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함께 싸우겠습니다
호계맹.
의자에 앉아있던 육 존주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대전 밖으로 향했다. 동시에 그의 목소리가 대전 안을 울렸다.
“호계맹 내의 모든 진 어법경 강자들을 창검종 앞에 대기시키시오. 그리고 청창계 모든 세력들에게 만약 지금 호계맹의 편에 서지 않는다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선포하시오.”
“그렇게 하면 다른 세력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도…….”
육 존주가 좌호법의 말을 끊었다.
“더이상 그들이 가만히 앉아 이익을 취하려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소. 지금 우리 쪽에 붙지 않는 세력들은 이 일이 끝난 후 모두 제거할 것이오.”
“하지만, 곧 주상이 오시지 않소?”
좌호법의 물음에 육 존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더욱 우리의 적들을 깨끗이 청소해 놓아야 하는 것이오. 주상이 오실 때에 맞춰 중토신주의 본원을 바칠 수 있게 말이오.”
그 말에 좌호법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소. 청창계의 세력들이 점점 커감에 따라 감히 우리 호계맹과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늘어난 상태요. 이번 기회에 호계맹 앞에선 그 누구도 여전히 개미새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하오!”
육 존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전 밖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엽현… 이번에도 네 뒤에 있는 그 여인이 널 구해줄 수 있는지 한 번 보겠다.”
순간, 육 존주의 신형이 대전 안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호계맹의 무인들이 어디론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편,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선택하라는 호계맹의 강요에 청창계 전역이 들끓기 시작했다.
세력들은 재빨리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내 호계맹의 뒤를 쫓아 창검종으로 향하는 세력들이 하나둘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종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창검종의 주변은 끊임없이 각 세력에서 보낸 무인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북한종, 만수산맥, 운공성 그리고 상계의 사마가(司馬家) 등 중토신주 일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종문들도 섞여 있었다.
그 외에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종문들의 수는 이루 셀 수조차 없었다.
물론 이번 전쟁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진 어법경 강자들이었다.
청창계 전체가 창검종을 노리고 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러한 선택을 한 것도 모두 이유가 있었다.
조만간 호계맹의 주상이 도착하게 되면 좋든 싫든, 청창계 모든 세력들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주상이 도착하면 호계맹에 협조하지 않은 세력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한편, 창검종 상공. 육 존주가 뒷짐을 진 채, 창검종을 겹겹이 에워싸는 무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때, 그의 뒤로 좌호법이 나타났다.
“상계의 안 가(安家)와 여 가(黎家), 그리고 현문에선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소.”
육 존주가 음험한 표정을 지었다.
“상관없소. 그들이 창검종을 돕지만 않으면 될 일이오.”
좌호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호계맹조차 꺼리는 저들 세력들이 가만히만 있어준다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 호계맹에게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들이 손을 잡게 된다면 호계맹으로서도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이제 슬슬 출수할 때가 되지 않았소?”
좌호법의 말에 육 존주가 고개를 저었다.
“기다리시오. 주상이 올 때까지.”
“우리에겐 파공경 강자 열셋과, 진 어법경 강자 쉰아홉이 있소. 게다가 점점 더 많은 무인들이 모여들고 있는데, 이 정도만 해도 창검종을 멸망시키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오.”
육 존주가 진중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주상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오. 그래야만 변수를 없앨 수 있소.”
좌호법이 육 존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도 엽현 뒤의 그 여인을 염두에 두는 것이오?”
“그렇소. 그녀는 우리 둘이 한 번에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괴물이오. 필시 주상께서 오셔야만 상대할 수 있소. 어쨌든, 여전히 많은 세력들이 아직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니, 우리도 서두를 것은 없소.”
“흠… 엽현의 배후라는 여인…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자란 말이오?”
육 존주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 역시 매우 궁금하구려. 어쨌든 그녀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고, 호계맹이 평안하려면 반드시 그녀를 죽여야만 하오!”
좌호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주상이 올 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 * *
창검종의 한 대전.
수많은 강자들이 모여있었다. 엽현의 모습도 보였다.
진북한이 자리에 모인 무인들을 한 눈에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결국 예상대로 호계맹이 끝을 보려 하는구려.”
“목숨 걸고 싸웁시다!”
대전 안에 있던 검현이 소리치자, 다른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더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저 목숨을 걸고 종문을 지켜낼 수밖에!
진북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그의 눈에 문득 엽현과 상월이 들어왔다.
“너희 둘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이곳을 빠져나가거라. 알겠느냐?”
“그, 그건…….”
“어허!”
상월이 뭐라 말하려 하자 진북한이 엄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잘랐다.
“너희 둘의 실력이 강한 것은 알겠다만, 이번 전쟁이 끝나면 그 누구도…….”
이때, 엽현이 말했다.
“종주, 우리가 떠나면 다른 제자들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그 말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엽현이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모두 형제고 자매입니다. 도망을 치더라도 함께 가고, 싸우게 되면 함께 싸우고, 설령 죽는다고 해도 함께 죽어야 도리라 생각합니다!”
“엽현 사제의 말이 맞습니다!”
엽현 곁에 있던 상월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그 두 사람을 보는 진북종의 표정이 다소 복잡해졌다.
“너희 둘이 살아남지 못하면, 창검종은 이 청창계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게 뭐 어떻습니까?”
엽현이 웃으며 반문했다.
“종문이 위험에 닥쳤는데 제자가 어찌 모른 척 도망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제자 엽현은 결코 그런 선택은 할 수 없습니다.”
이때, 월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엽현을 타일렀다.
“살다 보면 어떤 때는 치욕스럽더라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저는 결코 홀로 떠나지 않겠습니다. 게다가 우리 창검종은 호계맹 따위에 겁을 집어먹을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지면 또 어떻습니까? 설령 죽게 되더라도 부끄러운 삶을 이어나가는 것보다는 훨씬 명예로울 것입니다!”
“그 아이의 말이 맞다!”
검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죽더라도 명예롭게 죽을 수 있다면, 그것도 무인의 복이라 할 수 있다!”
진북한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본 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대전 내의 무인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진북한과 검현만이 남게 되었다.
“사형, 그래도 나는 저 아이들이 탈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오만…….”
검현이 진북한을 향해 말했다.
“너의 경지가 수년째 정체되어있는 이유를 알고 있느냐? 그것은 바로 너무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 말을 끝으로 검현이 대전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진북한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한 종문의 종주로써 어찌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결정 하나하나에 수많은 제자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가!
진북한이 가슴이 답답한 듯,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종주의 자리는 권력을 의미하는 동시에 끝없는 속박이기도 했다.
진북한이 창문을 통해 대전 밖을 내다보았다.
현재의 창검종 밖엔 이미 청창계에서 올 만한 세력들은 모두 모인 상태였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호계맹의 편에 서서 창검종을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심지어, 중토신주 창란학원의 원장 구원 역시 친히 무인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중토신주 최강으로 꼽히는 현문과 상계의 안 가, 그리고 여 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절망적인 창검종의 상황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진북한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 * *
창검종 상공.
잠잠히 눈을 감고 있는 육 존주의 뒤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존주, 큰일입니다.”
“음? 무슨 일이오?”
육 존주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살수입니다! 벌써 네 명이 당했습니다!”
살수!
“당장 앞장서시오!”
노인은 육 존주를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바닥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네 구의 시체가 보였다. 그들의 시체는 모두 목에 날카로운 것으로 관통을 당한 흔적이 있었다.
육 존주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검을 쓰는 자로군…….”
육 존주 뒤에 서 있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검종 내의 검수의 소행으로 사료됩니다.”
“무슨 흔적을 남겼소?”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발견했을 땐 이미 살해당한 후였습니다. 살수의 흔적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흠… 지금부터 무인들에게 독자 행동을 금하고 짝을 지어 돌아다니라 명하…….”
순간, 육 존주가 얼굴색이 변하며 하늘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자 전방 수십 장 떨어진 곳에서 한 명의 진 어법경 강자가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그의 눈에 포착됐다. 땅으로 떨어진 무인은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급작스럽게 당했는지 시체의 얼굴은 억울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순간, 육 존주의 얼굴빛이 차갑게 식었다.
자신의 바로 앞에서 수하가 암습을 당했는데도 상대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변의 호계맹 무인들 또한 낯빛이 매우 무겁게 변했다.
육 존주조차 기척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살수라니…….
“모두 진정하시오!”
육 존주가 크게 호통을 쳤다.
“상대는 기껏해야 살수 하나에 지나지 않소!”
육 존주가 이번에는 주변을 돌아보며 차갑게 소리쳤다.
“그대는 대체 누구이기에 이렇게 비겁하게 숨어서…….”
쉭-!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좌측에 있던 무인 하나의 목이 달아났다.
시체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튀어 주변을 적셨다.
순간, 육 존주가 시체 앞에 나타나더니 조용히 신경을 집중했다.
그는 상대의 기척을 느껴보려 했으나,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자 호계맹 무인들의 눈빛이 방금전보다 더욱 어두워졌다.
이때, 호계맹의 좌우 호법이 여덟 명의 금색 장포인들을 데리고 장내에 나타났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쉴 새 없이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아무 기척도 없었소?”
좌호법의 질문에 육 존주가 고개를 저었다.
“바로 내 근처에서 출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기운을 추적하는 데 실패했소. 내가 아는 한, 이런 인물은 청창계에 존재하지 않소!”
좌호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설마 창검종에서 다른 성역의 살수를 끌어들였단 말이오?”
육 존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알 수 없소.”
“그렇다고 이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선 안 되오. 지금 수를 내지 않으면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호계맹 무인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오!”
좌호법이 창검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면 지금 치는 것이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