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오너라! 망할 놈들아!
육 존주가 다시 한번 쏜살같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막 엽현의 앞에 도착했을 때, 육 존주가 빠르게 손을 교차해 수인(手印)을 만들어 낸 후, 앞으로 가볍게 밀어냈다.
쾅-!
수인의 출현과 함께, 엽현의 주변 공간이 뒤틀리고 떨렸다. 심지어 찢어지기까지 했다.
공간난류(空間亂流)!
이를 본 엽현은 가슴이 철렁하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공간도칙을 발동했다. 그러자 갈라진 공간이 다시 메워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 모습을 본 모든 무인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육 존주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말을 더듬었다.
“이, 어떻게… 찢어진 공간을 다시 되돌려 놓는단 말이냐!”
아래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진북한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공간을 파괴할 순 있었다. 하지만 다시 회복시킨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 일을 엽현이 해내다니!
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육 존주가 음험한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물었다.
“엽현,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알고 싶나?”
엽현이 웃으며 되묻자 육 존주가 소리쳤다.
“말해라! 도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이냐!”
순간, 엽현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형님이라 부르면 알려주지.”
“헛소리!”
말보다도 빨리 육 존주가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엽현이 이를 보고 비웃음 섞인 표정을 짓는 순간, 그의 눈앞에 공간지력이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 한 자루의 검이 만들어졌다.
공간지검(空間之劍)!
공간지검에 손을 댄 순간, 엽현의 몸을 통해 선악검의가 검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엽현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던 육 존주가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멈춰 서려 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검을 쥐고서 맹렬히 일 획을 그었다.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파도처럼 밀려나갔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순간, 한 줄기 검광이 하늘을 찢어발길 듯 쏟아져 나오고, 그 사이에서 그림자 하나가 튕겨져 날아갔다.
거의 창검종의 경계 끝까지 날아간 그림자 하나!
그는 다름아닌 육 존주였다.
육 존주가… 졌다?
장내의 모든 무인들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육 존주가 졌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일이었다. 진북한을 포함한 장내 모든 무인들은 자신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특히, 누구보다도 육 존주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진북한은 더더욱 믿기 힘들었다. 청창계 전체에서 육 존주를 퇴각시킬 수 있는 자는 몇 사람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 몇 사람들은 전설에나 나올법한 노괴(老怪)들이었다.
하지만 엽현은 약관도 지나지 않은 작은 소년이었다.
이 상황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한 편 엽현의 일격에 밀려난 육 존주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전 결코 엽현을 봐주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엽현의 일 검에 자신이 수백 장을 밀려난 것이다.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육 존주의 입장에선 패배나 마찬가지였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검수를 상대로 뒷걸음질을 치다니, 이것이 패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육 존주는 이내 냉정을 되찾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멀리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소 몸을 떨고 있는 엽현이 보였다.
육 존주가 엽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방금 전의 일 검에 모든 기력을 쏟아 넣은 모양이군.”
엽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육 존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확실히 공간지검을 휘두를 때 엽현은 모든 기력을 소모했다. 모든 기력을 쏟아부은 공간지검의 위력은 엽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금까지 실전에서 공간지검을 써본 적이 없었기에, 엽현은 공간지검의 위력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공간지검이라면 파공경 강자를 상대로도 능히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엽현, 네가 나의 예상보다 더 뛰어난 놈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호계맹은 처음부터 너를 너무 얕잡아 봤다. 만약 널 계속 성장하게 내버려 둔다면, 창검종엔 조만간 또 하나의 창계검주가 탄생하게 되겠지…….”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창검종 주위에 모여든 청창계 강자들은 대략 백여 명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각 세력에서 대표로 보낸 진 어법경 강자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까지 엽현의 명성이 청창계 전역에 울려 퍼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젊은 무인들에 국한된 이야기였다. 허나, 지금 직접 엽현의 실력을 보니, 이미 기성세대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육 존주의 말대로 조만간 새로운 창계검주가 출연할 것이 불 보듯 뻔할 터였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엽현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눈빛에서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호계맹의 편에 서서 창검종을 제거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다. 만약 오늘 엽현을 죽이지 못한다면 훗날 엽현의 검이 향할 곳은…….
“엽현을 반드시 죽여야 하오!”
무리를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그러자 청창계 전역에서 몰려온 무인들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엽현을 제거해야 한다.
이제 엽현을 제거하고 싶은 세력은 비단 호계맹만이 아니었다.
이때, 무리들의 거대한 살의를 느낀 진북한 등이 엽현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진북한이 엽현에게 말했다.
“엽현, 잠시 후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반드시 기회를 보아 탈출해야 한다. 알겠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으려 할 때, 월기가 한마디 거들었다.
“네가 무사히 탈출할 수만 있다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다. 알아들었느냐?”
엽현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그러지 못하겠습니다!”
월기가 짐짓 화난 음성으로 말했다.
“어쩌면 그리도 고집을 피우는 게냐!”
“사부!”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저들 중 누가 제가 떠나도록 내버려 두겠습니까?”
월기가 눈을 벌겋게 뜨고 엽현을 노려보고 있는 무인들을 바라보고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이때, 검현이 말했다.
“그럼 남아서 우리와 싸우도록 해라! 살고 죽는 것은 어차피 모두 하늘에 달린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현의 말은 그의 생각과 일치했다.
비록 그 역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한편, 어느새 육 존주 곁으로 다가온 좌호법이 육 존주에게 속삭였다.
“존주, 만약 더 이상 질질 끌다가는 저들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기회에 단숨에 몰아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육 존주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덮은 기운이 더욱 강성해지는 걸로 봐서 주상의 강림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고민을 거친 육 존주가 마침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출수!”
육 존주의 외침소리와 함께 호계맹의 강자들이 창검종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를 본 다른 세력들의 무인들 역시 잠시 주저하다가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 명도 아니고 무려 백 명의 진 어법경 강자였다. 이 진용이 어찌 대단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검현은 가소롭다는 듯 웃어 보이며 소리쳤다.
“오너라! 신명나게 한판 벌여보자꾸나!”
검현이 날아오르자마자 진 어법경 강자 한 명의 목이 달아났다.
순간, 육 존주 뒤에 서 있던 좌우 호법이 검현을 앞뒤에서 나타났다.
이를 본 진북한이 월기 등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형제자매들, 만나서 반가웠다. 내세에서 다시 만나자!”
진북한은 검을 들고 무인들의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모두들 다음 생애에!”
순간, 고소한의 몸이 둥실 떠오르더니 그녀의 체내에서 수없이 많은 검광들이 솟구쳤다.
검진(劍陣)!
이는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펼친 검진이었다.
그 위력이야 두말할 것 없이 강력했지만, 적은 너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진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이내 십여 명의 진 어법경 강자들에 의해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한편, 전철 등 나머지 무인들 역시 각각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압도!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창검종 측 무인들은 상대에 의해 압도당하기 시작했다. 수적 열세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쾅-!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누군가의 신형이 천천히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는 다음 아닌 전철이었다.
엽현과 눈을 마주친 전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 철면피 녀석. 만약 살아남게 되면 주기봉에 가 보거라. 네게 선물을 남겨 놓았으니…….”
말을 마치자 전철이 다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십여 명의 진 어법경 강자들이 그를 향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오너라, 이 망할 놈들아!”
순간, 전철의 몸이 마치 풍선처럼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전철의 몸이 폭발하는 동시에 무수히 많은 검광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이에 가장 선두에 있던 두 명의 육신이 일순간 핏덩이로 변했고, 나머지 무인들 역시 뒤로 튕겨져 나갔다.
자폭!
이 순간, 엽현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전철 사숙? 이렇게 가버린다고?’
바로 이때였다. 엽현의 근처에서 무인 하나가 튕기듯 날아갔다. 그는 다름 아닌 연필현이었다.
엽현이 막 그를 지원하려는 순간, 그의 앞을 막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창란학원의 원장, 구원이었다.
구원이 차가운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엽현, 당시 창란학원에 와서 보여줬던 그 위세는 다 어디 갔느…….”
엽현은 상대의 말도 듣지 않은 채, 그대로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이에 놀란 구원이 검고 긴 자를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기이한 검은 묵광이 엽현을 향해 날아갔다. 허나, 엽현의 검에 의해 아주 간단히 흩어져 버렸다.
대경실색한 구원이 미친 듯이 뒷걸음질을 칠 때, 십여 명의 진 어법경 강자들이 엽현을 에워쌌다.
쾅-!
거친 폭발음과 함께 엽현의 신형이 백여 장 밖으로 날아갔다.
엽현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하늘에서 커다란, 그러나 왠지 처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엽현이 고개를 들자, 거대한 검광 속에 서 있는 연필현이 보였다.
잠시 후, 검광이 점차 잦아들고, 연필현은 창검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아련함과 애석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때,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자, 연필현의 육신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엽현의 시야에 이번에는 월기와 고소한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이십여 명의 진 어법경 강자를 맞아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때,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린 월기가 그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몸조심하거라!”
말과 동시에 월기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미간을 짚었다. 순간, 그녀의 기운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