대로 공간도칙을 발동했다. 순간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노인이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순간, 엽현의 신형이 산문 안쪽에서 나타났다.
엽현 역시 정말로 성공할 줄은 몰랐다는 듯, 깜짝 놀란 상태였다.
다시 정신을 차린 엽현이 진법 너머에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안으로 들어가서 진법을 없애는 방법을 찾아볼 테니, 그대는 여기서 기다리시오!”
엽현은 공간도칙으로 노인을 넘어오게 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알겠다. 조심하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안으로 진입했다.
안으로 가면 갈수록 엽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대전으로 향하는 길엔 여기저기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이 시체들은 마치 자다가 죽은 듯, 상처하나 없이 평온한 상태였다.
잠시 걸음을 멈춘 엽현이 이 층 존재를 향해 물었다.
“어이, 이 층 주민. 도대체 이 도칙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뭐야?”
잠시 후, 이층 존재가 대답했다.
“몽지력(夢之力)… 상대의 꿈속에 들어가서 부지불식간에 상대를 죽이는 힘이지.”
“몽지력이라… 그럼 그 힘으로 검을 만들어 내면 몽중검(夢中劍)이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