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존경의 표시입니다
몽중검(夢中劍)!
순간, 엽현은 마음속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잠을 자는 상대의 꿈속에 침투해 암살을 자행할 수 있다면…….
이는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다.
엽현의 말을 들은 이 층 존재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엽현의 황당한 상상력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세 번째 도칙의 특수한 성질을 생각했을 때, 엽현의 상상처럼 꿈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일이 꼭 불가능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엽현은 다시금 냉정을 되찾았다.
몽중검. 직감적으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란 것을 느꼈지만, 엽현은 반드시 시도해 보리라 다짐했다.
생각을 거둔 엽현은 다시 안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시체들이 보였다. 죽은 형태 또한 모두 동일했다.
시체 중에는 진 어법경 강자들까지 간간히 섞여 있었다.
“이 층 주민, 이 도칙이 예전에 이렇게 대단했던 거야?”
이 층 존재가 대답했다.
[내가 강하다고 생각하나?]“그럼, 강하지. 그것도 엄청!”
[그런 나조차도 이 도칙 앞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 말에 엽현은 마음속에 경계심이 생겼다.
이 도칙들의 진정한 힘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대단한 도칙들인데 왜 나에게 종속된 이후로는 빌빌대는 거지?”
대지도칙과 공간도칙은 아직까지 초월적인 힘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엽현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쯧쯧, 멍청하긴. 그들은 소령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힘의 상태가 어떠한지 알지 못해. 게다가 아직 의식이 깨어나지 못한 상황이니 원래의 힘을 개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렇지! 세 번째 도칙은 어느 정도 깨어난 상태니, 정 궁금하면 그놈과 한 번 대결해 보면 되겠군!]그 말에 엽현이 뜨악,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엽현은 이미 방금전 세 번째 도칙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몸소 느꼈던 것이다.
엽현은 더이상 묻기를 멈추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의 발밑에 빼곡히 쌓여 있는 시체들. 이런 잔혹한 일을 행한 장본인은 아마도 세 번째 도칙일 것이다.
엽현은 다시 한번 계옥탑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계옥탑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엄청난 존재들을 가두는 것도 모자라,
이런 역천의 물질들을 담고 있을 수 있었던가.
그리고 앞으로 나타나게 될 도칙들은 과연 어떤 존재들일까?
엽현은 호기심이 동했다.
이내 엽현은 멀리서 보았던 대전에 도착했다. 대전 안엔 몇몇 사람들이 존재했다. 물론 이미 시체가 된 지 오랜 자들이었지만.
엽현이 고개를 들자, 조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중년인의 모습을 본뜬 듯한 조각상은 왼손에는 검은 자를, 오른손에는 검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
아마도 천유종의 조사쯤 되는 인물인 듯했다.
엽현이 조각상 앞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비록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덕분에 오늘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엽현이 막 돌아서려는 그때, 조각상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부서진 조각상 안에서 한 줄기 빛이 튀어나오더니, 놀랍게도 한 중년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모습을 본 엽현이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며 경계했다.
중년인이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내게 절을 했느냐?”
“일종의 존경의 표시입니다.”
엽현이 전혀 떨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자 중년인이 가볍게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엽현을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음… 검선에 가까운 검황에 진 어법경이라…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거늘…….”
말하는 중년인의 눈에 흥미롭다는 기색이 비쳤다.
“아이야, 우리 천유종에 들어올 생각이 없느냐?”
“처, 천유종?”
엽현이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이미 창검종의 제자인지라…….”
“그게 어떻다는 게냐? 한 사람이 두 개의 종문에 속하지 말란 법도 있더나?”
“그건…….”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 엽현은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중년인이 그러한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천유종에 환란이 닥친 이후로 종문은 완전히 멸망했고, 그 전승 역시 끊긴 지 오래다. 오늘 네가 우리 천유종을 찾은 것은 필시 하늘의 뜻! 싫지만 않다면 네가 나의 전승을 이어, 천유종의 맥이 끈기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중년인이 미소를 보였다.
“물론 네게도 득이 있을 것이다. 만약 네가 수락만 한다면, 천유종이 천 년 동안 모아온 재물과 보물 한 가지를 모두 네게 주겠다. 어떠냐?”
‘보물! 천 년의 보물?!’
엽현은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으나, 애써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제게 그럴 자격이 있겠습니까?”
“하하하! 내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 왔건만, 너만한 재능을 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너 정도면 충분히 나의 전승을 이을 자격이 있다.”
엽현이 몰래 한숨을 뱉어냈다.
‘에휴… 사람이 너무 잘나도 탈이라니까… 어쩔 수 없지…….’
“어떠냐,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느냐?”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말에 중년인이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됐구나.”
말과 동시에 중년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검은색 반지 하나가 엽현의 앞으로 날아갔다.
“천유계(闡幽戒)라는 것으로 천유종의 종주를 상징하는 반지다. 반지에는 한 가지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대의 정기(精氣)와 경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다분히 천지법도에 어긋난 일이니,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정기(精氣)와 경지를 흡수한다고!?’
“상대가 진 어법경 강자라도 상관없습니까?”
엽현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묻자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다소 실망한 기색을 보이는 엽현에게 중년인이 말했다.
“진 어법경 강자가 뭐라도 되는 줄 아냐? 그보다 더 높은 경지도 가능하다. 그 물건은 내가 청창계 밖에서 직접 얻어 온 것이다.”
그 말에 엽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반지는 대박 중의 대박이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내가 말한 천유종의 보물들은 뒤편에 있는 대전 안에 고스란히 있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취해도 좋다.”
이쯤 되자 엽현은 조금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고작 전승을 이어주는 대가로 그가 취하는 이득이 너무나 컸던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제길, 그럼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엽현이 속마음과는 달리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헤헤, 말씀하십시오!”
“내 조건이란 것은 이렇다. 혹시라도 네가 청창계를 떠나게 되는 날이 오면, 너를 대신할 자를 찾아 그에게 나의 전승을 전해주거라. 그래서 그자가 천유종을 재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엽현이 잠시 고민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허허… 그거면 충분하다.”
그 말을 한 직후, 중년인의 형상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엽현은 상대가 곧 사라지려는 것을 깨닫고는 귀인을 향해 다시 한번 예를 갖췄다.
어찌 되었건 일면식도 없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지 않았는가.
점점 사라져가는 중년인이 애잔한 듯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네가 천유종의 유일한 전승자가 되겠구나.”
“그 말은…?”
엽현이 황망히 묻자, 중년인이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무인에겐 모름지기 두 종류의 죽음이 있다. 하나는 죽임을 당하거나, 다른 하나는 천수(天壽)를 누리다 가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아 후자에 속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이 달갑지는 않구나. 천 년의 고행의 결말이 고작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것이라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중년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천수(天壽).
문득 엽현은 머릿속에 당시 천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마지막에 남는 것은 대의(大義)와 수명에 대한 욕망뿐이다.’
엽현은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삶에 대한 집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오래 살수록 죽음이 두려워지는 것일까?’
잠시 침묵을 지키던 엽현이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로 돌아 걷기 시작했다.
청성에 있을 때만 해도 그의 목표는 그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가진 힘이 커질수록 그의 내면엔 전에 없던 야망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청창계 밖을 돌아보고자 하는 소망이나, 누구라도 단숨에 때려눕힐 수 있는 그런 강력한 힘을 얻는 것 등등…….
‘이게 옳지 못한 생각일까?’
엽현은 그렇진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란 욕망의 동물이다. 욕망이 없는 자는 더 이상의 발전도 없다. 그 누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싶겠는가?
대전의 뒤편으로 온 엽현은 무기각(武技閣)이라 쓰여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엔 무수히 많은 무기(武技)들이 있었다. 지계 급만 해도 백 권이 넘었고, 심지어 이십여 권의 천계 급 무기들도 존재했다.
‘실로 대단하구나!’
엽현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뒤, 무기들을 모두 쓸어 담았다.
그다음으로 찾은 곳은 현기각(玄器閣)이란 곳이었다. 현기각은 총 사 층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엽현은 볼 것도 없이 곧장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섰다. 엽현은 그곳에서 이십여 점의 천계 보물을 발견했다.
엽현은 그 중 눈에 띄는 천계 상품의 부채를 집어 들었다. 부채를 펼쳐 드는 순간 그의 앞에 뇌광(雷光)이 번뜩였다.
아쉽게도 천계 상품은 그 부채 단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천계 영기들 중에는 검도 세 자루 섞여 있었다.
엽현이 다시 한번 심호흡을 크게 가져갔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다음은 보각(寶閣)이었다.
엽현은 이곳에서 무려 이십만 개의 자원정을 발견했다.
최상품 영석으로 환산하자면 무려 삼백억 개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가치였다.
엽현은 영롱하게 반짝이는 자원정 더미 앞에서 입을 벌리고 그대로 화석처럼 굳었다.
그는 자신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펼쳐지는 상황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졌던 것이다.
엽현은 보각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계옥탑 안에 던져 놓은 후, 건물을 빠져나왔다.
지금까지만 해도 엽현은 일반적인 세력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재물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엽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천유종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에 들어가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은 싸그리 쓸어 담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엽현이 모든 작업을 끝내는 데는 무려 두 시진이나 걸렸을 정도였다.
엽현의 주머니에는 천유종의 모든 재물이 들어가 있었다.
천유종을 빠져나오기 전, 엽현은 입구에서 서서 다시 한번 천유종을 향해 절을 올렸다.
“나 엽현은 천유종의 선조들께 맹세합니다. 훗날, 이 청창계 땅에 다시 한번 천유종의 이름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만약 제가 약속을 어긴다면, 그 자리에서 번개를 맞아 재가 될 것입니다!”
다시 일어선 엽현이 마지막으로 천유종 대전을 바라보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엽현이 떠난 자리에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대전 안에 있던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은 온화한 표정으로 엽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엽현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중년인 역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편, 계옥탑 안에서는 누군가의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또 화를 면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많은 재물까지 얻다니… 정녕 하늘이 존재하긴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