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26
326화 파공경의 경지
창검종.
엽현은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엽현은 줄곧 깨달음을 얻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바로 검선(劍仙)!
홀로 명상을 하게 되면 잡념이 없어진다. 머리를 맑아지고 저절로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떠오른다. 새로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검도(劍道).
이는 마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았다. 하루라도 수행을 게을리하면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이 곳에 앉아 깨달음을 구한 것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이 시간 동안 그는 외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잊고 자신의 깊은 내면을 내려다보고 자신의 본 모습을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이는 엽현 자신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선한 면과 내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악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이었다. 간단히 말해 다시 한번 자아를 찾는 과정이었다.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각이었다. 엽현이 불현듯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그의 두 눈에서 검광이 튀어 나갔다.
엽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다리로 지면 위에 우뚝 섰다. 그렇게 해가 머리 위에 닿을 때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오가 되었다. 엽현이 돌연 웃기 시작했다.
처음엔 스스로에게도 들릴락 말락 했던 웃음소리가 이내 온 산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자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만족에서 나오는 웃음소리였다.
순간, 그의 몸에서 한 줄기 검의가 나타나 천지간으로 은근히 퍼져나갔다.
잠시 후, 그의 체내에서 검 한 자루가 나타났다. 그 검은 순식간에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엽현이 손으로 가볍게 바닥을 향해 누르자, 검은 어느새 엽현의 얼굴 앞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검심통명(劍心通明).
엽현은 마침내 검심통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었다.
사람에겐 강점과 약점, 선과 악, 그리고 순수한 면과 비열한 면이 공존한다.
그러나 사람은 종종 자신의 약점이나 악한 부분은 애써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분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한 면이나 악한 면이나 모두 한 사람을 이루고 있는 성질이었다.
자신의 모든 부분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바로 검심통명(劍心通明)의 핵심이었다.
드디어 검선(劍仙)이었다.
이제 엽현은 더이상 반쪽짜리 검선이 아니었다. 명실상부 완전한 검선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항상 오만방자하던 엽현은 지금은 왠지 더 차분해졌다. 드디어 검선을 이뤘다는 성취감보다 이제 막 자신의 검도가 시작됐구나 하는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엽현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멀리서 그를 향해 두 명의 여인이 다가왔다.
다름 아닌 월기와 고소한이었다.
월기가 엽현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다짜고짜 물었다.
“기운이 달라졌구나. 해냈느냐?”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드디어 검선에 경지에 오른 거 같습니다.”
그 모습에 월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됐어, 됐구나!”
곁에 있던 고소한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매, 청창계에서 이보다 더 빨리 검선이 된 자가 있었느냐?”
“청창계 역사를 통틀어도 이보다 빠른 적은 없어요. 심지어 조사님께서 검선에 오를 때도 이렇게 젊지는 않았지요.”
말을 마친 월기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크게 번졌다.
“사매 네가 이렇게 웃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창검종에 큰 재목이 탄생했으니, 응당 기쁜 것이 당연합니다!”
잠시 후,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간 월기가 말했다.
“당분간 이 일은 비밀에 붙여야 할 것 같아요. 만약 호계맹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이라도 엽현을 제거하려 들지도 몰라요.
“음… 그래, 네 말이 맞다.”
두 여인이 걱정하는 것은 엽현이 검선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호계맹이 물불 가리지 않고 그를 제거하려 달려드는 것이었다.
호계맹으로서는 응당 그렇게 할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엽현을 그냥 두었다간 나중에 무슨 화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계맹과 엽현은 원한관계가 아니더냐.
창검종 역시 호계맹의 원수였다. 창검종에서 새로운 검선이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계맹은 위협을 느낄 만 했다.
산에서 내려온 엽현은 우선 그동안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임종운을 찾았다.
임종운의 거처.
엽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임종운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검선…….”
순간, 엽현의 전신에서 강대한 기운이 분출됐다. 예전보다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임종운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검선에 이르다니… 이는 우리 쪽 성역에서도 분명 흔한 일은 아닙니다.”
엽현이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사실 그대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
“공자께서는 지체 말고 말씀하시지요.”
그러자 엽현이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말하는 그 여인… 그것은 본체요 아니면 분신이오?”
그 말을 들은 임종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본체라니요? 분신이라뇨? 설마……?”
엽현이 이렇게 물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천녀가 말하길 자신에게 총 세 개의 분신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사라진 것이 하나, 그렇다면 그녀의 분신은 아직 두 개가 더 남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 그녀의 분신이 말하길, 구름 너머로 자신을 찾아오라지 않았던가? 그 말은 그녀의 본체는 이곳이 아닌 저 다른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엽현이 임종운에게 이런 질문을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때, 임종운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 영허성궁에 있는 그 여인은 단지 하나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임종운이 무너지듯 뒤로 쓰러졌다. 그의 눈빛은 넋이라도 나간 듯 허탈해진 상태였다.
영허성궁을 박살 낼 뻔한 여인이 고작 누군가의 분신에 불과했다니!
그렇다면 그 본체는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가!?
임종운의 마음에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려움 다음엔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임종운이 고개를 저었다.
“공자, 그 여인이 분신인지 본체인지 저는 모릅니다. 헌데 두 분은 대체 어떤 사이입니까?”
엽현이 한 순간 망설이다가 이내 대답했다.
“그분은 나의 사부입니다.”
‘사부! 어쩐지 그렇게 아끼더라니.’
“그렇지… 공자와 같이 우수한 재능에게 사부가 없을 리가… 제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임종운이 멋쩍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검선이 되었으면 이제 이곳을 떠나 더 넓은 바다로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저와 함께…….”
“말씀은 고맙지만, 아직 이곳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말이오.”
엽현이 옅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창검종은 지금까지 내게 한 번도 섭섭하게 대한 적이 없었소. 그런 창검종을 두고 갑자기 떠나는 것은 사람 된 도리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아직 내게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나 역시 언젠가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지만, 지금은 곤란하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에 임종운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잔정이 많은 것은 좋지만, 그런 성격이 언젠가 공자의 발목을 잡을 날이 올 것입니다.”
“하하! 이미 충분히 그렇게 느끼고 있소! 그나저나 영허성궁의 사람들은 언제나 도착하는 것이오?”
임종운이 대답했다.
“머지않아 곧 도착할 것입니다. 부디 호계맹의 주상보다 빨라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음… 잘 알겠소. 그리고 참, 또 하나 질문이 있는데…….”
임종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엽현이 말했다.
“나는 현재 진 어법경의 경지에 올라와 있소. 당신은 이미 진 어법경을 넘은 경지에 도달해있는 듯싶은데, 그렇다면 이 다음은 어떤 경지가 있는 것이오?”
그러자 임종운이 대답 대신 자신의 손을 펼쳐 보였다. 그 순간, 그의 손바닥 주위 공간이 실낱같이 갈라졌다. 그 사이에서 한 줄기 검은 기운이 튀어나와 임종운의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이, 이건?”
임종운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엽현을 향해 말했다.
“진 어법경 다음은 파공(破空)의 경지입니다. 파공이란 말 그대로 공간에 흠집을 낸다는 것으로, 파공경에 이른 자는 이렇게 공간 뒤편에 있는 힘을 자신에게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는 어법경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입니다. 왜냐하면 이 공간이란 것은 상상 이상으로 두껍기 때문입니다. 그 두꺼운 벽을 넘어서 힘을 끌어와야 하는 거지요.”
파공경(破空境)!
“음… 월기 사부에게 들은 바 있소. 사부가 말씀하시길, 이 공간 뒤에는 거친 난류가 흐르고 있는데, 그 기류에 휩쓸리면 웬만한 무인은 뼈도 추리지 못한다고 하셨소.”
임종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맞습니다. 파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정도 공간에 대한 조예가 있어야 합니다. 공간을 무리하게 부수려 하다가는 스스로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조금만 방심해도 크게 다칩니다. 실제로 수많은 무인들이 이 점을 간과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임종운이 진중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만약 파공에 도전하려 하시거든, 반드시 곁에 호법을 세워두셔야 합니다. 만약 일이 틀어지게 되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파공경이라…….
엽현은 이 단어를 머릿속 깊이 새겨 넣었다. 모르긴 몰라도 진북한이나 육 존주는 이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때, 엽현이 문득 물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진 어법경 강자가 파공경 강자와 싸우는 것이 가능할 것 같소?”
“물론 가능합니다.”
임종운이 확신에 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물론 파공경과 진 어법경 사이에 경지차이는 분명 존재하나, 한 사람의 실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비단 경지뿐이 아닙니다. 전투력, 기술, 신통술, 공법, 체질, 심지어 혈맥 등등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어쨌든 경지가 뒤처진다고 이기지 못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물론 그만큼 어렵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엽현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엽현은 더이상 진 어법경 강자와의 싸움에 가슴이 뛰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그 위의 경지, 즉 파공경 강자와 겨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엽현은 방을 떠났고 임종운 혼자 남았다.
과연 영허성궁의 강자들이 제때 도착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한다면 무엇으로 시간을 끌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혼자서는 무리였다.
‘제발 도착해야 할텐데.’
임종운은 다시 홀로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